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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한계선 공동어로화해야 서해교전 재발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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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방한계선 공동어로화해야 서해교전 재발 막아"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공동어로화는 盧 공약"
월드컵 1주년이 다가오면서 지난해 6월 29일 발생한 서해교전 사태가 함께 연상되는 것은 최근 북미갈등으로 인한 한반도 위기가 그만큼 고조돼 있다는 체감지수일 수도 있다. 해마다 꽃게잡이철인 6월이면 북한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황금어장이자 화약고인 서해 북방한계선을 월선하는 문제가 자칫 군사적 충돌로까지 이어지곤 해 위기감을 고조시켜온 게 사실이다. 지난해 서해교전은 물론 99년 연평해전이 발생한 시점도 6월(15일)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이와 관련, 26일 평화네트워크 홈페이지(www.peacekorea.org)에 발표한 '긴급제언'을 통해 "남북한 군당국의 교전규칙 개정과 군사력 및 전투준비태세의 강화로 또 다시 서해교전 사태가 발생하면 예년보다 훨씬 확전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서해 5도 주변수역의 공동어로화"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논란이 있는) 북방한계선의 법적 지위 문제는 평화협정 체결과정에서 중장기적으로 풀어나가고, 우선 꽃게잡이철을 맞아 이 지역을 남북한 공동어로화함으로써 분쟁 가능성을 줄이고 민족화합의 계기로 만들자는 것"이라며 "위기의 시대에 분쟁의 화약고인 NLL(북방한계선) 문제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낸다면, 이는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한반도 위기 예방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또 "기실 올해 들어 NLL 문제에 더욱 주목해야할 이유는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 남-북 사이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며 "특히 시기적으로 볼 때 두 차례의 서해교전이 발생한 6월 중하순이 미국 주도의 대북한 경제제재 및 해상봉쇄 본격적인 추진 시기와 맞물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공동어로화를 북한의 의도에 넘어가는 것이라고 반발하는 사람들에게 정 대표는 "북방한계선 문제를 서로의 일방적인 주장 속에 '분쟁 수역'으로 계속 남겨둘 경우, 두 차례의 서해교전과 같은 불상사는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고, 이에 따라 남북한 젊은이들의 아까운 목숨과 어민들의 막대한 손실, 그리고 일상적인 전쟁 공포를 계속 담보로 삼아야 한다는 엄연한 현실을 극복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즉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와 국회, 그리고 시민사회는 NLL의 평화적 활용 방안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며 "이것이야말로 두 차례의 교전사태로 꽃다운 목숨을 잃은 남북한 해군 장병들의 넋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의 긴급제언 전문.

***[긴급제언] NLL, 공동어로화 조속히 추진해야**

본격적인 꽃게잡이철이 다가오면서 남북한 어민들의 손이 분주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예전보다 3-4배 가량 어획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근래 보기 드문 대풍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99년과 2002년 6월 두 차례에 걸친 남북한 해군 사이의 교전이 말해주듯 서해 5도 인근의 꽃게잡이는 긴장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지난 5월 3일 북한 경비정 1척이 북방한계선(NLL)을 진입한 이후에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긴장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다. 오히려 NLL 인근 지역에 중국 어선들이 자주 출몰해 남한 해경을 긴장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한이 정치적, 군사적 이유로 NLL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그 틈새를 중국 어선이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서해교전 발생의 한가지 요인이 남측 어선의 무리한 조업에 있었다는 점에서 올해 들어 해군과 해경의 단속은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어업금지선 이남에서도 많은 어획량을 올리고 있어, 올해는 불법 조업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 두 가지 변화된 상황은 남북한 해군 사이의 무력 충돌 가능성을 낮추는데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 경비정의 NLL 남쪽 진입이 6월달에 집중되어온 것을 감안할 때, "올해는 무사할 것"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특히 최근 북한이 마약, 위조지폐 등 불법적인 외화벌이와 미사일 수출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외화벌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꽃게잡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북측에서 무리하게 조업에 나서면서 긴장이 고조될 수 있는 것이다.

기실 올해 들어 NLL 문제에 더욱 주목해야할 이유는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 남-북 사이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특히 시기적으로 볼 때 두 차례의 서해교전이 발생한 6월 중하순이 미국 주도의 대북한 경제제재 및 해상봉쇄 본격적인 추진 시기와 맞물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대북한 비타협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마약, 미사일, 핵물질 등의 수출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해상봉쇄와 경제제재를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간 상태이다. 지난 한미, 미일정상회담에서 이를 반영시키는데 성공한 부시 행정부는 중국, 러시아의 정상회담을 통해 이를 구체화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NLL 인근의 긴장은 예년의 그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위기는 관리와 대응도 중요하지만, 가장 현명한 것은 '예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6월 중하순 이전에 NLL를 평화적으로 관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한, 사실상의 선제공격 채택**

올해 NLL 문제가 북미간의 긴장과 함께 더욱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이유는 남북한 해군이 사실상의 선제공격을 채택한 이후 첫해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발적인 무력 충돌 가능성뿐만 아니라 확전의 위험성까지 안고 있어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99년 1차 서해교전 때 참패를 당한 북한 해군은 2002년 6월에는 남한 해군이 차단기동(밀어내기)을 하기 위해 북상하고 있을 때, 기습공격을 가함으로써 남측에 적지 않은 인적, 물적 손실을 입힌 바 있다. 함정의 견고함이 훨씬 떨어지는 북한으로서는 남한 해군의 차단기동을 공격 행위로 간주하고, 선제사격을 가한 것이다.

2002년 6월 29일 2차 서해교전에서 뜻밖의 기습공격을 당한 남한 해군은 교전규칙을 간소화해 사실상의 선제공격을 채택한 상황이다. 예전의 교전규칙은 '경고방송→시위 및 차단 기동→경고사격→위협사격→조준 및 격파사격' 5단계로 이뤄져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남북한간의 무력 충돌을 가급적 피하고, 무력 충돌시 확전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세워진 것이었다.

그러나 2차 서해교전 때 "군이 확전을 무서워해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보수 언론과 정치권의 집중 공격을 당한 군당국은 이전의 교전규칙을 '시위기동→경고사격→격파사격' 3단계로 줄였다. 경고 시간은 줄어든 반면, 공격 시점은 매우 빨라진 것이다.

남북 양측이 NLL 부근에 군사력 및 전투태세를 대폭 강화한 것도 이 수역을 분쟁의 화약고로 만들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북한은 99년 1차 서해교전이후 함정의 화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연평도 인근에 지대함 미사일, 대공포를 비롯한 해안포을 증강시켰다.

남한 역시 2차 서해교전 이후 북한 함정의 NLL 침범 징후가 포착만 되어도 육해공군 합동전력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남한 전투기의 초계비행 범위를 NLL 부근까지 확대시키고 서해 5도의 육군도 전투준비태세를 강화하며, 구축함, 초계함의 전진 배치 등을 포함한다.

이렇듯 남북한 군당국의 교전규칙 개정과 군사력 및 전투준비태세의 강화는 또 다시 서해교전 사태가 발생하면, 예년보다 훨씬 확전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게 된다. 더구나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갈등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3차 서해교전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 공약 사항 이행해야**

두 차례의 교전사태가 보여주듯 서해 5도는 언제든지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이다. 6월 꽃게잡이 철이 되면, 남북 양측 모두에게 놓칠 수 없는 황금어장이자, 이에 따른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화약고가 되어온 것이다.

이는 남북한이 NLL를 평화적으로 관리하려는 노력보다는 자신의 주장만을 강조하면서 NLL 문제를 방치해온 일방성에 그 근본적인 요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남한 정부는 정전협정과 남북기본합의서를 들어 북방한계선이 북한 함정이나 어선이 넘어올 수 없는 '군사분계선'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전협정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아무리 뒤져봐도 이러한 조항은 없다.

또한 정부는 북한이 묵시적으로 북방한계선을 인정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정전협정 체결 이후 북한이 서해5도 주변해역에 지속적인 '도발'을 해왔다고 강조하는 자가당착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로 남북기본합의서 제3장 10조를 보면, 현재의 관할 구역을 존중하되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라고 되어 있다. 남한과 북한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서해5도 주변 수역의 관할권은 아직 합의되지 않은 '협의'의 대상인 것이다.

북한은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미국과 이 문제를 협상하기를 원하고 있고, 남한은 이러한 북한의 주장에 'NLL 협상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이 문제가 풀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듯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남북한의 대결 구도 속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예전부터 제기되어온 '서해 5도 주변 수역 남북공동어로화'를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북방한계선의 법적 지위 문제는 평화협정 체결과정에서 중장기적으로 풀어나가고, 우선 꽃게잡이철을 맞아 이 지역을 남북한 공동어로화함으로써 분쟁 가능성을 줄이고 민족화합의 계기로 만들자는 것이다.

더구나 서해5도 주변 수역의 공동어로화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결과에 대해 남한 내부와 남북 사이에 많은 논란이 있지만, 이번 평양 경추위 회담이 보여주듯, 남북한 사이의 화해협력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위기의 시대에 분쟁의 화약고인 NLL 문제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낸다면, 이는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한반도 위기 예방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남북공동어로화 제안에 대해 '북한의 의도에 넘어가는 것'이라면 반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방한계선 문제를 서로의 일방적인 주장 속에 '분쟁 수역'으로 계속 남겨둘 경우, 두 차례의 서해교전과 같은 불상사는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고, 이에 따라 남북한 젊은이들의 아까운 목숨과 어민들의 막대한 손실, 그리고 일상적인 전쟁 공포를 계속 담보로 삼아야 한다는 엄연한 현실을 극복할 수 없게 된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와 국회, 그리고 시민사회는 NLL의 평화적 활용 방안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이것이야말로 두 차례의 교전사태로 꽃다운 목숨을 잃은 남북한 해군 장병들의 넋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길이 아닐까?

정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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