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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뒷북 행정’과 ‘뒷북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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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새만금 ‘뒷북 행정’과 ‘뒷북 방송’ <김창룡의 미디어비평>
새만금 사업에 대한 언론의 최근 보도는 조용해졌지만 법정소송은 현재진행중이다. 독일의 생태계연구팀장이 방한하여 법정진술을 하는 등 새만금사업은 사업결정 15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사회적 논란거리와 골칫거리로 변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어떤 역할을 했는가.

새만금 사업은 87년 노태우 정권시절‘정치적 고려와 판단’에 의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시작된 국책사업이었다. 김영삼 정권, 김대중 정권을 거치며 한차례 사업 중단과 혼란을 거치면서도 사업을 강행, 결국 노무현 정권에 와서 물막이 공사가 끝나가는 시점이자 사업시작 15여년만에 다시 공사진행과 중단을 두고 본격적인 논란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수적인 국책사업의 투명한 논의과정을 무시한 일방적 몰아부치기의 업보를 보는 듯하다.

엄청난 규모의 자원이 소요되는 국책사업은 국민의 공감대와 여론의 지지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과거 군사정권, 권위주의 정권시대에는 달랐다. 국책사업이라고 하는 국방부의 ‘백두사업’ ‘율곡사업’이나 ‘고속철도사업’ ‘각종 간척과 개발사업’ 등이 밀실에서 정치적 거래와 배려에 의해 이루어지다 보니 건드리면 부패와 비리로 얼룩졌다는 것은 역사와 구체적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국책사업 ‘새만금 사업’도 상대적으로 낙후된 전라도 지역개발이라는 다분히 정치적 배려와 목적에 의해 시도됐다. 정치적 공약으로 나왔고 그 공약에 대해 전문가도 언론도 충분한 논의와 심층분석없이 진행됐다. 이제와서야 이렇게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이면에는 정치적 논리의 지배와 전문가 집단의 침묵, 언론의 직무유기 등이 지적돼야 할 사안이다. 국제환경전문가가 한국 법정에 출두하여 새만금개발과 관련한 증언을 하는 모습을 사업개시 전에 볼 수 있었다면 국론분열도 국가에너지 낭비도 미리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2003년 6월 27일 서울행정법원 101호실에는 진풍경이 연출됐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인이 새만금 계획 취소소송의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다. 독일환경연방청 생태계연구팀장이자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갯벌국립공원보호청 연구 코디네이터인 아돌프 켈러만 박사는 이날 한국 법정에 서서 "다양한 생물이 모여 있는 새만금 갯벌은 람사협약(세계습지협약) 척도를 기준으로 볼 때 현재 전세계에 존재하는 갯벌 중 중요도가 3-4위 정도"라고 증언했다고 한다.

지난 2001년 정부가 새만금간척사업을 강행하기로 결정하자, 그해 8월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회원 등 3천4백50명은 당시 농림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상대로 정부조치계획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1차 증인신문을 진행한 것이다.

***사업결정 초기단계 방송의 역할**

KBS, MBC 방송사들은 87년 국책사업 결정과정과 91년 사업시행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논의와 토론의 장을 제공하지 않았고 어느 방송사에서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요란한 축하행사와 ‘21세기 한국산업을 이끄는 중심지역‘이라는 찬사일변도였다.

KBS는 기공식에 참석한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21세기 번영을 기약하는 땅’을 생중계하며 기자도 앵커도 미래의 장밋빛 희망을 선사했다. 당시 박성범 앵커는 국제항과 국제공항도 들어선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런 일방적 관변보도는 ‘21세기 번영은 고사하고 사회갈등과 국론분열’로 사회적 재앙이 되고 있다.

MBC 역시 KBS와 별 다를 바 없었다. 87년과 91년에 걸쳐 ‘새만금 간척사업 성과와 목적, 간척 착공 등의 소식을 전할 뿐 어떤 논란도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다. MBC는 87년 12월11일 ‘새만금 간척사업 성과 및 목적’이라는 제목으로 발표저널리즘을 실행했다. 이런 발표저널리즘은 94년 방조제가 준공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MBC는 91년 11월28일 ‘부안군 새만금 간척 착공’소식을 보도뉴스로 전했고 ‘94년 전북 새만금 1,3호 방조제 준공‘이라고 단순 보도하는 데 그쳤다.

국책사업 결정 전이나 결정시기인 초기단계에 전문가와 환경단체간의 논란, 방송의 심층보도 등이 집중됐어야 했지만 이 시기에 방송은 관의 발표저널리즘에 따라 개발논리로 미래의 막연한 장밋빛 꿈을 부풀렸다. 방송에서 그렇게 무비판적으로 떠들던 ‘21세기 희망’이 거꾸로 ‘21세기 재앙’이 될 줄은 그 누가 예상했으랴. 공영방송이 국책사업에 대해 공론의 장을 마련하지 못하고 심층분석보도를 한 프로그램조차 없었다는 것은 ‘방송의 직무유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3년에 와서 방송사들이 ‘3보1배’를 거의 중계방송하다시피 연일 보도하며 뒤늦게 심층보도를 하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사업초기단계에는 우선 방송의 보도 자체가 양적으로 부족했고 공론의 장은 열지도 못했다. 새만금 간척 착공, 준공 등 행사소개 보도에 머물렀다. 이 국책사업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미래에 어떤 논란과 분열을 가져오게 될지 예측조차 못하며 정치논리에 의해 시작된 국책사업을 ‘띄워주기’하는 데 급급했던 것이다.

***사업진행과정에 나타난 방송의 역할**

노태우, 김영삼 정권을 거치며 개발일변도로 달려온 새만금 사업은 정작 ‘호남정권’ 김대중 정부하에서 한 차례 몸살을 앓게 된다. 이미 이때 비극의 서막이 시작된 셈이다. 1998년 김대중 정부하에서 새만금 사업은 전면 재검토를 하게 된다. 새만금 사업 특감이 이루어지고 ‘제2의 시화호같은 엄청난 환경재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대통령직 인수위의 결정이 나온 것이다.

인수위의 결정에 따라 감사원이 감사에 들어가고 새만금 사업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지만 이 과정에서도 방송사들은 그 흔한 토론회조차 갖지 않아 여론 수렴과 전문가 견해 및 대안모색에 나서지 못하는 수동적 모습을 볼 수 있다. 방송사들이 일제히 새만금 전면 재검토의 소식을 전하면서도 여전히 여론에 귀기울이며 심층보도하는 프로그램은 볼 수 없었다. 국책사업이 좌초위기를 맞고 있지만 시민단체나 환경단체의 목소리를 전하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약해보인다. ‘환경을 보호해야 할 환경부’를 질타하고 감사원의 감사내용을 공개하면서도 환경론자들의 주장은 상대적으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SBS는 98년 연말을 앞두고 ‘새만금 이대로 안된다’라는 시리즈를 통해 문제를 조목조목 분석하는 돋보이는 심층보도를 했다. 농림부가 농토로 사용한다는 계획에 대한 문제점과 토지이용의 타당성, 제2의 시화호로 전락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 심각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환경오염과 정치논리에 따른 개발의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내용까지 3회에 걸쳐 시리즈로 내보내 표류하는 국책사업을 제대로 대우해줬다. 아쉬운 점이라면 국민토론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환경론자, 전문가들의 견해를 모아 국책사업을 결정하는데 공론의 장을 제공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방송의 이런 책임방기가 5년이 지난 2003년에 와서야 ‘심층보도다 토론회다’ ‘3보1배’중계방송 등으로 나타난다. 뒷북행정의 표본이라고 언론이 비판한 국책사업을 방송 역시 ‘뒷북방송’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새만금 보도에 나타난 방송의 문제점(2000-2003.6)**

편의상 2000, 2001, 2002, 2003년을 따로 나눠서 살펴본다. 방송에서 어떤 내용을 어떤 관점에서 보도했는지 그 일관성 여부 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한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2000년, KBS는 정부의 행사위주 보도를 하고 있다. 독자적인 취재, 보도물은 보이지 않는다. 환경단체나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MBC는 환경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냈지만 그 수를 보면 역시 KBS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SBS의 경우 일관되게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며 ‘미래환경권 요구’ ‘갯벌을 돌려주세요’ 등의 소외된 목소리,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주장을 담고 있다.

■ 2001년은 새만금 공사가 중단된 지 2년2개월만에 공사재개를 결정한 전환기다. 이 시기에는 국무총리 산하 전문조사단이 구성돼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공사재개 여부를 두고 다시 한번 검토하는 기회를 가졌지만 ‘조사단장의 왜곡보고’ 등의 단순 사고성 보도만으로 넘어갔다. 역시 방송이 주관한 토론회는 찾을 수 없었다. 방송 보도 내용을 봐도 환경론자 입장과 개발론자 입장을 뚜렷한 기준도 없이 왔다갔다 하는 뉴스로 시청자를 오히려 혼란스럽게 했다. 가장 심한 방송사는 KBS였다.

■ KBS는 ‘새만금 결정 늦을수록 손해다’ ‘새만금, 150만명 1년 식량확보’ 등의 개발론자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보도를 하다가 ‘졸속 화옹지구 간척사업 갯벌만 파괴’ ‘무분별한 매립으로 생태계 파괴’ 등 환경론자의 입장을 지지하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새만금 개발 사업을 두고 공영방송 KBS의 일관성없는 보도모습은 오히려 저급한 상업방송으로 비판받고 있는 SBS와는 대조를 보인다.

■ SBS의 경우 ‘우리가 지켜요’ ‘거대한 무덤’ ‘새만금 사업, 진통예상’ 등으로 일관되게 환경보호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으며 미래에 있을 진통까지 예상하고 있다. 2003년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란과 법정대립을 보면서 어느 방송사가 더 정확하게 보도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 MBC의 경우 KBS보다는 정도가 덜하지만 원칙도 일관성도 없는 보도행태는 여전하다. ‘이대론 안된다’는 보도를 하면서도 별 변수가 없었는데도 2달여만에 ‘활기찬 새만금’이라며 개발론자 편에 서서 보도했다. 공사재개 결정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조사단장의 왜곡보고서 파문을 보면서 심층취재나 공개토론회 같은 것은 준비할 생각은 하지 못했는지, 방송사들은 새만금사업을 그저 사건위주로만 보도했다.

■ 2002년은 새만금 관련 방송보도를 찾을 수 없었다. 공사재개 이후 별 이론없이 진행되는 듯하던 새만금은 2003년을 맞으며 다시 사회적 논란과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마치 김대중 정부때 인수위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던 것처럼 다시 재검토에 들어가게 된다. 국책사업이 이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란에 휩싸인다는 자체가 처음부터 논의와 국민적 합의의 바탕이 없었던 원인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 새만금 보도는 ‘3보1배’라는 호재를 만나면서 각 방송사들은 앞다퉈 다뤘다. 세 방송사가 도합 10번에 걸쳐 ‘3보1배’를 마치 릴레이 중계방송 하듯이 보도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누가 탈진했고’ ‘어디까지 진출했고...’식으로 지엽적인 문제에 그치고 있다. 여전히 ‘3보1배’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그 과정에 대한 진지한 분석과 사업자체의 타당성과 논의는 부족했다. 다만 2003년에 와서는 각종 토론회와 심층보도를 통해 새만금 사업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은 과거 방송보도행태와는 달라진 점이다. 그러나 15여년 세월이 흐르고 물막이 공사마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토론과 심층보도는 전형적인 ‘뒷북방송’이라는 지탄을 면할 수 없다.

그러나 2003년의 방송의 역할은 과거와 크게 대조적으로 나타났다. 우선 새만금 사업에 대한 심층보도가 방송사마다 나타나는가 하면 시청자들을 위한 공론의 장을 앞다퉈 마련했다. 국책사업의 미래와 논란 등을 이해할 수 있는 배려를 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시청자 주권시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바른 방송의 역할, 진일보한 방송의 기능으로 볼 수 있다.

KBS의 경우 ‘시사포커스(5/30), 포커스뉴스 새만금 사업’을 심층조명했고 ‘생방송 심야토론(6/7), 새만금 간척사업강행해야 하나’를 편성했다. SBS의 경우 ‘물은 생명이다(2/21), 염재호 교수의 시사진단(6/8), 새만금 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등을 편성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새만금 사업에 대해 자세하게 보도했다.

방송사들의 이런 노력과 역할이 국책사업 결정과정이나 초기단계에 이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그동안 국책사업이 밀실에서 정부의 일방적 발표로 이뤄지는 관행이었지만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고 공론의 장을 만들어내는 것은 바로 방송의 기본적 책무다.

15년 동안 걸친 국책사업이 갈수록 논란과 파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두가지 잘못의 결과물이다. 그 첫 번째는 국책사업의 타당성과 당위성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논의도 거치지 않은 채 ‘정치논리’로 개발만 외친 노태우 정부라면 그 두 번째는 이런 불투명하고 정당성이 문제시 되는 국책사업에 대해 초기에 문제제기조차 못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공론의 장조차 제공하지 못한 공영방송사들의 직무유기부분이다. 더구나 공영방송사들은 기준도 원칙도 제시하지 못한 채 ‘개발론’과 ‘환경보호론’ 사이를 수시로 오가며 국민을 혼란시켰다. 대안을 제시하는 보도행태는 드물었다.

송사에 휘말린 국책사업 ‘새만금 개발사업’은 앞으로도 논란 속에 개발을 하든 중단을 하든 ‘국가적인 골치거리’가 될 전망이다. 방송이 87년 첫 보도를 하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21세기 희망’이라던 내용을 그대로 반복하면서 장밋빛 청사진이 21세기에 들어와서 정작 새만금이 ‘21세기 국민적 논란과 재앙’으로 변한 모습을 본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방송이 정권의 일방적 발표를 앵무새처럼 반복한 관행이 준 ‘21세기 새만금 현실’은 참담하다. 이미 개발목적이 ‘농토’라며 큰소리치던 농림부의 ‘무지와 무식/거짓말’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간단하게 부정했기 때문이다. 개발목적이 상실된 현실에서 다른 용도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또 다시 15년 뒤 새만금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비판과 논란의 도마에 올라올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한때 권력실세였던 박지원 문광부 장관시절 2000년을 맞아 2천억원의 국고를 지원해서 특정자치단체에서 ‘태권도 공원을 짓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어느 방송사도 신문사도 이 국책사업에 대해 문제제기조차 하지않았다. ‘예방저널리즘’은 없고 ‘뒷북저널리즘’을 답습하는 한국언론이 ‘뒷북행정’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각 자치단체마다 수십억원을 투자하며 유치에 열을 올렸지만 박 장관의 실각으로 ‘태권도 국책사업’은 사라졌고 수십개 단체의 수백억원은 헛돈을 날린 셈이 됐다. 장관 하나 바뀐다고 국책사업이 사라지는 현실에서 방송사의 역할이 고작 ‘장관발표 대서특필’식이라면 너무 가볍다. 그래서는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정부의 방송’ ‘무지한 방송’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번 새만금 사업에 대한 방송의 보도와 역할을 재조명하면서 결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국책사업을 더 이상 정부의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진행되도록 좌시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공영방송에서 국책사업에 관한한 반드시 토론회를 통해 심층분석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는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정치란 여론정치라는 사실을 공영방송은 항상 기억할 필요가 있다.

■ 국책사업의 토론 프로그램이 사업추진 과정이나 십여년 세월이 흐른 뒤에 뒤늦게 편성된다는 것은 국력낭비다. 정부가 먼저 이런 과정을 거쳐 국책사업을 정하는 것이 순리지만 때로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목적 때문에 정부가 은밀하게 국책사업을 정할 수도 있는 만큼 방송은 사업결정 전과 논의과정에서 토론과 심층보도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 정부의 개발논리에 방송이 일방적으로 끌려가고 있는 양상이다. 무조건 반대는 곤란하지만 특정 국책사업에 대해 반대논리를 펴는 시민단체나 환경단체 등의 소수 목소리도 반영하는 프로그램 편성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첫단추를 잘못 끼운 새만금사업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 방송사 스스로 국책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두고 일관성없는 보도로 시청자들의 혼란을 초래했다. 같은 국책사업을 두고 기자마다 시기마다 주장이 달라지면 국민의 판단 역시 혼란스러워진다. 방송사 자체적으로 국책사업에 대한 조사와 논의 등을 거친 원칙과 입장이 없기 때문이다. 방송사의 분명하고 원칙있는 자기입장 정리가 필수다.

■ 방송사의 책임있는 보도자세가 절실하다. 단편적 보도와 사건식 보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국책사업에 관한한 좀 더 심층적이고 입체적인 보도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반드시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이분법적인 찬성과 반대식의 방송은 기계적인 중립성은 지킬 수 있을지라도 책임있는 방송의 모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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