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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하는 방송, 반성 안 하는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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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하는 방송, 반성 안 하는 신문 <김창룡의 미디어비평>
‘반성을 하면 반성을 한다고 욕하고 반성을 안 하면 안 한다고 비판하고...’

조선일보가 문학평론가를 동원하여 KBS 신설프로 ‘미디어 포커스’를 비아냥거리고 있다. 박철화 문학평론가는 7월 1일자 조선일보 ‘아침논단’ 칼럼에서 ‘5년마다 반성문 쓰는 KBS'라는 제목으로 “...5년만에 또 시작이군!하는 냉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리고 그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경영자가 새로 취임할 때마다 방송사의 이런 고백은 관례적으로 반복되어 온 행사다...”라며 비난했다.

박씨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된 면피용 반성이 아니라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용기다.”라며 KBS의 자기반성을 면피용 반성 정도로 폄하했다. 말미에 가서는 “KBS가 정말 공영방송으로 거듭 나고 싶다면, 다른 방송사의 ‘미디어 비평’처럼 그것이 용비어천가의 경연장이 되지 않기를, 공영방송의 자기자리 찾기가 결코 또 다른 환멸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KBS는 박씨의 바램을 먼저 경청하고 이를 잘 수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KBS가 최선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조선일보나 박씨의 기대감을 과연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박씨는 MBC의 미디어 비평을 가리키며 간단하게 ‘용비어천가의 경연장’이라고 단정하고 있으며 KBS 미디어 포커스가 이제 첫 회를 내보낸 상황에서 ‘반성문을 쓴다’고 냉소를 보내고 있다. 박씨가 그토록 기대하는 ‘공영방송의 제자리 찾기’노력이 첫출발부터 냉소와 비아냥으로 얼룩진다면 결과적으로 ‘공영방송 죽이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박씨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다. 과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언론과 그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반성도 하지 않는 언론을 두고 어디에 먼저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가. 박씨가 ‘거액’을 받고 기고하는 조선일보야말로 KBS가 ‘땡전뉴스’로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며 국민을 기만할 때 마찬가지로 대대적인 지면을 할애해서 ‘전두환 영웅만들기’에 앞장서며 독자를 우롱한 신문이었다.‘운동이면 못하는 것이 없다’고 찬양했고 ‘육사의 혼이 키운 영웅’으로 지면을 도배질했다.

인권을 유린한 ‘삼청교육대의 현장’을 취재하면서도 조선일보는 ‘군사정권의 나팔수’역할을 했다. 멀리 5공화국을 이야기할 것도 없다. 수년전 ‘진효정, 송인혜’ 해외어학 연수생들이 영국에서 살해됐을 때 ‘마약을 복용한 것 같다’ ‘범죄조직단과 연루된 것 같다’는 무책임한 보도를 했다. 물론 연합뉴스를 인용했지만 최고부수를 자처하는 조선일보가 조금만 주의깊게 봤더라도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인권유린기사’를 걸러낼 수 있었다. 2003년 봄 영국 형사법원은 민박집 주인 김씨에게 종신형 선고를 내린 판결 어디에도 마약관련 이야기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조선일보는 사자(死者)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가족의 멍든 가슴을 또 다시 못질을 한 셈이 됐다. 조선일보 지면 어디에도 사과나 반성을 볼 수 없었다. 추후보도도 정정보도도 게을리 했다.

1년만이든 5년만이든 신문이든 방송이든 잘못한 과거가 있고 그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한다는 것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오히려 반성은커녕 과거를 회칠하며 ‘신문 그 이상의 신문’을 꿈꾸며 ‘대통령 만들기’로 노골적인 편파보도를 일삼는 언론권력에 대해 쓴소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KBS가 필요하다면 비판을 받아야 하고 잘못된 관행과 방송에 대해서는 언제든 시청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박씨의 쓴소리도 새겨들어야 한다. 그래서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박씨가 문학이 아닌 언론을 평론하고자 한다면 ‘KBS의 과거’처럼 ‘조선일보의 과거와 폐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똑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KBS가 5년마다 ‘반성문을 작성했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박권상 사장 시절에는 자기반성을 하려다 내부반발로 성사되지 못했다. 5년마다는 무슨 기준으로 어떤 근거로 만들어낸 것인가. KBS의 미디어비평이 시작도 되기전에 ‘용비어천가의 경연장’으로 예단하는 것은 조선일보식 논리의 비약이고 과장인가.

문학평론은 실체를 보기도 전에 상상으로 냉소와 비아냥이 가능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 미디어 비평은 현실과 실체를 보고난 뒤 사실관계확인과 분석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가능하다. 조선일보도 독자를 위해 반성하는 모습, 조선일보에 기고하는 칼럼니스트들이 조선일보의 과거에 대해 5년마다 아니라 10년마다라도 좋으니 냉소와 비아냥이 아닌 건설적 비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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