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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언론에 보내는 공개질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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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검찰과 언론에 보내는 공개질의서 <김창룡의 미디어비평>
검찰이 '부정한 검은 돈에 대한 전면적 척결'을 하겠다고 나섰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최근 전국특별수사부장검사 회의를 열어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가 받은 뇌물이 구속사건 처리기준을 기존의 5천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낮추고 뇌물을 제공한 기업주 등 부정부패사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단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훈시를 통해 "정치권의 불법적인 정치자금 수수나 공직자의 소위 '촌지' '급행료' 등이 더는 용인되지 않는 사회가 됐다. 이들 부정부패사범은 과거보다 한층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 엄중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언론은 보도했다.

검찰이 검은 돈을 차단하고 고위관리, 국회의원들의 부정, 비리를 엄단하겠다는 것은 온 국민이 바라는 희망사항이다. 국회의원들과 일부 고위관료들의 부정부패는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고 국민을 좌절시키는 단골메뉴가 됐지만 검찰이 제대로 처리하는 것 같지가 않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수사를 한다고 하면 의혹만 더 키우고 '1백억원 도난사건'이 '1백80억원'으로 늘어나고 도난액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은폐에 급급한 모습들은 정치권과 수사권이 얽힌 더러운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부정부패 사범을 엄단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한번 따져보자.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은 5천만원 이상의 뇌물을 받아야 구속하던 관례를 이제는 1천만원으로 하향조정하겠단다. 법을 집행하는 검찰이 법에도 없는 액수를 산정해놓고 구속, 불구속 처리기준을 삼는 것은 도대체 어느나라 법인가. 또 겨우 고친다는 것이 액수를 1천만원으로 낮춰서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의 비리, 부패에 따른 구속기준으로 삼는단다. 그러면 일반인의 뇌물은 어떻게 다스린다는 말인가. 법이 형평성을 잃게 되면 존재의 의미가 없어지는데...국회의원은 9백99만원까지의 뇌물은 받아도 되고 일반인은 안된다는 것인가. '한국사회 부패, 비리가 심하고 이는 근절돼야 한다'고 허구헌날 주장하는 언론이 이런 주장에 대해 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가.

외국사례를 한번 보라. 이스라엘의 한 정치인은 자신이 해명하지 못한 수십만원의 통장입금 때문에 정계를 떠나야 했다. 프랑스의 한 고위공직자는 비리에 연루됐다는 보도만으로 목숨을 끊어 결백을 호소했다. 세계가 대한민국을 손가락질하며 '부패공화국'이라고 비난하고 있는데 그 수사의 최고집행기관 검찰이 '비리엄단'을 내세우며 천만원 기준 운운하고 있다. 일반 국민은 이런 방침을 받아들이고 있는가, 언론은 이와 관련한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도대체 고위공직사회와 국회의원들의 비리, 부패가 어느 정도이기에 '5천만원, 1천만원'기준을 거론하고 있는가.
'그쪽 세계'를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일반 국민의 기준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비리액수다. 검찰이 부패한 한국정치 현실을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것인가 법적으로 봐주려는 것인가. 검찰의 개혁안이라고 제시하는 기준을 공론에 한번 부쳐보기를 바란다.

검찰과 법원이 잘도 입을 맞추는 생소한 법률용어 '떡값'과 '대가성이 없다'는 부분도 차제에 한번 논의해주기 바란다. 수천만원, 수억원의 뇌물을 '떡값'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혹은 정치자금 운운하는 곳은 대한민국 밖에 없다. 일금 수십 만원이 오고가는데도 사연이 없을 수 없고 대가가 없을 수가 없다. 댓가에 대한 감사의 물질적 표현이든 단순한 호의든 거액이 사과상자, 골프가방을 통해 오고가는데도 '대가성이 없다'며 부패커넥션을 외면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법집행과정을 보면서 어느 누가, 이 나라가 법치사회라고 믿겠는가.

검찰이 깨끗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모처럼 마음먹고 고위관료 구속기준액수를 내린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 사실을 검찰은 모르는가. 국회의원, 고위공직자들이 연루된 권력형 부패, 비리는 이 사회 단골메뉴다. 특히 권력이 바뀌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수백억원대 부패스캔들은 꼬리를 물고 터져나오고 있다.

'월드컵 휘장비리 사건' '현대비자금 150억원 사건' '1백억원대 도난사건 김영완게이트' 앞으로 얼마나 많은
전현직 국회의원, 공직자들이 줄줄이 부패, 뇌물스캔들에 연루돼 수갑을 차는 모습을 보게 될지 모른다. 국민은
차제에 부패한 정치인, 고위공직자들을 청소해주기를 기대한다. 1천만원 이하라는 이유로 국민을 배신한 직무유기, 배임죄를 범한 자들에게 관대한 처분이 내려지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수고한 검찰이 박수를 받아야지 냉소를 받아서는 안된다. 검찰은 고위공직자 국회의원처럼 파워엘리트들에게는 더욱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혜만 누리려는 권력집단들에게 법을 집행하는 검찰마저 솜방망이로 대응한다면 국민은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구속기준을 재고해주기 바란다.

언론은 사건이 발생하고 구속인사들이 행렬을 이룰 때나 '부패' 운운 하지 말고 검찰의 잘못된 잣대나 법에 없는
형집행을 하고자 할 때 문제점을 제시해야 한다. 언론은 검찰이 제시한 1천만원 구속기준 하향조정을 받아들이고
문제없다고 생각하는가. 수백만원대의 뇌물과 비리는 구속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도 문제가 없는가. 국민의 정서와 상식을 떠난 검찰과 국민의 여망을 담아내지 못하는 언론이라는 비판은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검찰과 언론은 다음의 질의를 보고 자성하고 해명해주기를 바란다.

-검찰은 왜 고위 공직자, 국회의원들에게는 구속기준 5천만원 이상을 1천만원으로 낮춰 적용하려는 것인가,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인가. 이왕 낮출 바에야 1백만원으로 낮추면 안되나. 그러면 모두 다 걸려드는가.

-이렇게 하면 무엇이 달라지며 어떤 기대효과가 있다는 것인가. 어차피 비리가 드러난 현역 국회의원조차도 '방탄국회' 때문에 구속시키지도 못하고 있는 현실아닌가. 여야 동료국회의원들이 비리의원 감싸는 모습을 이런 기준으로 처단할 수 있을까.

-고위공직자들과 국회의원들의 뇌물단가가 그동안 최소한 수천만원대에서 이뤄져왔다는 것인가. 그쪽이 그렇게
'물이 좋은 곳'이라는 설명인가.

-언론은 이런 검찰의 기준설정에 대해 그렇게 할 말이 없는가. 국민앞에 추상같은 검찰이 고위공직자, 국회의원앞에만 가면 작고 초라한 모습으로 변하며 구속기준 수천만원 운운하는데 대해 별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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