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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법익과 언론자유의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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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개인의 법익과 언론자유의 대립 <김창룡의 미디어비평> ‘대전법조비리사건’ 판결에 대하여
***I. 서론**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법익과 공공의 이익은 동시에 존중돼야 하지만 때로는 충돌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에 손을 들어줘야 한다. 이 경우 ‘비교형량의 법칙’에 따라 법원은 판결을 내리게 된다.

‘비교형량의 법칙’을 적용하는 데는 많은 요소가 고려된다. 올바른 여론형성을 위해 언론은 공적이해(公的利害)에 관계된 개인의 부정과 비리를 폭로하고 편견과 독단을 비판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로 허용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언론은 그 보도, 논평의 과정에서 그에 관련된 개인이나 단체의 명예, 신용, 성명, 초상, 프라이버시 등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박용상. 언론과 개인 법익.1997)

따라서 언론의 자유와 개인 법익이 충돌할 때 적용되는 일반적 법리는 주로 세 가지로 나타난다. 첫째 ‘침해 회피의 원칙’. 언론이 법과 관례에 따라 공적사항에 관하여 보도, 논평하는 것은 인정되지만 사적사항은 공공과는 무관한 사항이므로 언론은 개인의 사적사항에 대한 보도를 피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두 번째는 ‘조화적 병존’. 언론은 공공의 정보의 이익, 즉 알권리가 있는 경우에는 사적인 사항에 관해서도 보도를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충돌을 회피하기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충돌회피의 가능성이 없을 때 제2차적으로 고려하는 방법이 대립하는 이익 쌍방이 병존할 수 있는 타협의 방도를 추구하는 것이다.(사건보도의 이른바 익명보도의 원칙). 마지막으로 양자의 법익간에 우열을 가리는 ‘이익형량’(利益衡量)의 원리다. 이 이익형량에는 침해되는 법익의 크기 정도, 표현행위의 동기와 목적, 표현기법, 공공의 알권리 등 개별적 사건에 관계되는 총체적인 형량이 요구된다.(박용상 위의책)

헌법을 비롯한 각종 법규에서도 개인의 법익과 언론자유는 비슷한 무게로 그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인권 보장’, 헌법 제16조 ‘주거의 자유’ 헌법 제17조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은 대표적으로 개인의 법익을 보장하는 헌법조항들이다. 법률에서도 소년법 제68조(보도금지), 가사소송법 제10조(보도금지), 형법 제309조 (출판물등에 의한 명예훼손), 형법 제307조 (명예훼손), 민법 제750조, 제751조 등을 통해 개인의 법익을 보호하고 있다.(김창룡. 법을 알고 기사쓰기.1997).

이 글에서는 ‘대전법조비리사건’ 보도를 한 취재기자 및 팀장 4명에게 실형이 선고된 1심판결 케이스를 통해 개인의 법익과 언론자유에 대한 ‘비교형량의 법칙’을 살펴보고자 한다. 판사들의 고뇌에 찬 판결문은 존중돼야 한다. 기자들의 ‘빗나간 한건주의’는 어느 경우든 옹호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3심제를 채택하는 이유가 사법제도의 ‘인간적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 장치인만큼 법관의 1심 판결을 절대적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유사한 상황에서조차 상이한 판결이 나오고있는 현실인만큼 이 케이스도 법관의 시각이 아닌 학자의 시각과 논리로 재조명 해보고자 한다.

대전법조비리 보도 판결문 전문을 살펴본 후 핵심 쟁점을 세 가지로 나눠서 판단을 재고하고 법리를 적용해보고자한다.

1. 이종기 변호사의 명예와 국민의 알권리중 어느 쪽에 더 우월한 가치판단을 둘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2. 대전MBC 법조팀이 취재, 보도한 내용이 ‘사전에 이 변호사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느냐’ 여부의 판단이다.
3. 형법 제310조 ‘위법성 조각사유’ 적용 여부에 대한 판단이다.

***II. 쟁점 및 법리논쟁**

***1. 이종기 변호사의 명예와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가치판단**

이종기 변호사의 명예와 국민의 알권리중 어느 쪽에 더 우월한 가치판단을 둘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판결문은 '4. 명예훼손죄에 의하여 보호될 보호법익의 존부' 항에서,

"피고인들(기자들)은 이종기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사건을 수임하고 일부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공여한 사실 및 일부 판사 또는 검사에게 금품 및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졌으므로 이 사건 제1,2보도 중 일부가 허위라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훼손될 이종기의 명예, 즉 보호법익이 없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명예훼손죄에 있어서 보호법익은 사람의 인격적 가치와 그의 행위에 대한 사회적 평가로서,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이종기가 변호사 영업을 하면서 불법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되나, 허위로 보도된 부분의 내용, 중요성, 사회적 파장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은 사유만으로 형법에 의하여 보호받아야 할 이종기의 명예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변소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명시했다.

- MBC 보도로 드러난 변호사의 비리행위를 인정하면서도 재판부는 부분적으로 허위보도가 된 내용과 사회적 파장 때문에 ‘언론자유’보다 ‘이 변호사의 명예라는 개인법익’에 손을 들어줬다. 이 변호사의 명예는 언제든지 존중돼야 하지만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법원의 최종판결도 이 변호사의 유죄를 인정했다는 것은 보도의 내용 전부가 허위, 날조가 아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 그렇다면 재판부는 언론의 취재보도가 어느 정도 완벽하기를 기대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 한국적 현실에서는 취재기자에게 ‘수사권’도 ‘조사권’도 없으며 ‘정보공개법’도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더구나 ‘법조비리’는 ‘취재와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그동안 사실상 성역으로 존재해왔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 변호사가 이해관계에 있는 검사와 판사에게 뇌물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물론 이와 관련없는 판ㆍ검사들까지 도매금으로 ‘비리에 연루된 것처럼’ 인식된 것은 유감이다. 일부 과장과 허위사실이 있었더라도 전체적인 내용이 사실에 부합된다면 ‘언론에 대해 처벌을 자제해 온 것’이 대법원의 판례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 근간이 되는 언론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가치체계때문이다.

- ‘비리 변호사’의 명예보호가 국민의 알권리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형법에서는 허위든 사실이든 그 보도가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을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 경우도 재판부는 공공성과 공익성을 두고 가치판단을 해야 한다.

- 판결문 전체에 흐르는 내용을 보면 이 변호사의 명예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실상은 MBC 보도로 인해 ‘판사, 검사들의 권위와 명예가 실추된 점’에 대해 재판부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종기가 대전 지역 판사 및 검사들에게 비공식적으로 돈 또는 향응을 제공하였다는 사실의 적시 또는 이종기와 판사 또는 검사 사이의 유착관계에 대하여 단순한 의혹을 제기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이종기가 대전지역 판사 또는 검사에게 돈 또는 향응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자신이 수임한 사건에 대하여 부당한 특혜를 받는 이익을 누렸음을 구체적으로 암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 판결문은 “김지훈의 위 보도내용에는 이종기가 대전 지역 판사 또는 검사들에게 사건 알선에 따른 소개비 등을 지급하고, 불구속 처리 등 부당한 특혜를 받았다는 직접적인 보도는 없었으나...”라고 판단을 하면서도 ‘암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직접적인 보도가 없었지만 ‘암시했다’는 주관적 해석으로 언론보도에 올가미를 씌운 결과가 됐다.

- 따라서 판결문의 표면적 이유는 ‘취재보도의 자유’보다 ‘이종기 변호사의 명예보호’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대전지역 판사, 검사들의 명예보호’가 실질적인 목적이라는 판단이다. 판사들의 권위와 명예가 간접적으로 연루된 사건인만큼 재판부의 입장이 홀가분할 수 없다. 검사가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백 % 승소했다. 언론의 다소 과도한 보도가 있었다손치더라도 ‘법조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언론의 감시역할’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는지에 대한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과거 국민일보 김모 기자사건(1994), 중앙일보 예기자사건(1995), 국민일보 변모 기자사건(1998) 등에서 사문서절취나 허위인터뷰, 주거침입 등 명백하게 실정법을 위반한 사건에서조차 검찰도 법원도 법의 은전을 베풀었다. 이런 사건에 비하면 ‘대전법조비리’사건은 법의 위반정도가 비교되지않는다. 명백한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보도내용중 일부가 허위라는 사실만으로 실형을 선고받는다는 것이 과연 ‘비교형량의 법칙’에 어긋남이 없느냐는 반문이다.

***2. 사전에 비방할 목적이 있었느냐에 대한 여부**

대전MBC 법조팀이 취재, 보도한 내용이 ‘사전에 이 변호사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느냐’ 여부의 판단이다. 사전에 비방할 목적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에 대한 판단은 형법적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으므로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다.

형법 제309조가 규정하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비방할 목적’ 있어야 한다. ‘비방할 목적’이 없으면 신문 등 출판물에 의하여 타인의 명예가 훼손되었다 하더라도 형사상 무혐의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러나 민법상으로는 형법과 달리 ‘비방의 목적 유무’를 불문하고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의 명예를 해하는 사실을 공표할 경우 명예훼손이 성립하게 된다.(김창룡, 위의 책)

MBC 법조팀이 이종기 변호사를 ‘비방할 목적’ 있었느냐 여부는 형법을 적용시켜 실형을 선고하느냐 여부를 결정짓는 중대한 변인이다. 재판부는 ‘2. 비방할 목적의 존부’ 부분에서,

“...이종기가 자신이 수임한 사건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작성한 일일미제사건표, 미수금정산표를 입수하고서도 이 사건 제1,2보도가 방영된 1999.1 초순경까지 2개월 동안 이종기에 대하여 직접 취재하거나 위 자료에 나타난 관계인들에 대하여 취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 자료에 대하여 아무런 확인을 하지 아니한 채 소지하고 있었던 점, 피고인 고영성 역시...특종을 터뜨려보자며 피고인 서상일로부터 위 자료의 사본을 건네받은 후 피고인 강덕원에게 위 자료를 보고하였을 뿐 위 자료들의 진위여부에 대하여 별다른 확인을 하지 아니한 점, 피고인 김지훈은 피고인 고영성의 지시에 따라 당일 오후 이종기를 잠깐 만나 비밀장부의 존재여부, 사건 알선을 받았는지에 대하여 간단한 확인만을 하였을 뿐이고, 이종기가 판사 또는 검사에게 소개비를 지급하였는지, 소개비등의 지급을 통하여 자신이 수임한 사건에 대하여 부당한 특혜를 받았는지에 대하여는 아무런 확인을 하지 아니한 점, 피고인 강덕원은 1999.1 피고인 고영성으로부터 위 자료들의 존재에 대하여 보고받고...구체적 내용을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취재를 지시하지 않은 점, ...이종기가 판사 또는 검사에게 소개비를 지급하거나 자신이 수임한 사건에 대하여 부당한 특혜를 받았음을 나타내는 기재는 전혀 없었을뿐만 아니라...소개인으로 기재된 항목의 비용란에는 모두 ‘0’이라고 기재되어 있음에도...부당한 특혜를 받은 것처럼 보도한 점, 위 자료의 진위여부, 작성경위, 그 성격 등에 대하여 충분히 확인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비밀장부’ ‘비장부’ 등 불법행위를 바로 연상시키는 어휘를 선택, 사용하였고 그밖에 ‘알선’ ‘알선료’ ‘전관예우’ ‘검은 돈’ ‘요리하다’ ‘뒷거래’ 등...부정적 느낌을 갖기에 충분한 허위를 선택, 사용한 점을 종합하여 보면...이종기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변소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재판부는 입수한 자료의 확인취재 부실, 이종기가 판사 검사에게 소개비를 줬다는 기재내용이 없음에도 특혜를 받은 것처럼 보도한 점, 불법을 연상케하는 어휘를 사용한 점 등을 이유로 ‘사전에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여기서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는 대법원 판례와 ‘비방할 목적이 없었다’는 대법원 판례의 서로 다른 사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먼저 대법원에서 ‘비방할 목적이 없었다’고 인정한 경우. 대법원은 1996년 8월 23일 선고94도3191 판결에서 안기부에 의해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한 언론사에 대해 승소판결을 내렸다. 모대학 지방캠퍼스 총학생회장의 사망에 안기부 여직원이 관련된 것처럼 보도한 한 일간신문에 대하여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일간신문이 보도한 기사 가운데 일부가 나중에 허위로 드러났다. 그러나 대법원은 취재 당시 상황에서 기자가 허위부분을 진실이라고 믿었다는 점, 피고인이 일간지 기자인 점, 여직원의 성명을 특정하지 않고 ‘도 아무개’라고 기재한 점 등을 고려해서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 대법원 판결은 기자의 보도가 비록 훗날 허위로 판명나더라도 ‘취재 보도시점에서 기자가 진실이라고 믿었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명시하여 언론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주는 대표적 판례로 손꼽힌다.

- 대법원에서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한 경우. 대법원은 1989년 11월14일 선고891744 판결에서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화보특집용으로 엉터리 사진을 제공한 모씨에게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는 판결을 내렸다.

모씨는 한 시사월간지가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화보사진을 특집으로 싣고 싶다는 제의를 받고 자신이 간직하던 사진을 언론사에 제공했다. 그러나 이 사진은 1969년 6월16일 흑산도 대간첩작전에 참가해서 작전종료후 사살한 무장공비 및 노획물을 모아놓고 그 앞에서 기념촬영한 사진이었다. 모씨는 이 사진을 잡지사에 넘기면서 자신이 직접 광주민주화 당시 특전사령부 요원으로 광주에서 촬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함께 사진을 찍은 동료중 한 명이 이 사진이 광주민주화 운동과는 무관함을 주장하며 자신 역시 광주민주화운동과는 어떤 형태로든 참가한 바가 없다는 소송을 낸 것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사진을 언론사에 교부할 때 이미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며 명예훼손혐의가 인정된다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비방의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이처럼 사전에 ‘고의성’ 여부가 관건이 된다. 재판부는 MBC의 보도중 ‘일부가 허위’였고 ‘취재가 부실했다’ ‘불법을 암시하는 어휘’ 등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했지만 이 판단에 대한 반론의 근거는 이렇다.

재판부가 보기에는 ‘확인을 하지 않는 등 취재가 부실했다’는 부분에 대하여. 이런 내밀한 자료에 대한 확인취재가 어디까지 가능하다고 보는가. 문제된 판사, 검사가 이에 대해 해명 내지 설명해주리라고 예상하는가. 해당변호사가 적극적으로 해명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가. 취재기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장부의 존재여부 등에 대해서 확인한 것만 해도 기본적 취재는 한 것이다. 또한 이런 장부가 쉽게 기자들의 손에 입수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취재과정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타사 기자들에게 노출될 수도 있기 때문에 취재의 극비를 요구하는 사안이다.

또한 보도의 내용중 일부가 허위로 드러났다고 치더라도 보도시점에서 사실이라고 믿었다면 그 허위보도로 인해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이 위에 인용한 대법원 판례다. 사용한 어휘의 선택여부는 법조계를 바라보는 언론계 전반적인 시각의 문제이지 이종기 변호사 개인의 비방을 위해 의도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는 경우는 위의 대법원 판례에서 보듯이 명백하게 사전에 허위라는 사실을 알고서도 언론에 보도하는 경우에 형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받은 MBC 취재팀 전원이 이종기 변호사에 대해 사전에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이 변호사와 취재기자 및 팀장 4명과의 ‘이해관계’ ‘원한관계’ 등의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밝혀내야 한다. 이런 관계를 밝혀내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허위보도라는 사실과 부실취재라는 이유로 형법을 적용한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본다. 특히 피고인들이 일간지보다 더 신속성을 요하는 방송사 기자들이라는 점, 시간을 요하는 뉴스시간에 보도된 점, 법조비리고발을 통해 소문으로만 나도는 일부 변호사, 검사, 판사 사회의 정화를 유도한 점, 실제로 이 보도로 이변호사의 비리, 불법행위가 법원의 유죄로 최종판결이 난 점, 기자들과 이변호사 사이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었던 점 등을 보면 ‘사전에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는 판단은 상급법원에서 재고돼야 할 것으로 본다.

***3. 형법 제310조 ‘위법성 조각사유’ 적용 여부에 대한 판단**

재판부는 언론자유를 위해 존재하는 형법 제310조 '위법성 조각사유' 적용을 두고 이번 케이스는 면죄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판결의 구체적 내용은 '3. 위법성 조각사유의 존부' 항에서 아래와 같이 명시하고 있다.

"(1)형법 제310조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그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철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그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하여는 그 보도내용이 진실한 사실이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진실한 사실이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한 것임은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다.“

“(2)...이 사건에 대하여 보건대...이종기가 1992.8.5 검사직을 사임하여 변호사로 개업한 이래 수사 당시 대전지역에 근무한 판사 또는 검사 중 5명의 판사와 25명의 검사에게 명절 떡값, 휴가비 회식비 전별금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고 그중 일부에게는 술대접등 향응을 제공한 사실을 밝혀냈고, 그 후 이종기는 2001.2.2 대전고등법원에서 1994.2 하순경부터 1997.9 하순경까지 모두 202회에 걸쳐 알선료를 줄 것을 약속하고 일부 법원 및 검찰의 직원, 대전 지역 경찰관들에게 수사업무 및 수사보조업무와 관련하여 합계 640만원의 뇌물을 공여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선고 받았고, 이에 대하여 이종기가 상고하였으나 2002.3.15 대법원에서 상고를 기각하여 위 항소심 판결이 확정된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제1,2 보도내용 중 상당한 부분은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고 할 것이나...”

“(3)...‘대전지역 일부 판사 또는 검사들이 이종기에게 사건을 알선하고 그 대가로 소개비를 받았음을 암시하는 보도내용과 ’판사 또는 검사가 자신이 담당하는 사건처리에 있어서 이종기와 뒷거래를 하여 부당한 특헤를 주었다는 취지의 보도내용은 일반인이 이 사건 제1,2 보도를 접하면서 갖게 되는 관심의 주된 방향, 보도내용에 따른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제1,2 보도의 중심을 이루는 내용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이 부분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아니한 허위의 사실인 이상 이 사건 제1,2 보도가 단지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제1,2 보도중 범죄사실에서 지적된 부분이 허위의 사실에 해당하는 이상 피고인들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에 나아갈 필요없이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하여는 형법 제310조가 적용될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변소는 받아들일 수 없다.”

위의 인용내용상 (1)이라고 번호를 붙인 사항은 형법제310조에 관한 일반사항이므로 이견이 없다. (2)는 대전MBC의 이종기 변호사에 관한 보도중 사실로 확인된 결과 이 변호사가 법의 처벌을 받은 내용에 대한 인정부분이므로 역시 논란이 없다. 문제는 판결문의 (3) 부분이다. 보도의 (2)부분은 사실보도로 인정하지만 (3)부분은 허위의 사실에 해당하기 때문에 피고인들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에 나아갈 필요도 없다고 주장하는 부분이다. 판결문에서 적시하는 것처럼 보도의 내용이 주부분이 허위로 밝혀졌다고 하더라도 기자들이 취재, 보도 당시 사실로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가 먼저 조사돼야 한다. 형법 제310조는 ‘진실한 사실’과 ‘공공의 이익’이라는 두가지 전제조건을 갖출 것을 요구하지만 동시에 ‘상당성 원리’를 원용하는 것이 우리 법조계의 현실이다.

형법 제310조는 '위법성 조각사유'조항으로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다. '진실한 사실과 공공의 이익'이라는 두가지 조건만으로는 언론의 자유를 제대로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우리나라 법원도 일본의 판례를 원용하여 '상당성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상당성 원리'란 기자가 허위의 사실을 진실이라고 잘못 알고 그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법적 책임을 면하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런 상당성 원리는 1969년 일본 최고재판소 대법정에서 소위 '지지사건'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우리나라도 1988년 대법원(1988년10월11일 선고85다카29)판결에서 "형사상으로나 민사상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으면 위 행위에 위법성이 없다"고 명시했다. 이는 바로 언론자유의 소중함을 확인하며 언론자유의 중요성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소중한 법리로 인식되고 있다.

MBC기자들이 대전법조비리사건을 보도하면서 보도 당시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가 판단돼야 한다. 보도의 성격상 ‘공공성’을 부정하는 재판부의 주장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변호사의 비리커넥션을 밝히는 보도행위가 ‘공공의 이익’과 무관하다면 기자의 사사로운 특정변호사 인신공격으로 본다는 것인가. 부분적인 사실이 허위이기 때문에 형법 제310조를 적용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판결내용은 상급심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거꾸로 부분적으로 허위의 사실이 있었으나 본 보도로 인해 법조비리의 일부가 드러났고 법조계의 정화를 가져오는 공공의 이익이 있었으므로 형법 제310조에 의해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릴 수도 있는 사안이다.

***III. 결론**

본 사건은 비리 변호사의 명예와 언론자유의 관점, 사전에 비방할 목적이 유무에 대한 판단, 형법 제310조 적용에 대한 판단을 종합할 때 형법상 취재기자 및 팀장 등 4명 전원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언론계의 과장된 보도관행이나 불확실한 사실에 대해 충실한 취재를 하지 않고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 관행은 제동을 걸어야 하지만 실정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사이비 언론’과 관련된 사안도 아닌 내용에 대해 형법을 적용하여 응징한다는 것은 언론자유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만약 이런 법리를 적용한다면 고발이나 비리관련 보도 기자들은 앞으로 제대로 취재, 보도활동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언론의 사회감시역할에 대해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소결론1. 보도로 인해 법원에서 비리가 확인된 이종기 변호사의 명예가 국민의 알권리보다 우선할 수 없다. 이 변호사의 명예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법조비리에 대한 알권리가 우선하기 때문에 다소 허위내용이 있었다손치더라도 ‘취재의 사각지대’ ‘성역’으로 남아온 법조비리 보도에 형법을 적용하여 실형을 선고한 것은 지나치다.

소결론2. 대전MBC 법조팀이 취재, 보도한 내용이 ‘사전에 이 변호사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취재의 부실과 확인소홀은 사안의 특성상 취재의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이 변호사와 기자 4명에 대한 ‘이해관계’나 사전에 ‘고의성’ 등에 대한 인과관계를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

소결론3. 보도의 주내용이 허위의 사실이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에 나아갈 수 없어 형법 제310조 ‘위법성 조각사유’를 적용시킬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 논리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오히려 보도내용중 부분적으로 허위의 사실이 있었으나 본 보도로 인해 법조비리의 일부가 드러났고 법조계의 정화를 가져오는 공공의 이익이 있었으므로 형법 제310조에 의해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릴 수 도 있는 사안이다.

판사, 검사가 연루되지 않았다면 이번 법조비리사건에 대해 이처럼 가혹하게 형법을 적용하여 팀장과 취재기자 전원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여 범법자로 만드는 판결을 내렸을 것인가 반문하고 싶다. 재판부의 판결은 존중돼야 하지만 취재기자들이 열악한 취재환경에서 비리에 맞서 정의감과 사명감 하나로 ‘시대의 등불’ 역할을 하는 부분도 존중돼야 한다. 이번 사건이 언론에 주는 교훈은 과잉보도와 부실취재에 대한 경고다. 아무리 공익우선과 비리척결이라는 의지가 앞서더라도 그럴수록 더욱 확실하고 충실한 취재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 특종 욕심에 기사를 지나치게 키우려는 욕심을 자제하고 차분하게 접근하는 취재관행을 정착시키는 점 등이 강조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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