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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을 접으면서... <김창룡의 미디어비평>
이제 ‘김창룡의 미디어 비평’을 접고자 합니다.

먼저 그동안 애독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독자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또한 관점이나 가치관이 달라서 본의아니게 불편하게 감정을 상하게 한 독자들에게는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합니다.

제가 미디어 비평을 시작한 것은 오직 한마음이었습니다. 언론의 왜곡되거나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바로 잡고 좀 더 정확하고 성실한 취재, 보도를 할 수 있도록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보고자 했던 것이고 이것이 선진언론으로 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했던 것입니다.

첫 회, <'동아의 김두관 장관 검증' 비판인가 비방인가 '두번 만나본 김두관 장관'을 읽고/2004-03-15>를 시작으로 이것이 30회째니 적잖은 글을 올렸고 이 정도면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어느 정도 했다고 봅니다. 앞으로 더 많이 공부하고 또 연구하도록 하겠습니다.

돌이켜보면 인터넷 매체에 글을 올리면서 약 5개월동안 제 평생 들어야 할 비난과 욕을 다 먹은 것 같습니다. 물론 격려도 받았지만 격한 표현과 비난들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군요. 그러나 제 딴에는 공정하려고, 정치적 편향성을 탈피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것이라는 점은 강조하고 싶군요. 그래서 스스로 어떤 시민단체나 후원조직에 가입하는 것조차 거부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언론으로 인해 인권이 유린당하고 명예가 훼손돼도 법제가 미비하거나 사법부의 고무줄 판결 때문에 언론이 법을 무서워하지 않는 현실을 조금도 바꿀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언론 때문에 눈물을 흘리며 평생 언론을 증오하는 사람은 늘어나도 언론 때문에 인권을 보호받았다는 사람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언론이 정치권력화해서 자본주의 시장을 유린하고 법을 기만해도 적절하게 견제ㆍ감시할 수 있는 조직이나 기구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랑할 만한 신문이나 방송을 갖는다는 것은 그 나라의 민주화와 선진화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영국 국민은 BBC를 자랑으로 생각합니다. 일반인들은 BBC기자들을 신뢰하고 존경합니다. 블레어 정부보다 BBC를 더욱 신뢰한다는 영국 국민들의 여론조사는 이를 뒷받침합니다.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일개 지방지 수준을 넘어 세계의 엘리트 신문으로 손꼽힙니다. 그런 신문, 그런 방송도 완벽할 수야 없지만 적어도 신뢰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그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가지 사실만은 꼭 남기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민주주의를 시작한 영국이나 미국도 언론과 관련하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것과 유사한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언론자유를 강조하다 보니 인권침해나 명예훼손, 신용권 훼손 등을 막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나라들이 만들어 낸 것이 언론자유와 똑같은 무게로 개인의 법익을 법으로 보장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Punitive Damage)로 나타났습니다. 이 제도를 미국 모든 주에서 도입한 것은 아니고 이 제도 또한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언론보도를 신중하고 책임있게 유도하는 유효한 법제가 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이 제도 때문에 한 해 수십개의 중소 신문사가 문을 닫을 정도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란 언론자유를 보장하지만 그 자유를 남용하거나 오용해서 개인이나 조직에 심대한 피해를 입혔을 때는 ‘엄청난 액수의 돈’으로 보상하라는 제도입니다.

한국의 사법부가 마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한 것처럼 착각하도록 ‘판결같지 않은 판결’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김영삼 정부시절 한겨레 신문이 김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의 국정농단을 기사화했을 때입니다. 김씨는 명예훼손 소송을 했고 법원은 신속하게 1심에서 한겨레신문에 대해 ‘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통령도 아니고 대통령의 아들이 소송을 했는데도 명예훼손사상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을 지불하라고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일반인들이 아무리 억울하고 기가막히는 사생활침해, 명예훼손을 당해 민사소송을 제기해도 이겨봐야 변호사 수임료도 안돼는 기막힌 판결을 내리는 사법부입니다. 김씨의 판결을 보고 이땅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된 것으로 착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고뇌에 찬 판결은 김씨가 한보사건으로 눈물을 뿌리며 취하하는 바람에 없었던 것으로 잊혀졌습니다.

저는 사법부가 바로 서야 언론이 바로 설 수 있다고 봅니다. 법치사회에서 사법부가 언론의 횡포와 불법을 견제,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언론의 무소불위 행태는 막을 수 없습니다. 언론에 항의 한번 해보세요. 법대로 하라고 큰소리 칩니다. 문제는 법이 일반 서민의 편에서 개인의 법익을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법원은 판사나 검사의 명예만 건드리지 않으면 언론사, 언론사주에게 한없이 관대한 집단입니다.

말이 길어졌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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