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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지어전쟁과 미중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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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브래지어전쟁과 미중관계 윤재석의 지구촌 Q&A <45>
Q) 부시행정부 들어서 미국과 중국 사이가 삐걱거리면서 종종 갈등이 불거져 나오기도 하는 가운데, 최근엔 무역분쟁까지 비화되고 있는 것 같더군요.

<사진1> 지난 9월 중국을 방문한 존 스노 미 재무장관(왼쪽)이 원자바오 중국총리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A) 이른바 '브래지어 전쟁'이라고 해서 중ㆍ미간 무역 갈등이 불거진 것입니다.

최근 미국이 중국산 브래지어 니트웨어 나이트가운 등 섬유제품의 수입 증가율을 잠정적으로 7.5%로 제한하는 쿼터제를 실시하겠다고 결정하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제기된 갈등이죠.

중국 상무부는 지난 20일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이번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자유무역 및 차별 금지의 원칙을 위배했다"고 주장하면서 WTO에 제소할 수도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중국은 이날 주중 미국대사를 불러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미국산 콩, 밀 등 곡물 구입을 위해 시카고로 파견하려던 구매사절단의 방문을 취소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 조치를 취해 시카고 곡물시장이 한때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 압력에 부응해 미국산 자동차를 대량 수입하기로 하고, 보잉 항공기도 구매키로 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데도 이 같은 보호무역 조치를 취했다며 미국을 비난하고 나섰는데요.

중국은 여차하면 보유중인 미국 국채를 매각하는 등의 보복조치를 취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뉴스가 로열 뱅크 오브 캐나다(RBC)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세계 3대 미 국채 보유국인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미 국채를 투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 금융 및 외환 부문이 대혼란에 빠져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습니다.

<사진2> 서울애서 열린 패션쇼에 한 외국인 모델이 신형 패션의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나왔다. 최근 미-중간에 벌어진 '브래지어 전쟁'은 미-중간의 건강한 경쟁, 건강한 긴장을 시사하는 사건이라고 하겠다.연합뉴스

Q) 미국으로선 중국의 완강한 반응에 당황할 만도 하겠군요.

A) 도널드 에번스 미국 상무장관은 중국의 항의에 대해 "이번 조치는 장기적인 것이 아니며 고율 관세를 매겨 문을 걸어 잠그겠다는 뜻도 아니다"고 서둘러 사태 진화에 나섰습니다.

백악관측도 "이번 조치는 중국 제품의 수입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기업들에 경쟁력 회복에 필요한 일시적인 시간을 주자는 것"이라고 솔직한 입장을 밝혀 애써 화해를 시도하고 나섰습니다.

Q) 미국이 당초 섬유제품에 대한 중국제품 수입을 제한하겠다고 결정한 의도는 어디 있나요?

A) 표면상으로는 실업자 구제를 위한 조치라는 것이 미국측 주장입니다.

미국 섬유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섬유제품의 미국 공략으로 인해 1997년 이후 공장 2백50여개가 문을 닫아, 최근 3년간 이 부문의 실직자가 30만명에 이른다는 것인데요. 섬유업계는 2001년 이후 중국산 니트 의류의 수입 증가율이 2백80배에 달했고, 가운은 9배, 브래지어는 네배 가깝게 늘어났다는 수치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은 부시 행정부가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민심 다독이기를 위해 이같은 강수를 두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Q) 교역부문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이번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죠?

A) 통상압박 이전 한동안은 양국간 환율 논쟁이 쟁점으로 대두됐습니다.

지난 10월 30일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주요 무역상대국이 환율을 조작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을 제시하면서도 중국에 대해서는 보다 유연한 환율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여운을 남겼는데 이는 순전히 중국을 겨냥한 포석이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중국에 대해 위앤화의 달러화 페그제(고정환율제)가 지난 88년 제정된 환율조작 방지법과 관련해 이를 위반했다고 볼 만한 기술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환율조작국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리긴 했지만 페그제는 중국과 같은 경제대국에는 적절하지 않다면서 중국의 환율제 변경을 위한 외교적 압력을 지속적으로 가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습니다.

이 정도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미국은 그동안 중국에 대해 환율조작국이라는 누명을 씌워 엄청난 압박을 가해온 전력이 있습니다.

특히 지난 9월 18일 미 연방 하원에서 통과된 아시아 4개국의 '환율 조작' 대응 결의안은 우리나라와 일본까지 도매금으로 미국의 환율 인상 압박 대상에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Q) 환율조작국 누명씌우기는 어떤 의도에서 나온 걸까요?

A) 이 역시 선거를 의식한 부시 행정부의 민심 다독거리기 일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경제의 최대 현안중 하나인 고용 문제와 관련해, 미 제조업체들은 중국의 페그제로 위앤화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미국 제조 업체들이 경쟁력을 상실했으며 이로 인해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 2백70만개가 줄었다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따라서 페그제를 변동환율제로 바꿔 위앤화를 평가절상해야 한다는 것이죠.

Q) 미국이 중국에 대해 압박을 가하고 있는 이면에는 경제적 이유 말고도 근본적인 이유가 도사리고 있다죠?

A) 91년 소련 붕괴 이후 유일 초강대국으로 일극체제를 구가하고 있는 미국은 최근 중국의 발흥에 대해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이제 미국에 유일하게 대항할 수 있는 국민국가 체제는 중국뿐이기 때문이죠.

중국은 사스(SARS) 영향에도 불구하고 올해 8.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에도 계속해서 고속 성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정보센터(國家信息中心.SIC)의 보고서가 최근에 전망했는데요.

거기다 최근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 발사로 이제 우주 개발에서도 3위의 대국으로 떠오르는가 하면, 중국 인도 중앙아시아 5개국 등과 연대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에 강력히 대응하는 라이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처럼 아시아지역에서의 중국의 발흥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가 20일자에서 “날로 강해지고 있는 중국의 힘과 영향력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들을 보유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한 것입니다.

캔버라 소재 호주전략정책연구소의 피터 제닝스 전략프로그램 책임자는 “중국과 미국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힘과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경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이 같이 권고했습니다.

Q) 부시 행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까지 부르면서 경계하고 있는데요.

A) 지난 10월 2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ㆍ중정상회담을 통해 동반자로서 최대한의 예우를 해줌으로써 일단 불식되기는 했지만, 부시 행정부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여기고 있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부시는 빌 클린턴 행정부가 규정했던 ‘전략적 동반자(Strategic Partner)’관계를 파기하고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Strategic Competitor)’로 치부해 왔고 취임 후에도 이같은 입장을 견지해 왔죠.

결국 양국간에 긴장이 조성되었고 2001년 4월엔 하이난다오에 미국의 첩보기가 중국의 전투기와 충돌해 비상륙하는 불상사까지 발생하게 됩니다.

더욱이 미국은 외형적으로는 북한 등 불량국가들의 '핵+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미사일방어(Missile Defense)체제를 구축한다고 서두르고 있지만, 이것은 기실 중국을 겨냥한 것입니다.

한국-대만-일본-필리핀-괌으로 이어지는 전역미사일방어(Theater Missile Defense)체제로 중국을 포위하려는 전략인데요.

그만큼 중국은 미국으로선 신경쓰이는 라이벌이라는 얘기입니다.

Q) 그렇다고 중국을 마냥 적대시할 수만도 없지 않습니까?

A) 최근 중국의 부상과 함께 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입지와 인기가 올라가자 미국으로서도 할 수 없이 새로운 강자 중국과의 대결보다는 협력을 중시하게 됐습니다.

특히 부시 행정부 최대의 현안인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게 자리매김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유화제스처는 어쩔 수 없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미국의 이런 분위기는 21일 방콕에서 열린 미ㆍ중 개별 정상회담에서 더욱 분명하게 감지됐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후진타오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유인우주선 발사는 중국의 `역사적 승리'라고 축하했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성사시킨 후 주석의 노력에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실제로 12월 중순께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제2차 6자회담의 성사는 거의 전적으로 중국 측의 적극적인 거중조정의 산물이라는 점을 미국으로서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미국에 대한 중국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시스템도 그렇지만 지구촌의 역학 구도에서도 일극체제보다는 건강한 긴장관계가 조성돼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는 시스템의 조성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미ㆍ중간의 긴장 국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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