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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짜리 앉혀놓고 민족사관고 가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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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6살짜리 앉혀놓고 민족사관고 가라며…" ['사교육 중독', 이젠 빨간불] "사교육 상품 중 가장 악질이 선행학습"
-'사교육 중독', 이젠 빨간불
<1> "엄마가 말하길 제 꿈은 하버드대 편입이래요"
<2> 세계에서 가장 머리 나쁜 한국 학생들?
<3> 가정 경제 파탄내는 사교육 : 아이들이 진학하면, 엄마는 '알바' 뛴다
<4> '강남 불패' 신화 휘청?
<5> "나이 마흔에 잘려서 호프집 차리느니…"
<6> 부자동네 아이들이 서울대 진학률 높은 '진짜 이유'
<7> "영어유치원 10곳 생기면 소아정신과 1곳 생긴다"
<8> 현직 학원장의 고백 "애들이 수학 포기하는 이유는…"
<9> "영어 조기교육, 아이 말더듬이 만들 수 있다"

'선행학습이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물음은 이미 불필요해졌다. 초중고 학생의 78.2%가 수학 선행학습을 받고 있으며, 80.0%의 초등학생이 수학 사교육 진도가 학교수업 진도보다 1개월 이상 빠르다고 응답했다. 초등학생에게도 수학 선행학습이 필수 과정이 된 셈이다.

"'필수'가 된 선행학습, '인권 침해' 수준"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김춘진 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지난 21일 '전국 17개 사교육과열지구 선행학습실태'를 발표하고 선행학습 유발 원인 해소를 위한 제도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회를 가졌다. 이들은 "사교육 과열 지역의 선행학습 실태가 너무 심각"하다며 "초등학교 어린 나이부터 과도한 학습 노동에 시달리는 정도가 아동과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사교육과열지구로 알려진 서울(강남구, 노원구, 서초구, 송파구, 양천구), 경기(분당, 수원, 영통, 수지, 일산, 평촌), 인천(연수구), 대전(유성구), 대구(수성구), 광주(남구), 부산(금정구, 해운대구), 울산(남구)에서 초중고 학생 7087명과 학부모 406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대상 선정은 '2011학년 학업성취도 조사결과' 상위에 있는 초중고 각각 2개 학교씩 임의로 추출했다. 조사 내용은 주로 선행학습형 수학 사교육에 초점을 맞췄으며, 초중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영어 사교육에 관해서도 조사했다.

▲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

"선행학습 없이는 수업 못 따라간다"고 믿는 아이들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꼽히는 수학의 선행학습 의존도가 특히 높았다. 현재 수학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초등학생은 77.7%, 중학생은 81.8%, 고등학생은 75.1%에 달했다. '한 번 배운 내용이라 학교수업을 이해하기 쉬워졌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학생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학생은 1%대에 머물렀다.

특히 일주일에 사흘 이상, 하루에 두 시간 이상 수학 선행학습을 하는 초등학생 비율이 각각 65.9%와 53.1%에 이르렀다. 선행학습 비용은 한 달 평균 31만4000원으로, 교육과학기술부가 조사한 전국 평균 7만 원에 비해 4.5배 이상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학교도 선행학습을 사실상 교육과정의 일부로 인정했다. 중학교(45.1%)와 고등학교(54.2%)의 절반 가까이가 학생들이 수학 선행학습을 했다고 판단하고, 그에 맞춰 수학 진도를 나갔다. 공교육마저 사교육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또 중학생의 64.9%, 고등학생의 70%가 선행학습을 받지 않으면, 학교 수업과 시험을 따라갈 수 없다고 답했다.

인문계열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80%가 넘는 응답자는 '선행학습을 받지 않고서는 수능 수리영역 시험(수리 '나')을 대비할 수 없다'고 답했다. 자연계열 학생의 80%도 이에 수긍했다.

학원에 휘둘리는 학교, 선행학습 전제로 수업 진행

심문규 교육과학기술부 사교육대책팀장은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전제로 가르친다는 부분이 충격적"이라며 "이는 주객이 전도된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심 팀장은 "가장 큰 원인은 대학 입시 위주 교육"이라면서도 "변별력을 원하는 대학이 어떻게든 학생을 쉽게 뽑으려고 해왔기 때문에 숨바꼭질하듯 (이 같은 문제 제기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현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정책실장은 "'좋은 대학을 가려면 수학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상식이 됐다"며 "국문과를 가려고 해도 수학을 잘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정책실장은 "지나치게 어려운 학교 시험과 고교 입시, 대학 입시에서 유발된 측면이 크다"며 특히 "주요 대학 입시에서 상위권 변별의 도구로 사용되는 교과가 바로 수학(수리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 다중응답으로 현재 이용하는 사교육 형태를 물은 결과, 수학학원이 제일 많았으며 그 다음이 개인/그룹 과외 순이었다.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김춘진 의원실

선행학습은 필요악?

학부모와 학생들은 선행학습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 교육법이 올바르진 않다는 생각을 가졌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이 선행학습에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만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한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중학생 학부모의 63.7%가 수학을 '미리 배워두면 학교수업을 받는데 유리할 것 같다'고 답했으며, 절대다수의 학생(초등학생 93.1%, 중학생 86.3%)과 학부모(초등학생 89.6%, 중학생 83.4%)가 수학 선행학습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교육방법이 수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인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선행학습이 유용한 학습법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좋은 학습법이 아니라는 이율배반적인 가치관을 동시에 가진 셈이다.

"선행학습 효과 부풀려졌다"…"개념 이해 없는 문제풀이, 나쁜 줄 알지만…"

최상덕 학국교육개발원 미래교육연구 팀장은 "선행학습의 효과가 왜곡되고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며 "더 심각한 문제는 당장 눈앞의 효과라는 면에서 학부모들은 갈등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현직 학원장의 고백 "애들이 수학 포기하는 이유는…")

송인수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공동대표는 "선행학습이 이미 구조화됐다"며 학부모 입장에서는 "'반복학습과 문제풀이 방식의 선행학습을 안 하면 안 된다'라는 인식이 확고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송 대표는 그러나 "사교육 상품 중 가장 불량한 것이 선행학습"이라며 "이는 미래를 위한 상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관련 기사: "영어유치원 10곳 생기면 소아정신과 1곳 생긴다" )

▲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선행학습에 대한 정보를 '주위 학부모'에게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김춘진 의원실

"초중등 과정에서 하는 선행학습, 대입에도 도움 안 돼"

토론회 참가자들은 결국 대입에만 초점이 맞춰진 교육 과정이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초중고 교육이 모두 대학 입시에 맞춰져 있다"며 "학부모들 사이에서 '중학교 때 공부 안 하면 고등학교 가서 고생한다', '(입시) 공부는 중학교 때 해야 한다'는 정서가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선행학습이 중학교에서 초등학교로까지 과열된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선행학습하는 게 대입에 유리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6살짜리한테 '민사고 가야지' 강요"…"창의성 사라지고 학습노동만 남아"

이경자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 대표는 "'6살짜리 앉혀놓고 '너는 민족사관고등학교에 가야해'라고 닦달하는 부모도 있다"며 "대학 입시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초등학교에서도 과잉 선행학습이 만연해 창의적인 교육이 아닌 학습노동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결국 "학습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위해 학원비를 내야 하는 부모가 슈퍼마켓에서 일하느라 가정이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학교폭력의 경우 '관계'가 해결 요인으로 꼽히는 점을 생각하면, 과잉 사교육으로 학부모와 학생 모두 서로의 관계를 보살필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초중고 학생 17.8%(초등학생 13.9%, 중학생 20.2%, 고등학생 20.4%)가 하루에 4시간 이상 수학을 공부한다고 조사됐다.

'선행학습 금지법', 실효성 논란

하지만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내세우는 '선행학습 금지법'에 대한 견해는 신중했다.

배은주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대표는 "금지법을 만들면 규제를 할 수밖에 없는데, 단속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학원은 또 피해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배 대표는 "뒤처진 학습을 책임질 수 있는 대책이 나오면서 금지법도 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직 교사인 정병오 대표는 "전두환 시절, 과외금지법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과부 관계자인 신문규 팀장은 "학부모들이 선행학습이 당장의 학교 성적을 올리는 데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갈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송인수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공동대표는 "'효과가 있다는 인식이 있으므로, 막아서는 안 된다'라고 보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영어 사교육, 일단 어릴 때 시켜야 한다?

영어 사교육 경쟁도 심각한 지경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초등학생의 26.4%는 유아영어전문학원에서, 41.1%는 영어 학원에서 공인영어시험(토플, 텝스, 토익)을 대비했다고 답했다. 초등학생 열 명 중 한 명(11.5%)은 엄마와 함께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 다녀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어릴 때부터 영어 사교육에 투자하는 이유는 '일단 어릴 때 시켜야 한다'는 근거 없는 믿음 때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초등학생 학부모의 77.3%는 '영어는 어려서 배울수록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며 '남들이 다하니까 안 하면 불안해서' 시키는 학부모는 29.6%였다. '자녀가 영어를 재미있어해서' 영어 선행학습을 시킨다는 학부모 비율은 10.2%에 불과했다.

과도한 영어 선행학습 투자는 결국 입시 공부로 연결됐다. 조기영어교육 경험이 있는 초등학생의 34.1%는 외국어 고등학교, 국제 고등학교, 과학 고등학교, 과학 영재학교를 선호했다. 초등학생 단계에서 입시를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35.6%의 초등학생 학부모는 자녀가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를 원했다. 일반계에 비해 외고 등 특수목적고의 내신이 대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생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4년제 대학을 나온 부모일수록, 월 평균 수입이 높을수록 영어조기교육을 많이 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초중고 학생의 56.9%는 아버지가 4년제 대학을 졸업했다고 답했으며, 60.0%는 어머니가 4년제 대졸자라고 응답했다. 또 월평균 가계소득이 700만 원 이상인 초중학생 학부모 29.0%가 영어조기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영어유치원을 보내지 않는 학부모의 60.9%는 '6~7세 어린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것이 교육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협동', 경쟁보다 우월한 대안

"평등 교육이 더 '실용'적이다"
"'혼자 똑똑한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로마'만 배우는 역사 수업"

"명문대? 우리 애가 대학에 갈까봐 걱정"
의사와 벽돌공이 비슷한 대접을 받는 사회
"덴마크도 40년 전에는 '서열 의식'이 견고했다"

모두가 승리자 되는 복지제도
"아이들은 숲 속에서 뛰노는 게 원칙"
"노는 게 공부다"

영어 교육, '변방 엘리트'의 욕망부터 떨쳐내야
☞ "'묻지마 영어교육'…아이들만 멍든다"
"'콩글리시'는 '잘못된 영어'가 아니다"

"'오뤤지' 발음하면, 영어 잘 한다?"…'NO'
KDI "영어 사교육, '부의 대물림' 수단 됐다"
삼성 경제연구소 "'Globish'면 충분…연간 15조 영어학습비 줄여야"

"카이스트 100% 영어 강의는 미친짓이다"
집안 잘 살아야 SKY 대학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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