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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강남스타일'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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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강남스타일'은 위험하다 [데스크 칼럼]<32> 박근혜식 사이버 소통의 한계
"우리 사회가 병을 앓는 것 같다." 지난 주 출입기자들과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의 말이다. '숨겨진 아들설' 등 자신에 관한 네거티브 의혹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번지는가 하면 '박근혜 콘돔'이 포털사이트 상위 검색어에 오른 해프닝을 통틀어 '병'으로 진단한 것이다. 그는 "우리사회가 불신으로 험악하게 변해가는 것 아닌가. 흑색선전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나쁜 방향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두 차례의 기자간담회에서 공통적으로 한 얘기니 인터넷과 SNS에 관한 그의 어두운 인식은 꽤나 뿌리 깊게 각인된 걸로 봐도 무리가 아니겠다.

새누리당 차원에서도 SNS나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오가는 당과 박근혜 의원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파악하고 대처하기 위해 무려 96명의 디지털정당위원을 임명했다. '사이버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새누리당과 박 의원에게 온라인 공간은 복병과 지뢰가 도처에 깔린 전쟁터인 셈이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처벌, '2MB18nomA'라는 트위터 아이디의 접속 차단, '가카새끼짬뽕'이란 글을 트위터에 올려 재임용에서 탈락한 판사 사건은 모두 이명박 정부의 통제 만능주의에서 나왔다. 인터넷을 불온한 사람들의 집합소로 보고 통제와 처벌의 대상으로 여기는 점에선 박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며칠 전엔 '박근혜의 숨겨진 아들설'을 게재한 한 인터넷 매체 대표가 구속 직전까지 간 일도 있었다. 박 의원 측의 고소로 시작된 이 송사는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함으로써 간신히 한 고비를 넘겼다.

마침 인터넷 실명제가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받아 폐지됐다.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인터넷 실명제 폐지로 욕설과 비방이 난무할 것이라고 개탄하지만, 하루 수천만 건이 넘게 게시되고 있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토론과 댓글, 동영상을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설령 문제가 있는 정보라고 할지라도 사법 당국이 개입해 제한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소화되어야 한다. 게다가 인터넷 실명제는 현행법에도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비판을 옭아매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인터넷 실명제 폐지와 함께 박 의원의 입장이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은 박 의원이 2007년 자신의 미니홈피에 "익명으로 인한 역기능을 막고 깨끗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보탬이 되도록 모든 게시판과 방명록에 로그인을 하지 않고 비실명으로 글을 쓰는 것을 앞으로 제한해 나가려고 한다"고 쓴 글을 빌미로 입장이 뭐냐고 따져 물었다.

사문화 과정을 거쳐 폐지에 이른 인터넷 실명제에 관한 박 의원의 입장을 뒤늦게 추궁하는 게 무의미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과 SNS에는 반대파들의 악담이 판을 치고 그 가공할 확산력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병을 앓고 있다"는 단순 논법에 도달한 박 의원의 착각은 그의 집권시 제2의 인터넷 실명제와 같은 규제와 처벌 장치가 도입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우려스럽다.
ⓒ프레시안(최형락)

정치는 비합리적인 감성의 열기를 이성의 언어로 다뤄 나갈 때 묘미를 발휘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8년 대선 때 이슬람교도라는 악성 루머에 시달렸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과반이 아직도 오바마 대통령을 이슬람교도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사회적 병'이라고 했다거나 법으로 처벌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무슬림과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화해 선언을 한 오바마의 2009년 카이로 대학 연설이 아랍권 청년들의 가슴을 때려 민주화 혁명의 한 동기가 됐다는 게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의 분석이다.

사이버 세계에 대한 박 의원의 어두운 인식은 비판자들의 감성까지 수용해 정치의 언어로 매만지는 데에 이르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러다보니 이들과의 감성 소통이 번번이 벽에 가로막힐 수밖에.

박 의원은 어제 취약층인 '2030 세대' 공략을 위해 홍대거리를 찾았다.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난할 때는 산업을 육성해야 했지만 이제는 새로운 가치, 문화가 핵심"이라며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조회수가 5800만이 되고 세계적으로 패러디가 나오고 문화가 대단한 것 같다"고 했다.

박 의원이 거론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유튜브를 통해 지구적 히트를 쳤다.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지 40여일 만에 폭발적인 전파속도로 언어의 장벽까지 쉽게 건너뛰었다. 직설적으로 풀어내는 B급 가사와 제대로 망가지는 '말춤'을 정치인들이 따라하고 '초딩'도 패러디한다. 생겨날 때부터 자유롭고 계급장 없는 인터넷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부의 비판과 루머에도 불편한 반응을 보이는 박 의원이 이런 인터넷 소통 방식을 얼마나 이해하고 강남스타일을 말했을까? 유튜브가 지난 2009년 인터넷 실명제에 반대해 한국 사이트를 폐쇄했던 사실을 박 의원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인터넷에 바른 정보와 착한 언어만 유통돼야 한다는 생각은 순진하다. 현실세계에서도 근거 없는 소문이 떠돌고 나라님 비판하는 육두문자가 넘쳐난다. 하지만 이는 공론의 과정에서 걸러지고 정화되는 게 순리다. 막걸리 마시며 유신체제 비판했다고 민초들까지 잡아넣은 '막걸리 보안법' 시대가 오래 전 끝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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