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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반세계화 시위, 한국 농민들이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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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반세계화 시위, 한국 농민들이 주도 "전세계 농민들, '칸쿤의 이경해' 못 잊는다"
세계무역기구(WTO)의 홍콩 각료회의 개막일에 한국의 농민 등 시위대의 기세는 대단했다.

13일 오전 빅토리아 공원에 모인 1500명의 한국 민중투쟁단은 일본, 브라질, 인도, 필리핀 등 각국에서 모인 1000여 명의 시위대와 함께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다운 다운 더블유티오(Down Down WTO)", "꽁 이 싸이 무(WTO에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반 세계화 시위를 벌였다.

***한국 대표단이 시위 주도…사물놀이로 분위기 달궈**

이날 한국 시위대는 빅토리아 공원의 한켠에서 '이경해 열사 추모식'을 갖고 '농민가',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부르면서 꽹과리, 북, 장구 등을 들고 사물놀이를 벌여 분위기를 달궜고, 중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 대표단은 각기 자국의 언어로 개사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도 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소속 농민들이 WTO를 상징하는 상여를 메고 집회장에 입장해 눈길을 끌었으며, 전농 전북도연맹은 시위대 전원이 장구를 마련해 와서 쳐대기도 했다.

정광훈 단장은 "전세계 민중이 주도하는 반세계화 운동은 특히 한국의 농민과 노동자들이 이끌고 있다. 한국이 앞장서서 꿈이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금순 전여농 회장도 "현재 많은 농민들이 죽고 있지만 죽어야 할 것은 농민이 아니라 WTO"라며 "자본이 아닌 희망을 세계화하자"고 주장했다.

***"이경해의 희생은 전세계 농민을 위한 것"**

이어 세계적인 농민단체인 비아캄페시나의 각국 대표들도 차례로 단상에 올랐다. 태국 대표단은 "발언하기 전에 우리의 동지이자 영웅인 이경해 열사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의 희생은 한국 농민의 것만이 아니라 전세계 농민을 위한 것"이라고 추모하기도 했다.

또 브라질 대표단은 "지난 10년 사이에 브라질에서는 100만 농가가 길바닥으로 내몰렸다"며 "자유시장은 전혀 자유롭지 않다. 다국적 농업의 통제 하에 신음하는 전세계 농민들이 저항해서 직접 식량주권과 토지개혁에 대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1시 40분경부터 빅토리아 공원에서 행진을 시작한 시위대는 각료회의장인 컨벤셔센터 옆 완짜이 항구까지 2시간에 걸쳐 행진을 벌였으며, 행진 중 폴리스 라인 옆에 배치된 홍콩 경찰과의 충돌은 없었다.

한편 한국 농민은 130여 명이 형광생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들어 해상시위를 벌여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며, 물에 들어갔던 한 농민이 저체온증으로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완짜이 항구에서 회담장 주변을 봉쇄한 경찰과 경미한 밀고당기기를 하던 한국 시위대 중 몇몇은 홍콩 경찰이 쏜 최루액을 맞고 쓰러지기도 했다.

***비아캄페시나 온두라스 대표 "한국 농민들에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다"〈박스기사〉**

전세계 2억 명의 농민 회원을 가진 '비아캄페시나'의 온두라스 대표인 라파엘 알레그리아(Rafael Alegria) 씨를 만났다. 그는 "농민의 상황은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는 물론 유럽의 농민까지 모두 똑같다"며 "그게 우리가 여기에서 단결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프레시안〉: 그러나 유럽 정부는 자국의 농민들에게 엄청난 양의 보조금을 주지 않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농민들의 상황이 다를 것 같은데?

알레그리아: 그렇지 않다. 유럽 농민의 20%만이 정부보조금을 받는다. 수출을 하는 큰 규모의 산업농 외에 80%의 소농들은 굉장히 힘들다. 지금 세계에서는 어느 대륙을 막론하고 두 가지 농업시스템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하나는 지속가능한 친환경적인 농업으로 건강한 음식을 생산하는 소농에 기반한 시스템이다. 이들의 주된 목적은 그들의 가족들이 먹을 식량을 재배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 지역 차원의 잉여, 아무리 넓어봤자 국가 차원의 생산을 한다.

다른 하나는 상업적 수출을 위해 대규모로 생산되는 기업적 농업이다. 이들은 경쟁과 효율을 제일로 생각하고 경쟁적으로 땅과 환경을 오염시킨다. 이 시스템을 WTO가 지지하고 있으며 WTO는 네슬레, 맥도날도, 몬산토 같은 큰 회사들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WTO에 반대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기업적이고 산업적인 영농이 지금 전세계에서 훨씬 우세하지 않나?
알레그리아: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 나는 지금 첫 번째와 두 번째 시스템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음식과 음식에 대한 생산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 즉 인권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은 상품이 아니고 시장의 문제가 아니다. 식량에 관한 시장은 규율되고 조정되어야 한다.

〈프레시안〉: 한국 농민들은 한국 정부가 자국의 농업과 농민을 보호할 의지가 없다고 비난한다. 온두라스의 경우는 어떠한가?

알레그리아: (웃으며) 한국과 똑같다. 온두라스 정부는 '자유무역을 하고 시장을 개방해야 IMF와 세계은행에 지고 있는 빚을 갚을 수 있고 우리가 잘 살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국가가 자국의 농업정책을 정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또 농민들은 공정한 가격을 요구한다. 다양성을 보존할 수 있게 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가격 말이다.

〈프레시안〉: 홍콩 회의가 지난 칸쿤 회의처럼 실패할 거라고 보는가?
알레그리아: 실패(fail)라는 단어는 적절치 않다. 농업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서비스 협상이나 비농업 분야에서 특히 유럽과 미국이 아주 작은 합의라도 하게 된다면 문제가 크다.

〈프레시안〉: 당신이 생각하는 정당한 농업정책이란 무엇인가?
알레그리아: 농민들에게 토지와 물(관개용수)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다. 두번째는 농부에 대해서나 소비자에 대해서나 농산물의 정당한 가격을 보장하는 것이다. 세번재는 농민들이 사채 부담으로 고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보증하는 융자(loan)를 제공하는 것이다. 더불어 소비자들이 '정크푸드에 대한 거부의식'을 확실하게 가졌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더 하고 싶은 말은?
알레그리아 : 나는 한국 농민들에게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다. 칸쿤에서 있었던 이경해 씨의 자결은 다른 농민들과 사회 전체를 위한 희생이었으며, 농민이 당하는 고통의 상징이었다. 투쟁하던 그의 모습에 대한 기억은 늘 내 가슴 속에 있다. 전세계 농민들은 그를 잊지 못한다. (머리 위로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며) 그는 마치 우리를 지켜주는 수호천사 같다. 그러나 이경해 씨를 죽게 만든 상황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3~4년 동안 수천 명의 인도 농민들이 자살했다. 한국에서도 자살하는 농민들이 적지 않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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