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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여성들을 울부짖게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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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여성들을 울부짖게 만드나 "거리로, 이주노동자로, 유곽으로…우리는 더이상 쫓겨나기 싫다"
인도 농민 추키 나준다스와미 씨는 증언했다. "WTO 체제가 시작된 1990년대 중반부터 농토를 떠나야 했던 여성들로 인해 인도의 성매매 산업이 급격히 팽창했다"고.

인도네시아 여성 농민 에르니 칼티니 씨는 고발했다. "생산량 증대라는 미명 하에 매년 더 많은 제초제와 농약을 뿌려야 하는 농민들이 암과 같은 질병에 더 많이 걸리는 것은 물론 생식기능까지 위협당하고 있다"고.

일본 농민 노다 사치코 씨는 호소했다. "새벽부터 밤까지 뼈빠지게 일해도, 더 많은 기계를 사들여도 거대 기업의 농산물과는 경쟁할 수 없었고, 손에 남는 수입도 없었다"고.

태국 농민 유케 칼리나 씨는 의지를 다졌다. "우리가 지금 WTO 체제에 맞서지 않으면 계속 이주노동자로 떠돌거나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기 위해 농토를 버려야 할 것"이라고.

프랑스 농민 조지에 리퍼드 씨는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우리들의 모습 하나하나는 연대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로 하여금 다시 깨닫게 한다"고.

미국 농민 데나 호프 씨는 독려했다. "이 고통을 끝내기 위해서는 집 안에 앉아있어서는 안 되고 집 밖으로 나가 싸워야 한다"고.

한국 농민 손애진 씨는 다짐했다.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WTO가 우리의 삶에서 물러날 때까지 우리 여성들은 결코 죽지 않을 것"이라고.

***세계 여성 농민들의 너무나 비슷한 '곤경들'**

15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비아 캄페시나가 주최한 '세계여성농민대회'에서 터져나온 아우성은 놀랍게도 아주 비슷했다.

한국 농민들에게 농산물시장 개방 압력을 가하는 나라로 비쳐지고 있는 미국에서 온 농민도, 보조금의 천국이라는 유럽에서 온 농민도 한 목소리로 농기업들이 덤핑수출하는 농산물을 저가로 공급해야 하는 데 따르는 고통을 호소했다. 또 일찍이 쌀 품종 개량에 성공했고 농외수입도 다양하다는 일본에서 온 농민도 나날이 늘어가는 빚에, 적은 농가수입에 짓눌려 있었다.

특히 여성의 60~70%가 농업에 종사하는 동남아시아에서 온 농민들은 한결같이 농산물시장이 개방체제로 바뀐 뒤에는 소농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던 모든 생산조건과 생활기반을 박탈당해 농업기업에 고용되지 않고는 삶을 이어가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이주노동자가 되거나 성매매 일에 나서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정책을 만들 권리는 우리에게 있다"**

인도에서 온 추키 나준다스와미 씨는 "우리는 저 컨벤션홀 안에서 벌어지는 WTO 각료회의 결과에 따라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를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정책을 만들 권리는 당사자인 우리에게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의 노다 사치코 씨는 "그러나 이 어려움에도 우리가 농산물을 생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농민이 아니다"라며 "여기에 와서 내가 별개의 존재가 아니구나 하고 느꼈고, 당신의 희망이 내 희망이고 내 희망이 당신의 희망임을 깨달았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들은 토론회가 끝난 뒤 각료회의장인 컨벤션홀이 있는 완짜이 항구까지 행진했다.

농토를 떠나지 않고 먹고 살 정도로만 농사를 지을 수 있으면 족하다는 소박한 생각을 가진 여성 농민들을 이렇게 울부짖게 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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