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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천국' 홍콩의 진실 알려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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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천국' 홍콩의 진실 알려줘 고마워요" 홍콩시민들의 편지…원정 농민들 "한국선 경험 못한 반응"
"홍콩 시민들은 불공정한 세계무역기구(WTO)에 맞서서 싸우는 시위자들을 지지합니다. 세계에서 온 여러분들, 홍콩에 와줘서 감사합니다. 당신들로 인해 많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많은 홍콩 시민들이 17일 밤부터 18일 새벽까지 이어진 격렬한 시위에도 한국의 농민 등 반세계화 시위대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았다.

***시위를 보며 자신들의 삶 '성찰'하는 홍콩 시민들**

일부 홍콩 시민들은 시위대의 '불법 행위'를 비난하기는커녕 시위 현장을 떠나지 않고 같이 최루탄 가스를 마셔가며 대신 나서서 경찰에 항의하기도 했다.

〈사진 1〉〈사진 2〉

한국 시위대의 삼보일배가 홍콩 시민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지만, 그들이 시위대를 단순히 '진기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집단으로만 여겼던 건 아니었다.

WTO에 항의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인 시위자들의 절박한 외침은 '99% 도시인으로 이루어진' 홍콩의 시민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삶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된 듯했다.

***"당신들은 우리에게 '쇼핑 천국의 진실'을 알려주었다"**

일부 홍콩 시민들이 시위자들에게 건넨 '세계의 친구들에게 드리는 우리들의 감사 편지(A thank you letter to our international friends)'는 이렇게 시작한다.

"세계에서 온 여러분들, 홍콩에 와줘서 고마워요. 먼 곳에서 달려와 당신들이 들려준 삶의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이 '쇼핑 천국' 홍콩이 실은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들의 피와 땀 위에 지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사진 3〉〈사진 4〉〈사진 5〉

이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17일 시위는 뭔가 달랐다. 많은 홍콩 시민들은 시위자들에게 물과 간식을 건네거나 같이 사진 찍기를 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글을 써넣은 피켓이나 북 등을 들고 나와 직접 시위에 합류했다.

〈사진 6〉〈사진 7〉〈사진 8〉

'지지 단식'도 있었다. 홍콩 중문대 학생과 영남대 학생 등 5명은 완짜이 항구에서 사흘 동안 반세계화 시위대를 지지하는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날 기자가 빅토리아 공원에서 만난 영남대(Lingnan University)학생들인 데이지 주, 제이 찬, 캐슬린 한은 "한국 농민들로부터 왜 자신들이 여기까지 왔고,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들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홍콩에서 보지 못하는 것들을 알려준 그들에게 감사와 지지를 표시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홍콩 언론들, '삼보일배' 계기로 호의적 기사 쏟아내"**

이들은 홍콩 시민들이 시위대에 뜨거운 관심을 갖게 된 요인 중 하나로 '홍콩 언론의 보도'를 꼽았다. 언론에서 한국인 시위대의 삼보일배를 계기로 시위뿐 아니라 세계 농민의 삶에 대한 수많은 기사를 쏟아내면서 시위대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이해가 깊어졌다는 것이다.

〈사진 9〉〈사진 10〉

그러나 홍콩 케이블TV 기자인 륭와이체 씨는 홍콩의 시민의식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나도 기자이지만 언론이 구체적인 정보를 주지는 않았다. 그냥 어디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했다는 파편적인 정보에만 집중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홍콩 시민들이 직접 관심을 갖고 스스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스스로 시위자들을 이해하려고 진지하게 노력했기 때문에 이렇게 지지하는 태도를 보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상시위, 삼보일배, 촛불시위, 풍물패 공연 등 한국인들이 구사한 다양한 시위방법에 대해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그는 '쉬는 날'임에도 "홍콩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위자들에게 나의 '연대'를 표시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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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도시인의 연대' 느끼고픈 농민들**

한국에서 온 농민 김주일 씨는 "반응이 이렇게 좋은데 한국에서도 진작 삼보일배를 해볼 걸 그랬다"는 기자의 말에 "허허…. 한국에서는 경찰이 우릴 가둬놓고 꼼짝도 못 하게 하는데 삼보일배를 어떻게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홍콩 시민들의 뜨거운 지지에 마냥 즐거워 할 것만은 아니라는 심경이 묻어났다.

정작 한국에서는 농민들이 아무리 시위에 나서도 이번 홍콩에서처럼 "우리에게 농민은 소중한 존재이고, 그들 없이는 도시인의 삶도 가능하지 않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지지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부안군 농민회의 김성곤 씨는 "홍콩 시민들의 지지에 마음이 푸근하긴 하지만, 뭐라 표현하기 힘든 미묘한 기분이 든다. 농민들이 여기 와서 몸이 부서져라 싸우고 외치는데, 한국의 한 일간지는 정부가 홍콩에 시위하러 가는 농민들에게 뒷돈을 대줬다는, 말도 안 되는 의혹을 제기하지 않나, 한 국회의원은 농민 350만 명 중에 진짜 농민은 100만 명밖에 안 된다는 소릴 하지 않나…. 정말 가슴이 찢어진다"고 털어놨다.

홍콩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지지를 한몸에 받은 한국 시위대는 홍콩 각료회의 폐막일인 18일부터 하나둘 다시 '싸늘한' 고국으로 돌아간다.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들이 세계적 맥락 속에서 우리의 농업을 살리고 반세계화의 기치를 다시 들기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마련할지 궁금하다. 부쩍 성장한 한국 농민운동의 대응이 주목된다.

〈사진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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