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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베스트셀러 작가란 호칭이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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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젠 베스트셀러 작가란 호칭이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02/24]〈사랑 후에 오는 것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작가 공지영씨
요즘 서점가에서 공지영씨의 소설이 두 권이나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 88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우리시대 대표적인 여류소설가 중의 한 명인 소설가 공지영씨..

혹자는 공지영씨의 소설이 읽히는 이유를, 누구보다도 시대에 밀착해서 대중적 화법으로 386세대의 고민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는데요.

학생운동과 여성문제를 넘어서, 최근에는 사형제도 존폐에 대한 의견까지.. 사고와 소재의 폭을 넓혀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소설가 공지영씨..

집중인터뷰 오늘은, 최근 서점가에 불고있는 공지영 신드롬..이유는 무엇이고, 한국문학이 한국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소설가 공지영씨와 함께 합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소설가 공지영씨입니다.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공지영씨는, 1988년 계간지 〈창작과 비평〉에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 〈인간에 대한 예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고등어〉, 〈봉순이 언니 〉등의 소설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박인규 : 공지영씨, 안녕하세요?

공지영: 네. 안녕하세요.

박인규 : 우선 축하라면 축하를 드리고요.

공지영: 네. 감사합니다.

박인규 : 두 권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어요? 하나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라는 책과 또 하나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책인데요. 이 책은 작년에 나온 책인데 20만부 가량 팔렸다고 들었습니다?

공지영: 네. 거의 1년이 다 됐습니다.

박인규 : 이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이라는 책은 제가 알기로는 한겨레 신문에 연재했던 작품인데 약간은 특이한 구성이라고 할까요?

공지영: 일본작가와 제가 한국여성과 일본남성의 시각에서 같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런 구조로 되어 있는 소설입니다.

박인규 : 그러면 공지영씨께서는 한국여성의 시각으로 글을 쓰시고 츠지 히토나리라는 일본 작가는 또 나름대로 글을 쓰시고..혼자 쓰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이 있었을 거 같아요?

공지영: 그렇죠. 원래 소설 창작이라는 것이 완전히 혼자만의 작업인데 이런 경우에는요. 그 분과 계속 의논을 하고, 협의를 하고, 서로 양해 아래 소설을 써야 했기 때문에 재미있기도 하고 한계도 있었고 또 한 편으로는 굉장히 많은 도움도 받고 그런 면이 있었습니다.

박인규 : 쓰는 과정에서 츠지씨와는 계속 논의를 하신 겁니까?

공지영: 네. 이 소설을 쓰기 2년 전부터 서로 준비를 했었고요. 쓰는 과정..연재가 끝나는 날까지 메일이 1천여 통이 오고 갔습니다.

박인규 : 그럼 그분과 이런 새로운 구성을 가진 그런 책을 써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라고 할까요? 배경이 있었을 거 같은데요?

공지영: 글쎄요. 보통 일본에서는 남자와 여자, 스승과 제자 이렇게 문학적인…. 어떤 양쪽에서 똑 같은 이야기를 주고 받는 이야기의 한 형식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다른 나라에는 없는 독특한 양식인데요. 츠지 히토나리씨는 한 8년 전 경서부터 에쿠니 가오리씨와 '냉정과 열정사이' 라는 소설뿐만 아니라 에세이도 주고 받고 있고..굉장히 밀접한 문학적 활동을 함께 하고 있는 거 같아요. 츠지 히토나리씨는 지금 현재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고 있는데 그분이 프랑스에서 훼미나 상이라는 외국인과 프랑스인에게 주는 굉장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인데 그분이 그 상을 받게 되면서 프랑스 문단에 알려졌던 모양이예요. 그런데 어느 프랑스 여성 작가가 와서 '냉정과 열정사이'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면서 프랑스인인 나와 함께 그런 작업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의를 했었대요. 츠지씨가 처음으로 '아, 외국인과도 그런 생각을 해 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한국의 여성작가와 일을 해보고 싶다..해서 한국 출판사 쪽에 의뢰를 해서 작가를 찾기 시작했는데… 제가 그 작업에 함께 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츠지씨가 한국음식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한국식당을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을 가족과 함께 간다고 하던데요. 그곳에 아르바이트 하는 여대생이 츠지씨의 한 살 된 아이를 그렇게 잘 봐주고 굉장히 고맙게 해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여대생에게 지나가는 말로 '내가 한국 여성작가와 함께 연재를 해보려고 하는데 누가 제일 좋겠냐..' 고 하니까 그 여대생이 아마 제 소설을 굉장히 좋아하시는 분이셨나봐요. 저를 적극 추천하게 되어서 츠지씨가 한국에서 저를 수소문해서 찾아오시게 된 거죠.

박인규 : 이 소설이 그러니까 공지영씨 부분은 또 하나의 작품이 되고 츠지씨의 작품도 또 하나의 작품이 되고 그런 것이죠?

공지영: 하나의 두 사람에게 일어난 사건을 두고 여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책이 한 권이고 남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책이 한 권이고 그렇게 되는 거죠.

박인규 : 그 작품을 하시면서 아무래도 한국과 일본이라는 나라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사고방식이라든가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라든가, 상당히 비슷하면서도 다를 것 같은데요. 어떤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을 느끼신 것은 없습니까?

공지영: 요즘에 제가 세계에 나가보면 똑같은 것들이 많기 때문에 일본에 가서나 일본분과 작업 하면서 거의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어요. 오히려 제가 동시대인으로서 동질감 같은 것들을 더 많이 느꼈고요. 외국인의 비슷한 나이가 우리나라의 열 살 차이 위로 나는 분보다 훨씬 차이가 덜 나는 것이 요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제가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과 만나면서 그 나라의 그 사람의 특징을 그 나라의 특징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조금 위험한 일이기도 하고 아마 저희 세대 이후에는 인터넷을 접하거나 헐리우드 영화를 보고 커피를 마시는 이 세대들은 거의 언어 외에는 앞으로 거의 차이가 없는 세대가 아닌가..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15만부 이상으로 책이 팔린 것으로 얘기를 들었는데요. 이렇게 한국 젊은이들이 많이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공지영: 글쎄요. 제 생각에는 지난 20여년 동안 젊은이들이 갈구하는 어떤 사랑에 관한 소설들이 국내에서 거의 출판되지 않았습니다. 20년이면 제가 데뷔했던 시기와 거의 같은데요. 사실 사랑이라는 것이 어떤 중요한 자리를 위치 할 수 없는 그런 시대를 살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고요. 그런 의미에서 젊은 독자들이 목말라 하고 있지 않았었나..그래서 그냥 우선 순수한 사랑이야기 그러니까 불륜이 아니고 젊은 미혼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우리나라 작가에 의해서 쓰여졌다는 것이 독자들에게 흥미를 좀 유발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박인규 : 오히려 최근에 보기 드물었던 사랑이야기라는 측면..그런 측면이 말하자면 독자들에게 어필했다?

공지영: 그렇죠.

박인규 : 반면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사형수에 관한 얘기라고 얘기 들었습니다?

공지영: 네. 사형수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박인규 : 천정배 장관께서도 검사들에게 이 책을 봤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는데요. 이런 작품을 써야 하겠다고 생각하시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공지영: 네. 처음에는 사형수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고요. 인간에게 가장 큰 죄와 가장큰 벌이 무엇일까? 이런 원초적인 질문에서 시작을 했어요. 그래서 제일 큰 죄는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의 생명을 뺏는 것보다 더 큰 죄는 없을 거 같아서 일단 살인이라는 것을 설정했고요. 그러고 나니 살인자에게 보통 행해지는 형벌이 사형이라는 제도였기 때문에 한 10년 이상 살인이나 사형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고 계속 자료들을 모으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런 의미에서 사형수들을 만나면서 그 결과물로 그 소설을 내게 됐죠.

박인규 : 최근에 사형제도 존폐 문제를 가지고 정치권에서 상당히 논쟁이 많고 물론 당연히 반대하시리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부분에 관해서 한 마디 덧붙이실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 드리겠습니다.

공지영: 글쎄요. 그것을 짧은 말로 하면 뭐라고 할말은 없지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제정신을 가진 인간은 절대로 사람의 생명을 어떤 경우에도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말이죠. 그러니까 어떤 경우에도, 그 사람이 어떤 나쁜 사람이라도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일이 나쁜 일이 될 때 진정으로 그 살인도 죄가 되고, 낙태도 죄가 되고, 전쟁도 죄가 된다는 결론을 내게 됐어요. 우리가 살인자가 좋은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범죄자인 것은 아니죠. 살인자가 좋은 사람을 죽였든, 정말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죽였든 그 사람은 살인자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형법이나 국가의 권력이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죽여서는 안 될 때 진정으로 인권이라는 것, 사람의 생명이라는 소중함이 지켜지는 것이 아닐까 이런 결론을 제가 냈습니다.

박인규 : 〈봉순이 언니〉 같은 경우는 150만부 팔렸다고 얘기를 들었고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80만부..그래서 말하자면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말씀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많이 읽히는 책이 좋은 책은 아니다..이른바 문학성과 대중성은 다르다..이런 말들도 하고 있는데요. 본인이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고 할까요? 그런 말을 듣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공지영: 글쎄요. 한 10전까지만 해도 너무 괴롭고 그랬어요. 그 말이..

박인규 : 별로 듣고 싶지 않았다?

공지영: 네. 문학성이 있는 작가인데 많이 팔린다..이렇게 말해주기를 바랬는데 그것은 제가 바란다고 되는 건 아니고요. 저도 그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았었는데 우리가 흔히 고전이라고 부르고 있는 19세기나 20세기의 그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아닌 책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베스트셀러=좋은 책'은 아니지만 우리가 흔히 어떤 시대를 상징하는 책들로 남는 책은 모두 베스트셀러였던 것이죠.

박인규 : 말하자면 동시대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어떤 면에서는 큰 힘이다?

공지영: 그렇죠. 그것이 어떤 시대를 상징하는 바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기분이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리고 이런 측면도 있는 거 같아요. 최근에 우리 드라마라든가, 영화라든가, 가요라든가 이런 대중문화라고 할까요? 이런 것들이 일본을 넘어서 전세계로 퍼지면서 한류라는 말도 많이 나오고 하는데 반면에, 문학 쪽에서는 한국 문학의 위기다..그런 말도 나오고 상대적으로 국내에서는 많이 보이지 않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서 예를 들면 무라카미 하루끼라든가, 요시모토 바나나..이런 일본 작가들의 작품이 국내에서는 알려진 반면에 우리나라의 작가의 작품이 일본은 물론 외국까지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거 같아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지요?

공지영: 저 같은 경우에는 일본에 취재하러 갔을 때 그쪽에서 저의 작품을 앞으로 출판할 에이전시의 사람들이 그렇게 물었어요. '공지영씨가 꽤 한국에서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일본에는 이렇게 소개가 되지 않았을까요?' 라고 질문을 받았을 때 제가 서슴없이 '아, 제가 그 소설을 쓰던 지난 15년 정도가 우리나라가 아마 후진국이어서 그랬을 거예요.'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이것은 꼭 자괴적으로 말하는 것은 아니고요. 말하자면 일본이나 서구가 먼저 거쳐왔던 학생운동이라든가, 그 여성의 권리 이런 것들을 우리는 15년 정도 늦게 지난 80년대와 90년대 초반을 통틀어서 경험하고 사실은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지나간 이야기들이고 이미 끝난 논의들을 우리가 격렬하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그 사람들에게 어떤 감동과 공감을 줄 수 없었다고 저는 스스로 생각을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부끄럽거나 그런 것은 전혀 아니고요. 그렇지만 이제 빠른 시간 내에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는 인권상황과 미흡하기는 하지만 남녀평등이라든가 이런 면들을 거의 달성했기 때문에 이제는 세계의 모든 지식인들이라든가 양심 있는 사람 혹은 생각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고민을 함께 할 때가 이제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지금부터가 우리나라의 문학이 본격적으로 전세계의 공감을 이끌어 낼 시기가 왔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알기로 외국에 소개된 우리나라의 소설들은 거의 다 한국전쟁, 분단상황, 아니면 6~70년대 혹은 80년대 초반까지 독재 하에서 고문 받고 민주화 운동을 하던 이야기였는데요. 솔직히 말해서 이런 것들이 전형적인 후진국형의 내용들이 아닙니까? 그런 면에서는 특별한 관심, 특수한 관심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보편적으로 모든 사람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비로소 작가들이 쓸 수 있는 시기가 온 것이 아닌가..이런 생각을 해 봤어요.

박인규 : 후진형이라는 표현이 어떨지 모르지만 이른바 선진국에서는 고민이 끝난 좋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말하자면 사회와 역사에 관한 문제들에서 요즘은 어 떻게 보면 인간이라고 할까, 개인의 내면으로 많이 가고 있고..우리도 그 쪽으로 가고 있다 는 말씀이신가요?

공지영: 그런데 그것이 꼭 사회 역사에서 인간의 내면으로 가는 것이 저는 선진국형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고요.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모든 사람들이 독재에 항거한다든지, 역사를 청산하는 문제, 식민지를 청산하는 문제에 매달려야 했던 것에서 이제는 다양화가 가능해졌다는 거고요. 그렇다고 해서 사회, 역사적인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요. 환경이라든가, 아직도 국제화 문제라든가, 그 다음에 노동계의 어떤 소외라든가, 그 다음에 인간이 정말 가차없이 쓸모가 없으면 버리는..소위 세계화의 문제 같은 것들은 아직도 우리가 사회 역사적인 문제이면서 동시에 세계적인 문제로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문제도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공지영씨도 대표적인 말하자면 386세대이시고 처음 작품 시작하셨을 때는 아마도 사회의 어떤 사회의식이라고 할까요? 역사적인 문제가 뚜렷한 문제들을 하셨는데요. 본인의 관심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느끼십니까?

공지영: 그렇게 말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생각하고 싶어요. 제가 관심을 갖는 것은 언제나 이 시대의 현실입니다. 제가 80년대에 후반에 처음 소설을 썼을 때는 정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권인숙양 성고문사건 이런 사건들로 인해서 사회가 거의 벌집처럼 들쑤셔 있던 그런 시대에 제가 현실을 바라보고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의미에서 이데올로기적인 것도 필요했었고요. 또 사회저항의식 같은 것들이 필요했었습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제가 똑같은 잣대로 사회를 보고 있다면 그것도 약간 우스광스러울 거 같아요. 제가 늘 현실과 함께 호흡하고자 하기 때문에 지금의 현실을 또다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좀 부드럽고, 관용적이고, 또 넓고, 세계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어야 하는데 이것의 변화라고 하면 그렇게 변한 것이 맞고요. 또 변화가 아니라고 한다면 저는 변화가 또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박인규 : 현실과 인간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지만 변화하는 시대와 맞춰가고 있는 그런 측면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공지영: 네.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고요.

박인규 : 지금부터는 개인적인 질문도 해 볼까 합니다. 1988년 〈창작과 비평〉에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시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셨는데요. 20대 중반이셨죠?

공지영: 네. 후반이었습니다.

박인규 : 소설가가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라고 할까요? 과정 같은 것이 어땠습니까?

공지영: 원래는 소설가가 되려고 하지는 않았고요. 시인이 되고 싶어서 습작을 학교 다닐 때 했었는데요. 그 당시 얼마나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까지 한 것이 제가 노동현장에 위장취업을 해서 노동운동을 해 보겠다..라고 생각을 하는데 저의 선배들이 그러면 문학을 하는 그 나약한 마음으로는 안되니까 문학을 영원히 포기하는 선언을 동료들 앞에서 하라고 하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우스운데요.(웃음) 제가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아, 그래 지금 현장에서 친구들이 죽어가고 그러는데 문학같이 나약한 것이 무슨 소용이랴..'라는 나름대로의 비장한 결심을 하고 정말로 친구들 앞에서 선서를 했어요. 문학을 영원히 포기하겠다..이렇게 하고 공장에 들어갔다가 바로 쫓겨나고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는데 어느 날 그.. 안 되겠더라고요. 나는 이런 것과 적성도 맞지 않고 그래서 집으로 도망쳐 와서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데 감금해 놓은 것도 아닌데 그냥 미안하니까..혼자 도망쳐 와서 그 날밤에 그냥 무엇인지도 모르고 쓰고 싶어서 썼는데 쓰고 나서 보니 그게 소설이더라고요. 그래서 그것이 이제 저의 데뷔작이 됐습니다. 그 때 제가 알았죠. 내가 얼마나 소설가가 되고 싶어 했는지..사실 그 전에는 전혀 알 수 없었고요. 그래서 그때 소설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소설가로 살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그것도 자전적인 경험이 많이 들어가 있는 작품이겠네요?

공지영: 네. 거의 많이 자전적이었죠. 약간의 허구들은 넣었지만 제가 그 당시에 노태우 전대통령이 당선되던 87년 겨울에 대통령 부정개표사건에 항의하는 집회인 구로구청 농성에 들어갔다가 잠깐 경찰에 끌려서 구류로 열흘 정도 살았기 때문에 그 경험을 제가 쓴 것이 제 데뷔작입니다.

박인규 : 어떻습니까? 자신의 경험을 어떤 하나의 작품으로 쓰게 되면 그런 것들이 본인의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지만 마음의 평화라고 할까요? 어떤 상처의 치유에 도움이 되는 겁니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공지영: 어차피 똑같이 쓸 수는 없고요. 왜냐하면 똑같이 쓰면 남아 있는 친구라든가, 주변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농담으로 계속 친구들이 "이건 소설에 쓰지마."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그런 말을 참 많이 하는데요. 그런 면에서는 언제나 두, 세 사람을 합성하거나 아니면 제 경험과 누군가에게 들은 기억을 합성하거나 또 중요한 것은 합성이든, 제 경험이든 제 감정의 결이 그것을 체험한 듯이 가지 않으면 생생한 표현이 나오지 않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처음부터 첫 소절부터 이것이 자전적이라고 하는 질문을 거의 책이 나올 때마다 빠짐없이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것이 기분이 나빴고, 내가 소설가로서 상상력을 가진 것을 무시당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 봤었는데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 굉장히 기분이 좋은 말이더라고요.

박인규 : 칭찬일 수도 있겠네요? 체험한 듯이 책을 썼다는 어떤 의미에서는?

공지영: 네. 그렇죠.

박인규 : 다음 작품을 가족을 주제로 해서 쓰신다고 들었습니다?

공지영: 네. 가족을 주제로 한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소설인데요. 제가 이제 여러 가지 관심을 가지는 주제 중에 가족이 있어요. 제가 제일 관심을 가지는 것이 죽음의 문제 등.. 그런 것들 중에 하나가 가족인데요. 그 가족의 의미가 저희 학교 선배이시기도 한 최인호 선생님이 쓰신 〈가족〉을 굉장히 어렸을 때에 재미있게 읽었었거든요. 그 가족은 말하자면 아주 정상적이고 정통적이고 참 부러운 가족이고, 모범적이죠. 그런데 제가 그것을 일부러 가족의 이야기를 또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까? 사실 가정이라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것인데 그 가정이라는 것에 가족의 구성원이 꼭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엄마, 아들, 딸 이렇게 있는 것만이 가족일까? 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고 싶어서 새로운 소설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여러 가지 형태의 가족..말하자면 1인 가족일 수도 있고..

공지영: 네. 제가 설정하고 있는 것은 이제 엄마와 성이 다른 아이들이 사는 가족의 이야기, 이것은 물론 설정자체는 제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그런 가정에 행복과 불행, 그런 이야기들을 좀 경쾌한 터치로 써 보고 싶어서 지금 준비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박인규 : 제가 감히 사견을 붙인다면 시대의 변화 속에 달라지는 모습 같은 것을 담고 그런 것이 있을 수 있겠네요?

공지영: 네.

박인규 : 좀 전에 죽음에 관한 말씀도 하셨는데요. 제가 알기로는 공지영씨는 묘비명을 써 놓으셨다는 말이 있던데 맞습니까?

공지영: 아니요.(웃음) 그것은 제가 마치 묘비명처럼 후기에 썼다라는 말을 기자가.. 저는 사실 묘비를 세울 생각도 없고 묘지를 별로 쓸 생각도 없는 사람인데 그냥 묘비명이라고 해 놓으니까 갑자기 삶이 숙연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효과는 분명히 있는 거 같아요.

박인규 : 지금까지 상당히 소설가로서 치열하게 또는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아 오시면서 살아오셨는데요. 자녀 분 중에 세분이라고 들었는데 큰 아이가 소설가가 되고 싶다..라고 하는 것을 제가 언론보도에서 본 것 같아요. 자녀가 하고 싶은 것을 밀어주거나 강요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드세요?

공지영: (웃음) 처음에는 도시락 싸서 말리고 싶었는데요.

박인규 : 왜 말리고 싶었어요? 힘드니까?

공지영: 네. 너무 힘들고 저처럼 운이 좋아서 먹고 사는 것에 어느 정도 안정되는 일은 참 드물거든요. 그리고 힘은 힘대로 들고 너무 외롭고 그런 것 같아서 제가 말리고 싶었는데 아시다시피 이 세상에 제일 안 되는 것이 자식 일 아닙니까? 그래서 그냥 지금은 네가 알아서 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가족이라는 주제로 소설을 쓰시기로 마음 먹고 계시고 앞으로 어떤 작품 세계를 미리 예상한다는 것은 우스운 질문이기는 한데요. 앞으로 작가로서 어떻게 활동을 하실 건지 마무리 삼아 부탁 드리겠습니다.

공지영: 글쎄요. 예전에는 어떤 시대나 어떤 역사에 제가 많이 짓눌려 있었어요. 누가 그러라고 그런 건 아니었고요. 그런데 이제 사회가 많이 저를 놓아주고 많이 자유롭게 해 준 것 같아요. 그래서 어렸을 때 생각했던 추리소설도 쓰고 싶고, 판타지 동화도 쓰고 싶고요. 정말 자유롭게 그리고 좀더 다양한 장르의 것을 이제라도 이렇게 쓸 수 있는 여건이 되어서 작가로서 굉장히 행복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대개 소설의 전성기는 19세기였다고 하고 19세기적 장르라고 하는데 21세기에도 폭넓은 사람들이 사랑할 수 있는 많은 작품을 써 주시길 부탁 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 드립니다.

공지영: 네.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에서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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