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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옆 이헌재, '모피아'의 권토중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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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옆 이헌재, '모피아'의 권토중래? [데스크 칼럼]<35> 경제민주화와 모피아의 불온한 동거
DJ는 1997년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비상경제대책위 실무기획단장으로 이헌재를 발탁했다. DJ 정부 출범 후 첫 금융감독위원장에 임명된 그는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을 전권을 받아 추진했다. 2000년엔 재정경재부 장관으로 영전했다. 외환위기 극복이 국가적 과제이던 시절, '구조조정의 달인'이란 별명이 그에게 붙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삼고초려' 해 경제부총리로 그를 다시 불렀다. 그는 "성장에 중점을 두겠다"는 취임 일성으로 시작해 분배에 중점을 둔 젊은 참모들을 향해 "시장경제 뒷다리 잡지 말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부동산 투기 논란 끝에 1년여의 임기를 마치고 낙마한 그에게 노 전 대통령은 "해일에 휩쓸려가는 장수 붙잡으려다 놓친 심정"이라고 극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이헌재 해결사론'이 한때 등장했다. 세계 금융위기의 전조가 시작된 2008년,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이던 홍준표 의원은 "이헌재 같은 카리스마 있는 분이 들어와서 국민들을 안심시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게 '강만수 흔들기', 나아가 'MB 흔들기'로 보였는지 이명박계가 "관치금융의 연금술사"라고 그를 공개 혹평하기도 했다.

'이헌재'란 이름만큼 누대의 정권을 이어가며 깊은 인상을 남긴 사람은 드물다. 외환위기 당시 금융·기업 구조조정이라는 험한 일을 도맡아 처리한 각인 효과일 것이다. 관료로서 순탄치 않은 경로를 밟았음에도 아직까지도 그는 '재무부가 낳은 3대 천재' 중 한 명으로 회자된다. 반면 "한국 금융산업이 발전하려면 '이헌재 사단'이 청산돼야 한다"(이동걸 금융연구원장)는 식의 부정적 평가도 늘 따라붙는다.
▲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이헌재 전 부총리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서너 번 만나 현안에 대한 생각을 얘기"했다고 한다. 최근 나온 그의 저서 <경제는 정치다>에선 "안철수 현상은 하나의 시대적 흐름"이라며 "사회 저변에 꿈틀대는 새로운 가치관의 상징"이라고 했다. 곧이어 '안철수의 경제교사', '멘토'라는 수식어가 쏟아져 나왔다.

'안철수의 사람들'이 베일에 싸여있어 두 사람의 인연이 얼마나 각별한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김대중 정부 시절 벤처 산업관련 회의석상에서 몇 번 만났다거나 지난 6월 이 부총리의 출판기념회에 안 원장이 참석해 1시간을 머물러 눈길을 끌었다는 보도가 고작이다.

그러나 남다른 정무 감각을 갖춘 이 전 부총리가 '구체제'에 대한 대체제로 '안철수 현상'을 높게 평가한 점, 안 원장이 '제 발로' 이 전 부총리를 몇 차례 찾아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상징적이다. 다름 아닌 '이헌재'이기 때문이다. 개인 이헌재의 공과 과를 떠나 '모피아의 대부'로 불리는 그를 정점으로 한 일군의 불멸적 관료집단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그들을 마피아에 빗댔을까. 배타적 조직 이기주의와 선후배 사이의 끈끈한 의리로 한국경제 수십년을 쥐락펴락한 그들이다. 국책은행, 금융기관, 이를 관리감독하는 기관까지 금융관련 요직은 모두 '모피아' 차지다. 재경부 출신들이 금감위 고위직으로, 국책은행 총재로, 경제부처 장관으로, 청와대 경제참모로 돌고 돌아 영전한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관직을 벗으면 대기업으로, 대형 로펌으로, 국회의원으로 진출한다.

이들은 가계대출을 방치하고 금리를 낮춰 부동산 폭등을 조장했다. 공공부문 민영화를 주도했고 금융기관을 해외 투기자본에 팔아넘겼고 금산분리 폐지를 이끌었고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를 주창한 것도 이들이다. 이로 인한 문제들이 불거질 때마다 대통령은 고개를 숙였지만, 이들의 '정책적 판단'에는 언제나 면죄부가 부여됐다. "정권은 유한하고 모피아는 영원하다"는 속설은 그래서 생겨났다.

문제는 합법적 조폭 같은 이들의 힘이 '유능함'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똑똑한 경제관료들의 실력에 매료됐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획형 관료보다 위기관리에 능통한 재무, 금융통이 먼저 눈에 들어온 탓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초 "현장은 모르면서 탁상공론만 하고 계파 만들어 상전 노릇이나 하고… 이런 식으로 일을 하니까 모피아란 소리를 듣는 게 아니냐"고 견제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강만수로 대표되는 '모피아의 거성들'에게 포위됐다. 이 대통령은 모피아의 힘을 과소평가해 오히려 쉽게 포섭된 쪽이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건 경제민주화는 불가역적 흐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야권의 대선후보들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앞세워 경제민주화 기선잡기에 열심이다.

하지만 정치가 사람이 하는 일이듯 경제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2008년 시작돼 현재 진행 중인 세계 경제위기는 다음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직면할 경제민주화의 최대 적이다. "경제민주화 이슈를 대선까지 이어갈 수 없다"고 한 최경환 의원이 박근혜 후보 비서실장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김종인 위원장을 치받는 이한구 의원이 원내대표로 있는 새누리당은 두말 할 것 없다. 두 사람 모두 모피아 출신이다. 민주당에 포진한 경제민주화 'X맨'들도 여전히 건재하다.

이런 마당에 구체제에 대한 염증을 토양으로 이름값을 높인 안철수 원장 주변에 어른거리는 모피아의 그림자는 불길하다.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이 "이헌재와 함께라면 (안철수의) 과감한 전진은 역사의 퇴보로 판명날 것"이라며 "그가 과연 금융중심의 사고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고 촌평했다. 정 원장은 능숙한 모피아들에게 정책의 칼자루가 쥐어진 순간부터 개혁을 자칭한 노무현 정권의 실패가 시작된 걸 똑똑히 보았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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