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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참여정부 시절 호남 상처줘…빚 갚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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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참여정부 시절 호남 상처줘…빚 갚겠다" [현장] 추석 앞두고 '1박2일' 호남 민심 챙기기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호남 주민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추석을 앞두고 광주·전남지역을 찾은 문 후보는 이틀에 걸쳐 그간의 '호남 홀대'에 대한 사죄의 마음을 전하고 민심을 달랬다.

문 후보는 28일 광주 말바우 시장 상인회를 방문해 "민주정부 10년간 호남 민심을 서운하게 한 점이 있었다"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점들에 대해 그 빚을 다 갚겠다"고 말했다.

전날에도 문 후보는 광주·전남 핵심당직자 간담회에서 "참여정부 시절 호남에 큰 상처를 주었다"며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그가 참여정부의 과오로 지적한 것은 2004년 당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 사태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초기 민주당과 우리당의 분당으로 인해 생긴 분열의 상처를 씻어내는 일"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그 상처가 우리 속에 남아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이지만, 참여정부에는 서운함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참여 정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도 불구하고 대북송금특검을 실시했고, 주요 관직에 호남 출신 인사를 두루 기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호남 홀대'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참여정부에 대해 호남의 민심이 돌아서게 된 것은 또 다른 사건들도 많았다. 호남이 노풍의 진원지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선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호남이 날 좋아서 찍었느냐, 이회창이 싫어서 찍었지"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은 문 후보에게로 그대로 옮아갔다. 지난 경선 당시에는 문 후보 측 한 인사가 호남 지역 경선을 두고 '호남 상륙 작전'이라는 표현을 써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런 호남 민심은 지지율로 나타난다. <광주일보> 28일자 보도에 따르면, 광주 지역 야권 후보 대결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44.8%로, 문 후보(35.3%)에 비해 9.5%포인트 앞섰다. 전남에서는 문 후보가 42.0%, 안 후보가 41.3%로 박빙이다.

<국민일보>가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벌인 여론조사에서는, 문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46.1%의 지지를 얻어 안 후보(43.0%)를 앞섰다. 하지만 호남에서는 안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적합하다는 응답이 64.2%에 달했다. 민주당 텃밭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가 무소속 후보에 밀리는 상황이다.

민심이 요동치는 명절을 앞두고 호남을 방문해 연신 "사과"한 것은, 호남 주민들의 서운한 감정을 달래 지지율 반등을 꾀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사실 문 후보는 호남 사람들의 섭섭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참여정부 시절 사회 원로들이나 시민사회로부터 끊임없이 민원 받는 위치에 있었고, 그런 점에서 노 전 대통령보다 훨씬 풍부하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후보의 (호남 소외를) '잘 알고 있다'는 표현에는 그 과정이 함축적으로 들어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5·18 유가족 위로… "민주주의 지키겠다"

이번 호남 방문 목적의 방점은 '사과'였지만, 문 후보는 위로와 격려 역시 잊지 않았다.

문 후보는 호남 방문 이틀째인 28일 아침 광주 북구 중흥동에 위치한 5·18 유족회 문건양 부회장의 자택을 방문하고 이어 문 부회장 부부와 함께 국립 5·18 민주 묘지를 찾았다.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2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 민주 묘지를 방문, 5.18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사망한 고 문재학씨의 묘비를 어루만지며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뉴시스

문 후보가 자택에 들어서자마자 문 부회장이 눈물을 흘리자 문 후보는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 문 부회장의 막내아들인 고 문재학 씨는 광주상고 1학년이던 1980년 5월 27일 시민군에 합류해 전남도청을 사수하던 중 진압군의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는 "대한민국 군대가 국민들을 상대로 군사작전 하듯 총질할 줄을 누가 알았겠느냐"며 "유족들을 치유하고 쉼터나 사랑방 역할도 하는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센터'가 다음 달에 개소되니 많은 유족들이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부회장 부부는 문 후보에게 "구속자, 부상자, 유가족의 3개 단체로 나뉜 유족모임을 하나의 공법단체로 통합하려는데 구속자들끼리 따로 단체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나이든 유가족들을 제하고 유족을 분산시키려는 분열의 움직임을 막아달라"고 부탁했다. 문 후보는 "잘 알겠다"며 "철거 예정이었던 도청도 평화광장, 민주광장으로 만들어 잘 보존해 역사를 지키겠다"고 답했다.
문 후보는 이어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묘역 입구에서 그는 '민주주의 지켜내고 역사 바로 세우겠습니다'라고 방명록을 남겨 정권 교체의 의지를 드러냈다.

국립묘지인 신(新)묘역뿐 아니라 최초 묘지였던 구(舊)묘역을 다니며 문 부회장의 아들인 문재학 씨와 이한열 열사의 묘소 등 6곳의 묘를 참배했다.

시장 상인들엔 '격려'… "재래시장 살리겠다"

5·18 민주묘지 방문을 마친 문 후보는 인근의 말바우 시장으로 가 추석을 앞두고 재래시장 상인들의 민심을 살폈다.

▲ 문 후보가 광주 광역시 말바우 시장에서 만난 상인과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문 후보는 상인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포옹하며 "장사 잘 되시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에서 많이 도와주시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상인들은 "이번에 문재인 후보를 찍겠다", "문재인 파이팅" 등의 말로 화답하는 한편 "요즘 장사하기 너무 어렵다. 대통령 되어서 상인들 먹고 살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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