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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技新精軍'…혁명영화에서 선군영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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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技新精軍'…혁명영화에서 선군영화로 '2006년 북한은 어디로?' 사회ㆍ문화편 <10ㆍ끝> 북한의 영화 (2)
영화에 나타난 경제정책

북한 영화가 경제교양에 매진하고 있다. 북한 영화가 경제문제를 주제로 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이처럼 집중적으로 경제문제를 제시한 경우도 드문 일이다. 그 만큼 경제문제가 중요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경제와 관련하여 이야기 할 것이 많아졌고, 주제도 직설적이다.

영화라는 장르를 통해 자연스럽게 보여주려 하기보다는 인민들 앞에서 드러내놓고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정책의 방향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영화에서 경제문제를 소화하기보다는 주제에 영화가 복종하는 상황이다.

경제문제를 다룬 영화로는 조개양식장 건설을 주제로 한 「내고향 바다」, 함흥청년목장 건설 실화를 영화로 만든 「래일의 개척자들」, 경제에서 실적보다는 실리를 주제로 한 「부부지배인」, 「새령마루에로」, 「조국땅 한 끝에서」, 제품 품질 개선을 주제로 한 「봄향기」, 양어장과 발전소 및 농촌건설을 주제로 한 「그들은 제대병사였다」, 자원으로 6년이나 더 군대생활을 하고는 대홍단 감자농장으로 자원한 「기다리는 처녀」, 풀과 고기를 바꾸라는 주제에 따라 토끼 기르기를 소재로 한 「축산반장의 교훈」, 탄광의 먹거리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새로온 처녀 인수원」, 광명성제염소건설 현장을 소재로 한 「부부수첩」, 전력생산을 위해 목숨을 걸고 석탄을 캐는 탄광돌격대의 이야기를 다룬 「민들레 꽃다발」 등이 있다.

이전에도 고난의 행군을 주제로 한 「자강도사람들」과 같은 영화가 있었지만 최근의 경향과는 차이가 난다. 경제관련 영화의 창작 편수도 크게 늘었지만 감성적으로 당의 정책을 따라야 한다는 식의 구성이 아니다. 경제문제와 관련한 갈등도 치열하고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경제에서의 실리가 무엇이며, 인민경제 건설이 왜 중요한지를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설명해 준다. 마치 성공한 기업이나 우수 사례를 영화로 만들어 소개하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은유나 비유가 줄고 설명이 길어진다. 상대적으로 재미는 줄고 정보는 많아진 것이다.
▲ <조선중앙TV>에서 상영된 북한영화 '가야할 길'중 한 장면. ⓒ연합뉴스

또한 영화 속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것도 더욱 강조한다.「봄향기」, 「기다리는 처녀」, 「축산반장의 교훈」, 「그들은 제대병사였다」 등의 영화에서는 '최고지도자'에 대한 언급이 극중인물들의 대사로 처리되었던 것과 달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스틸사진이 등장하며, 영화내용과 관련한 현지지도나 취재장면, 보도장면이 나온다. 예전에 없던 이런 장면은 영화가 사실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데에 더없이 효과가 높아 보인다.

북한영화가 예술영화로서 예술을 포기하면서까지 영화를 통해 강조하려는 주제는 단연 '실리'다.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실리를 살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인 성공담을 통해 보여준다. 「부부지배인」은 각각 장(醬)공장과 합성수지공장 지배인인 옥녀와 석근 부부가 공장평가 경쟁이 선포되면서 벌이는 에피소드다. 효율성을 무시하고 생산량을 강조한 옥녀의 장공장이 중간평가에서는 일등을 하였지만 에너지 효율과 투자대비 생산성을 기준으로 한 최종평가에서는 꼴등을 한다. 과학자에서 합성수지 공장 지배인으로 온 남편 석근은 공장의 비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2시간이 넘던 회의 시간을 15분으로 줄이고, 문제가 제기되면 현장에서 바로 해결하고, 용량에 맞는 부품을 개발하면서 효율성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공장을 운영한 결과 최종평가에서 일등을 한다. 「새령마루에로」에서는 실리문제가 보다 심각한 갈등으로 나타난다. 생산관리국장은 편직공장이 생산량은 초과달성하였지만 불량품이 많아 제품 수리비용까지를 포함한다면 오히려 손해라고 하면서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한다. 인민경제도 중요하지만 실리에 맞지 않는 공장은 폐기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공장가동이 중단되고 새로운 생산방식의 개발에 나선다.

다음으로 강조하는 것은 먹거리 문제다. 「내고향의 바다」는 조개가 '백만, 천만, 억, 조' 만큼이나 있다고 해서 조개라고 했다면서 조개씨가 마르겠느냐며 외국(대만)으로 수출할 조개를 찾는 지배인과 조개씨가 마른다면서 양식을 해야 한다는 반장 사이의 갈등을 내용으로 한다. 「새로온 처녀인수원」에서는 탄부들의 후방사업을 책임진 경리과에 새로 배치된 보람이가 어려움 속에서도 버섯 재배장을 비롯하여 양어장 등을 건설하여 먹거리를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다음으로는 강조하는 것은 생산품의 품질 향상이다. 생산품질 향상은 실리사회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내용으로 강조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즉 실리를 살리기 위해서는 불량을 줄이고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문제가 핵심이다. 이와 함께 기존의 제품에 대해서도 품질을 높여야 한다는 문제를 강조한다. 신의주화장품공장을 배경으로 한 「봄향기」는 화장품 용수로서 사용하는 음료수 정제수 대신 품질향상을 위한 무균수를 찾아 나서는 내용이다. 화장품 생산에 충분한 96%의 무균수를 찾아내지만 만족하지 않고 100% 완벽한 무균수를 찾아 나선다.

영화에 나타난 북한 경제의 병리적 현상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북한 영화에서는 북한 당국의 경제정책과 함께 북한 경제의 내부적인 모습도 드러난다는 점이다. 북한 경제의 내부적 모순이 드러나는 것은 영화라는 장르가 갖는 속성상 어쩔 수 없이 설정해야 하는 갈등 때문이다.

한때 북한 사회의 완벽성을 강조하면서 '무갈등의 갈등'이 제시되기도 하였지만 영화라는 장르의 특성상 어떤 형태로든 갈등을 설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바로 이러한 갈등을 통해 정책적 규율에 재단되지 않은 북한 주민의 의식과 생활상을 읽을 수 있으며, 정책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나타난다.

현실과 정책 사이의 갈등은 영화 속 부정적 인물들을 통해 나타난다. 북한 경제의 병리적 현상, 역설적으로 가장 고치고자 하는 부분은 생산량에 대한 부분이다. 즉 실리를 무시하고 '외적인 성과를 지향하는 태도'이다.「부부지배인」의 옥녀는 공장 모터가 고장 나고 같은 용량의 모터가 없자 에너지 효율을 고려하지 않고 용량이 큰 모터를 가동하며, 장공장의 품질에 문제가 있지만 먹는 데 지장이 없다면서 무시하고 계속 생산하도록 한다. 「새령마루에로」에서도 새로운 기술개발을 위해 공장가동이 중단된 시간이 길어지자 부직장은 노동자들의 생활비를 어떻게 지급하며, 물품생산의 문제를 누가 질 것이며 공장을 우선 가동할 것을 주장한다.

국가경제 안에서의 경제문제를 보지 않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식도 있다. 「내고향 바다」에서 철석은 양식장 재배를 위해 씨가 될 어린 조개들을 구하느라 아내가 가축을 키우면서 어렵게 마련한 텔레비전까지 팔면서 양식용 어린 조개를 구하러 다니는데, 지배인은 외화벌이를 강조하며 양식에 따른 실패를 두려워한다. 또한 이웃 수산협동조합원들도 조개 값으로 옷감을 주겠다는 말에 어린 조개를 지배인에게 팔려고 한다.

사적 관계를 이용한 물자조달이다. 「새로온 처녀 인수원」에서는 탄광원들의 후방사업을 책임진 경리과장은 버섯공장 지배인의 딸인 보람을 보내달라고 상부에 요청한다. 광부들에게 버섯요리가 인기가 있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자 보람이를 이용하여 쉽게 버섯공급을 받을 요량이었다. 또한 경리과장과 인수원인 계동구는 광부들의 술이나 석탄을 싣고 양식장이며, 수산협동조합을 돌아다니면서 먹거리와 바꾸어 온다.

허위보고도 있다. 「축산반장의 교훈」에서 축산반장은 토끼의 개체수를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고 정직하게 보고한 광남이 융통성이 없다고 나무라며, 군 축산과에서 축산기사를 보낸다는 말을 듣고는 반원들의 집에서 기르던 토끼를 모아서 숫자를 채우려 한다.

선군시대 경제문제는 선군방식으로 : '技新精革'에서 '技新精軍'으로

북한에서 경제와 관련하여 강조하는 것은 기술 혁신과 의식전환이다. 특히 경제생활의 병리적 현상의 원인을 정신에 두고 새로운 정신적 무장을 강조한다. 북한에서 경제문제는 경제문제로 머물지 않고 늘 사상문제와 관련되어 왔다. 경제문제의 돌파구로 정신을 강조하고,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강한 정신으로 고난을 돌파한 사례들이 발표되고 모범으로 따라 배우기가 이어졌다.
▲ <조선중앙TV>는 지난해 고(故) 김일성 주석의 삼촌으로 일제 당시 서울의 서대문형무소에서 숨진 김형권 탄생일(11월4일)을 맞아 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누리에 붙는 불'을 방영했다.ⓒ연합뉴스

북한이 시기적으로 어려웠을 때마다 강조하던 것은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신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시대 경제요구에 맞는 경제용어가 등장했었다. 이 때에도 배워야 할 정신은 물론 혁명정신이었다. 경제관련 주제 문예작품에서 '기술의 새로움(技新)'을 강조하면서도 정신(精)은 혁명정신(革)'에 두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놓지 않았다. 혁명정신의 정통성을 지켜나가는 것이 당연하였고, 신세대들은 선배들의 혁명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주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갈등에서 정신적 우위에 있는 자는 혁명정신을 간직한 구세대였다. 그래서 북한 영화에서는 혁명세대의 정신과 전통을 이어받지 못하는 일부 신세대들의 문제가 화두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북한 영화에서 이렇게 갈등의 중심이었던 혁명의 자리를 선군이 대치하고 있다. 북한영화에서 경제와 관련하여 강조하는 점은 한마디로 '기술의 새로움과 정신의 선군(技新精軍)'으로 옮겨가고 있다.

영화에서 경제문제의 돌파구로 강조하는 것은 혁명적 군인정신이다. 정신에서 선군(총대)에 대한 강조는 주인공 설정에서 확연하게 나타난다. 대부분의 경제관련 영화의 주인공들은 제대군인들이다.

「내고향의 바다」에서 바다를 개척하여 양식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주인공 철석, 「새령마루에로」에서 새로운 관리국장으로 부임하여 공장가동을 중단하면서 새로운 부품개발에 성공한 봉수, 「봄향기」에서 100% 무균수를 찾은 김영준, 「민들레꽃다발」에서 평양화력발전소로 보낼 석탄을 캐다 죽은 분대장과 분대장의 뒤를 이어 탄광으로 자원한 여석진, 「축산반장의 교훈」에서 토끼기술을 도입하여 모범적 농장으로 가꾼 광남, 「기다리는 처녀」에서 대홍단군으로 자원한 기석 등이 모두 제대군인이다. 이 외에도「새로온 처녀 인수원」에서 먹거리문제를 자체로 해결한 보람은 여성이면서도 제대군인이고, 「그들은 제대병사였다」에서 발전소 건설과 양어장 건설을 해낸 옥림과 진철은 부부가 제대군인이다.

이들 제대군인들은 타성에 젖어 있던 공장과 협동농장원들에게 새로운 활기를 부여하고, 가장 어려운 문제, 가장 힘든 문제,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면서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이같은 최근의 경향은 북한영화가 내용적인 면에서 '혁명영화'로부터 '선군영화'로 넘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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