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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은행 소유 추진 물밑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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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성, 은행 소유 추진 물밑작업" YTN "삼성의 시간표대로 진행되고 있다"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그룹이 '금산분리 원칙'을 깨려는 물밑 작업을 해온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금산분리 원칙'은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한 금융규제정책으로,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 이상 소유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재벌의 은행 소유를 막고 있다. 재벌이 금융자본을 사금고화하거나 경영권 방어, 또는 경영권 세습을 위한 지배구조 강화에 동원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최대재벌인 삼성그룹은 막강한 로비력을 활용해 금산분리 원칙과 관련된 법을 바꾸려 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 30일 YTN은 "삼성그룹이 금산분리 정책을 폐지 또는 완화하기 위해 단계별 대응책과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의 근거로 YTN은 삼성 전략 기획실 산하의 삼성금융연구소 자료를 입수했다면서,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하반기에 금산 분리 과제가 본격 거론되도록 하고 2007년에는 은행업무의 일부를 확보한 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에 나서자는 시간표까지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 삼성그룹이 은행을 소유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연합뉴스

YTN에 따르면, 삼성금융연구소가 지난 2005년 5월 작성하고 금융부문 최고위 기구인 금융사장단 회의가 내부지침으로 채택한 이 보고서는 삼성그룹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은행업 진출을 위한 방안으로 금융지주회사에 주목하고 이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한 뒤 5대 추진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외부기관 연구과제로 다루도록 하자"

여기에는 우선 금산분리 정책에 대해 이론적, 논리적 대응을 하는 한편, 산업과 금융의 결합수준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보험 등 비은행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담겨 있다.

또 보험사가 은행 업무를 취급하는 어슈어 뱅킹과 보험, 증권사 등이 은행의 지급결제 기능도 수행하는 내로우뱅킹을 통해 은행업 진출을 추진하자는 내용도 들어있다.

나아가 2005년 하반기에는 금산분리 과제가 본격 거론되도록 하고 2007년에는 은행업무의 일부를 확보한 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에 나서자는 구체적인 시간표까지 제시돼 있다. 특히 금산분리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라면서 삼성금융연구소는 노출을 피하고 외부 기관의 연구과제로 다루도록 하자는 제안도 있다.

이에 대해 YTN은 "실제로 금산분리 원칙은 마치 삼성의 시간표에 맞추듯 차례차례 무너져 가고 있다"면서 지난 3일 퇴임한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이 퇴임 전은 물론 퇴임 후에도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금융규제는 완화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역설한 것도 '삼성의 시간표'와 관련이 있음을 시사했다.

YTN은 "공교롭게도 삼성이 예고한 2005년 하반기에 윤증현 당시 금감위원장이 금산분리 완화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고, 올해 자본시장통합법 제정과정에서는 증권사에도 지급결제 기능이 허용돼 삼성증권이 일부 은행업무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산업자본이 소유한 보험사가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면 은행을 가질 수 있게 하자는 주장까지 관련 협회 등을 통해 나오고 있는데, 삼성그룹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쌍두마차로 거느리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그룹이 가장 원하는 구도라는 것이다.

박영선 의원 "금산분리 원칙 흔들면 심각한 부작용"

박영선 민주신당 의원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일개 재벌의 요구 때문에 금융정책의 뼈대인 금산분리 원칙을 흔들면 나라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오너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외환위기 같은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21일 이동걸 한국금융연구원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이해상충을 일으킨다며 강도높은 반론을 펼친 바 있다.

당시 이 원장은 "과거에는 재벌이 금융회사를 인수해 사금고로 이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는데, 현재 재벌의 최대 관심사는 경영권 세습이며, 여기에 금융회사를 활용하려는 것이 근본적으로 이해 상충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산분리가 완화되면 재벌에 소유된 금융회사가 재벌의 경영권 세습에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이러한 반론은 산업자본 이외에는 국내 은행을 인수할 자본이 없는 상황에서 금산분리는 국내 자본에 대한 역차별이며, 금산분리 때문에 국내 은행들이 외국자본에 대부분 넘어갔다고 주장한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의 논리에 대한 공개적 반박이기도했다.

이 원장은 또 세계적으로 금산분리 원칙은 그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다면서 "글로벌 100대 은행과 100대 보험사 중 산업자본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금융사는 3~4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 원장은 "꼭 은행을 통해야만 '금융의 삼성전자'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라며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이미 규제가 풀려 있는 증권이나 보험을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을 육성해 그 진정성과 실력을 보여준 뒤 산업자본의 은행진출을 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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