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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시대로의 진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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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진보시대로의 진전 멈추지 않았다 [김제완의 '좌우간에']<24> 18대 대선 세대별 투표성향 분석
18대 대선이 끝나고 문재인에게 투표했던 48%의 국민들 사이에서 패배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자들의 잇단 자살은 지난 91년 민주화의 좌절 끝에 일어난 청년들의 자살을 연상케 한다. 세대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은 매우 심각해 보인다. 세대별로 엇갈린 투표 때문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인터넷상에서 노인 무임승차 폐지 서명운동과 기초노령연금 폐지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23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좋은일만생긴다'라는 필명의 누리꾼이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해주세요!"라는 청원을 올렸다. 대선 직후인 20일 시작한 서명은 최초 목표인 7천명을 넘겨 이틀 만에 9천31명이 서명했다.

이 누리꾼은 "노인들이 국민 복지에 대해 달갑게 생각하지 않으니 이들이 즐겨 이용하는 무임승차제도를 폐지해달라"며 "이래야 복지가 어떤 것인지 코딱지만큼이라도 느끼시려나…"라고 비꼬았다. 50~60대가 보편적 복지에 반대하는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으니 이들이 누리는 복지혜택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세대 '갈등'은 5년 전의 현상이고 지금부터 5년은 세대 '전쟁'이 될 것"이라며 "경제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젊은 층과 노년층이 한정된 정부재원을 두고 싸워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세대 충돌의 원인을 데이터로 확인했다. 필자가 작성한 아래 두 개의 도표에는 16대 대선과 18대 대선의 세대별 유권자수와 투표율 등이 담겨있다. 이 도표들을 비교하면 몇 가지 의미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2040세대는 10년 전보다 더 진보적인 투표를 했고 5060세대는 더 보수적인 투표를 했다. 세대 간의 이념 양극화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50대의 경이로운 투표율은 결코 놀라운 것이 아님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밝혀졌다. 이전 선거에서도 이와 비슷한 투표율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표작성자 주 : 화살표로 표시한 18대 대선의 투표율 득표율 증감은 16대 대선 투표율 득표율과 비교한 것임
50대 인구 두배로 늘어나 문재인 실점도 두배로

위의 도표 두 개를 주의깊게 들여다보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 있다. 2002년 총투표율이 70.8%일 때 50대 투표율은 83.7%였고, 2012년 총투표율이 75.8%일 때 50대 투표율은 89.9%였다. 이 두가지를 같은 조건에 놓고 비교하기 위해서 2002년 총투표율이 2012년과 같은 75.8%였다면 어떻게 될까. 50대 투표율도 늘어나 89.6%에 이른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50대 투표율은 사실상 89.6%에서 89.9%로 늘어난 것이며 이것은 거의 같은 수치이므로 증감의 의미가 없다. 이보다 앞선 15대 대선때에도 50대 투표율은 88.9%였다. 50대는 이번 대선뿐 아니라 15대 16대 대선에서도 90% 가까운 투표율을 보인 것이다. 그러므로 언론이 호들갑스럽게 보도한 "경이로운 투표율 90%" "50대의 투표반란" "숨은 보수표의 출현" "묻지마 투표" "박근혜 몰표"등은 오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이런 기사들이 통용되는 이유는 50대가 이번 대선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정작 눈여겨봤어야 했던 것은 50대 인구의 급증이다. 16대 대선에서 412만명이었으나 18대에는 778만명으로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투표율이 아니라 인구증가가 경이적이다. 50대 연령층이 하나 더 생겨났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55년생에서 63년생까지의 베이비붐 세대가 온전히 50대에 편입된 데 따른 현상이다. 이러한 급격한 인구증가는 투표 결과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문재인은 50대 유권자로부터 37.4%를 얻어서 10년전 노무현후보가 얻은 40.1%에 비해 2.7% 줄었지만 득표수는 거꾸로 151만표에서 259만표로 108만표나 늘었다. 박근혜는 62.5%를 얻어서 이회창의 57.9%에 비해 4.6% 늘었다. 그러나 득표수는 218만표에서 433만표로 물경 두배가 늘었다. 여기가 바로 이번 대선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지점이다. 득표율은 불과 4.6%가 늘었는데 득표수는 두배로 늘다니... 언뜻 이해가 안되는 마술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앞서 말한대로 50대연령층이 하나더 생겼기 때문이다. 이것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50대가 크게 집결해서 판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단지 인구구성 변화에 따른 효과라는 사실이다.

50대 득표전투에서 박근혜는 문재인에게 174만표를 더 얻었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16대에는 이회창이 노무현에 비해 67만표를 더 얻었으므로 실제로는 107만표가 더 벌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50대 몰표를 숫자로 환산하면 107만표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최종 승부는 108만표 차이로 갈라졌으므로 여기가 승부처인 셈이다.

인구가 두배 가까이 늘어난데다 같은 비율로 실점을 했으니 잃어버린 표도 두배가 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뿐 아니라 언론이나 정치평론가들중에도 이 문제에 대해 경계주의보를 내놓은 사람이 없었다. 단일화에 정신이 팔려서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한 것일까. 이 사실을 지적하지 못한 언론과 정치평론가들도 모두 반성문을 써야 한다.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른 패착이 50대공략 실패였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부동산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한 피해자가 주로 주택 소유층인 50대인데도 그들의 좌절감을 위무해주는 정책이 없었다는 점이 먼저 꼽힌다. 그리고 노무현을 계승하겠다는 친노세력이 노무현이 추진했던 한미FTA를 반대한 것이나 보수층의 안보의식을 건드린 이정희효과 등을 꼽을 수 있다.

진보 보수 이념양극화 : 2040 진보지지 높아지고 5060 보수지지 높아져

50대 이외 연령대의 투표는 어떤 양상을 보였을까. 2040세대는 10년 전에 비해서 더욱 진보적인 성향을 보였다. 문재인의 20대 득표율은 65.8%로 노무현의 59%에 비해 6.8% 늘었으며 득표수는 270만 표에서 314만 표로 44만 표가 늘었다. 20대가 투표를 하지 않아 졌다거나 20대가 보수화됐다는 주장 등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재인의 30대 득표율은 66.5%로 노무현의 59.3%에 비해 7.2% 늘었으며 득표수는 351만 표에서 392만 표로 41만 표 증가했다. 40대의 득표율은 48.1%에서 55.6%로 7.5% 늘었으며 득표수는 287만 표에서 385만 표로 100만 표나 증가했다. 10년 전 40대 득표율을 보면 노무현 이회창 양후보가 거의 동률이었는데 비해 이번 대선에서는 문재인이 박근혜보다 11.5% 앞섰다. 40대는 2030과 5060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선거전문가들은 40대가 어느쪽으로 기우는가를 주시했다. 그렇게 볼 때 40대의 진보쏠림현상은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진보시대로의 진전이 중지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2040세대와 반대로 5060세대는 10년 전에 비해 뚜렷한 보수성향을 보였다. 50대의 박근혜 지지율은 62.5%로 이회창의 57.9%에 비해 4.6% 높아졌다. 60대의 박근혜 지지율은 72.3%로 이회창의 같은 연령대 지지율 63.5%에 비해 8.8%나 높아졌다. 반대로 5060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10년전 노무현 지지율에 비해 각각 2.7% 7.4% 낮아졌다.

여기서 확인되는 것은 연령대에 따른 진보 보수 이념양극화 현상이다. 50대 돌풍, 안철수현상과 함께 이번 선거의 특징 세가지 중 하나이다. 이 사실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2040 세대는 진보시대로의 진전을 계속해왔다는 점이다. 경제활동 주역이며 사회의 중추역할을 맡고 있는 이들의 진보 투표성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은 이 사회가 진보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0대가 10년 후에 얼마나 보수화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 50대가 10년 전에 노무현 이회창과 거의 같은 지지율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의 40대가 문재인에게 11%의 지지를 더 보인 것은 특기할 일이다. 그러므로 이같은 데이터만 놓고보면 다음과 같은 잠정적인 결론을 얻게 된다. 앞으로 진보정치세력이 집권하려면 보수 유권자에게 어필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단언하는 것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도표의 문제점 보정작업 필요하다

이 데이터는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닌 필자가 작성한 것이다. 그래서 두가지의 보정작업을 거쳐야 유효한 값을 갖는다. 여기서는 기술적인 문제와 자료의 미비로 보정이 이뤄지지 못했다. 먼저 16대 대선에서 노무현의 지지율에는 권영길의 득표율이 포함되지 않았다. 3파전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두 명의 진보후보의 득표를 더해야 야권 단일후보 문재인의 득표와 대조를 이루며 비교할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권영길의 득표율 3.89%를 각 세대별로 어떻게 가산점을 매길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것은 전문적인 영역이어서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권영길의 득표율만큼의 오차를 감안하고 보아야 한다.

보정을 요하는 작업이 한 가지 더 있다. 도표에서 인용한 18대 대선의 문재인 박근혜 지지율은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이다. 출구조사 결과는 48.9%대 50.1%으로 격차는 1.2%인데 중앙선관위에서 발표한 최종결과는 48%대 51.6%으로 격차가 3.6%이다. 그러므로 두 개의 자료 사이에는 2.6%만큼의 오차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출구조사 결과를 사용한 것은 중앙선관위의 연령대별 득표율 집계가 1-2개월 뒤에 나오기 때문이다. 여기서 발생한 2.6%가 각 연령대별로 얼마만큼 가중치를 두어야 할 것인지도 전문가의 영역이어서 손을 댈 수 없었다. 다만 위 도표의 박근혜 후보 득표율에 이만큼을 더 더해야 실재의 값의 근사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두 가지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득표율은 3%정도 더 높아야 하며 18대 대선의 박근혜 후보 득표율은 2%정도 더 높아져야 한다. 어림잡아서 약 5% 이상의 오차가 발생한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이념양극화 현상이 위에서 지적한 것보다는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시간을 들여서 작성한 이 데이터의 가치는 이같은 오차로 인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50대의 90%에 가까운 투표성향이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인구구성의 변화로 50대 연령층이 하나더 생겼다는 사실과, 이번 선거에서 새로이 나타난 세대간의 이념양극화 현상을 확인하는 데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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