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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미 사우디 대사 살해 음모 적발…배후는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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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미 사우디 대사 살해 음모 적발…배후는 이란" 이란 "정치적 의도의 전쟁 도발 행위…조작된 코미디 쇼"
미국이 워싱턴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암살하려는 음모를 적발하고 용의자를 검거했다면서 음모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사우디 대사를 살해하려 한 2명의 이란인을 기소했다며 "수사 당국은 '이란 정부 내 일부 세력'이 미국 땅에서 폭발물로 외국 대사를 살해하려는 치명적인 음모에 개입했음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홀더 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이란으로부터 입안되고 (이란의) 후원과 지시를 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관계 당국의 협조 하에 진행된 노력의 결과 미국의 사법과 정보 당국은 아무도 다치기 전에 이 음모를 분쇄할 수 있었다"면서 "단호하게 수사를 계속해 위법 행위를 저지른 누구든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이번 살해 음모의 용의자는 이란 출신으로 현재 미국 시민권자인 만수르 알밥시아르(56)다. 알밥시아르는 지난달 29일 뉴욕 JFK 공항에서 체포된 뒤 음모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용의자는 이란의 정예부대 '혁명수비대'의 외곽조직인 '쿠드스' 요원 골람 샤쿠리라고 법무부는 밝혔다. 샤쿠리는 아직 체포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이들이 멕시코 마약 갱단의 도움을 받아 사우디 대사를 살해하려 했으며 이 과정에서 갱단의 일원으로 위장한 사법 당국 정보원에게 적발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우디 대사 암살 뿐 아니라 사우디 대사관과 이스라엘 대사관에 폭탄 테러 공격도 시도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 수사 당국은 알밥시아르와 샤쿠리에게 대량살상무기(WMD)를 사용하려는 모의를 꾸민 혐의도 적용해 기소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한 미국 정부 당국자는 재무부가 이번 사건에 연관된 이란인 5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으며 미국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에 이번 사건을 회부할 것이라고 <CNN> 방송에 말했다.

사우디는 살해 음모를 강력 비판했으나 이란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주미 사우디 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음모 기도는 국제 규범과 합의에 대한 비열한 위반이며 인간성의 기본원칙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주미 사우디 대사 살해 음모 사건에 대해 말하고 있다. 미국은 음모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AP=연합뉴스

이란, 미국 주장 일축

이란은 미국의 발표에 대해 '조작'이라며 일축했다. 라민 메흐만파라스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현지 <프레스TV> 방송에 출연해 "이란은 근거 없고 사실이 아닌 주미 사우디 대사 살해 기도 혐의에 대해 강력히 부인한다"면서 "미국에 의해 가공된 코미디 쇼"라고 비판했다.

모하메드 카자이 유엔(UN) 주재 이란 대사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란은 테러 없는 세계를 추구하며 현재 미국의 전쟁도발행위(warmongering)와 선전 공세를 이란 뿐 아니라 페르시아만 지역 전체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본다"고 밝혔다.

알리 아크바르 자반페크르 이란 대통령 대변인은 나아가 "오늘날 미국이 직면한 심각한 국내 문제에서 대중의 관심을 돌리고 조작된 국외의 사건으로 국민들에게 겁을 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반페크르 대변인의 주장과 유사한 음모론도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음모의 배후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중동에서 전쟁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라며 이번 음모는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줬다고 우려했다.

<가디언>은 특히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매우 불안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 위키리크스에 의해 공개된 미 국무부 전문에서 사우디 국왕이 '뱀의 머리를 잘라야 한다'며 미국에 반복적으로 이란 공격을 촉구했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전 CIA 요원 "쿠드스가 했다기엔 너무 아마추어적 음모"

<가디언>은 특히 쿠드스 조직이 대사 살해 음모에 개입했다는 미 법무부의 주장에 회의론을 펴기도 했다. 신문은 "이란 체제의 특성을 감안할 때, 그같은 중대 사안은 쿠드스를 직접 지휘하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직접 명령이 필요하다"면서 "하메네이가 개입했다는 것은 (그가 재임기간 내내 보여온 조심스러운 태도에 비춰볼 때) 적어도 '놀라운' 일"이라며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문은 하메네이의 최우선 순위는 체제의 안정이고, 그에 비하면 핵 프로그램도 상당히 후순위라며 국내적·국외적 정세로 봐도 그가 이같은 음모를 추진했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주로 중동 지방을 무대로 활동했던 쿠드스가 갑자기 미국을 활동 반경에 포함시킨 것도 부자연스럽고, 음모의 추진 방식도 쿠드스가 개입했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서툴렀다는 것이다.

쿠드스를 오랫동안 관찰해 온 전직 CIA 요원 로버트 배어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너무도 수상하다"(This stinks to holy hell)면서 "쿠드스는 매우 뛰어나다. 그들은 자신들이 모르는 사람과 동석하거나 음모를 꾸미지 않는다. 그들은 전문가들이며 그런 일에는 대리인을 시킨다. 만약 (쿠드스의 수장) 카심 술레이마니가 누군가를 쫓고 있다면 그는 곧 죽을 것이다. 이번 일은 전혀 쿠드스답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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