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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국방장관 '맞춤식 대북 억제' 합의에 숨은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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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미 국방장관 '맞춤식 대북 억제' 합의에 숨은 의미는? "'북한 도발시 주일미군 활용'은 한-일 군사협정 압박 뜻"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28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제43차 한미안보협의회(SCM) 회의를 개최했다. 양국은 회의 이후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총 15개항으로 된 공동성명의 내용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맞춤식 억제전략'이다. 공동성명의 7항은 "확장억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협력 메커니즘으로서 확장억제정책위원회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면서 "한미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 등 향후 활동을 통해 북한 핵 및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한 효과적 억제 방안을 제고시킬 수 있는 맞춤식 억제전략을 개발해 나가기로 했다"고 돼있다.

이와 관련해 김관진 장관은 "북한의 핵무기 및 장거리미사일 개발 등 비대칭 군사능력 증가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및 세계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라는 공동 인식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패네타 장관도 "북한의 핵 위협에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동노력에 대해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효과적 확장억제 능력, 미국의 핵우산까지 제공하면서 (…)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맞춤식 억제전략'에 대해 일각에서는 제한적 공습(surgical strike)이나 미사일방어(MD) 구축 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승조 신임 합참의장은 지난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쟁이 임박하고 북한이 핵을 사용할 징후가 명확하다고 할 때 분명히 선제타격을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동 국지도발 대비계획, 한-미 온도차

연평도 포격과 같은 북한의 국지적 도발에 대한 한미 양국의 군사적 공동 대응 계획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해 연평도 사태 이후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도발해올 경우 공군력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도발 원점 및 그 지원세력까지 타격해야 한다는 강경한 자세를 취했기 때문.

원래 국지도발에 대한 대응 작전은 한국군이 책임져 왔으나 '공동 국지도발 대비계획'에 따라 주일‧주한미군의 포병, 전투기, 해병대 전력 등도 국지도발 대응 작전에 동원될 수 있을 것인지가 그간 관심을 모아 왔다.

김관진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한미 공동 국지도발 대비계획을 올해 안에 완성함으로써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미 공동의 효율적 대응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계획은) 현재 완성단계에 있다"며 초기 대응은 한국군의 전력으로 할 것이지만 미군의 가용 전력이 포함된 한미 공동 대응도 필요한 시기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네타 장관은 그러나 "앞으로 이런 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세부사항을 논의하는 과정이 위원회에 생기게 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주일미군 전투기 등의 투입 여부와 '원점 및 지원세력까지 타격한다'는 한국군의 방침에 미국도 공감하고 있는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피한 것이다.

한편에서는 한미 간에 이같은 온도차가 발생한 것은 원점 및 주변 세력까지 타격 대상에 포함시키는 한국군의 '적극적 억제' 개념에 대해 미국이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풀이도 나왔다. 금년 내에 마무리될 계획이었던 작전계획 완성 시기가 내년 초로 미뤄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미사일지침 개정 협의 논의는?

또 현재 한국군의 미사일 능력을 탄두 무게 500kg, 사거리 300km로 제한하고 있는 한미 미사일지침도 이날 SCM을 앞두고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 문제가 회의의 안건으로 상정됐는지에 대해서도 확인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김관진 국방장관은 국정감사 답변을 통해 "미사일지침 개정을 위한 실무적 접촉을 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전체를 사거리에 포함시키는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에 "구체적으로 밝힐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이번 SCM에서 미사일 대응 능력 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했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만 말했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의 미사일 능력 증대가 화제에 오르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 외에 이날 SCM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는 '중대한 위협'이라는 인식 공유, △한미 통합국방협의회(KIDD) 구성, △우주 및 사이버 공간 보호‧접근 협력 강화, △전시작전권 환수에 따른 '전작권 전환 검증계획' 등이 포함됐다.

▲28일 제43차 한미안보협의회(SCM) 회의를 마친 김관진 국방장관과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이 공식 기자회견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군사전문가 "미국, 한-일 군사협정 압박"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월간 <디앤디(D&D) 포커스> 편집장은 이번 SCM에서 논의된 '선제타격론'과 한국측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 요구 등은 별개의 안건이 아니라는 진단을 내렸다.

김 편집장은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내년도 '강성대국' 원년을 앞두고 북한의 핵무장이 가시화될 경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정승조 합참의장의 25일 청문회 발언 등을 놓고 볼 때 '맞춤식 억제'는 곧 선제타격을 의미할 가능성도 있다고 풀이했다.

김 편집장은 그러나 "한미 간 미사일 지침에 대한 논의는 없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지난 13일 한미 정상회담을 2개월 앞두고 8월 9~11일 미국을 방문한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토머스 도닐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미사일 지침 개정 협의를 시작하자고 촉구했음에도 정작 정상회담에서는 미사일 얘기가 나오지도 않았다며 "이 문제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지침 개정은 없다는) 요지부동"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편집장은 정상회담 전 방미한 한국 고위당국자들이 미사일 사거리 연장 뿐 아니라 '핵 주권'도 미국에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사일 사거리를 연장하고 핵 주권이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면 미국으로서는 한국을 통제하기 곤란해지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관계가 곤란한 상황까지 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 '김종대의 안보통신'에 26일 게재한 글에서 "10월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우리 정부 고위관계자는 워싱턴을 방문해 '한국이 원자력발전소의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핵 주권을 행사하도록 원자력협정을 개정하자'고 미국에 제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

그는 "이런 일련의 일들은 북한의 강성대국 출범에 즈음해서 한국도 (북한의 핵능력에) 상응하는 능력을 갖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절대 합의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미 공동 국지도발 대비계획'에서 미군의 가용 전력으로 주일미군의 일부가 언급된 것에 대해 김 편집장은 "한일 군사협정을 맺으라는 압박이 임박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미국이 그간 한일 군사협정을 계속 요구해 온 상황에서 주일미군으로부터의 지원을 받게 되는 것에 대해 "한-미-일 군사 일체화가 시작된다는 신호로 봐도 무방하다"며 "이는 2차대전 이후 동북아의 안보 지각을 바꿔놓을 만한 큰 의미를 가진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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