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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기지, 두 정부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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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기지, 두 정부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나 [기고] '미국과 중국의 시대'를 사는 한국의 딜레마
평화의 섬 제주가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격렬한 대립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보면 일본의 오키나와가 떠오르는 것은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냉전 시대의 베트남전쟁은 물론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이 걸프전쟁을 수행하는데 있어 오키나와의 미군기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지금도 일본 전체 면적의 불과 0.6%에 지나지 않는 그 섬에 주일미군의 절반이 주둔하고 있다. 1996년 4월 미일 정상이 오키나와의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 아무런 진전이 없다. 2009년 8월 총선에서 역사적인 정권 교체를 이뤄냈던 일본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후텐마 기지의 현외 이전 공약을 지키지 못해 취임 9개월 만에 총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미일동맹을 외교안보의 기축으로 보는 일본 정부와 주일미군 주둔으로 인한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져왔던 오키나와 주민들 사이의 갭은 좀처럼 메워지지 않고 있다.

총선을 20일 정도 앞둔 지금 야권은 MB 정부 심판론을 내걸고 있지만 4대강 문제나 MB 정권 측근들의 부정 비리 문제를 제외하면 매력적인 공약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시작부터 끝까지 국론을 분열시켰던 한미 FTA나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어 사회적 분열을 가중시키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만 보더라도 민주통합당은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입장에 있지 못하다. 두 문제 모두 참여정부에서 결정하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 22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 40만 척 정도가 다니는 제주해협이고, 앞으로 우리가 경제가 더 성장하고 무역이 1조 불에서 2조 불 간다고 하면 정말 말할 수 없는 수십만 척, 백만 척이 앞으로 움직일 텐데, 그걸 무방비 상태로 둔다는 것은 저는 아마 그런 것을 의식해서 전 정부가 전방기지를 우리가 지켜야 된다, 이것은 필수 안보 요소다, 이것은 안보와 더불어서 경제 안보이고 군사 안보이다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아마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결정했던 것은 안보상의 필요에서였으며, 그런 결정을 했던 당사자들이 지금에 와서 반대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참여정부 인사 가운데 일부는 참여정부 시절의 한미 FTA와 MB 정부가 합의한 그것과는 다르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내용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바뀐 것이 없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와 관련해서도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정동영 의원은 참여정부의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유감의 뜻을 표명했지만, 그것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시 반대 의견이 있었음에도 해군기지 건설을 결정한 배경을 소상하게 밝히는 것이 도리며, 당시와 지금이 다르다면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의견도 내놓는 것이 순리다. 그런 것이 없는 한 적어도 이 두 문제에 대해서 민주통합당은 현 정부의 정치적 책임을 논할 자격이 없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기억하자

필자는 한미 FTA나 제주 해군기지 문제는 미국과 중국을 보는 여야의 입장 차이에서 파생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제주 해군기지 문제가 그렇다.

잠시 시간의 추를 노무현 정부 시절로 돌려보자. 그 시절 한미 간 최대 쟁점이 되었던 것 중의 하나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였다. 2004년 11월 1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당시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의원은 주한미군 2사단의 한강 이남 이전은 북한을 정밀타격하기 위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노 의원은 주한미군의 지역적 역할은 중국과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위한 것이며 한미 국방 당국자의 협의 채널이던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FOTA)' 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의 지역적 역할에 합의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새로운 안보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해외주둔 미군의 재편을 추진했다. 그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 주한미군의 한강 이남 통합 이전(재배치)이었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시작하면서 한국은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건설공병단과 의료지원단을 파병했지만, 이라크 상황이 악화되면서 미국은 전투부대의 추가 파병을 한국 정부에 요구했을 뿐 아니라 주한미군의 일부를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 이라크에 투입하기도 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상 주한미군의 병력을 어디로 이동시키든 미국은 한국 정부에 사전에 통보하거나 동의를 얻어야 할 의무가 없으며, 한반도 방위에 국한한 것으로 여겼던 주한미군(일부)이 한반도 이외의 지역분쟁에 개입할 경우 한국이 미국이 관여하는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던 것이다.

국방부는 미국이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구체적인 협의나 합의는 없었다고 부정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또한 이 문제를 둘러싸고 참여정부 내에도 의견이 엇갈렸으며, 노무현 대통령 자신도 일관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2003년 4월 19일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 자리에서 "주한미군의 주둔 목적이 지금까지는 대북 억지력이었다면 앞으로는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균형자로서 지역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노 대통령은 2004년 11월에는 "미국이 (주한미군을) 융통성 있게 운용할 수 있게 협력"해야 하지만 그것이 "동아시아에서 주한미군 역할의 유연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모호하게 말했다.

주한미군 재배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는데, 2005년 3월 8일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노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매주 중요"하지만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리 국민이 동북아시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 즉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 표명에 다름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2006년 1월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 다음과 같이 합의되었다.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변혁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하며,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

외교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는 양국의 입장을 균형 있게 조화시킨 것이며, "미래의 극히 불확실한 상황을 현재 시점에서 가상하여 그에 다른 절차를 모두 규정해 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니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사안이 발생할 경우 한미 간에 협의하여 해결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로부터 1년 1개월 뒤인 2007년 2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찬반이 치열하다면서 정부의 입장을 밝혀달라는 김재윤 열린우리당 의원(제주 서귀포)의 질문에 대해 당시 한명숙 국무총리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미래의 대양해군을 육성해야 되고 남방 해상교통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저희 정부의 입장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이런 군사전략상 필요성을 꾸준히 제주도민에게 설명을 해 왔고 이해와 협조도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래서 군사전략상의 필요성을 앞으로도 계속 좀 주민들에게 설명을 할 예정이고, 다만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제주도민들에게,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동시에 적극적인 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어쨌든 지금 정부의 입장을 말씀드리면 제주에 세계평화의 섬과 해군기지가 양립 가능하다고 저희들은 생각을 하고 있고, 평화의 개념이 기지를 만드는 것으로 완전히 파괴된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국회본회의회의록, 제265회 국회(임시회) 제6호, 국회사무처, 28쪽)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결정했던 참여정부나 지금 이를 강행하려는 현 정부나 제주 해군기지가 군사안보전략상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평화의 섬 제주와 해군기지가 모순되지 않으며 군사전략상 제주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것이 2007년 2월 당시 한명숙 총리의 답변 요지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말해두지만, 필자는 여기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필요성이나 당위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다만, 진보진영에서 반대하고 미국이 강하게 요구했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일정 부분 수용했던 참여정부가 제주도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결정했던 군사전략상의 필요성이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할 뿐이다. 이는 당시 해군기지 건설 결정에 관여했던 참여정부의 고위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다.

일부 진보진영 인사들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중국을 자극할 것이며, 특히 미군이 이 기지를 사용할 수도 있어 미국의 군사적 대중국 포위 또는 견제 전략에 이용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최근 중국이 우리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인 이어도 주변 해역의 감시활동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도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도 편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판단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이에 대항해 중국도 다양한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며, 최악의 경우 미중 간에 무력 충돌이 발생하고 미국이 제주 해군기지를 사용하면 중국이 한국의 해상 수송로를 봉쇄하고 제주 해군기지를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진보진영 일각의 시각도 문제의 전부를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 영국인 평화활동가 엔지 젤터(61)가 제주 해군기지 공사현장 철조망을 자르는 장면. 이 일로 인해 엔지 젤터는 출국 명령을 받았다. ⓒ조성봉(독립영화감독)

'한미동맹' 프리즘으로만 문제를 보는 보수와 진보

국제정치 이론 중에 세력전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한 국가의 부상은 다른 국가들의 파워를 상대적으로 약화시키기 때문에 세력균형에 큰 변화가 생겨 패권을 둘러싸고 지배적인 국가와 도전국가 사이에 전쟁이 발생할 위험성이 증대한다는 것이다. 전쟁은 양측 모두에 높은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세력전이가 반드시 전쟁의 가능성을 증대시키는 것은 아니다. 무역의 확대로 국가 간의 상호의존이 증가해 평화와 안정의 가능성이 높아져 전쟁의 발생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이론도 있지만, 상호의존이 위협 인식을 저하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역의 증가가 바로 평화로 귀결되는 것도 아니다.

중국에 있어 대외무역은 자국의 경제성장이나 정치적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은 국익에 반하며, 중국과의 무역이 단절될 경우 미국 경제는 존립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점에 있어서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미중 양국은 갈등과 협력이라는 위험스런 줄타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동맹국 미국과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중국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문제는 정치권에서 이에 관한 깊은 논의가 없다는 점이다. 보수진영은 한미동맹론을 맹신하고 진보진영은 이를 비판하는 틀에 박힌 구도가 있을 뿐이다.

지난 1월 5일 미국은 새로운 국방전략(Sustaining U.S. Global Leadership: Priorities for 21st Century Defense)을 발표했다. 핵심은 ①국방비의 대폭 삭감과 이에 따른 미군병력 축소와 미군의 글로벌한 재편, ②중동과 동북아시아 지역분쟁에 동시에 대처하는 소위 2정면전략의 수정, ③미국 국익에 가장 중요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병력 주둔과 억지력 강화, ④A2(Anti-Access)·AD(Area Denial)에의 대응 능력 향상, 사이버 공간과 우주에서의 작전 능력 향상, ⑤핵, 미사일 등 비대칭적 위협에의 대응 능력 향상 등이다.

A2 및 AD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로의 진출을 확대해온 중국을, 비대칭적 위협은 이란과 북한을 염두에 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아시아회귀라는 말을 자주 접하지만, 사실 미국은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국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용어를 사용해왔다. 인구가 30억 명이 넘는 이 지역 국가들과 미국의 무역액은 미국 전체 무역액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미국의 상위 무역 상대국 10개국 가운데 5개국(한국, 일본, 중국, 인도, 오스트레일리아)이 아시아 태평양 국가다.

반면 이 지역에는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한 역내 국가 간 군비경쟁, 영토문제, 중국의 군사력 증강, 북한과 이란의 핵과 미사일 개발 문제 등 역내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많다. 따라서 미국의 국익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이 지역의 정치적 안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미국이 관여하겠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9.11 이후 지난 10년간 수행해온 대테러전쟁으로 미국은 재정난에 직면해있어 국방비를 삭감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 미국을 동맹국으로 하고 있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며, 또한 미국이 동맹국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이나 우호국과 연대해 중국이 적대적인 행위를 하지 않도록 견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중국의 반발을 초래해 불필요한 분쟁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중국이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 돼 상황에서 동맹국 미국이 중국을 잠재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딜레마다.

중국은 놀라운 경제성장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를 배경으로 24년 연속 두 자리 수의 국방비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그런 중국의 능력과 의도를 우리는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중국은 덩샤오핑이 주장했던 '도광양회'에서 탈피해 해공군력을 증강해 해양과 우주공간에서,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의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가 아니더라도 지금 중국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자국의 내해(內海)화하고 나아가 괌이나 사이판 등의 서태평양은 물론 멀리는 중동이나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인도양에서의 자국의 권익 확보를 염두에 둔 장기적인 해양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중국이 한미동맹을 어떻게 볼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국방력을 증강하고 자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아프리카나 인도양 연안의 미얀마,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을 경제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중국의 의도가 무엇인지도 치밀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결정했던 참여정부 시절과 지금의 차이는 중국이 부상하면서 국제질서에 커다란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4월 총선에 이어 12월에는 대선이 있으며, 미국과 중국에서도 정치적 리더십이 바뀔 수 있는 유동적인 상황이다. 국내정치의 변화가 국제정세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개연성이 충분히 있는 변곡점에 우리가 서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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