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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원로들로 구성된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는 23일 성명을 통해 대선 정국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책임'을 강조했다.

원탁회의는 "우리는 안철수 교수에게 공식 출마선언을 서두르라고 다그칠 생각이 없다"며 "다만 이제는 그가 돌아설 수 있는 시점이 지났으며, 설혹 야권 단일후보가 안 되더라도 '안철수 현상'의 역동성을 최대한으로 살려 민주세력의 공동승리에 공헌할 책임이 그에게 있음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원탁회의는 "공식 선언 이전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더욱 구체화하고, 동행집단에 대한 검증과 피드백을 활발히 수용하며, 동행집단에 대한 검증과 피드백을 활발히 수용하며, 다른 진보개혁세력과의 협력방안에 대해서도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안 원장에게 당부했다.

원탁회의는 "'안철수 현상'으로 지칭되는 흐름은 그 지속성과 열기로 보아 정치적 실체를 지녔음이 분명하다"며 이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의 표출이요, 이를 담지할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가 공존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성명은 진보적 시민사회진영의 원로들이 안 원장이 가진 정치적 영향력을 인정하고, 그를 진보진영의 일원 내지 동반자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원탁회의 관계자는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 경선에 들어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그러나 야권연대의 불씨는 살려놔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관계자는 원탁회의 성명이 안 원장에 대한 '압박'은 아니나 "점잖게 촉구하는" 정도의 의미일 수는 있다면서, 출마 시기나 민주당과의 단일화 방식에 대해서는 안 원장이 결정할 문제라고만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원탁회의 내 일부에서는 "박원순 시장 '버전 2' 정도가 되지 않겠나" 하는 예측이 있다고 전했다.

"야권연대, 통합진보당으로는 어렵다"

한편 원탁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주요 정치세력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이들은 통합진보당에 대해서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원탁회의는 앞서 4.11 총선 야권연대 국면 등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 태도를 보여 왔지만 그런 진보진영 원로들마저 통합진보당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으로 풀이된다.

원탁회의에는 김상근 6.15 남측위 상임대표, 백낙청 <창작과비평> 편집인, 오종렬 전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전국연합) 상임의장, 박재승 전 대한변협 회장, 정연주 전 KBS 사장, 청화스님, 함세웅 신부,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김상근 목사는 통일운동 진영 내에서 폭넓은 존경을 받는 지도적 인물이며, 오종렬 전 의장이 속했던 전국연합은 현재 통합진보당 내 정파로 유권자들에게도 친숙해져 버린 경기동부연합, 인천연합 등의 상위단체였다.

원탁회의는 "여러 선거에서 야권의 연합정치에 큰 역할을 해온 진보정당의 모습은 통탄할 상황"이라며 "우리가 5월9일 성명에서 주문한 통합진보당의 '재창당 수준의 갱신'은 좌절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원탁회의는 "대선 승리를 위한 새로운 정치구도에서 어떤 정당이, 또는 어떤 정당과 당외세력의 연합이 진보정치에 대한 국민의 욕구를 가장 충실히 실현할 수 있을지 인내심과 지혜를 동원해 진지하게 모색할 때"라고 했다.

원탁회의 관계자는 '어떤 정당과 당외세력의 연합'이라는 표현에 대해 "민주노총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선에서, 총선 때처럼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는 안 된다는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어렵다"며 이런 인식은 원탁회의 내부에서 일정 수준 이상 공유되고 있다고 전했다.

원탁회의는 민주당에 대해서는 "(대선후보) 경선 과정이 투명성과 역동성이라는 기본을 충족함은 물론, 그것이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는 과정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다만 이들은 "당내 경선을 더 큰 결집을 위한 시작으로 이해하는 많은 국민들의 여망을 감안해, 전통있는 제1야당의 자긍심을 지키면서도 가일층 개방성과 헌신성을 갖고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지혜로운 방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안철수 원장에 대한 포용력을 주문한 것으로 읽힌다.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이명박) 행정부의 역행을 바꿔내는 노력을 하지 않고 국회의 무력화에 앞장서고 있다"며 "낡은 집권세력이 과거와 현재를 성찰함이 없이 무턱대고 미래로 나가자고 외쳐대고, 자신들은 바뀌지 않은 채 나라를 바꿔주겠다는 달콤한 언사로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이는 한국과 한반도, 나아가 동아시아 전체의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