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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현오가 고맙고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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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경찰 조현오가 고맙고 또 고맙다" [홍성태의 '세상 읽기'] 조현오 내정자의 초절정 망언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 때문에 나라 전체에 큰 소란이 일어났다.

먼저 그는 위장 전입의 범죄를 저질렀다. 공소 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처벌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위장 전입은 결코 작은 범죄가 아니다. 징역 3년, 벌금 1000만 원에 처할 수 있는 큰 범죄이다. 미국에서는 공문서 위조에 해당되어 징역형에 처한다. 위장 전입은 공문서 위조와 공무 집행 방해를 수반하는 큰 범죄이다. 그저 사과한다는 말로 얼버무릴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니다.

위장 전입의 사유는 크게 투기와 교육으로 나뉘는 것 같다. 최근에는 투기보다는 교육을 이유로 드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사실은 투기와 교육을 동시에 추구해서 위장 전입을 해 놓고도 교육 때문이라고 변명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교육이라면 뭐든지 허용하는 듯한 사회 분위기를 이용하는 변명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투기보다 교육 때문에 위장 전입을 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한국은 세계 최악의 학벌사회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세계 최악의 사교육 국가이다. 한국인은 사교육에 너무나 많은 소득과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위장 전입을 해서라도 학벌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상층 인사들이 이 끔찍한 학벌사회의 문제를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그러므로 조현오 내정자는 경찰청장에 적합하지 않다.

그런데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은 그의 발언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가 경찰들을 상대로 강연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엄청난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그냥 편하게 경찰들을 상대로 강연한 것 같다. 그러나 그 내용은 정말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 ⓒ뉴시스
그의 말투는 아주 점잖다. 그러나 정말로 중요한 것은 말투가 아니라 말이다. 조현오의 말은 정말이지 너무나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말은 말한 사람의 내면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통로이다. 조현오의 말은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준다. 그의 말을 보고 그가 과연 경찰청장에 적합한 인물인가에 대해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 보자. 다음은 공개된 그의 강연 전문에서 특히 큰 문제로 보이는 내용을 발언한 순서대로 인용한 것이다.

미국 경찰은 집회 시위 관리할 때 쉽습니다. (…) 미국 경찰은 집회 시위 관리할 때 시위대 1000명이다, 그러면 우리 예산이 얼마이기 때문에 10시에서 12시까지 보호한다고 이러면 집회 시위 현장에 가서 폴리스 라인 딱 치고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 폴리스 라인 넘으면 인정사정없이 속된말로 개 패듯이 경찰봉을 사용하거나 팔을 꺾거나 이런 식으로 해서 제압을 합니다. 이게 미국 경찰이고, 쇠파이프 아까 만장기, 그 죽창 만들어 가지고 공격을 하면 총으로 바로 쏴버립니다. 미국 경찰은 인권 마인드도 없습니다. 또 미국 경찰은 사명감도 없습니다. (…) 우리 대한민국 경찰은 어떻습니까. 인권 마인드도 있고, 사명감도 있습니다.

자화자찬도 이 정도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 아닐까? 더욱이 이 발언은 미국 경찰과 미국 경찰 정책에 대한 대단히 심각한 왜곡과 모독에 해당되는 것이다. 조현오 내정자의 발언은 미국 경찰을 거의 '조폭'으로 묘사하고 있는 동시에 '돈의 노예'로 묘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현오 내정자는 미국 경찰에게 제대로 해명하고 사과해야 할 뿐만 아니라 처벌까지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미국인은 총기를 소지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경찰의 시위 진압이 다소 강경해 보일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조현오 내정자는 완전히 무지한 것 같다. 미국 경찰은 조현오 내정자의 주장에 대해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또 이게 보면 유족들 그 울부짖는 거 한번 보세요. 여러분들 미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그런 모습들 보입니까 여러분들. 지난 일리노이 총기난사 사건 때 재미교포 조세희 사건 있잖아요. 그때 미국 사람들 어떤 반응 보였습니까. 울부짖고 머 이런 거 하는 거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까 우리 국민들도 선진국 국민이 되려면 슬픔도 좀 승화시킬 줄 아는 격이 높게 슬퍼할 줄 아는 이런 것도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무엇보다도 그런 걸 언론에서 그 그렇게 동물처럼 울고불고 과민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저는 언론에서 보도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러면 우리 국민들이 좀 슬퍼하고 하는 이걸 좀 승화시키고 격을 높여 가야 하는데 거기 하등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감정의 격한 표현을 자제하는 것이 '선진국 국민'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일 뿐이다. 어떤 사회는 폭소 문화가 발달해 있고, 어떤 사회를 통곡 문화가 발달해 있다. 한국은 후자에 해당된다. 그리고 사실 엄청난 불행을 당했을 때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통곡하기 쉽다. 조현오 내정자가 알고 있는 '선진국 국민'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은 통곡 문화가 발달해 있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다. 이것을 후진적인 것으로 보는 것은 편견이 심각한 비하로까지 악화된 것일 뿐이다. 그리고 비판에 잠겨 통곡하는 사람들을 동물로 여기는 것은 편견과 비하가 낳은 몰상식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막말을 경찰을 상대로 한 공개 강연에서 했다는 사실에 그야말로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자기의 잘못은 전혀 성찰하지 못하면서 언론을 탓하는 것에서는 더욱 더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치안협의회 때 오세훈 시장을 비롯한 여러 기관장이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왜 우리는 제대로 불법 폭력 시위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가. (…) 그러기 위해선 불법 폭력 시위를 기획하고 이끌어나가는 법질서 파괴 세력의 실체에 대해서 제대로 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런 사람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 종교 온갖 이슈 불문하고 반미 뭐 이런 거 반정부 활동, 여기에 조금 도움이 된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활용을 하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많은 동료들 붙여 가지고 많은 국민을 거리로 내몰아서 가능하면 쇠파이프 화염병 죽창 이런 거 들고서 해머 가지고 경찰버스 때려 부수고 이런 거 하려고 청와대까지 진격하려 합니다. 뭐 하러 청와대 진격하겠느냐 대통령 내려가라고 진격하려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의 정체 실체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가 필요하다는 걸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 야당 일부 정치인들도 끼어들고 그러는데 그 사람들 무정부주의자들도 여기 끼어 있는 겁니다. 그 사람들 크게 잘못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조현오 내정자만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모든 경찰 지휘부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인가? 조현오 내정자의 발언에서 우리는 '법질서 파괴 세력의 실체'가 아니라 '편견에 사로잡힌 폭력 경찰의 실체'를 여실히 확인하게 되는 것 같다. 정당한 집회와 시위를 '법질서 파괴세력'의 기획과 지도에 의한 폭력으로 왜곡하고, 광우병에 대한 무지와 문화방송(MBC)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여기에 '야당 일부 정치인들'까지 포함시켜 매도하는 등, 조현오 내정자의 발언은 여름을 맞아 급조된 B급 납량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우리 경찰의 수준이 정말 이 정도로 저급한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조현오 내정자을 비롯한 일부 경찰의 수준일 것이다. 이 나라의 진정한 선진화를 위해 이렇듯 저급한 수준의 경찰에 대한 경찰의 자정이 크게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작년 노통, 노무현 전 대통령 5월 23일 날 부엉이바위 사건 때 막 또 그 뒤로 뛰쳐나왔지 않습니까. 그런데 여러분들, 노무현 전 대통령 뭐 때문에 사망했습니까? 뭐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뛰어버린 바로 전날 계좌가 발견됐지 않습니까? 차명 계좌가. 10만 원짜리 수표가 (?) 거액의 차명 계좌가 발표돼. 발견이 됐는데 그거 가지고 뭐 아무리 변명해도 이제 변명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거 때문에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린 겁니다.

그래서 특검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까. 특검 이야기가 나와서 특검 하려고 그러니까 권양숙 여사가 민주당에 이야기를 해서 특검을 못하게 한 겁니다. 그 해 봐야 다 드러나게 되니까. 그걸 가지고 뭐 검찰에서 뭐 부적절하게 뭐 수사를 잘못해서 그런 것처럼 이 정부가 탄압한 것처럼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우리 경찰 뭐 조금 뇌물 받고 하면 바로 파면 당하고 형사 입건 당하는데 대통령 했던 사람이라고 해서 그게 드러나게 됐는데 그걸 수사하지 말고 덮어달라는 이야기밖에 안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런 사건을 가지고 이 사람들이 법질서 파괴 세력들이 시청에 대규모 시민들을 모아 가지고 또 청와대 진격 투쟁 이런 걸 시도를 했지 않습니까. 이게 법질서 파괴 세력들의 실체입니다.


경찰 지휘부에서도 핵심에 해당되는 자가 경찰을 대상으로 하는 공개 강연에서 전임 대통령을 '노통'이라고 비하해서 부르고, 여기서 나아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차명 계좌가 발견돼서 자살했다고 떠들고, 권양숙 여사가 민주당에 이야기해서 특검을 못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 나라에 정말 인재가 부족한가? 이런 수준의 의식과 도덕을 갖춘 자가 어떻게 경찰 지휘부의 핵심이 되었고, 이제는 경찰 수뇌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조현오 내정자는 또 다시 '법질서 파괴 세력'을 들먹이며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비참한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서울시청 광장에 모였던 사람들이 '법질서 파괴 세력'이었다는 것이다. 대체 이 사람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조현오 내정자의 잘못은 너무나 크고 깊어서 어떤 말로도 결코 합리화될 수 없다. 그의 내정은 즉각 철회되어야 할뿐만 아니라 그는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정말 짜증나는 여름이다. 그러나 조현오 내정자의 공개 강연이 공개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런 사람이 그냥 경찰 수뇌가 되어 경찰을 지휘했다고 생각해 보라. 국민은 물론이고 경찰로서도 얼마나 불행한 일이었겠는가? 위장 전입의 범죄를 저지르고 사과한다는 말로 무마하려고 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를 지독히 모독하고도 사과한다는 말로 무마하려고 하고, 천안함 유족들을 동물에 비유해서 심각히 모독하고는 사과한다는 말로 무마한다고 하고, 조현오는 사과를 몹시 사랑하는 모양이다.

한나라당은 조현오 내정자의 발언이 능력과는 무관한 것이기 때문에 청문회를 열어서 진퇴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양이다. 기가 막힌다. 위장 전입이 능력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에 대한 모독이 능력인가? 천안함 유족들을 동물에 비유하는 모독이 능력인가? 위장 전입이라는 결코 작지 않은 범죄를 저지른 것이 분명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천안함 유족들에 대한 모독의 잘못을 저지른 것이 분명한 사람을 구태여 경찰청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능력인가? 세상이 아무리 나빠졌다고 해도 아직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아무리 초거대 집권 세력이라고 해도 제발 최소한의 상식과 도덕은 지키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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