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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레임덕'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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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레임덕'은 이미 시작되었다" [홍성태의 '세상 읽기'] 4대강, 사분위 그리고 레임덕
'레임(lame)'은 '다리를 저는'이라는 뜻이니 '레임덕(lame duck)'은 '다리를 저는 오리'를 뜻한다. 보통 임기의 만료를 앞둔 대통령의 권력 누수 현상을 뜻하는데, 미국에서 남북전쟁 때부터 사용되었다고 한다. 남북전쟁을 일으키고 끝낸 사람은 에이브러햄 링컨인데 그는 남북전쟁에서 승리하고 11일 뒤에 암살되었다. 권력의 최전성기에 한 방에 훅 갔으니 권력 누수가 없었을 텐데 조금 이상하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라도 임기가 끝날 때가 되면 이빨 빠진 호랑이 꼴이 되기 십상이다. 공무원들이 곧 떠날 대통령의 명령을 잘 따르지 않고 새로 선출될 대통령에게 관심을 쏟기 때문이다. 이로 말미암아 행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그 결과 국가적으로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레임덕에 올바로 대처하는 것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가의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후반기 국정의 목표로 제시하자 이에 대해 레임덕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되기도 했다.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해 공정을 내걸고 강력한 사정을 추진하려는 것이라는 평가이다. 그래서 '공정 사회'는 사실 '사정 사회'라는 말이 나돌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나는 '공정한 사회'를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공정한 사회'는 그 자체로 훌륭한 목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그 실제 내용과 방법일 것이다. 예컨대 기회의 평등과 부패의 척결은 '공정한 사회'의 기초로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공정한 사회'는 우리의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중요한 목표가 제대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도 레임덕에 잘 대응해야 할 것이다.

레임덕은 모든 유한한 권력의 필연적인 숙명이다. 문제는 그것이 얼마나 늦게 나타나게 하는가, 그리고 천천히 진행되게 하는가이다. 레임덕은 단지 대통령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네거티브 방식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대통령의 명령을 아주 잘 따르는 포지티브 방식으로도 레임덕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상당한 레임덕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이와 함께 '공정한 사회'에 맞서서 '불공정 사회'를 추구하는 행태가 강화되고 있는 것 같다.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대표 정책으로 강행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가 그 핵심적인 예이고, 또한 회의록의 파기로 엄청난 논란을 빚고 있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그 핵심적인 예이다. 전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방식의 포지티브 레임덕이 진행되는 것이고, 후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명령을 강력히 거부하는 방식의 네거티브 레임덕이 진행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불과 3년 동안 최대 30조 원의 혈세를 퍼부어서 4대강을 인공 수로와 인공 호수로 개조하는 전대미문의 토건 사업이다. 이 사업은 자연의 강을 대대적으로 훼손하고 파괴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4대강 죽이기'라고 해야 옳다. 포클레인은 물론이고 다이너마이트까지 써서 강을 파괴하면서 강 살리기라고 말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보다 더 우스운 일일 것이다.

문제는 강의 파괴에서 그치지 않는다. 복지, 문화, 교육 등에 투자되어 사회 질 개선을 통한 산업 구조와 고용 구조의 선진화에 쓰여야 할 막대한 혈세가 그저 '삽질'에 투여되어 탕진되고 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소수의 토건족과 투기꾼의 배를 불리고 생태와 경제를 동시에 파괴하는 망국의 이중 파괴 사업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가 이 분야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을 쌓은 학자가 아니고 개발 연대를 대표하는 토건업자 출신의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토건업의 활성화로 급속한 경제 성장을 추구하고 대대적인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토건국가의 극단화를 강행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그런데 그의 주위에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있지 않은가? 그들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일본 등 '선진국'의 실태에 대해 잘 알고 있고, 한국의 토건업이 병적인 과잉 상태에 있다는 사실에 대해 잘 알고 있고, 토건국가의 개혁을 이루지 않고 발전은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대통령의 미몽을 일깨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강화해서 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결과 토건국가의 극단화를 강행되도록 하고 대통령을 심각한 불신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것이야말로 포지티브 레임덕의 단적인 예가 아닌가?

'4대강 살리기' 레임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사실 이미 제시되어 있다. 먼저 반대의 뜻을 밝히는 절대다수 국민들을 존중하는 형식으로 일단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회에서 '검증 특위'를 구성해서 문제를 철저히 파악하도록 해야 한다. 만일 이것이 정치적으로 영 부담스럽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틀렸다고 지적해 온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의 이준구 교수,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의 김정욱 교수와 TV 공개 토론을 통해 국민들이 진실을 알도록 할 수 있다.

만일 이것도 정치적으로 영 부담스럽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두 교수를 청와대로 초청해서 두 교수의 강의를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두 교수는 각각 한국의 경제학과 생태학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대표적인 학자이다. 그러니 두 교수를 초청해서 강의를 듣는 것은 대통령의 권위를 손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하는 일이다.

ⓒ환경운동연합

'4대강 살리기'에 비해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문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분위는 임시이사 파견 학교의 정이사 선임을 위해 만들어진 교육부 산하 심의기구이다. 사분위의 권한은 너무나 포괄적이어서 위헌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 나아가 사분위는 대통령 3, 국회의장 3, 대법원장 5로 임명된 11명의 위원들로 구성되는데 정치적으로 심각하게 편향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의 2기 사분위는 흔히 1대10의 구성이라고 말하는데, 개혁이 1이고 보수가 10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분위는 이렇게 위헌성, 편향성의 문제를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정보 공개의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커다란 의혹을 낳을 수밖에 없는 강력한 비밀주의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사분위의 존재와 활동이 큰 문제로 떠오르게 된 것은 사분위의 상지대 결정 때문이다. 상지대의 '구재단'은 대표적인 사학 비리 세력으로 지목되어 1993년에 김영삼 정부에 의해 퇴출되었다. 1993년에 교육부는 상지대의 '구재단'에 대해 원인 무효의 결정을 내렸고, 그 이사장은 사학 비리 범죄로 대법원에서 무려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다시 2004년에 대법원은 그 이사장이었던 김문기에 대해 상지대의 설립자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법적 자격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상지대의 '구재단'은 교육과는 거리가 먼 존재이다. 그런데 사분위는 이런 존재에게 상지대의 경영권을 넘겨주도록 결정했다. 정말로 끔찍하게 놀랍고 황당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이 잘못된 결정을 교육부는 바로잡아야 하지만 사분위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상 직무유기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상지대는 '구재단'이 퇴출되고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 '구재단' 시절의 상지대는 '대학 아닌 대학'으로서 '비리백화점'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이제 상지대는 구성원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중부권의 명문 대학으로 발돋움했다. 그 발전의 실상은 참으로 대단하다.

△ 교수 인원은 144명 → 253명으로 1.8배 증가
△ 재학생수는 5387명 → 7831명으로 1.5배 증가
△ 조교 인원은 0명 → 150명으로 증가
△ 강의동 총면적은 4912㎡ → 82030㎡로 17배 증가
△ 중앙도서관 장서는 167300권 → 474373권으로 2.8배 증가
△ 재정 예산 규모는 15억 원 → 65.6억 원으로 4.4배 증가
△ 학생 장학금 수혜율은 7.2% → 43.6%로 6.0배 증가


'구재단' 시절의 상지대가 허름한 구멍가게였다면 지금의 상지대는 훌륭한 중견기업이 되었다. 그 동안 '구재단'이 기여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보면, 백번 양보해서 '구재단'의 권리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구재단'에게 이렇게 엄청난 발전을 이룬 상지대를 넘겨주라는 것은 그야말로 법의 형식을 빈 노골적인 강탈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사분위의 상지대 결정은 당연히 나라 전체에서 큰 반발과 저항을 일으키고 있다. 이것은 작년과 올해에 걸쳐 거듭 교육 부패 척결을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을 정면으로 부정한 결과이기도 하다. 사분위는 이명박 대통령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교육 부패 조장을 촉진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이보다 더 명백한 레임덕의 사례는 없을 것 같다. 이것을 방치하면 이 나라의 '백년지대계'는 비리와 부패 세력의 먹이로 전락하고, 이 나라는 '불공정 사회'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이미 사분위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아니라 사학분쟁조장위원회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사분위는 이런 비판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국회의 상지대 결정 관련 회의록의 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그 회의록의 파기라는 '중대 범죄'를 저질러서 형사 고발을 당한 상태이다. 사분위의 행태는 대통령의 뜻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네거티브 레임덕의 본보기라고 할 만하다.

사분위의 문제에 대해 교육부와 한나라당은 어떤 개선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사분위 레임덕은 사실상 사분위-교과부-한나라당 레임덕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4대강 살리기' 레임덕도 전문가만이 아니라 사실상 전문가-국토부-환경부 레임덕으로 작동하고 있다. 레임덕은 단순히 위기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를 바로잡고 미래의 발전을 도모하는 기회일 수도 있다.

정말로 '공정한 사회'를 이루고자 한다면, 이미 명백히 드러난 두 가지 심각한 레임덕 문제를 직시하고 조속히 개선해야 할 것이다. 두 가지 레임덕은 이 나라를 극심한 '불공정 사회'로 몰아넣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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