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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대통령 기망? 민동석 "협상 중단 지시에도 美 대사와 따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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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대통령 기망? 민동석 "협상 중단 지시에도 美 대사와 따로 만나…" [박상표 칼럼] 민동석 차관 내정한 MB, 다시 '촛불'을 들라는 건가?
이명박 대통령이 민동석 전 농림수산식품부 통상정책관을 외교통상부 제2차관으로 내정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국민과의 소통'과 '공정 사회'의 결정체가 바로 이런 것이었단 말인가?

이번 외교통상부 차관 내정의 성격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공무원 특채 파문으로 인한 경질 인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특채 파문의 덕을 보고 차관으로 내정된 민동석 씨가 앞서 농림수산식품부 통상정책관으로 임용되는 과정에서부터 '공정 사회'와 거리가 먼 점이 발견된다.

농업통상정책관 공모를 특채로 착각한 민동석

민동석 씨는 <월간조선> 2008년 11월호에서 "휴스턴 총영사로 있던 2006년 2월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으로부터 긴급 전화를 받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농업 협상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민동석 씨가 펴낸 <대한민국에서 공직자로 산다는 것>(나남 펴냄)이라는 책에 당시 상황이 좀 더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김현종 본부장은 "한미 FTA 협상이 막 출범했는데 농업 협상이 전체 협상의 성패를 쥐고 있으니 농림부에 가서 농업 협상을 맡아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언론에 "한미 FTA 협상이 출범했는데도 농림부 안에서 지원하는 사람이 없어 두 달째 비어 있는 농업통상정책관 인선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기사가 날 정도의 상황이었단다.

그러나 민동석 씨의 이러한 주장은 사실관계가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 당시 정부는 2006년 2월 3일에 한미 FTA 협상 개시를 발표했으며, 2006년 3월 27일에야 농림부 장관 명의로 '농림부 전문 계약직 공무원 모집 공고'를 내서 3월 27일부터 4월 5일까지 농업통상정책관 응모 접수를 받았다. 그전까지 농업통상정책관은 임명직이었으나 개방형으로 바뀌어 채용 방식을 공개 응모로 바꾼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실에서 농림수산식품부에 2006년 농업통상정책관 응모 현황을 질의한 결과, 민동석 씨뿐만 아니라 손찬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국장, 이용기 영남대학교 교수(식품산업경영과) 등 모두 3명이 응모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인가?

민동석 씨가 공개적으로 밝힌 내용에 따르면, 2006년 2월 한미 FTA가 개시되자마자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부터 민 씨가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 내정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내막도 모르고 공개응모에 참여한 2명은 들러리에 불과했단 말인가?

외교통상부는 유명환, 유종하, 홍순영, 전윤철, 홍장희, 임재홍, 한충희, 김종훈 등 고위 관료의 가족 및 친지 특채 파문으로 인하여 '외교가족부'라는 비판을 들은 바 있다. 민동석 씨도 역시나 유명환 장관 딸 특채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농업통상정책관 내정을 받은 '외교가족부'의 일원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민동석 외교통상부 차관 내정자. ⓒ연합뉴스

대통령 지시도 무시하는 대한민국 공직자의 국적은?

민동석 씨는 지난 7월 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PD수첩> 명예 훼손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대한민국에서 공직자로 산다는 것'의 실체에 대해 놀라운 사실을 밝혔다.

당시 검사는 민동석 씨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사실상 협상 중단을 지시하였다는 취지인데 그 뒤 한미 간 협상은 중단되었는가요?"라고 질문하였다. 민동석 씨는 이렇게 증언했다.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은 30개월 이상의 것은 더 이상 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1월 3일경에 한덕수 총리가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를 집무실로 불러서 다시 우리 입장을 제시하였습니다. (…) 대통령이 12월 24일에 그런 말을 하였어도 1월 3일에 총리는 30개월 이상을 분명하게 우리 조건으로 상대방에 제시하였던 것입니다."

또 검사가 "증인은 2008년 1월 16일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우리나라 통상교섭본부장(김종훈)에게 미국 측의 절충안을 내 놓은 사실을 알고 있는가요?"라고 질문하자, 민동석 증인은 "예. 조금 전에도 1월 3일에 총리가 제시를 하였다고 증언하였는데 미국 측 입장을 내서 절충안을 내세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대한민국에서 공직자로 산다는 것'은 대통령의 협상 중단 지시조차 무시하고 총리와 외교 관료가 미국 대사에게 은밀한 '추파'를 던져야만 가능한 일인지 궁금하다. 이후 한덕수 총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주미 대사로 임명되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친구 딸의 외교부 특채 의혹에도 불구하고 경질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여야가 어렵게 합의한 재래 시장 및 영세 상인 보호를 위해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골목 상권 입점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의 국회 처리를 무산시키기까지 했다.

그리고 민동석 전 농림수산식품부 통상정책관은 외교통상부 차관으로 영전하였다.

촛불 집회는 졸속 협상이 아니라 PD수첩 '거짓 방송 폭탄' 때문?

민동석 씨는 미국산 쇠고기 협상은 "미국이 우리에게 선물을 준 것"이라는 발언으로 전 국민적 분노를 야기한 적이 있다.

또 민동석 씨는 자신이 펴낸 책에서 촛불 집회의 원인이 미국과 쇠고기 협상을 졸속으로 한 때문이 아니라 <PD수첩>이 촛불 집회 선동하였으며, "<PD수첩>의 거짓 방송 폭탄에 이 사회가 반 동강나 버렸다"고 모든 책임을 '<PD수첩> 탓'으로 돌리는 엉뚱한 주장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공개된 2007년 12월 17일 농림부 축산정책국이 작성한 '미국산 쇠고기 관련 대책 검토 보고' 문서를 보면, 정부도 사전에 졸속 협상을 할 경우 전 국민적인 분노와 저항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민동석 씨가 농림수산식품부 통상정책관으로서 검토하였을 이 문서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미국 측이 쇠고기 문제를 한미 FTA 미 의회 비준과 연계하여 정치적인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 측이 부시 행정부 동안에 한미 FTA 미 의회 비준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기술 협의 차원을 벗어나 정치적인 타결이 불가피하다. 정치적 합의를 통한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할 경우에는 국내적으로 한미 FTA 비준 위해서 국민 건강과 식품 안전을 무시하고 검역 주권을 포기한 결정이라는 비난이 우려된다. 그간 과학적인 근거와 수입 위험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OIE 기준보다 강화된 조건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었음에도 이러한 입장이 후퇴한 것에 대한 대국민 설득이 어렵다."

이명박 식 소통과 공정 사회의 실체 제대로 보여준 인사

민동석 씨는 외교통상부 외교역량평가단장으로 재직 중에 <PD수첩> 제작진에게 전원 무죄판결이 나오자 2010년 1월 12일 CBS 라디오에 출연하여 '담당 법관과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 운동을 벌일 것"이라며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극단적 발언까지 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씨의 개인 명예 훼손 소송에 변호사 수임료로 억대의 예산까지 편성한 사실이 밝혀졌다. 1심 형사 재판에서 6600만 원을 책정했으며, 2심 재판에 변호사 수임료로 4400만 원을 지출했다.

특히 농림부로부터 4400만 원의 수임료를 받은 엄상익 변호사는 형식상 농림수산식품부의 자문 변호사라고 하나 실제로는 민동석 씨의 개인 변호사라고 할 수 있다. 민동석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엄상익 변호사를 자신의 친구라고 밝혔으며, 엄 변호사는 <신동아>에 재판 관람기를 기고하기도 했다.

민동석 외교부 차관 내정자의 이러한 행태들이 진정 '공정 사회'에 적합한 것이라 할 수 있는지, 과연 이번 인사가 '국민과의 소통'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6월 8일 특별담화문을 통해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아침이슬을 들으며, "국민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챙겨 봤어야 했다. 저와 정부는 이점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반성은 진정성이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진심은 올해 5월 11일 국무회의에서 국민과 지식인들에게 '촛불 반성'을 촉구함으로써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민동석 씨의 외교통상부 제2차관 내정은 한미 FTA의 미국 의회 비준을 위해 자동차와 쇠고기 등에 대한 미국 측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의심된다.

이런 식으로 '공정사회'를 포기하고 '미국과의 소통'만으로 일방통행을 고집한다면 국민들에게 또다시 촛불을 들라고 부추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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