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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만 공격하는 이상한 전염병을 봤다"…구제역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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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만 공격하는 이상한 전염병을 봤다"…구제역의 탄생 [박상표 칼럼] 역사와 과학의 눈으로 보는 구제역 ①
우리 국민들은 21세기 첫 10년을 그야말로 '열공 모드'로 살아왔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쁜 와중에도 줄기세포부터 조류독감, 광우병, 멜라민, 신종플루, 한반도 대운하, 자유무역협정(FTA), 투자자-정부 제소(ISD)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주제들을 섭렵해왔다.

그런데 2010년 11월 경상북도 안동에서 시작되어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구제역 사태를 맞이하여 또 하나의 '열공 주제'가 등장했다. 2011년 2월 18일까지 약 337만 마리의 가축이 살처분이란 이름으로 죽임을 당하여 땅에 묻혔으며, 그동안 공무원, 군인, 경찰, 소방공무원, 민간인 등 5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매몰 작업에 동원되었다.

정부는 1월 13일 전국 백신을 실시하기로 결정했으며, 2월 18일까지 352만 두의 소를 대상으로 2차까지 백신 접종을 거의 마무리했다. 835만 두의 돼지를 대상으로 1차 접종을 모두 끝냈으며, 그 중 42%는 2차 접종을 완료했다. 타이완, 우루과이 등의 외국 사례를 참고해볼 때, 3월 말 이후로는 구제역의 기세가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매몰지 주변의 2차적인 환경오염 문제, 백신 접종 후 체계적인 사후 관리 대책, 피해 농가의 재기와 복구 등이 현안 문제로 떠올 것으로 보인다.

이제 좀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2010~2011년 구제역 재앙이 왜 발생하였으며, 방역 과정에서 어떤 문제점이 나타났으며, 그리고 두 번 다시 이러한 재앙을 겪지 않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성찰해볼 때가 된 것 같다. 이 연재는 가능한 한 한주일에 한 번씩 독자 여러분을 찾아갈 것이다.

Ⅰ. '구제역'이라는 질병명과 그 개념이 국내에 도입된 역사

유럽에서 '구제역' 개념의 탄생

질병이나 병원체는 인간의 역사보다도 더 오랫동안 존재해왔지만, 인류는 이를 곧바로 인식할 수 없었다. 경험과 과학을 통해 이를 새롭게 발견해야만 비로소 우리의 역사와 사회 그리고 문화 속으로 호명될 수 있었다.

구제역에 관해 신뢰할 만한 가장 오래된 기록을 남긴 사람은 지로라모 프라카스트로(Girolamo Fracastoro, 1478~1553년)이다. 그는 1546년 <전염병에 대하여(De Contagione et Contagiosis Morbis)>라는 책을 펴냈는데,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1514년 오로지 소만을 공격했던 이상한 접촉 전염에 대해 언급하겠다. 처음엔 프리울리 지방에 나타났다가 점점 급속도로 베네치아로 옮겨갔다. 그리고 베네치아에서 우리 고장(베로나)으로 전파되었다.

소들은 처음에 뚜렷한 이유 없이 식욕이 떨어졌다. 그러나 목동들은 소의 입과 입천장에 전체적으로 조그마한 물집이 잡히고 거칠거칠해진 것을 알아차렸다. 감염된 소들을 나머지 전체 무리에서 격리시킬 필요가 있었다. 격리를 시키지 않으면 전체가 오염되었다. 차츰차츰 반점이나 농포가 어깨로 내려왔으며, 거기서부터 발굽으로 내려왔다.

이런 증상으로 보였던 소들의 거의 대부분은 회복되었으나, 발진이 이렇게 널리 퍼지지 않았던 소들 중에서 다수가 사망하였다."


▲ 로라모 프라카스트로(왼쪽)는 1546년에 펴낸 <전염병에 대하여>(오른쪽)에서 처음으로 구제역 증상을 기록하였다. ⓒ프레시안

프라카스트로는 세심하고 놀라운 관찰력으로 식욕 부진과 입, 발굽 등에 물집이 생기는 구제역의 임상 증상을 기술하였으며, 전염병 방역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격리 개념까지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1478년 이탈리아의 베로나에서 태어나 파도바 대학을 졸업한 후, 19세에 이 대학의 교수로 임명되었다. 코페르니쿠스도 같은 시기에 파도바 대학을 다녔다고 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학자들이 흔히 그러했듯이, 프라카스트로의 연구 분야는 의학뿐만 아니라 천문학, 지질학, 수학 등으로 다양하다. 그는 전염병이 아주 작은 입자 또는 포자(spores)에 의해 전염된다는 접촉 전염(contagion)설을 제창했다. 전염병이 병원균에 의해 발생한다는 혁신적인 주장은 3세기 후 세균과 바이러스의 발견으로 입증되었다. 그는 매독(Syphilis)이나 티푸스(typhus) 같은 질병 이름을 처음으로 명명했으며, 천문학 분야에서 혜성의 꼬리가 태양과 반대 방향으로 있는 것을 기록했다. 지질학 분야에서는 화석이 생물 기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 후 1683년에 윈클러(Wincler), 1686년에 디데리히(Diderich), 1764년에 폴렛(Paulet) 등이 구제역 임상 증상을 기록하였다. 1765년에 모라비아(현재의 슬로바키아) 지방의 내과 의사 장-바티스트 사가(Jean-Baptiste Sagar)는 소, 소형 반추동물, 돼지에서 자신이 관찰하였던 내용을 보고하였다. 사가의 기록은 아주 구체적인데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아구창(aphthae)이다. (…) 다리에 종양이 생기는 날에는 증상이 사그라지고, 열도 사라지며, 식욕이 다시 돌아온다."는 내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보고서에서 '아구창(aphthae)'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사용했다.

19세기에 들어서자마자 비로소 이탈리아어로 구제역이라는 뜻인 'febbre aftosa'라는 용어가 등장하였다.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토기아(Toggia)였다. 그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에서 1799~1800년에 일어난 전염병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이 질병의 이름을 'fonzetto', 'vaiuolo', 'mal del rospo'라고 부르는 대신 차라리 'febbre aftosa'라고 바꿔 부르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하면 이 질병이 확산되고 전염되는 속도가 빠른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epizootica'라는 용어가 포함될 수 있다."

Aphtae는 아구창(鴉口瘡)이라는 뜻이며, epizooticae는 가축의 유행병이라는 뜻이다. 이로써 토기아의 기록에 의해 구제역의 학명 'Aphtae epizooticae'가 유래했음을 알 수 있다.

토기아는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이 병은 열이 있는 상태로 점점 진행되며, 입술, 입, 입천장, 혀의 안쪽 표면에 작은 고름 주머니가 뚜렷하게 보인다. 아주 드물지만 유방에도 나타난다. 이것들은 아주 빠르게 아구창(aphthae)과 유사한 작은 궤양으로 되는 경향이 있다"며 구제역의 임상 증상을 아주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 당시 베네치아나 롬바르디아 지방에서는 구제역을 'flying chancre' 또는 'cancro volante'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많은 학자들이 구제역의 증상을 기록하였으나 병원체는 밝혀내지 못했다. 라예르(Francois-Olive Rayer, 1793~1867년)는 1843년에 우두(牛痘, cowpox)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고, 라스파유(François Raspail, 1794~1878)는 1854년 진드기와 같은 작은 벌레가 깨물어서 혀나 입안에 아구창이 생기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이징거(C. F. von Heusinger, 1782~1883년)는 1853년 바이러스(virus) 원인설을 제기했는데, 그는 독(poison)이라는 의미로 바이러스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1880년대에 이르러서는 구제역의 전염성 특성에 대해서 대다수의 학자들이 인정을 하였고, 그 병원체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버섯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도 했고, 시겔라균이나 포도상구균을 원인체로 잘못 지목하기도 했다.

▲ 프리드리히 뢰퍼(오른쪽)와 파울 프로쉬(왼쪽)는 1897년 구제역 바이러스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프레시안

마침내 1897년에 이르러서는 독일의 세균학자 프리드리히 뢰퍼(Friedrich August Johannes Loeffler, 1852~1915년)와 파울 프로쉬(Paul Otto Max Frosch, 1860~1928년)가 구제역의 원인은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동물의 바이러스로는 처음으로 밝혀진 병원체다.

당시 이들은 코흐가 세운 베를린 전염병 연구소(1921년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로 개칭)에서 세균을 연구하고 있었다. 파스퇴르와 함께 현대 미생물학을 개척한 코흐는 뢰퍼, 프로쉬뿐만 아니라 기타자토, 에를리히, 바서만, 파이퍼, 베링, 베르니케 등 뛰어난 학자들을 제자이자 동료로 두었다.

뢰퍼는 디프테리아 균과 독소를 발견한 것을 비롯하여 돼지의 단독과 쥐의 페스트를 일으키는 병원균도 발견하였다. 프로쉬는 장티프스균에 노출되어도 발병은 하지 않고 그 세균이 내장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1922년 벨리에(Vallée)와 까레(Carré)는 프랑스 과학원에서 구제역을 면역학적으로 O형과 A형이라는 2개의 혈청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표했다. O형이라는 명칭은 프랑스 북부의 우와즈(Oise) 지역에서 유래했으며, A형이라는 명칭은 프랑스, 독일, 벨기에의 국경 지대 아르덴(Ardennes)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들은 1926년 포르말린으로 바이러스를 불활화(不活化)시키는 방법을 이용하여 최초로 구제역 사독 백신(inactivated or killed vaccine)을 제조했다.

독일의 발트만(Waldmann)과 트라우트바인(Trautwein)은 1926년 A형과 O형 이외에 C혈청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발트만은 1937년 포르말린으로 바이러스를 불활화시킨 후 수산화알루미늄(Al(OH)3)겔을 흡착시켜 만든 구제역 백신을 개발했다. 1948년 남아프리카 지역(Southern African Territories)에서 수집된 3가지 서로 다른 혈청형인 SAT 1, SAT 2, SAT 3형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1951~2년 인도와 1954년 파키스탄에서 Asia 1형이 분리되었다.

① Fracastorius, H. (1546), De alijs differentijs contagionis. In De sympathia et antipathia rerum liber unus. De contagione et contagiosis morbis et curatione libri 111, pp. Chapter 12 36-38. Venice: Heirs of L.A. Junta.
(Jean Blancou, History of the control of foot and mouth disease, Comparative Immunology, Microbiology & Infectious Diseases 25 (2002) 283–296 재인용)

참고로 한글 번역의 원문은 아래와 같다.

Referemus insolitam anni 1514 contagionem quæ in boves solum irrepsit, visa primo circa foroiuliensem tractum mox sensim et ad Euganeos delata atque inde in agrum nostrum (Veronese). Abstinebat primo bos a cibo sine causa alia manifesta; spectantibus autem in ore eorum bulbucis asperitas quædam, et parvæ pustulæ percipiebantur in palato et ore toto: separare protinus infectum oportet a reliquo armento, alioquim totum inficiabatur, paulatim labes illa descendebat in armos et inde ad pedes; ac quibus ea permutatio fiebat, sanabantur fere omnes, quibus autem non fiebat, plurima pars interibat.

다음과 같은 영문 번역판이 1930년 뉴욕에서 발간되었다.

De contagione et contagiosis morbis et eorum curatione libri III Hieronymi Fracastorii ; translation and notes by Wilmer Cave Wright. Published 1930 by G.P. Putnam's Sons in New York . Written in English.

② Sagar(1765), Libellus de aphtis pecorinis anni 1764, cum appendice de morbis pecorum in hac Provincia tam frequentibus, eorumdem caussis, et medelis preservatoriis, Vienne, Kravs.

③ Heusinger CF(1853), Recherches de pathologie compare´e, vol. I. chez Hotop: Cassel;
Heusinger CF, (1853) Recherches de pathologie compare´e, vol. II. chez Hotop: Cassel; p. DXLIX.
(Jean Blancou(2002), History of the control of foot and mouth disease, Comparative Immunology, Microbiology & Infectious Diseases 25 (2002) 283–296 재인용)

원문은 다음과 같다.

Anzi che il nome di fonzetto, di vaiuolo, di mal del rospo, ho giudicato doversi dare a questa malattia quello di febbre aftosa, cui volli aggiunto l''epiteto di epizootica, perche' cosi marcata tostamente si vedesse la prontezza con cui essa largamente sie' vista a diffondersi e communicarsi.

④ Rayer PFO.(1843), Sur l''e´pizootie (maladie aphteuse, cocotte des nourrisseurs, fonzetto des Italiens, hitzige Klauenseuche ou Maulweh des Allemands) qui a re´gne´ a' Paris dans les derniers mois de 1838 et pendant le premier semestre de 1839. Arch Med Comp 1, 155-71.

⑤ Raspail FV.(1854), Le Fermier-Ve´te´rinaire ou Me´thode aussi e´conomique que facile de pre´server et de gue´rir les animaux domestiques, et meˆˆme les ve´ge´taux cultive´s, du plus grand nombre de leurs maladies. Paris: Raspail, p. 288.

⑥ Heusinger CF.(1853), Recherches de pathologie compare´e, vol. II. chez Hotop: Cassel, p. DXLIX.

⑦ Loeffler, F., and P. Frosch(1897), Summarischer Bericht uber die Ergebnisse der Untersuchungen zur Erforschung der Maul- und Klauenseuche. Zentbl. Bakteriol. Parasitenkd Abt. I 22, 257-259.

⑧ Vallée H., Carré, H. and Rinjard, P.(1926), Vaccination against FMD by means of formalinised virus, J. Comp. Path. Ther., 39, 326-329.

⑨ Waldmann, O. and Trautwein, K., 1926. Experimentelle Untersuchungen ueber die Pluralitet des Maul-und Klauenseuche Virus. Berl. Iterarztl. Wschr. 42.

⑩ Brooksby JB.(1958), The virus of foot-and-mouth disease, Adv Virus Res. 5, 1-37.

⑪ Dhanda MR, Gopalakrishnan VR. Dhillon HS.(1957), Note on the occurrence of atypical strains of foot-and-mouth disease virus in India. Ind J Vet Sci, 27, 79-84.

⑫ J.B. Brooksby and J. Rogers (1957), Methods used in typing the virus of foot-and-mouth disease at Pirbright, 1950–1955, Methods of Typing and Cultivation of Foot-and-Mouth Disease Viruses, Project 208 of OEEC, Paris, pp. 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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