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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정운찬, 호텔 바서 만나 대놓고 내가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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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정운찬, 호텔 바서 만나 대놓고 내가 좋다고…" 신정아가 쓴 '신정아 사건', 유력인 실명 거론 파문 예고
신정아 씨가 입을 열었다.

지난 2007년 동국대학교 교수로 재임하던 당시 박사 학위(미국 예일 대학)가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나 큰 파장을 일으켰던 신정아 씨가 그간의 전말을 밝힌 <4001>(사월의책 펴냄)을 펴냈다. '4001'은 신 씨가 2007년 10월부터 2009년 4월까지 1년 6개월간 복역하며 가슴에 달았던 수인(囚人) 번호.

신정아 씨는 이 책에서 예일 대학 박사 학위 수여의 전말, 연인 관계였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만남부터 파국, 동국대 교수 채용 과정과 불교계와의 관계, 정치권 배후설과 청와대와의 인연, <문화일보> 누드 사진의 전말 등 그간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진실을 털어놓았다.

특히 이 책에는 이른바 '신정아 사건'의 전후에 관계된 이들이 실명 또는 (누구인지 짐작이 가능한) 가명으로 언급되고 있어서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전망이다. 변양균 전 정책실장은 물론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 정운찬 전 총리(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주요 언론의 전·현직 기자들이 그들이다.

▲ 신정아 씨는 이른바 '신정아 사건'의 전말을 밝힌 <4001>(사월의책 펴냄)을 펴냈다. '4001'은 신 씨가 2007년 10월부터 2009년 4월까지 1년 6개월간 복역하며 가슴에 달았던 수인(囚人) 번호. ⓒ프레시안(최형락)

서울대 미술관장 제안한 정운찬 "신정아 씨는 사랑하고 싶은 여자"

우선 신정아 씨는 이 책에서 정운찬 전 총리가 서울대학교 총장으로 재직하던 중 서울대학교 미술관장과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를 제안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 전 총리가 신 씨에게 지속적으로 사적인 만남을 강요하며, 더 나아가 연인 관계를 요구한 정황을 폭로해 또 다른 진실 공방이 예고된다.

정운찬 전 총리는 "신정아 씨는 미술관 운영에 관해 조언을 받기 위해 만나본 미술계 관계자 중 하나였고 관장 후보로 거론된 것이 아니다"라며 "처음 만난 30대 초반 인물, 그것도 사립미술관 큐레이터를 몇 년 한 것 외에는 별다른 경력도 없는 사람한테 200억 원짜리 서울대 미술관의 관장 자리나 교수직을 제의한다는 게 상상이 되느냐"고 해명했었다.

그러나 신정아 씨의 설명은 다르다. 신 씨의 설명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05년 초여름 '갤러리 인' 양인 사장의 소개로 서울대학교 총장실에서 처음 만났다.

신정아 씨는 "(이 만남 이후로) 정 총장은 (서울대 미술관에는) 나이 많은 관장보다는 젊고 추진력 있는 내가 적격이라고 했다"며 "당시 미술사 전공 교수도 한 사람 필요한 상황이니, 미술사 교수 임용과 동시에 미술관을 맡기면 내 나이가 어려도 문제될 게 없을 거라고 했다"고 전했다.

신정아 씨는 "(정 총장은) 다만 젊은 내가 관장을 하게 되면 다른 교수들에게서 말이 나올 우려가 있으니 관장을 공석으로 두고 부관장으로서 미술사 교수가 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며 "어찌 되었건 서울대 미술관 개관을 책임진 정 총장이 나를 유일한 대안이라고 하니 정말이지 기쁜 일이었지만, 일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것은 부담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신정아 씨는 정운찬 전 총리가 지분거린 사실을 폭로했다. 신 씨는 "언론을 통해 보던 정 총장의 인상과 실제로 내가 접한 정 총장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다"며 "내가 보기에는 겉으로만 고상할 뿐 (정 총장의) 도덕관념은 제로였다"고 회고했다. 정 전 총리가 늘 밤 10시가 다 된 시간에 만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상황도 구체적이다.

신정아 씨는 "정 총장이 밤늦은 시간에 만나자는 것을 매번 거절하는 것이 죄송해서 처음에는 점심 때 뵙자고 여러 번 완곡하게 말씀드렸지만, 정 총장은 낮에는 일정이 너무 바빠 저녁식사 후에나 가능하니 그 시간에 만나자고 했다"며 "만나자는 장소는 대개 (방배동 근처) 팔레스 호텔에 있는 바였다"고 설명했다. 신 씨는 곤혹스러운 상황을 이렇게 적었다.

"정 총장은 안주 겸 식사를 시켜놓고서, 필요한 자문을 하는 동안 처음에는 슬쩍슬쩍 내 어깨를 치거나 팔을 건드렸다. 훤히 오픈되어 있는 바에서 시중드는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마당에 그 정도를 성희롱이라고 할 수도 없었고 불쾌한 표정을 짓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이상한 것은 그렇게 수십 분 정도를 견디다 보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여러 사람들이 정 총장을 만나러 몰려오는 것이었다.

내가 늘 저녁자리를 빨리 빠져나가자 정 총장은 나와 먼저 시간을 보내다가 다른 사람을 만나려는 것 같았다. 한국은행 사람들이나 서울대 교수들, 심지어는 신기남 국회의원까지 동석을 한 적이 있었다. 정 총장은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다른 일정이 있다면서 먼저 자리를 떠서는 곧장 밖에서 다시 나에게 연락을 해오는 것이었다." (101~102쪽)


신정아 씨는 "(이런 상황을 견디다 못해) 고민 끝에 서울대 교수직과 미술관장 제의를 거절했다"며 "서울대에 가게 되면 (정 총장과) 사적으로 공적으로 더욱 얽히게 될 테니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씨에 따르면, 정운찬 전 총리의 지분거림은 계속되었다.

"(서울대 자리를 거절하고 나서) 팔레스 호텔에서 만났을 때는 아예 대놓고 내가 좋다고 했다. 앞으로 자주 만나고 싶다고 했고, 심지어 사랑하고 싶은 여자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그날 내가 앉아있는 자리에서 정 총장은 차마 표현하기 어려운 돌발행동을 내 앞에 보여주었는데, 그렇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서빙하는 아가씨의 눈치를 보아가며 한 행동이었으니 술에 취해 실수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웬만하면 서로 껄끄럽지 않게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나는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어서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 (104쪽)

신정아 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정 총장은 내게 서울대 교수직을 제안한 일이 전혀 없다고 딱 잘라 부인을 했다"며 "그러던 중 검찰이 확보한 통화 기록에 정 총장과의 통화 사실이 수도 없이 드러나 있었고, 그 중에는 정 총장이 잇달아 여러 통의 전화를 했는데 내가 전혀 받지 않은 기록들도 나와서 검찰이 당황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C 기자 "택시를 타자마자 윗옷 단추를 풀려고…"

ⓒ프레시안(최형락)
신정아 씨는 이 책에서 전·현직 기자들의 사적인 인연을 실명을 언급하며 거론했다. 특히 신 씨는 사건이 나고 기자들의 돌변한 모습을 해당 기사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배신감을 토로했다. 대다수 기자는 실명으로 등장하나 딱 한 사람 익명으로 등장한다. 바로 전 <조선일보> C 기자다.

신정아 씨는 "(1999년 봄) C 기자가 한 전시를 앞두고 크게 기사를 실어주었고, 전시 오픈에 임박해서는 또 한 번 기사를 써주었다"며 "그래서 전시회를 도운 미술계 분들이 모여 C 기자와 함께 식사를 하고 하얏트 호텔의 헬리콘 바에 가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신 씨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일행은 자연스럽게 폭탄주를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 함께 일어나 노래를 부르다보니 어쩌다 몸이 약간씩 부딪히는 일이 있었는데, C 기자는 그럴 때마다 내게 아주 글래머라는 소리를 했다. 화가 치밀었지만, 술자리였고 다들 즐거워하는 분위기여서 맘대로 화를 내기가 어려웠다. 적당히 피해서 나는 자리에 앉아버렸다.

그러나 C 기자는 계속 나를 끌어당기며 블루스를 추자고 했다. 다른 분들 때문에 정색을 하고 판을 깰 수가 없어서 그냥 꾹 참고 분위기를 맞추기로 했다. (…) C 기자는 춤을 추는 게 아니라 아예 더듬기로 한 모양이었다. 허리를 잡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지만, 손이 다른 곳으로 오자 나는 도저히 구역질을 참을 수가 없어서 화장실로 피해버렸다.

(…)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C 기자는 나를 껴안으려고 했다. 겨우 그를 밀치고 룸에 들어간 나는 정말로 화가 나서 집에 가겠다고 하고 가방을 들고 나와 버렸다. (…) 호텔 로비에 나와 모범택시를 타는데, C 기자와 우리 집의 방향이 같다면서 다들 택시를 같이 타고 가라고 했다.

(…) C 기자는 택시가 출발하자마자 달려들어 나를 껴안으면서 운전기사가 있건 없건 윗옷 단추를 풀려고 난리를 피웠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그날 내가 입은 재킷은 감색 정장으로 단추가 다섯 개나 달려 있었고 안에 입은 와이셔츠도 단추가 목 위까지 잠겨 있어 풀기가 아주 어려운 복장이었다.

(…) C 기자는 그 와중에도 왜 그렇게 답답하게 단추를 꼭꼭 잠그고 있느냐는 소리를 했다. 결국 나는 크게 화를 내면서 C 기자의 손을 밀치고는 택시 기사에게 차를 세우라고 했다. 기사도 눈치를 챘는지 호텔을 벗어나자마자 길거리에 차를 세워주었다. 택시에서 내린 나는 앞만 보고 죽어라고 뛰었다." (93~94쪽)


신정아 씨는 "C 기자는 나중에 다른 사람을 통해 내게 여러 차례 미안하다는 사과를 했고 나는 그 정도로 덮기로 했다"며 "(그런 일이 있고 나서부터) 나는 옷도 헐렁한 셔츠만 입었고, 청바지에 운동화만 신고 다니며 더 이상 치마를 입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 C 기자는 조선일보사를 퇴사하고, 지금은 여당의 유력 정치인으로 알려져 또 한 차례의 논란이 불가피하다.

신정아와 노무현, 그 인연은…

이 책에서 또 눈길을 끄는 부분은 신정아 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한 부분이다. 신 씨는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는 말만으로도 사람들은 또다시 내가 돌아가신 분의 이름에까지 먹칠을 한다고 손가락질할 것 같다"며 "하지만 노 대통령님부터가 그런 눈치를 보지 않으셨을 것"이라며 두 사람의 인연을 털어놓았다.

신정아 씨는 "(외할머니의 소개로 처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고 나서부터) 대통령은 '어린 친구가 묘하게 사람을 끄는 데가 있다'고 하시면서 더 큰일을 하기 위해 한 번 세상에 나서보지 않겠느냐고 물어오셨다"며 "(그 뒤로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나 기자 회견을 하실 때마다 가끔씩 내게 크고 작은 코멘트를 들어보려고 하셨다"고 주장했다.

신정아 씨는 "(변양균 전 정책실장과 내연의 관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나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사코 나의 귀국을 반대했다고 한다"며 "이미 추락할 만큼 추락하여 바닥까지 온 터에 굳이 귀국을 해서 더 다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신 씨는 "그래도 어른인 똥아저씨(변 전 정책실장)가 책임을 지는 쪽이 낫다는 것이 대통령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신정아 씨는 "하지만 이제는 정치권까지 들끓고 있었고, 당시 한나라당 대표인 강재섭 의원은 특검을 주장하고 있었다"며 "나는 황송하게도 내가 특검 감이 되는지는 잘 몰랐지만, 더 이상 시간을 끌게 되면 결국에는 아무 관계도 없는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다칠 것 같았고, 특히 내 문제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청와대가 욕을 먹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신정아 씨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07년 9월 16일 자진해서 귀국한 데는 이런 사정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진실 검증 거치면 파장 만만찮다

이 책 <4001>은 2007년 7월부터 2010년 8월까지 신정아 씨가 매일매일 기록한 200자 원고지 8000매 분량의 일기 중에서 1300매 분량을 추려서 엮은 것이다. 실제 사건이 드라마틱한 요소가 많은 탓에, 책도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하다. 신 씨의 주장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른바 '신정아 사건'의 전말을 한눈에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 책에서 신정아 씨가 주장한 몇 가지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자체로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지난 2007년 언론이 보도한 '신정아 사건'의 상당수가 진실과 다르다는 게 신 씨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신 씨는 "예일대 박사 학위는 브로커와 예일대 관계자가 짜고서 자신을 속인 것"이라고 계속해서 주장해왔다.

그런데 최근에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예일대-동국대 소송 과정에서 계속 드러나고 있다. 신정아 씨의 학위기, 학위 증명서 원본, 예일대 관계자들이 '신정아를 모르는 것으로 하자'고 주고받은 이메일이 미국 법원의 허가 아래 이뤄진 예일대 압수 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다. 예일대-동국대 소송은 조만간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 책의 또 다른 포인트는 신정아 씨가 1997년 금호미술관 전시 통역자로 경력을 시작해 2007년 전락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기록한 부분이다. 진실 검증이라는 혹독한 과정을 견뎌낸다면, 이 부분은 훗날 21세기 대한민국의 정치, 사회, 문화 엘리트들의 실제 삶이 어떤지 그 속살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 사료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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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01>(신정아 지음, 사월의책 펴냄). ⓒ사월의책
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변양균 전 정책실장과의 5년간에 걸친 내연의 관계를 기록한 부분에 가장 먼저 눈이 갈 듯싶다. 신정아 씨는 "똥아저씨"라고 부른 변 전 정책실장과의 5년간의 사적인 연애 이야기를 약 30쪽에 걸쳐서 적나라하게 털어놓았다. "꽃뱀"이라는 자신을 향한 낙인에 대한 부정의 몸짓으로 보이지만, 독자에 따라서 불편할 이들도 상당할 듯하다.

한편, 이 책에는 재야 운동을 했던 외할아버지와 부부의 연을 맺지 못 한 채 신 씨의 모친을 몰래 낳은 외할머니가 수차례 등장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신정아 씨를 직접 연결시킬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외할머니가 누구인지를 놓고, 신정아 씨는 끝까지 침묵을 지킨다. 앞으로 이 책이 화제가 되면서, 그 외할머니의 존재가 밝혀질지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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