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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들뢰즈 연구에 하나의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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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 책은 들뢰즈 연구에 하나의 '사건'이다!" [편집자, 내 책을 말하다] 제임스 윌리엄스의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제임스 윌리엄스의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신지영 옮김, 라움 펴냄)은 들뢰즈의 박사 학위 논문이자 주저 가운데 하나인 <차이와 반복>에 대한 국내 최초의 해설서이다.

1968년 프랑스에서 출판되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며, 현대 철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개념인 '차이와 반복'에 대한 철저한 철학적 논의를 철학사적 흐름을 따라 진행한 문제작인 <차이와 반복>은 그 악명 높은 난해함 때문에 지금껏 본격적인 입문서가 제대로 나오지 않은 실정이었다.

이는 국내외의 사정이 비슷했으며, 국내에 들뢰즈에 대한 연구서와 해설서가 많이 소개되어 있기는 하지만 <차이와 반복>에 대한 본격적인 해설서 및 입문서는 아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제임스 윌리엄스의 해설서가 번역되어 출간되었다는 사실은 국내 들뢰즈 연구에 매우 중요하고도 반가운 소식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 해설과 비판>(제임스 윌리엄스 지음, 신지영 옮김, 라움 펴냄). ⓒ라움
제임스 윌리엄스는 1968년에 출판된 <차이와 반복>이 철학에 있어서 혁명에 다름 아니며, 20세기의 위대한 철학적 저술들 가운데 하나임이 분명하다고 진단한다. '차이의 철학'이라는 흐름 속에서 이 개념을 가장 철저하게 철학적인 맥락에서 깊이 천착한 들뢰즈의 사유는 철학뿐만 아니라 인접 학문에서도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소수자를 사유의 대상으로 삼는 정치학,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민중 개념을 다듬는데 관심을 갖는 마르크스 이후의 사회과학, 동일성과 차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역사를 만들어왔던 여성주의, 새로운 비평 이론의 근거를 필요로 하는 문학, 학문적 근거가 필요한 영화,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이념을 필요로 하는 생명과학, 그 밖에도 탈식민주의, 생태주의 등.

그러나 들뢰즈 '차이' 개념에 대한 이러한 광범위한 철학 외부의 관심은 그 이해가 성급하게 정착되어 그 수준의 인식이 대중화되었기 때문에 들뢰즈의 철학 자체에 대한 이해가 피상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이는 인접 학문 분야에서 '차이'와 관련한 논의를 더디게 하거나 더 나아가서는 함정에 빠뜨리기도 한다.

이로부터 유발되는 문제는 매우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다. 소수의 정치학은 자연히 사회적 소수의 권력화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고, 여성주의의 새로운 근거를 마련하는 문제에 있어서 들뢰즈의 차이는 여성주의 자체의 해체를 요구하는 것처럼 여겨지며, 프롤레타리아 이후의 집단, 그 이후의 혁명을 탐구하려는 분야에 대해서 들뢰즈는 조직에 대한 반기, 새로운 민중이라는 개념에 대한 모호한 규정을 선사해줄 뿐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들뢰즈와 관련한 논의는 지금 여기에 멈추어 있다. 그러나 들뢰즈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뢰즈의 철학에서 어떤 해결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문제의 핵심에는 '차이와 반복' 개념에 대한 내실 있는 천착이 있다. 즉, 이 모든 답보 상태는 <차이와 반복>의 전모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에 기인한다.

윌리엄스는 <차이와 반복>은 철학사에 있어서도 중요하지만, 들뢰즈 작업 전체에 대해서도 핵심이 된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들뢰즈를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 이미 명백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들뢰즈가 다른 철학자들에 대한 그만의 고유하고 독창적이며 대단히 영향력 있는 연구로부터, 이러한 철학사적 작업들에 철학적 중요성을 부여하는 작업으로 이동하였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들뢰즈 연구를 위한 문헌들을 살펴보면 철학사뿐만 아니라 들뢰즈 작업 전체에 대해서도 핵심인 <차이와 반복>에 대한 해설서가 단 한 권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형적인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들뢰즈 철학 자체에도 일정 부분 그 원인이 있다. 그는 자기의 철학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개념을 창조하며,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하여 고전적인 철학책에서 보기 힘든 새로운 문체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개념들과 그 개념들을 사용하는 새로운 문체. 그래서 그에 대한 해설서는 다음과 같은 두 경향을 띠어왔다. (들뢰즈의 철학을 하나의 역설로 본다면) 하나는 역설을 역설로 설명하고자 하는 경향, 다른 하나는 역설을 상식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경향이다.

보통 프랑스 철학자들의 들뢰즈 연구가 입문서로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은 이유는 이것이 들뢰즈에게 접근하는 데 있어 첫 번째 경향을 띠기 때문이다. 이러한 책을 읽을 경우 입문자들은 들뢰즈에 대한 해설서가 원저보다 더 어렵다고 느끼게 되며, 들뢰즈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기게 된다.

두 번째 경향은 고전적인 사유방식에 익숙한 학생들이나 전공자들에게서 발견되는 것으로, 이 방식으로는 들뢰즈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설명할 수 없고, 그 결과 그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신비주의자거나 과학적으로는 사기꾼(!)으로 간주되기도 하며, 그의 논리는 어불성설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제임스 윌리엄스의 해설서는 이 두 접근 방식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며 정확히 그 중간 지점을 점유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 방식이 들뢰즈의 난해함을 풀어줄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방식이라고 본다. 윌리엄스는 이 책에서 짐짓 들뢰즈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의 상식적인 질문을 던지고는 아주 서서히 들뢰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향하여 논의를 전개해나가는 방식을 취한다.

이를 들뢰즈 식으로 바꿔 말하면 윌리엄스는 (현대 철학에서 다루는 부정적인 의미의) 상식적 질문으로부터 시작하여 들뢰즈 철학의 역설에 도달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상식적인 질문으로부터 시작하여 들뢰즈가 그 상식적인 질문의 허를 찌르는 지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들뢰즈의 진의를 소개하고자 노력한다.

윌리엄스가 생각하는 <차이와 반복>을 통한 들뢰즈의 업적은 이러한 것들이다. 들뢰즈는 조건과 조건 지어진 것 사이의 상호 준-인과 관계를 밝혀낸 위대한 형이상학적 혁신과, 이를 논하기 위해 순수 차이들의 다수성과 강도들의 감쌈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개념적 혁신을 이루었으며, <차이와 반복>은 실재가 단지 현실적인 것일 뿐이며 다른 모든 것은 불필요하고 상처뿐인 판타지라는 사실주의적이고 상식적인 믿음에 대한 주의 깊은 대답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와 진단에 이르기까지의 윌리엄스의 노력은 참으로 놀랄만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을 입문서라고만 소개하는 것은 이 책에 대한 정당한 대우가 아니다. 그는 들뢰즈의 논의나 개념을 설명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그 논의의 의미를 상당히 깊은 수준에서 드러내 주며, 그의 입장에서 불만족스러운 지점을 비판하는 데에까지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가 위에서 간단히 정리한 들뢰즈의 복잡한 논의를 총 여덟 장으로 나누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비판하고 있다.

존 프로테비가 말했듯이 윌리엄스의 이 책은 들뢰즈 연구에 하나의 사건이며, 피어슨이 말했듯이 이 책은 앞으로 오랫동안 들뢰즈 연구에 결정적인 가이드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차이와 반복>을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라고 감히 단언할 만한 가치 있는 연구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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