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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 미국 가서 했던 말 시진핑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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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 미국 가서 했던 말 시진핑에게도...

[황재옥의 '북한 인권을 생각한다'] 라오스에서 북송된 9명의 탈북 청소년들 무사하길

라오스에서 중국으로 보내졌다가 결국 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의 사건에 대한 진실공방이 뜨겁다. 라오스 현지에서의 진실이야 어떻든 간에 이들은 공개처형 당할지도 모르는 사지(死地)로 다시 내몰렸다.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 먼저 9명의 강제북송 청소년들이 무사하기를 빈다.

북송 이후의 청소년들에 대한 안위가 생각보다 큰 이슈가 되다 보니, 라오스와 한국 간에 서로가 할 만큼 했다는 식의 책임 떠넘기기가 진행 중이다. 참으로 한심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일이 과연 터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는지, 아니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을 못 막은 것인지 답답하다. 책임문제는 별도로 치더라도, 이제는 우리 외교부도 좀 변해야 하지 않나 싶다. 우리 대사관과 정부의 무기력과 무성의에 화가 난다. 탈북자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잠재적인 우리 국민의 일이다.

▲ 지난 5월 10일 불심검문에 적발된 직후 라오스 이민국에 들어가기 전 탈북 청소년들의 모습. 이들을 안내했던 주 모씨가 당시 찍은 동영상 중 한 장면이다. ⓒ뉴시스

라오스 탈북청소년 사건이 터지면서 한 방송은 북·중 접경지역 '꽃제비'소년들의 영상을 내보냈다. 올해 2월에 찍은 영상이었다. 남루한 옷을 걸치고 질문에 담담하게 대답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가난과 고생에 얼마나 이골이 났으면 저 나이에 저렇게 태연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시 북으로 돌아갈 거라고 말하는 혜산 출신의 소년들이었다. 북한 경비초소 군인들은 이 아이들을 통해서 푼돈을 벌려고 국경선을 넘게 했다. 그 중 한 소년은 자신의 품 안에 안고 있는 강아지를 팔려고 했다. 돈의 가치를 아는지 모르는지 강아지 한 마리가 중국 돈 100원이란다. 자신의 아버지와 엄마는 앓다가 죽었다고 말하는 그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면서 가슴이 멍해졌다. 하도 주위에 굶어 죽어나가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죽음도 더는 두렵지 않다는 말투였다.

탈북자는 결국 대한민국 국민이 될 사람들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탈북자, 탈북 청소년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한층 높아진 건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다 보니 6월 7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탈북자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 한다. 탈북자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 정부는 최근 들어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 여론을 50%는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중국의 재중 탈북자 정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 국제사회가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우리 정부의 책임도 더 커진다.

국제인권규약 중 자유권규약에는'모든 사람은 자국을 포함하여 어떠한 나라로부터도 자유로이 퇴거할 수 있다(제12조 제2항)'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자유권규약이 통하지 않는 곳이 북한이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김정일 시대인 2010년 7월 중국으로 넘어가는 탈북자는 현장에서 사살해도 좋다는 내용의 '0082지침'을 변경지역 군부대에 하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주민에게 자유권규약에서 말하는 이동권은 죽음과 맞바꾸어야만 쟁취되는 권리가 되어 있다.

그러나 목숨을 건 탈출은 그 누구도 막지 못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에도 탈북은 그 수가 다소 줄어들었을 뿐 멈추지 않았다. 북한당국의 탈북 행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인민보안성, 국가안전보위부 등 북한의 공안기관들은 성과를 내기 위해 탈북자 단속에 경쟁적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해진다. 북한의 공안기관들이 그렇게 나오는 것은 김정은이 탈북자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정은이 자신의 후계체제를 안정시키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에 북한이 이례적으로 라오스정부를 압박해가면서 탈북 청소년들을 추적해 다시 데려가는 걸 보면, 그간의 이 같은 정보가 사실로 증명된 셈이다. 결국 김정은 체제에 들어서면서 탈북에 대한 탄압 범위가 오히려 넓어지고 공작 방법도 훨씬 공세적으로 변화했다고 할 수 있다.

1995년 식량문제로 대규모 탈북이 시작된 이후 운 좋게 남한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매년 약 2000명 전후였다. 때로는 2500명 선이었던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2012년 12월 현재, 한국에 들어온 전체 탈북자수 중에 남한에 살고 있는 수는 약 2만 5000명이다. 매년 15만 명 정도가 탈북해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최대 2000명 정도가 남한으로 들어 왔다는 건 재중 탈북자 중 약 1.4%정도만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에 있는 탈북 고아, 일명 '꽃제비'의 숫자에 대해서는 정확한 통계가 없다. 1만 명을 넘지 않는다는 주장과 2만 명을 훨씬 넘는다는 분석 등 추정치가 다르다. 최근 북-중 국경통제가 강화되면서 많은 꽃제비가 중국 공안에 잡혀 북송되면서 중국 내 탈북 고아의 수는 크게 줄었고, 현재는 5000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전해진다. 중국 외에도 러시아와 동남아 등에도 상당수의 탈북 고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주재 한국 공관을 통한 한국행이 어려워지면서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까지 가고, 그곳에서 떠도는 탈북 고아들의 수도 증가했다.

국내에서 탈북고아는 가족 없이 입국한 만 24세 이하의 북한 아동과 청소년을 일컫는다. 정부는 이들을 '탈북 무연고 청소년'이라 부른다. 지난 1999년부터 2013년 4월 30일까지 국내에 들어온 탈북 고아는 모두 622명, 이 가운데 20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147명이다.

국제사회가 발 벗고 나서는 판국, 한국에서는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라오스를 통한 탈북경로는 그동안 비교적 잘 유지되었다고 하는데, 이번과 같은 사태가 일어났다. 태국으로만 넘어가면 남한행이라는 기대와 기쁨도 잠시, 탈북 청소년들은 다시 북한으로 송환되었다. 이건 전적으로 우리 정부의 외교력이 북한의 외교력에 밀린 결과다. 외교부는 이를 뼈아프게 생각하면서 깊이 반성해야 한다. 특히 그들의 간절한 호소를 외면한 점, 라오스 정부의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그런 줄도 모르고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일에 대해서 어떤 수준에서건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장차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리고 그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탈북자 북송은 인도적 차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중국은 그들을 남한으로 보내주기 바란다고 말 한 적이 있다. 그런 만큼 박대통령은 미국에서 했던 말을 이번에 중국에 가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직접 말해야 한다. 중국이 탈북자 문제에 대하여 북한 편향적으로 조치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중국이 탈북자들을 강제송환하지 말고 난민지위를 인정하라고 무게를 실어 시진핑 주석에게 직접 촉구해야 한다. 지금까지 여러 번 촉구했지만, 성과가 없었다고 중단할 수 없는 사안이'강제송환 중지'와'난민지위 인정'이다. 중국이 이제는 G2 국가까지 되었으니 국제규범을 지키라고 점잖게 권고해야 한다. 한국의 이 같은 요구가 있으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은 최소한 남북등거리 정책이라도 취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리고 외교부는 탈북자들의 이동 경로가 되어 있거나 장차 이동 경로가 될 수 있는 해당국과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해외 탈북자의 강제송환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남북 동시 수교국에서는 우리 대사관이 주재국 정부와 좀 더 적극적으로 관계를 다져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에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탈북자를 돕는 단체나 인사들도 할 일이 있다. 탈북경로에 포함된 동남아 국가들에 있는 탈북자들은 조용히 데리고 들어와야 한다. 업적을 과시하기 위한 언론 플레이는 자제해야 한다. 언론기관도 모른 척 해주는 것이 좋다. 북에 남아 있는 그들의 가족들을 위해서도 그렇고, 중국 등 제3국에서 숨죽이면서 남한 입국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다른 탈북자들의 앞길을 막지 않기 위해서도 언론 플레이는 피차 삼가야 한다.

정부도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인권법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서까지 북한인권에 대해 발언을 하면서 막상 국내에서 북한인권법도 제정되어 있지 않다면 자가당착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침 19대 국회에는 북한인권법안이 6개나 상정되어 있다. 정부가 성의를 보이면 국회도 속도를 내지 않을까? 정부는 차제에 탈북자에 대한 지원과 보호 조항도 들어간 북한인권법이 제정되도록 국회와 협력하기 바란다. 5월 4일 민주당은 전당대회에서'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로서 북한주민의 민생과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새 강령을 채택했다.'인도적 지원과 남북 화해협력을 토대로'라는 단서가 달리기는 했지만, 북한인권법 제정에 지금까지 소극적이던 민주당으로서는 상당한 변화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북한주민의 인권과 탈북자의 인권에 대해서 협조하고 정부도 그 일익을 담당하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국격은 한 층 더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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