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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죽인 범죄자를 돌봐준 어머니…왜 행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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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죽인 범죄자를 돌봐준 어머니…왜 행복했나? [편집자, 내 책을 말하다] 조지 베일런트의 <행복의 완성>
얼마 전 한국심리학회에서 개발한 행복지수 테스트를 해보았다. 29.6점이라는 충격적인 점수를 받았다. 한동안 머릿속이 멍했다. 내 점수는 전체 응답자 1000명 중에서도 하위 7명에 해당하는 최하위 점수였다. 재차 테스트를 해봤지만 점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인 평균 점수가 63점이라고 하니, 나는 보통의 일반인보다 훨씬 불행하다고 느끼는 셈이었다.

실제 조사 결과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오히려 삶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이들이 많아진 것.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이 결코 돈이나 성공이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줄까? 나는 왜 행복지수 테스트에서 턱없이 낮은 점수를 받은 걸까?

▲ <행복의 완성>(조지 베일런트 지음, 김한영 옮김, 흐름출판 펴냄). ⓒ흐름출판
이 오래된, 그리고 너무나 원초적인 질문에 대해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 연구를 무려 43년간 이끌어온 조지 베일런트(하버드대 의과대학 교수)는 새 책 <행복의 완성>(김한영 옮김, 흐름출판 펴냄)에서 의미 있는 대답을 내놓았다.

어쩌면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시기적절했다. 누구나 한번쯤 자신의 삶을 통째로 돌아보게 하는 운명 같은 책을 만난다. 편집자로 한 번 독자로 또 한 번 만난 <행복의 완성>은 내 삶을 정직하게 응시할 수 있게 했고, 시간이 갈수록 더 성숙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매만지게 했다.

프롤로그를 장식하는 실제 사례를 보자.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있다. 그녀는 갱단의 13살 짜리 소년이 아무 이유 없이 겨눈 총에 하나뿐인 외아들을 잃었다. 법정에서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죽인 소년을 무섭게 노려봤다. "널 죽이고야 말겠어."

반년 후 피해자의 어머니는 아들을 죽인 그 소년을 찾아갔다. 잠시 대화를 나눈 후 그녀는 담배를 사 피우라며 약간의 돈을 주고 떠났다. 그 후 그녀는 점점 더 자주 면회를 갔고, 그때마다 음식이며 작은 선물들을 가져왔다. 소년이 형기를 거의 다 채웠을 무렵, 그녀는 소년을 한 친구의 회사에 취직시켜주겠다고 제안했다. 소년에겐 찾아갈 가족이 없었다. 그녀는 자기 집의 빈 방을 내놓았고, 함께 그곳에서 소년과 살았다.

어느 날 저녁 그녀가 소년을 거실로 불렀다.

"오래 전 법정에서 내가 너를 죽이겠다고 말한 것 기억나니? 내 아들을 아무 이유도 없이 죽인 사람이 이 세상에 버젓이 살아 있는 게 싫었단다. 바로 그 때문에 나는 너를 찾아갔고 돈과 물건을 넣어주기 시작했지. 바로 그 때문에 너에게 직업을 소개해주고 너를 이 집에 살게 했어. 그런데 그것이 어느덧 너를 변화시켰구나. 예전의 그 소년은 사라졌어. 자,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이제 내 아들은 사라졌고, 내 아들을 죽인 살인자도 사라졌으니 여기에서 계속 살면 어떻겠니? 네가 원한다면 나는 너를 양자로 들이고 싶구나."

그녀는 아들을 죽인 살인범을 용서했고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쉽게 할 수 없는 용서의 실천이다.

조지 베일런트에 따르면 이러한 감정은 포유류의 뇌에 존재하는 변연계에 의해서 나타난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이해하고, 믿고 용서하며 기쁨과 만족을 느끼는 것은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에서 비롯되며 이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태어난 고유의 시스템이다. 따라서 종교나 외부 조건에 의지하지 않고도 우리는 충분히 '이유 없이' 행복해질 수 있다.

적금 통장이 만기되면, 내 집을 갖게 되면, 멋진 배우자와 결혼을 하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오르면 행복해지는 게 결코 아닌 것이다. 이런 외부적 조건에 의지할수록 사람들은 더더욱 불행해진다. 외부 조건은 영원하거나 지속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나는 20평대 아파트에 사는데 저 사람은 40평대 아파트에 살잖아' 하고 언제나 비교의 덫에 빠지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궁리하느라 외부 조건에 관심을 기울여왔지 '무엇이 우리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 주는가'와 같은 행복의 발화점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행복은 내적 조건에서 비롯된다!

'행복하고 건강한 삶에도 법칙이 있을까?'라는 주제로 1930년대 말부터 하버드 대학교에 다니는 학부 2학년생 268명의 삶을 72년간 추적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인발달 연구는 행복은 결국 '사랑'이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느냐보다 그 시련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삶을 좌우하며 행복은 결국 사랑이고, 그것은 긍정적 감정에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그는 강연 때마다 사람들에게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라, 그러면 불행보다 행복을 한층 더 좋아하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이는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들의 생애를 연구한 그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는가, 단지 지난주에 어떻게 행동했는가가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어떻게 행동했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삶을 대하는 긍정적 자세는 종래에는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킨다. 파도가 치더라도 파도를 맞는 것이 아니라 잠재울 줄 아는 지혜가 발휘되는 것이다. 책은 믿음, 희망, 사랑, 기쁨, 용서, 연민 등 긍정적 감정을 회복할 때 삶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지혜롭게 인생을 가꿔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행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행복론과 긍정심리학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행복의 완성>에는 기존의 추상적인 이야기를 뛰어넘는, 행복과 인생에 대한 심리학적, 철학적 사유와 과학적 분석이 녹아 있다. 무조건 행복할 것을 주문하는 책들에 염증을 느낀다면, 행복의 발화점을 찾아 떠나는 심리학 여행에 동행해 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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