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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쇼크! '공황' 이후 세계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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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쇼크! '공황' 이후 세계는 어디로? [프레시안 books] 하야시 나오미치의 <경제는 왜 위기에 빠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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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시기에 유명한 주류 경제학자들은 영원한 호황을 찬미했다.

1929년 대공황이 일어나기 직전 저명한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주가가 대폭락하기 1주일 전쯤에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리라 예측했다. 심지어 피셔는 폭락 당일에도 주가 폭락은 일시적 현상이며 상승할 만한 근거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 낙관론으로 피셔는 은행에 저당 잡힌 집을 예일 대학이 사서 임대해 주어 겨우 강의를 할 수 있었다.

1970년대 초 자본주의가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을 당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새뮤얼슨은 이렇게 말했다.

"마치 현대 의학이 소아마비와 천연두를 인간생활에서 추방한 것과 마찬가지로, 현대 경제학도 경기 순환이라는 자본주의의 역사적 병을 영원히 치유했는가? 경제학은 금융·재정 정책을 적절히 사용해서 작은 규모의 경기 후퇴가 장기간의 대규모 불황으로 전개되는 것을 저지시킬 수 있다."

물론 이 낙관은 곧바로 일어난 세계적 공황으로 산산조각 났다. 어디 그뿐인가? 1990년대 중·후반 미국 경제가 유례없는 성장을 하고 있던 당시 루디거 돈부시도 이렇게 말했다.

"미국 경제는 향후 몇 년 동안 불황을 겪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불황을 원하지도 필요로 하지도 않으며, 현재의 호황을 지속시킬 수단들을 갖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불황을 겪지 않을 것이다. 이 호황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물론 이 영원한 호황의 찬미도 2001년 9·11 테러 이후 발생한 경기 침체로 거짓임이 밝혀졌다. 이렇듯 저명한 주류 경제학자들이 자본주의의 역사적 발전 과정에서 공황을 눈앞에 두고도 영원한 호황을 반복해서 찬미하는 근본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답은 간단하다. 주류 경제학은 자본주의에서 발생하는 공황을 수요-공급의 불균형을 낳는 외부 충격이나 내적 교란에서 우연히 유래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공황이 발발할 상황에서도 주류 경제학자들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영원한 호황에 대한 집착하며 자본주의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공황을 외면한다.

게다가 공황이 발발하면 주류 경제학자들은 공황은 일시적 현상이기 때문에 수요-공급의 불균형만 조절하면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낙관적인 전망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주류 경제학에서 공황은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예외로 발생하는 현상일 뿐이며 인간의 지혜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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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자본주의 역사적 발전 과정에서 공황은 늘 발발했다. 예를 들어 케네스 로고프 등의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최재형·박영란 옮김, 다른세상 펴냄)에서 1800년부터 2008년까지 자본주의의 역사적 발전 과정에서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금융 공황 360개를 분석한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200년 동안 1년에 1.7개의 금융 공황이 발발했다는 이 놀라운 사실로 볼 때, 공황을 부정하는 일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지는 자명해질 것이다.

따라서 공황은 자본주의를 괴롭혀 온 문제로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르크스주의 공황 이론은 공황을 자본주의적 내적 본성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주류 경제학 이론과 구별된다. 마르크스주의 공황 이론에 따르면, 공황은 자본주의 생산 양식이 가진 본질이자 제거할 수 없는 특징이며,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의 근본 모순을 피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 공황 이론은 그동안 다양한 논쟁을 벌여왔다. 이러한 논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한편으로 초기 저작에서부터 <자본>에 이르기까지 여러 곳에서 공황에 대해 언급했지만, 마르크스가 공황을 체계를 갖춰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자본주의가 역사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각 시기마다 해명해야할 공황에 대한 강조점이 변해 왔다는 점이다. 이들 이유로 마르크스주의 공황 이론의 역사는 마르크스의 이론을 자본주의 발전 단계에 맞게 해석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시기마다 상이한 이론들이 이론 지형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인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제2인터내셔널 시기 공황이 일어날 필연성을 거부한 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이 촉발한 수정주의 논쟁을 반박하며, 생산 부문들 사이의 불비례에 주목한 투간-바라노프스키(Tugan-Baranovsky)는 불비례 공황 이론을, 마르크스의 재생산 표식을 활용해 제한된 수요로 공황이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한 로자 룩셈부르크는 '과소 소비 공황 이론'을, 거대한 고정 자본의 증대로 인한 불비례에 주목한 루돌프 힐퍼딩은 '불비례 공황 이론'을 각각 전개했다.

이후 1970년대에는 자본-노동의 분배 투쟁에 주목해서 임금 상승으로 이윤율이 저하해 공황이 발생한다는 '신리카도주의자들'의 공황 이론과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를 중심에 둔 이윤율 저하 경향으로 공황이 일어난다는 '근본주의자들'의 공황 이론이 크게 대립했다. 그리고 이 논쟁을 거치면서 이윤율 저하 경향이 공황 이론의 핵심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1970년대 논쟁이 침체한 이후 2000년 들어서는 로버트 브레너가 이윤율의 장기 저하에 주목해서 황금기 자본 간 경쟁의 격화로 인해 이윤율이 저하되고 있기 때문에 구조적 공황이 초래됐다는 주장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논쟁이 벌어졌다. 이 논쟁은 1970년대 이후 침체된 마르크스주의 공황 이론에 활력을 일으켰으며, 자본 간 경쟁에 주목하면서 구조적 위기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여러 논쟁을 재점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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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는 왜 위기에 빠지는가>(하야시 나오미치 지음, 유승민·양경욱 옮김, 그린비 펴냄). ⓒ그린비
하야시 나오미치의 <경제는 왜 위기에 빠지는가>(유승민·양경욱 옮김, 그린비 펴냄)는 바로 마르크스주의 공황 이론의 역사에서 '국가 독점 자본주의의 과잉 생산 공황 이론'을 알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우선 이 책은 국가 독점 자본주의의 과잉 생산 공황 이론에 기초해서 현대 자본주의에서 발발하는 공황을 이론적으로 분석하며 이렇게 요약한다.

1) 근본적으로 공황은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의 기본 모순', 사회적 생산과 자본주의적인 소유 형태의 모순으로부터 발생한다.
2) 높은 추상 수준에서 공황은 과잉 생산 공황이다. 잉여를 무한히 정립하려는 자본은 무제한으로 생산력을 발달시켜 주기적으로 엄청난 과잉 생산물을 만들어내지만, 이 과잉 생산물은 임금과 고용에 대한 자본주의의 근본적 제한성 때문에 흡수되거나 해소되지 못한다.
3) 공황은 10년 주기로 발발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공황이 고정 자본의 갱신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
4) 공황을 일으키는 구체적 원인은 이렇다. ① 번영 국면에서의 사회적 균형을 무너뜨리는 설비 투자의 비정상적 집중, ② 동일한 번영 국면에서 은행의 탐욕스러운 융자 확대 및 투기업자에 대한 자금 제공, ③ 과잉 생산이 발생했을 때 분배 몫의 증가로 과잉을 흡수 및 해소하는 대신 구매력을 감소시키는 것.

이 책의 주장만을 본다면, 국가 독점 자본주의론의 공황 이론은 1) 자본의 무한 이윤 추구에서 나타나는 생산의 무제한성과 대중의 소비 제한의 모순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과잉 생산 경향을 강조하는 점, 2) 공황의 주기성을 강조하고 이를 고정 자본의 갱신과 연관 짓는다는 점, 3) 공황의 시기에 국가의 경제 개입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다른 마르크스주의 공황 이론과는 다른 시각에서 공황 이론을 정립한다.

이 책만으로는 국가 독점 자본주의의 과잉 생산 공황 이론이 가진 고유한 논리와 특징을 깊이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이 이론을 간결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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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편 <경제는 왜 위기에 빠지는가>는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현실에서 발발한 공황의 원인, 전개 과정, 결과에 관해 해명하고 있다. 이는 공황 이론의 근거해서 이를 어떻게 현실에서 발발하는 공황과 연관 지을 수 있는가의 문제가 공황 이론의 현실 설명력을 확보하는데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피할 수 없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현실에서 발발한 공황에 대한 분석은 구체적인 매개 개념(특히, 경쟁과 신용의 기능)을 필요로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자신의 고유한 공황 이론과 결부지어 현실 공황을 어떻게 해명하는가는 이론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현실 공황에 대한 해명을 위해 공황의 구체적인 발발 원인을 주기적 순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체, 활황, 번영, '과도한 긴장과 과도한 투기', 공황"이라는 기본 도식으로 해명한다. 이 책은 이러한 기본 도식에 따라 1990년대 일본 경제의 장기 불황을 비롯해서 1929년 세계 대공황, 1970년대 초반 이후의 구조적 공황의 문제, 1997년 동아시아 경제 공황, 1990년대 미국 경제의 번영과 2008년 세계 공황까지 긴 역사적 지평에서 이론적 관점을 유지하려 하면서 현실에서 발발한 공황을 설명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분석하고 있는 현실 공황에 대한 설명은 국가 독점 자본주의 공황 이론이 가진 장점을 충분히 활용한 현실 분석과 관련해서 몇 가지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각각의 현실 공황에 대한 설명이 서로 다른 시기에 작성한 논문을 근거로 해서 책으로 묶은 것이기 때문에 일관성을 확보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대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새로운 변화를 국가 독점 자본주의 공황 이론의 시각에서 충분히 해석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우선 이 책은 자본 간 경쟁이 매개하는 과잉 생산 경향을 이윤율 저하와 연관 지어 해명하는 작업을 수행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생산에서 이윤율 저하는 공황을 해명하는데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윤율이 생산의 자극인 한 이윤율 저하는 새로운 독립 자본의 형성을 느리게 하고 자본주의적 생산에 위협으로 나타나며 과잉 생산과 투기, 공황, 과잉 인구를 수반한 과잉 자본을 촉진한다. 따라서 구체적인 공황의 발발에 대한 분석에서 경쟁전을 통한 과잉 생산을 매개로 공황과 이윤율 저하를 연결해 분석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이 결여되면서 이 책에서 제시된 과잉 생산은 설비 투자의 증가를 낳은 요인에 대한 분석 없이 현상으로 당연히 존재하는 것으로 규정된다. 이로 인해 이 책에서 제시한 자본주의의 역사적 발전 과정에서 발발한 현실 공황에서 과잉 생산이 발생하는 요인에 대한 동학적 설명이 부족해지는 문제를 낳았다. 따라서 현실 공황의 발발과 관련한 과잉 생산 경향에 대한 분석을 보다 체계적으로 다루었다면 이 책의 분석은 훨씬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다른 한편, 이 책이 신용의 역할을 보다 확대해서 해석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주기적 순환 과정에서 호황을 연장시키고 공황의 전조로 나타나는 '과도한 긴장과 과도한 투기'를 강조한다. 물론 호황의 국면에서 투기가 발생하고 이것이 공황을 전조를 알리는 기능을 한다는 지적은 정당한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신용의 기능은 자본 신용이나 은행 신용을 넘어서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가공 신용의 문제는 자본주의 발전뿐만 아니라 이것이 공황에서 수행하는 기능과 관련해서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전통적인 신용의 기능을 넘어서는 새로운 금융 부문의 자립화 문제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1980년대 이후 금융 시장에서 나타난 현상, 금융 시장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주가 급등이나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 가격 급등뿐만 아니라 레버리지 효과를 활용한 금융 이득 증대, 증권화를 통해 유동화한 자산을 근거로 하고 그림자 은행을 이용한 파생 상품 거래, 비금융 기업의 금융화, 소비자 금융의 확대 등을 통해 금융 부문에서 금융 자본이 자립화하는 문제를 공황 이론에서 적극 수용해서 해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 당면한 과제는 무엇보다도 2008년 세계 공황에 대한 해명과 관련이 있다. 이 책의 저자도 인정하고 있는 "막대한 설비 투자가 누적되어 전반적 과잉 생산 공황의 전제가 완전히 성숙되지 않은 가운데…금융 버블의 붕괴에 의해 촉발한" 2008년 세계 공황에 대한 해명을 국가 독점 자본주의 공황 이론의 입장에서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보다 진전된 논의가 있다면 이 책의 내용은 보다 풍부해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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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세계 공황이 발발해서 시스템이 붕괴될 위험에 처하게 되자 막대한 구제 금융과 경기 부양책이 시행되면서 세계 자본주의는 파국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그리고 현재 자본의 위기가 국가의 위기로 전화하면서 세계 경제는 새로운 모순에 직면해 있다. 유럽과 미국이 겪고 있는 재정 위기는 2008년 세계 대공황이 끝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문제를 낳고 있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 준다.

지금의 시점에서 이 문제를 통해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단계로 이행할지 아니면 변형된 신자유주의로 귀결될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시스템 붕괴를 야기했을 수도 있었던 세계 공황이 해소되고 자본의 위기가 재정 위기로 전화하는 과정에서 국가 개입의 성격이 '케인스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오묘한 결합'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가 완전히 파탄났다고 말하기는 성급해 보인다.

게다가 재정 위기의 해결로 전선이 이동하면서 자본의 위기로 발발한 모순이 해소되지 않은 채 긴축 재정이나 사회 복지 축소와 같은 '국가 위기를 가장한 신자유주의적 해법'이 주로 거론되는 현실을 보면, 이번 세계 공황으로 신자유주의가 완전히 파탄났다는 해석은 아직 유보해야 할 듯하다.

그러나 이번 공황은 신자유주의의 작동 방식에 심각한 결합을 야기했으며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에서 잘 드러나듯이 이 작동 방식의 정당성에 큰 의문을 제기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류 경제학에서 공황을 부정하는 또 다른 이유는 기존 체제의 작동 방식과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이유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마르크스주의 공황 이론은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정당화를 폭로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데 큰 영감을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 공황 이론은 공황의 정치적 영향에 보다 주목해서 이론을 발전시킬 또 다른 당면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민주적 개혁에 대한 논의'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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