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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게 묻는다…"한국 여성은 '애 낳는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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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게 묻는다…"한국 여성은 '애 낳는 도구'?" [이명박 5년, 빛과 그림자·4] 가족 정책은 어디로 가는가?
학술단체협의회와 <프레시안>은 이명박 정부의 지난 4년간의 각 분야별 정책을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지난 10월 29일 학술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을 토대로 각 분야의 전문가의 글이 실리고, 나중에는 책으로도 묶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지금 복지 국가는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높은 수준의 인적 자원에 대한 요구 증대, 인구 및 가족 영역에서의 변화, 인구학적 불균형에 따른 생산성 저하라는 사회적으로 새로운 위험에 처했다. 복지 국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가족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높은 수준의 인적 자원 확충은 공교육 강화나 교육 정책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 개인(아동)이 전문화된 교육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내적 역량과 건강함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모든 아동이 계층과 상관없이 건강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도록 아동 수당을 지급하며 'Early Child Care and Education'이라는 지향 아래 보육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영·유아기나 아동기 아동이나 가족에 대한 정책적 개입이 무엇보다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생산 인구 부족은 대체 노동력으로서 여성 노동력의 필요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 노동 시장 진입은 아동 양육이나 노인 수발과 같은 가족 내 돌봄 문제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여성 노동력을 활용하고자 하는 노동 정책도 아동 양육이나 노인 돌봄의 사회화를 기반으로 한 가족 정책이 갖추어졌을 때 가능하다.

고용 불안정 상시화와 2인 생계 부양 구조로의 전환은 남녀 모두 일과 가족을 동시에 양립시켜 나갈 수 있게 하는 가족 정책의 필요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따라서 가족 정책은 여성의 노동 참여와 남성의 가족 돌봄 공유를 동시에 이루려는 목적 의식성을 가질 때 최고의 정책 효과를 가진다. 이와 같은 사실은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익히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출범과 함께 업무 수행의 효율성을 명목으로 여성가족부를 해체하고 보육과 가족 업무를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면서 보건복지가족부로 확대·개편하였다.

그러로부터 2년 후 2010년 3월부터 이명박 정부는 아동과 보육 업무는 보건복지부에 남겨두고 '가족 해체, 다문화 가족, 가족 가치 정립, 가족 문화 조성 등의 가족 업무' 만을 떼어 내 여성부를 여성가족부로 재개편하였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가족 정책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인 아동 양육 문제는 여성의 노동권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또 이 문제는 여성에게 특히 가중되는 일-가족 양립의 현실적 요구를 충분히 담아냈을 때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여성'과 '아동 보육'을 서로 다른 주무 부처로 배치시켰다.

가족 정책의 기본적 방향도 선택이나 효율성 가치를 강조하면서 모든 아동이 고르게 성장하고, 여성이 아닌 부모가 함께 키우는 사회에 대한 지향을 잃은 채 단지 아동을 많이 출산하게 하고 이를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보육 예산은 2000년대에 걸쳐 급격히 증가했으며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절대량이 늘어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예산을 합하면 약 5조 원에 육박한다. 정책의 초기 단계에서 예산 투입의 문제는 총량의 증가뿐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어떤 원칙을 가지고 나가야 하는가에 있다.

OECD에서 제시한 가족 정책은 아동이 가족 배경(소득 계층)과 관계없이 높은 수준의 인적 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보편주의적 원칙과, 성별에 관계없이 일과 가족을 양립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의 조성이라는 성 평등적 원칙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전체 보육의 90퍼센트를 넘어서는 독점적 민간 시장 구조에 대한 개선 없이 보육료 지원액을 증가시킴으로써 시장의 파이만을 키우는 문제를 양산하였다.

저렴하고 믿을 만한 공공 보육 시설로 평가되는 국·공립 보육 시설은 전체의 5.5퍼센트에 불과한 상황이다. 지나치게 높은 민간 보육 시장 점유는 그동안 보육료 상승이나 보육의 질에 대한 가족의 부담과 우려의 근원이 되어 왔다.

ⓒ프레시안(손문상)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시장을 통한 경쟁이 비용과 질에 있어서의 업그레이드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보육 시장화 구조의 선순환만을 강조했다. 보육 지원금을 제공받은 가족이 좋은 보육 시설을 찾아내 아동을 맡기는 구조가 정착되면, 보육 시설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상호 경쟁을 함으로써 보육의 질이 높아지고, 동시에 우수하지 못한 보육 시설은 도태되기 때문에 질의 상향 평준화가 가능해진다는 논리이다.

정말 시장화, 경쟁 논리가 아동을 장기간 애정과 관심으로 길러내야 하는 보육 부문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왜 그토록 많은 선진국이 공보육 시설을 기반에 두고 보육 정책을 해 왔는가. 지나친 민간 의존 구조에 대한 심각한 재고가 필요하다.

또 하나 이명박 정부에서 새롭게 제안된 아동 양육 지원 정책의 하나가 양육 수당이다. 양육 수당은 2009년 보육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에 대한 형평성을 기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

그러나 양육 수당은 이미 서구 복지 국가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전통적 성 역할 고정 관념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계층적으로 보육 방식의 차이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다. 오히려 시설에서 키우기 어려운 영·유아기 아동의 비용 부담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라면 보육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한 양육 수당의 방식이 아니라, 보육 시설을 이용할 권리가 배제되지 않는 아동 수당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아동 양육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 중의 하나는 일하는 부모에게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을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직장 보육 시설에 대한 강화,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 휴가의 고용 보험 커버리지 강화, 남성의 배우자 출산 휴가에 대한 3일 유급 휴가 등을 도입하였으나, 여전히 명문화된 조항에 머물고 있으며 일부 정규직 근로자만을 위한 부분적 혜택에 제한되고 있다.

산전·후 휴가, 육아 휴직, 직장 보육 시설, 탄력 근무제 등을 이용하려는 사람을 기업 헌신도가 떨어지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직장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동 양육을 일정 기간 직접하고 싶은 부모들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다.

저출산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접근해야 할 과제임은 분명하다. 저출산 문제는 다른 선진국 경험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하루이틀 돈을 쏟아 부어 해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가가 직접 개입해 출산을 강제할 수도 없고 강제해서도 안 될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저출산을 탈피하기 위한 정책 효과에 조급증을 보이고 있으며, 점차 여성을 출산을 위한 도구로 접근하는 방식까지 결합하고 있다. 2010년 2월 이명박 정부는 불법 인공 임신 중절 예방 종합 계획을 발표하였고 낙태 시술을 하는 의료 기관에 대한 고발과 폐쇄 등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이를 낳고 싶게 하는' 사회적 환경의 조성과 '아이를 낳을 것인가'라는 특정 행위의 결정 간에는 거대한 간격이 있다. 전자는 국가가 해야 하는 의무이지만, 후자는 개인이 하는 선택이다. 아이를 안심하고 낳아 기르고 싶게 하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면서 개인의 출산 선택을 유인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지, 낳을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결정 권한은 국가에 없다.

출산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여성은 아이를 낳는 도구주의적 맥락 안에 갇히게 된다. 가족 정책을 저출산 문제만을 타개하기 위한 소극적 방식에서 미래 사회의 성장을 준비하는 적극적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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