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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독자' 아버지의 경고 "당신 아이도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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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게임 중독자' 아버지의 경고 "당신 아이도 위험해!" [안종주의 '위험사회'] 게임이 사람을 공격한다 ③
급우들의 집단 괴롭힘을 못 견딘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을 계기로 학교 폭력과 게임 중독이 한국 사회가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리스크 커뮤니케이터 안종주 박사(보건학)가 '위험 사회'를 통해서 게임 중독을 포함한 인터넷 중독의 문제점 그리고 그 예방·치유법, 해결책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게임 중독자, 한국의 미래를 갉아먹는 좀비들!
인터넷 게임은 어떻게 '좀비'를 만드는가?

학교 폭력과 게임 중독의 실상을 접하면서 한국 사회는 절망감으로 넋두리를 하고 있다. 청소년과 학생에게서는 더는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극단적인 생각과 발언을 하는 사람도 있다. 위기가 곧 기회이듯이 절망은 희망으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한국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절망이 계속되거나 증폭되기고 하고 희망을 되찾을 수도 있다.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이미 게임 중독 상태까지 간 청소년을 치유하는 것과 앞으로 이와 같은 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효과적이고도 확실한 예방책을 펴는 것이다.

앞선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게임 중독자들은 병적 도박이나 물질 중독과 유사한 전형적인 의존 증상을 보인다. 인터넷(게임) 관련 중독 행동 척도 설문지를 사용한 외국 연구를 보면 인터넷 사용자의 55퍼센트가 인터넷 사용과 관련해 내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점차 인터넷(게임) 이용 시간이 늘어가야만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또 28퍼센트는 인터넷 사용을 중단하면 금단 증상을 보이고, 22퍼센트는 인터넷 사용에 대한 탐닉 증상을 보였다.

또 인터넷(게임) 중독은 개인의 성격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국내외 연구들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 대학의 로버트 클로닝거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성격(Novelty Seeking, 이하 NS),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격(Harm Avoidance, 이하 HA), 보상 의존성이 강한 성격(Reward Dependance, 이하 RD)과 완고한 성격(Persistence, 이하 P)이 인터넷 중독과 관련성이 깊으며 자기 중심성(Self-Directness, 이하 SD), 사회적 협조성(Cooperativeness, 이하 C), 자기 초월성(Self Transcendence, ST)도 관련이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 4~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인터넷 중독군은 정상군보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성격과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했으며 보상 의존성과 성격의 완고성은 낮았다(높은 NS, HA와 낮은 RD, P). 남자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새로움을 추구하는 성격과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할수록 중독군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인터넷 사용 위험군이 자기 중심적이지 못하고 사회적 협조성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낮은 RD, SD, C).

인터넷 중독과 정신 병리, 공존 질환과의 연관성에 대한 국내 정신의학계 연구들을 살펴보면 우울, 불안, 충동성 등이 인터넷 중독의 유발 인자로 작용할 수도 있으나 인터넷 중독에 의한 결과로 볼 수도 있다(김태형). 또 인터넷 중독과 관련된 정신 병리로 강박, 충동, 우울, 낮은 자존감 등이 지적된다(류인균).

이밖에 인터넷 중독군에서 불안과 우울 정도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이석범). 소아 우울 척도를 사용한 연구에서 인터넷 중독군이 비중독군보다 우울 점수가 높았다는 연구 결과와 인터넷 사용량이 많은 사람에게서 우울 수준도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외국의 연구를 보면 우울하고 내성적인 것 등의 성격적 특성이 인터넷 중독과 유의미한 상관을 보인다는 보고가 있다. 인터넷 중독군은 우울증, 높은 경계심, 높은 정서적 민감도, 자기노출을 꺼려하는 성격적 특성을 가진다(영, 로저스). 병적 인터넷 사용자의 경우 양극성 장애, 불안 장애, 식이 장애, 충동 조절 장애, 알코올 의존 등의 이환율이 높으며 병적 인터넷 사용은 이들 질환과 밀접히 연관이 있다(샤피라).

과도한 인터넷 사용과 우울증, 외로움, 사회적 위축 간에 서로 연관이 있음을 보고했다(크라우트). 인터넷 중독이 우울증, 사회 공포증, 충동 조절 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등과 같은 기존 정신 병리를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오자크).

가톨릭대학교 이창욱 교수팀의 연구 결과 인터넷 중독군의 무려 85.8퍼센트가 정신과적인 공존 질환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우울 장애가 42.6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가 31.3퍼센트로 그 다음으로 많았다. 아직 인터넷(게임) 중독을 별도의 정신 질환 진단 체계에 넣지 않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정신(뇌) 질환으로 보고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것은 바로 이런 평가 결과 때문이다.

ⓒthisisgame.com

청소년 인터넷 중독군의 치료는 기분 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불안 장애 등 공존하는 다른 정신과적 질환에 따라 달리 대처하는 것이 필요해 공존하는 이들 정신과 질환별로 그 특성과 대처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청소년 인터넷 중독군은 기분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의학 전문가들은 청소년기 기분 장애는 성인들의 기분 장애와는 구분되는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즉, 성인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우울감, 죄책감 증상보다는 경우에 따라서는 짜증, 분노 발작, 신체 증상 호소 등의 증상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또 기분 변화의 문제보다는 무단 결석, 약물 남용, 인터넷 몰입, 가출, 비행 등의 행동 문제가 오히려 주된 문제로 관찰되기도 한다.

부모의 갈등, 이혼, 결손 가정의 자녀는 기분 장애에 취약하며, 특히 아동 학대나 성폭행을 당한 아동에서 우울 장애가 높게 발생하기 때문에 청소년기 기분 장애는 심리 사회적 요인과도 관련이 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소년기 기분 장애는, 순수한 우울 장애보다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양극성 장애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으므로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기 기분 장애는 또 발병 연령, 재발 빈도, 공존 질환에 따라 예후가 다양하나, 일반적으로 조기에 발병할수록 예후가 나쁘며, 재발이 잘 일어난다. 따라서 조기에 정신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동, 청소년기에 시작된 우울 장애는 성인기에 재발률이 높다. 또 우울 장애 진단을 받은 아동, 청소년은 우울 증상의 빈도, 자살 기도, 양극성 장애의 발병률이 일반 인구에 비해 높으며 사회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 장애가 있는 인터넷 중독자를 연구하려면 먼저 우울 장애를 일으키는 다양한 유발 요인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또 기분 장애의 증상 유형에 대한 평가도 명확히 해, 우울증과 조울증을 확실하게 구분해서 개입할 필요가 있다.

우울 장애의 치료는 ①입원 치료 ②정신 사회적인 치료 중 개별 정신 치료로 놀이 치료와 인지 행동 치료, 대인 관계 중심 정신 치료, 가족 치료 ③사회 기술 훈련 ④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우울 장애의 1차 선택 약물로 사용하는 약물 치료 등을 꼽을 수 있다.

둘째,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가 있는 경우 인터넷 중독도 함께 나타나기 쉽다. 주의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청소년의 경우 자기 통제가 어려워 컴퓨터 게임 시간 등을 잘 조절하지 못한다. 컴퓨터 게임은 하나의 자극에 대한 집중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으면서, 청소년의 주의를 유도할 수 있는 또 다른 자극을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를 지닌 청소년에게 오히려 오랜 시간 동안 집중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해 주고, 자기 효능감을 높여주어 더 심각하게 게임에 몰입하게 만든다.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특징을 보면 여러 원인 때문에 생길 수 있으나 청소년의 전두엽 부분에 이상이 생겨 증상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어 주로 약물 치료로 행동 조절을 시도한다. 이 질환의 증상은, 환자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데 어려워하며, 집중을 지속하기 어렵고, 산만하다. 또한, 충동적이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등의 과도한 행동을 한다.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는 아동, 청소년들로 하여금 제대로 된 대인관계를 못하게끔 만들어 학교 생활과 친구 관계는 물론이고 가정에서조차 문제를 일으킨다. 또 공부를 하려는 의욕이 떨어져 학습 부진으로 이어지며 좌절감과 자신에 대한 부정적 자아상으로 '난 못해' '난 할 수 없어'를 입에 달고 지낸다. 난폭한 성격으로 성장하여 성인기에 급한 성격, 인내심 부족 등의 증상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런 질환을 지닌 청소년 가운데 일부는 어른이 되어서도 우울 장애, 자살 시도, 알코올 및 약물 남용과 같은 심각한 정신과적인 문제 혹은 반사회적 행동에 빠진다.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를 지닌 인터넷 중독자의 치료는 게임을 하는 시간을 줄이거나 컴퓨터를 거실에 두는 것과 같은 사용 환경의 변화 등을 꾀하는 환경 조절이나 부모 및 가족 상담, 인지 행동 요법, 행동 수정 방법, 사회 기술 훈련, 정신 치료를 시행하는 정신 사회적 치료 그리고 약물 치료 등으로 이루어진다.

셋째, 불안 장애가 있는 인터넷 중독자에 대해서는 먼저 불안 장애에 대한 명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불안 장애는 또 다른 불안 장애, 우울 장애로 이환될 가능성이 높으며 학업 성취에 어려움을 겪고 따돌림을 당하기 쉽다. 이 때문에 학교 생활에서 아예 이탈하거나, 친구를 못 사귀는 등 대인 관계 위축을 겪게 되고 알코올 등의 약물 남용에 빠지기 쉬우며 자살 위험성 또한 높다.

치료는 ①정신 사회적인 치료로는 놀이 치료, 개인 정신 치료, 인지 행동 치료, 가족 치료, 사회 기술 훈련을 하고 ②입원 치료 ③벤조디아제핀 등의 약물 치료를 꼽을 수 있다.

감염병(전염병)이든, 생활 습관병이든, 중독이든 치료보다는 예방이 더 쉽고 사회적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특히 게임(인터넷) 중독이 그렇다. 한국을 비롯한 현대 첨단 과학 사회는 그야 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컴퓨터와 인터넷이 우리 일상을 파고들어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문화로 깊이 뿌리내렸다. 이들 매체 또는 과학적 산물이 현대 문명에 끼치고 있는 빛의 세기도 엄청나지만 그들이 드리우고 있는 그림자 또한 매우 짙다.

우리가 일상에서 인터넷이나 인터넷 게임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각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가 이들의 폐해에 경계심을 넘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나는, 내 자녀는 결코 인터넷 중독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만하면 안 된다.

나도 이런 방심을 하다 게임 중독에 빠진 자녀를 10여 년째 두고 있다. 성인이 된 지금도 그는 그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왕따와 친구, 가족 등 대인 관계 부적응, 대학 중퇴와 재입학, 장기 입원과 우울증 치료 등 게임 중독으로 겪을 수 있는 모든 것을 겪어왔다. 오랜 경험을 토대로 나름대로의 게임(인터넷) 중독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보았다.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 지침

(1) 컴퓨터는 통제나 감시가 가능한 공간(거실 등)에 두어라.
(2) 혼자서 아무 때고 인터넷이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기(스마트폰이나 게임기기 등)를 사주지 말라.
(3) 다른 취미나 여가 활동, 운동에 관심을 가지도록 어릴 때부터 훈련하라. 가족들이 함께 여행을 하거나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나 운동을 즐기는 것이 좋다.
(4) 학교 성적 등과 관련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지 말라.
(5) 게임 중독에 빠진 친구를 사귀지 않도록 하라. 그렇게 되면 대화의 주제는 늘 게임이 되고 함께 가는 곳은 피시방이거나 부모가 없는 친구의 집, 즉 마음대로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6) 방문을 잠그고 생활하거나 학교 성적이 갑자기 또는 계속 떨어지면 게임 중독 등을 의심하라.
(7) 내성적이 아닌, 활동성이 강한 자녀로 키워라.
(8) 부모도 자녀들이 즐기는 게임에 대해 알아라. 부모가 게임을 즐기면서도 결코 중독에 빠지지 않고 일상생활을 잘하며 짬짬이 한다는 것을 모범적으로 보여줘라.
(9) 폭력성이 강하거나 중독성이 강한 게임은 못하도록 하라.
(10) 중독이 의심되면 자녀와 다투거나 컴퓨터를 없애는 등 과격한 방법으로 가정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즉각 전문가와 상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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