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747'의 저주…재벌 돈잔치! 중소기업 빚잔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747'의 저주…재벌 돈잔치! 중소기업 빚잔치! [이명박 5년, 빛과 그림자·5] 중소기업의 몰락
학술단체협의회와 <프레시안>은 이명박 정부의 지난 4년간의 각 분야별 정책을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지난 10월 29일 학술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을 토대로 각 분야의 전문가의 글이 실리고, 나중에는 책으로도 묶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경제가 어렵다. 기업이 힘들다. 일자리가 없다. 장사가 안 된다. 먹고 살기 힘들다. 그 결론은 경제 살리기였다. 그래서 기업가 출신을 대통령으로 뽑아 줬고, 그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고자 많은 삽질을 했다. 그 결과는 어떤가? 여전히 먹고살기 힘들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재벌 대기업은 잘 나간다. 삼성은 올해도 역대 최고의 실적을 거두었다. 삼성뿐만 아니라 주요 재벌 대기업들은 대부분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한국 경제의 핵심인 재벌 대기업이 잘 나가고 있다면, 당연히 재벌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기업과 노동자 역시 먹고살 만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왜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을까? 이미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독자적 브랜드로 시장에서 활동하기보다는 대기업과 원청-하청 관계로 맺어져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원청 삼성과 현대가 잘 나가면, 하청 중소기업도 잘 먹고 잘 나가고,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월급도 오르고 살맛이 나서 환한 얼굴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직면한 현실은 그렇지 않을까?

몇 가지 사실관계를 살펴보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매출액 이익률 격차는 2007년까지 줄어들다가 2008년 경제 위기를 지나면서 급격하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재벌 기업인 삼성전자 사례를 보면, 2008년 이후 삼성전자의 영업 이익률과 삼성전자 협력사 영업 이익률 사이의 격차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2008년 경제 위기를 전후로 영업 이익률 격차가 급격히 벌어지는 이유는 대기업의 경우 중소기업의 납품 단가를 조정해서 영업 이익률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계는 상생과 동반 성장의 관계라기보다는 먹이 사슬의 관계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중소 하청 기업은 대기업과 협력적 생산 관계 속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대기업 이익 창출을 위한 버퍼로서 자기 성장의 가능성을 제한받고 있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중소 하청 기업은 인력 감축과 비정규직 활용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도급, 사내 하청, (불법) 파견 등 중소기업 부문에서의 급격한 비정규직 확산과 중소기업 생태계의 파괴로 나타나고 있다. 즉 원청-하청의 불공정 거래 문제는 취약한 중소기업 생태계의 핵심적인 문제이면서 동시에 1998년 경제 위기 이후 급격히 증가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초과 이윤 공유제와 같은 정책 제안이 문제 제기의 근원을 따져보기도 전에 자유 시장 질서라는 한마디에 정신병자의 헛소리로 치부되는 상황이라면 그들에게서 그 어떤 것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와 여당은 출자 총액 제한 제도의 페지, 지주 회사 규제 완화, 금융 산업 분리 원칙 폐기 등을 통해 재벌대기업이 MRO, 통닭, 피자 등 대표적인 중소기업 및 자영업 시장에까지 좌우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안겨주었다.

30대 재벌 그룹의 계열사는 2010년 말 현재 1069개로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2008년부터 2010년 사이에 매년 74개씩 총 224개로 증가했다. 특히 중소기업이 많은 비제조업 업종인 식당, 제빵, 인테리어 등에 2010년 10대 기업 신설 법인 160개의 80퍼센트인 140여 개가 몰려 있다. 재벌 대기업이 볼펜과 복사지를 공급하고, 통닭과 피자를 팔아대는 말 그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를 지배하는 무서운 세상을 현실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프레시안(손문상)
이명박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은 장밋빛 구호로 출발했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중소기업의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대기업의 하청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중소기업 정책으로 혁신형 중소기업 5만 개 육성 및 이를 통한 50만 개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창업 절차 간소화, 중소기업 금융 지원 강화, 중소기업 제품 공동 구매 문제 해결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혁신 형 중소기업 5만 개 육성 및 50만 개 일자리 창출 사업은 막대한 시민의 세금을 쏟아 부어 숫자 채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달리 말하면, 정책 자금의 지원이 끊기면 바로 사라질 부실한 중소기업 및 일자리 양산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소기업, 특히 원청-하청 문제의 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중소기업 정책 방향은 무엇일까? 우선 중소기업의 생존권과 중견 기업으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재벌 기업과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여 일방적으로 납품 단가를 책정하는 불공정 관행을 정부가 개입하여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 이러한 불공정 행위는 이미 현행법상 불법적인 불공정 거래 행위이다. 따라서 대기업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을 근절시키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과 감독 활동을 강화하고, 적발된 대기업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제재해야 한다.

또 시장에서 약자적 지위에 있는 중소기업, 특히 하도급 업체들이 원청 업체에 대항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역별 또는 원청별 중소기업연합회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문제는 중소기업의 이해관계를 실질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이익 결사체가 제대로 구성되어 있지 않은데서 연유하는 바도 크다.

외국의 경우, 중소기업 결사체들이 지역별로, 업종별로 구성되어 원청에 대해 또는 중소기업 간 기술 협력, 인력 양성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중소기업 관련 단체들은 정부의 정책 사업이나 정책 자금을 전달해주는 정책 기관의 하위 부서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어 실질적인 중소기업 이해 결사체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사내 하청과 파견 근로 등의 간접 고용을 줄이고 남용 또는 악용을 금지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내 하청이나 파견은 실질적인 지휘 감독권을 원청 기업이 갖는 불법적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한편으로는 사내 하청 노동자 또는 파견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 조건을 열악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실질적 경영 행위가 이루어지는 건실한 중소기업이 아닌 단순한 인력 공급 회사를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재벌 기업 또는 대기업의 사내 하청 기업 또는 인력 공급 기업이 대부분 원청과 특수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위장 도급과 불법 파견이라는 불법적 거래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묵인되는 한 중소기업 생태계 구축에 커다란 장애 요인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세 번째로는 산업 및 업종별 최저 임금제를 실시해야 하며, 이러한 최저 임금이 납품 단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산성이 높은 산업 및 업종에 대해서는 생산성이 낮은 산업이나 업종에 비해 높은 최저 임금제를 실시하여 중소 하청 업체 종사 노동자의 임금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연히 이러한 인건비 상승이 중소 하청 업체 사용자의 부담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납품 단가에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2-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