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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다음 과제는 '고려대' 공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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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다음 과제는 '고려대' 공립화! [이명박 5년, 빛과 그림자·8] 대학 체제 변화와 등록금
학술단체협의회와 <프레시안>은 이명박 정부의 지난 4년간의 각 분야별 정책을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지난 10월 29일 학술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을 토대로 각 분야의 전문가의 글이 실리고, 나중에는 책으로도 묶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08년 한국의 교육 재정은 국내 총생산(GDP)의 7.5퍼센트를 넘어선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7.9퍼센트를 사용하는 아이슬란드 다음으로 가장 높다. 한국은 고등 교육 재정만도 GDP의 2.6퍼센트로 고등 교육 취학률이 높은 미국(2.7퍼센트)과 캐나다(2.5퍼센트) 수준으로 높다. 또 우리처럼 고등 교육 비용에 개인 부담률이 높은 나라는 없다(GDP의 1.9퍼센트).

한국 학생들이 내는 대학의 등록금은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해외 연수와 취업 과외비를 고려하면 대학 교육비는 더 상승한다. 모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아예 부과하지 않든지 등록금을 내더라도 사회와 국가가 그들이 낸 등록금에 보태서 양질의 연구와 교육으로 보답해준다.

학생 등록금과 대학 교육비의 지출 비율을 살펴보면 등록금이 가장 비싼 미국도 2.5배다. 미국 대학생도 많이 내지만 낸 것에 비해 크게 높은 교육비로 돌려받는다는 뜻이다. 한국의 경우 이 비율은 1.5를 넘어서지 않는다.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자신들이 낸 돈으로 운영하고 있는 수준인 1에 가깝다. 학생들이 교수들을 고용하여 연구와 교육을 시키고 자신들 스스로를 훈련시켜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이 같은 높은 부담을 지우는 것은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수 있는가?

대학은 한 사회의 전통과 문화를 집적하고 해석하고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지식과 발견, 새로운 사상과 생각으로 다양한 창조적 혁신을 사회에 제공함으로써 민주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기여한다. 또 대학은 학생들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지식과 숙련을 쌓아 자신과 사회에 기여하는데 도움을 준다.

대학 교육으로 가장 큰 덕을 보는 사회의 일부는 기업들, 특히 대기업들이 될 것이다. 대학의 연구, 교육, 또는 봉사활동은 단기적으로 순이익을 낼 수 있거나 재정적으로 효율성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논란의 중심에 선 취업률 지표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공공성과 공공선을 위한 대학의 역할과 대학 교육의 투자 개념을 인정하여 많은 국가는 대학을 직접 운영하여 재정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부담한다. 사립대학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비영리 기관의 위치를 엄격하게 규정하며 또한 재정적 지원을 한다.

누가 어떻게 우리 젊은이들에게 사회적 기능과 역할이 큰 대학 교육 비용의 대부분을 담당하게 할 수 있었겠는가? 이토록 높은 등록금을 내도록 강요할 수 있었는가? 여기서 세 가지만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압도적인 사립 위주의 대학 체제이다. 해방 이후 점차 확대되어 한때 40퍼센트(4년제) 정도로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했던 국·공립 대학의 비율이 현재 4년제 25퍼센트 수준이고, 저소득층이 주로 가는 전문대의 경우 그 비율이 6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87년 체제'의 민주화가 국가 성격의 민주화나 (대학) 시민 사회의 자율보다도 시장(기업적) 자율성 강화에 더 치우친 가운데 이 정부 정책의 뿌리인 5·31 대학 교육 정책은 사립대학 중심 체제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국가의 부족한 재정 지원을 고려하더라도 사립대학의 교육비는 국·공립대학에 비교해서 매우 비싸다. 이는 자율화 이후 사립대학의 등록금이 우선적으로 매우 빠르게 치솟은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둘째, 비합리적 수준으로 굳어진 서열화 체제이다. 교육의 특성과 더불어 서열화 체제로 인하여 설립 준칙주의와 대학 정원 자율화로 많아진 대학 간 경쟁으로는 가격 하락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없다. 대학은 많지만 성적 분포의 체계화된 서열 때문에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학은 제한적이고 대학은 서열 체제의 어느 위치에 있어도 지원자만 있다면 독과점 가격(등록금)을 강요할 수 있다.

셋째, 국가의 정책과 사회의 인식이다. 5·31 대학 교육 정책은 '네가 혜택을 보니 네가 선택하고 네가 부담하라'는 식으로 접근했고 사법부는 사립대학의 공공성을 강조하기보다는 그 재산권을 인정하는 인식을 갖고 있다. 사립대학 중심-서열-시장 위주 정책과 인식이라는 이 견고한 삼각 시스템은 한국의 대학 제도를 완성하고 학생들에게 고가의 저품질 대학 교육을 강요한다.

ⓒ프레시안(손문상)
학생들은 나날이 치솟는 등록금을 견디다 못해 등록금 후불제를 주장하다 이명박 정부의 공약을 근거로 '반값 등록금'을 요구했다. 정부는 소폭의 장학금 확충과 학자금 융자를 근본적인 해결책인 양 처방한다.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적립금을 쌓고 시설을 늘리는 사립대학들은 대학의 발전을 운운하며 인하에 생색을 내고 교수들의 보수 차이를 들어 국립대학 기성회비도 요지부동이다. 많은 대학들은 대학이 지켜야할 할 법적 대학 기준도 못 지키고 있음에도 말이다.

우리는 서울시립대학의 반값 등록금의 변화를 보면서 공립대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큰 그림의 한 귀퉁이를 보았다. 일반 국립대학보다도 등록금은 낮지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특수 목적 대학교들의 등록금은 국립대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한 잘 보여준다.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국가는 실패한 시장 위주 대학 정책을 포기하고 계획적 발전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시켜야 된다. 국공립 체제 위주의 대학으로 대학 체제를 개편하고 대학의 비합리적 서열화 체제를 종식시켜 대학의 질을 혁신하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대학의 프로그램에서 공적 역할을 확대하고 국가의 재정 부담을 늘려야 한다. 출발은 학생들의 요구에 근거한 반값 등록금을 검토하는 것일 것이다. 물론 사립대학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상당수의 사립대학을 공공성이 강화된 준 공립 체제로 전환하도록 하고 양질의 대학 교육이 상식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부실 불법 비리 사학은 학생들을 위하여 정리하여 시민 자치형 준 공립대학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 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미래가 될 학생들에게 대학의 인건비와 교육비의 대부분을 부담시키는 현재와 같은 부담 체제를 국가와 사회가 부담하는 체제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이제 등록금 투쟁은 정치적 시민적 권리와 더불어 사회적 권리를 쟁취하는 2차 민주주의 운동의 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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