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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새겨진 주문 "경제 살린 이명박, 뒤를 이을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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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새겨진 주문 "경제 살린 이명박, 뒤를 이을 박근혜!" [문제는 프레임이다] 조지 레이코프를 통해 본 한국 정치
선거가 끝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새누리당이 완승하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연합은 졌다. 그들이 다수 의석을 얻어서 서민 친화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으리라는 지지자의 기대는 허망한 꿈이 되어 버렸다.

선거 후 두 야당이 보여주는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우선 민주통합당은 선거의 패배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은 전혀 하지 않고, 계파 간 이해 득실 계산과 또 다시 중도 회귀 타령에 여념이 없다. 비례 대표 부정 선거로 진보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도덕성을 저버린 통합진보당의 모습은 보수와 맞설 수 있는 건전한 진보 세력의 성장을 절절히 원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절망감만을 안기고 있다.

새누리당의 완승과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연합한 야권의 완패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프레임 이론으로 우리나라에도 제법 알려져 있는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눈으로 그 이유를 살펴보자.

'이명박 정권 심판' 프레임 대 '말 바꾸기 야당 심판' 프레임

▲ <프레임 전쟁>(조지 레이코프·로크리지 연구소 지음, 나익주 옮김, 창비 펴냄). ⓒ창비
이 선거가 프레임 대결이었음은 선거 결과를 분석한 많은 글이 이미 언급했었다.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우리의 구조화된 심적 체계로서 프레임을 장악하는 세력이 세상에 대한 주도권을 갖는다."

이런 레이코프의 주장은 이번 선거에서도 입증되었다. 이 선거에서 전면에 등장한 프레임은 새누리당의 '말 바꾸기 야당 심판'과 민주통합당이 내세운 '이명박 정권 심판'이었다.

선거 결과는 새누리당의 프레임이 민주당의 프레임보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신경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새누리당의 심판 프레임이 유권자의 뇌에 더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더 활성화되었다. 둘 다 '심판' 프레임이었는데,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가져왔을까?

상대 프레임의 덫에 걸려 허덕거린 '이명박 정권 심판' 프레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새누리당)이 2007년 대통령 선거 운동 시절 상대적으로 진보적이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통치 시기를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구호로 비난하면서 자신들이 경제를 살려낼 전문가라고 외쳤다. 그들은 연평균 7퍼센트 성장, 1인당 4만 불 소득, 세계 7위 경제를 이루어 내겠다고 약속했다(747).

당시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의 핵심은 분배와 복지에 초점을 둔 경제 개념이 아니라 바로 신자유주의 기조에 근거한 적하 효과(trickle-down) 경제 정책이었다. 대기업이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부가 재분배되어 모든 국민이 잘 살게 된다는 그들의 주장―결국 달콤한 유혹으로 드러난―을 많은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지지했다.

당시 이러한 주장이 과연 실현될 것인지에 대해 지지자들은 어떤 의문도 제기하지 않았고 또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들은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이 내세운 '경제 살리기' 프레임을 통해서 당시 한국의 상황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실제로 부가 편중되어 빈곤층이 증가되고 서민들의 삶이 더욱 궁핍해졌음에도, 여전히 많은 국민은 이 정권이 경제 전문가라는 맹목적인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것은 프레임이-지극히 물리적인 실체인-뇌의 시냅스와 뉴런 그리고 뉴런 사이의 연결로 구성된 회로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다수 대중의 맹목적인 믿음은 어떤 프레임이 뇌에 일단 자리를 잡으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레이코프의 주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반면에 권위주의적이고 친기업적이고 반서민적인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두 야당의 주장은 유권자의 뇌리에 그렇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보수는 원래 권위와 절제를 핵심적 가치로 내세우기 때문에, '그들(보수적인 이명박 정권)의 권위적인 행태를 심판해야 한다'는 공격은 애초부터 별로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없었다.

이명박 정부의 기업 편향적이며 반서민적인 행태에 대한 비판도 역시 제한적인 위력밖에 보여주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중산층을 두텁게, 서민을 따뜻하게"라는 슬로건을 선점했다. 이로 인해, '이명박 정부는 진정한 친서민적 정부가 아니다'고 주장하는 어떤 비판도 오히려 그들이 선점한 '친 서민' 프레임을 활성화하여 정부가 서민을 위해 무언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했다. 실제로 그들이 서민을 더욱 고달프게 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하더라도 말이다. 이 '친 서민' 프레임은 레이코프가 '메시지 기계(message machines)'라 칭하는 보수 언론의 지원에 힘입어 유권자인 국민들의 뇌에서 이미 깊숙이 주입되었으며, 지속적으로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이며 그들의 진정한 의도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사람에게는 현 정부의 '친 서민' 프레임 선점이 국민을 기만하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변함없이 지지하는 보수적인 사람들이나 흔히 중도라 불리는 이중 개념 소유자들의 눈에는 현 정부가 자신들의 가치와 원리에 충실한 정책을 펼쳐오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야권의 프레임은 처음부터 제한적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경제 (살리기)' 프레임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새누리당은 잘 활용했다. 야권에서는 토론의 달인이라 불리는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마저도 이 프레임 내에서 논의를 펼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유시민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삼인 펴냄). ⓒ삼인
"박근혜 위원장, 통합진보당의 재벌 체제 해체 공약을 대기업 해체로 바꿔치기해서 비난했네요. 모르고 했으면 무지한 것이고 알고 했으면 거짓말 한 겁니다. 재벌 해체란 30개의 재벌을 3000개의 건강한 기업으로 바꾸자는 것!"

이 비판은 보수 진영의 경제 프레임에 말려든 사례이다. '박근혜 위원장이 재벌 해체를 대기업 해체로 왜곡했다'는 주장이나 '유시민 대표가 대기업 해체를 주장한다'는 주장 둘 다 우리의 뇌에 있는 '기업의 번영이 곧 국민의 번영'이라는 경제 프레임을 무의식적으로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보수 진영은 유권자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대기업 덕택에 우리나라 경제가 이만큼 성장했다'는 신화와 '대기업이 무너지면 한국 경제는 죽는다'는 공포심을 절묘하게 활용했다. 국민들에게는 재벌이 대기업이고 대기업이 재벌이라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이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는 프레임 전쟁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

상대 프레임을 압도한 '말 바꾸기 야당 심판' 프레임

집권 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겠다는 민주통합당의 주장은 비효율적이고 결함이 많은 전략이었다. 현재 민주통합당의 한 계파인 열린우리당이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민주당의 이 주장은 당시 자신들이 진정으로 옳다고 믿지 않았던 것을 추진했음을 자인하는 꼴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진정성은 정말로 중요하다. 진정성을 포기할 때, 당신은 당신의 가치를 포기하고 결국 신뢰를 포기하게 된다. 당신의 가치가 비록 현재 인기를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진정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당신에게 용기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레이코프의 말에서 보듯이, 이 주장을 하는 순간 민주통합당은 스스로 정직성과 진정성,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 되어 버렸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러한 모순을 놓치지 않았다. 야권과 지지자에게는 정말로 아쉽겠지만, 이런 역공은 얼마나 단순명쾌한가.

"그분들(민주당)이 다시 모여서 지난 정권에서 추진된 정책에 대해 말을 바꾸는 것, 이거야 말로 심판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여당에 있을 때 말 다르고 야당 했을 때 말 다르고 자신들이 추구했던 정책, 말 뒤집고 하는 것은 우리 정치에서 바로 잡아야 한다."

박 위원장은 이런 역공으로 간단히 민주당을 진정성과 신뢰성이 없는 집단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박근혜 위원장 자신과 새누리당은 신뢰성과 진정성, 용기가 있는 사람들처럼 보이게 되었다.

새누리당의 이러한 역공에 민주통합당은 "지금의 한미 FTA는 그 내용이 우리가 추진했던 당시의 FTA와 많이 다르다"는 주장으로 응대했다. 이러한 반응으로는 어차피 민주당이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누가 거짓말을 하는가의 거짓말쟁이 프레임에 딱 걸렸던 것이다.

"사람들은 프로그램이나 정책의 상세한 목록에 근거하여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와 진정성, 신뢰, 정체성을 바탕으로 투표한다."

레이코프의 주장에 따르면, 설령 민주통합당의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실제로는 거짓이다!-한국의 유권자에게는 'FTA는 다 똑같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이 더 진실처럼 들리게 되어 있었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현재의 주장처럼 민주당이 정말로 한미 FTA가 우리 국민에게 유익하지 않다고 믿는다면, 그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 왜 그렇게 그것을 성급하게 추진했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들에게 두고두고 가슴 아픈 대목이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진보의 가치와 원리에 집중하지도 못했으며, 자신이 진정으로 신봉하는 것을 제대로 전달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진정으로 옳다고 믿지 않는 것을 추진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었다. 한마디로 프레임 전쟁에서 내내 밀렸던 것이다.

여전히 살아 있는 '영웅'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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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는 누구의 것인가>(조지 레이코프 지음, 나익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웅진지식하우스
두 야권의 지지자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그를 바라보는 프레임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박정희는 국민을 억압하고 소수의 재벌 기업에 온갖 특혜를 준 헌정 질서를 유린한 독재자다"라는 '독재자 프레임'이고, 다른 하나는 "박정희는 우리를 빈곤에서 구원해낸 영웅이다"라는 '구원자 프레임'이다.

레이코프에 따르면, 이 두 프레임은 우리의 뇌에 공존할 수 있지만, 상호 억제적으로 활성화된다. 즉, 영웅 프레임이 활성화되면, 우리의 뇌에서 독재자 프레임은 활성화되지 않는다. 이 프레임 전쟁에서도 박근혜 위원장은 상대의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았다. 단지 "산업화 과정에서 희생당한 민주화 인사들에 대해 아버지를 대신해 사과한다"라고 말함으로써 독재자 프레임의 활성화를 차단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구원자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아직도 박정희 전 대통령을 구원자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사람들에게 "박정희는 구원자가 아니라 독재자다"라고 말해 보았자, 절대로 그들의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 이미 그들의 뇌에 구원자 프레임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박정희를 독재자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자기의 프레임과 맞지 않는 사실은 배척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여준다. 더 이상 "산업화의 진정한 주역은 저임금에 시달린 노동자였지 박정희가 아니다"라거나 "박정희는 우리의 구원자가 아니라 독재자이다"라는 말을 반복할 필요가 없다. 정녕 박정희에 대해 말하고 싶다면 헌법을 유린하고 국민을 억압한 독재자였다는 것만을 언급해야 한다. 굳이 박정희가 산업화의 주역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보수 진영이 짜 놓은 구원자 프레임을 강화할 뿐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서사가 있는 정치인을 좋아한다!

레이코프에 따르면, 서사(narratives)는 프레임의 특수한 경우이며 유권자들은 정치인을 서사 복합체에 일치시킴으로써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훌륭한 서사 복합체를 지닌 정치인이 강력한 지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조그만 섬에서 태어난 상업고등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인 한 청년이 납치, 테러, 고문, 사형 선고 등 수많은 정치적 역경을 이겨내고 정치 지도자로 성장했다면, 그의 삶은 하나의 멋진 서사가 된다. 바로 김대중 대통령의 삶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역시 가난한 산골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고등학교 졸업의 청년이 독학으로 사법 시험에 합격해 판사가 되었다가 소외된 사람들을 지원하는 변호사가 되었던 삶 역시 하나의 멋진 서사였다. 그들은 '자아 재창조' 서사, 가난뱅이에서 사회의 유력자로 성장한 '자수성가' 서사, 독재자에게서 고통 받는 백성을 구원해낸 '영웅' 서사와 '자기 구원' 서사 등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아왔다.

<한겨레>의 한승동 논설위원은 박근혜 위원장이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50대 이상 노장년층에게 박근혜 위원장은 '비련의 공주'로 새겨져 있다. 부모가 다 총에 맞아 죽었다. 결혼도 못했고 자식도 낳아보지 못했다. 더구나 전두환, 이회창, 노무현, 이명박 등 강한 남성 권력자들에게 핍박받는 이미지를 쌓아 왔다. 박근혜 위원장의 이런 정치 역정은 그가 가진 '청순가련형' 외모와 결합하며, 비련의 공주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켰다."

이 지적은 한마디로 박근혜 위원장이 서사로 가득 찬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즉, 박 위원장이 자신의 역경을 이겨낸 '자기 구원' 서사, 비련의 공주에서 정치 지도자로 거듭난 '자수성가' 서사, 남성 정치인의 핍박을 이겨낸 '여걸' 서사 등의 삶을 살아왔다고 이해하는 국민들이 상당히 많다. 그녀가 실제로 그러한 삶을 살아왔는지 아니면 언론이 우리에게 그렇게 덧씌웠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녀의 삶은 이미 대중의 뇌에서 무의식적으로 활성화되는 하나의 서사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서사는 프레임의 특수한 경우로서 우리 뇌의 신경 회로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무의식적이고 자동적, 반사적으로 활성화된다. 정치인이 강력한 지지를 받으려면, 대중들에게 그의 삶이 하나의 훌륭한 서사를 구성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야권의 경우에도 더 멋진 서사의 삶을 살아낸 것으로 이해되는 정치인을 내세워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정치적 선택을 할 때 유권자들이 이러한 인지적으로 무의식적인 프레임과 서사에 이끌리지 않도록 인지적 무의식을 최대한 의식적인 것으로 만들고자 애쓰는 레이코프와 같은 인지과학자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 조지 레이코프. ⓒsfgate.com

민주통합당, 패망의 길로 가는가

이러한 프레임 전쟁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패배의 원인을 통합진보당과의 연합에 따른 좌편향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또 다시 중도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민주당과 새누리당 사이에는 이념이나 정책의 차이가 거의 없어지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좌로 이동하는 것을 경계하며 중도 정체성을 강화할수록 전통적인 지지 세력은 이탈하고 새누리당의 프레임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도 '경제 민주화' 개념을 새누리당에게 선점당한 민주통합당이 '보편 복지'와 '공공 의료' '공공 교육' 등의 진보적 의제마저 내어주게 되면 어디에서 존립의 개념적 근거를 찾을 것인가? 이것은 자신을 진정으로 대변할 수 있는 강한 정당의 태동을 기대하는 대다수 서민의 염원을 저버리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정말로 서민의 지지를 얻고자 한다면, 정권을 재창출하고자 한다면, 상대방이 쳐놓은 프레임의 덫에서 빠져 나와 진보적 프레임을 제시하고 새롭게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좌파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자신들이 진실로 믿는 가치를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지속적으로 국민들에게 설파해야 한다.

야권 연대로 좌편향해서 중도파의 지지를 놓쳤다고 인식하는 것은 민주통합당이 중도의 허상에 잡혀 있다는 증거다. 레이코프에 따르면, '좌에서 우로' 이어지는 척도는 하나의 신화일 뿐이고, 중도처럼 보이는 유권자들은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가치관을 둘 다 가지고 있으며 사안에 따라 적용하는 가치를 달리 하는 이중 개념주의자일 뿐이다.

민주당이 우파적 가치를 지향할수록 전통적 지지자들은 배신감을 느끼고 이탈하게 될 것이고, 새누리당과 우파의 프레임은 더욱 강화되고 활성화되어 보수주의 정치 세력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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