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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주거비 등골 휘어…책마저?" 당신이 오해하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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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통신비·주거비 등골 휘어…책마저?" 당신이 오해하는 그것! [Q&A] 도서 정가제를 둘러싼 풍경
도서 정가제 논란이 출판·서점계를 또 한 번 들썩이게 하고 있다. 지난 1월 9일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이 도서 정가제 법안을 대표 발의한 뒤, 1월 17일 온라인 서점 알라딘이 '알라딘은 도서 정가제법 강화에 반대합니다'라는 성명을 홈페이지 메인에 띄우면서 기존의 출판 관계자들 뿐 아니라 독자들도 '소비자' 입장에서 논쟁을 시작했다. 갑자기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도서 정가제 법안 하나만으로 맞다/그르다를 손쉽게 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를 둘러싼 출판계의 입장들은 '대의에는 동의'하되 세부적인 사항에 들어가면 첨예하게 갈렸다. 어떤 종류의 법이나 제도도 그러하듯, 도서 정가제 법안은 만능열쇠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출판계 안에 켜켜이 연결되어 쌓여있던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의 첫걸음이라고 보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프레시안 books'는 도서 정가제 논란을 둘러싼 가능한 한 다양한 출판계 구성원의 속내에 귀 기울여 보기로 했다.


▲ 책방 '길담서원' 풍경(본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프레시안(최형락)

Q. 도서 정가제가 정확히 뭔가요? 왜 문제가 되고 있죠?

A. '정가제'는 말 그대로 뭔가를 '정가'에 팔도록 규정해 놓은 법률이다. 법률적으로는 '재판매가격유지제도'라고 한다. 공정거래법(제1장 제2조 6항)에 의하면 이 제도는 판매사업자가 거래 단계별 가격을 미리 정하여 그 가격대로 판매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7년부터 출판·서점계 합의로 도서 정찰제를 실시해 왔고, 1980년 12월 31일 공정거래법 시행 시 도서를 정가 판매 허용 상품으로 지정하였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할인 경쟁이 격화되면서 자율적 제도 시행의 한계가 지적되자, "출판 산업의 지원과 건전한 유통 질서의 확립"을 위해 2003년 2월부터 '출판 및 인쇄진흥법'의 한 조항으로 도서 정가제가 처음으로 법제화되었다.

여러 차례 논란과 개정을 거쳐 온 이 제도가 끊임없이 문제가 된 이유는 '구멍'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할인 범주가 과다하게 넓어 실제 정가제 적용 대상 영역이 매우 좁다. 쉽게 생각해 보자.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는 온라인 서점에서 표시된 정가에 책을 사 본 경험이 거의 없을 것이다. 10퍼센트 할인은 기본, 얼마 지나면 반값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정가제'라면서 왜 파는 가격이 이다지도 다를까?

현행 도서 정가제에 의한 할인 판매 가능 범위를 보자. ▲발행일로부터 18개월 경과 도서(구간 도서)의 경우 할인율에 제한이 없고, ▲18개월 미만 도서(신간 도서)의 경우 기본 할인율이 모든 도서 19퍼센트(원래는 10퍼센트 할인 가능, 그러나 마일리지와 경품 등을 통한 추가 10퍼센트 할인이 가능함)까지 적용된다. ▲신간일지라도 실용서·초등 학습 참고서는 규정에서 제외되며, 국가 기관, 지방자치단체, 도서관, 사회복지시설 등 일부 '판매처'에 따라서도 할인율에 제한이 없다.

이렇게나 빠져나갈 구멍이 많으니 판매중인 국내서 가운데 도서 정가제 적용 대상 도서의 비율은 매우 낮았다. 2012년 11월 13일 기준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판매 중인 국내서 약 43만 종 가운데 정가제 적용 대상 도서가 불과 12.8퍼센트였다고 하니, '도서 정가제'라 부르기 곤란할 정도다.

이 토대 위에서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최근 출판계에 '전설'로 회자되는 A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이다. 여러 출판사에서 <레 미제라블>을 세트로 팔고 있는데, 판매 순위 1위는 '한글판 5권+영문판 5권'을 제공하는 A출판사의 버전이다. 비결은 이들이 이 소설 전집을 '실용서'로 등록해 정가제의 그물망을 벗어나, 정가에서 50퍼센트 할인을 하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데 있다.

"분야를 결정하는 건 출판사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소설이라도 '자기계발'을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실용서로 분류하면 딱히 제재를 가할 수 없었다." (출판 관계자 A)

▲ 교보문고에서 책을 고르는 독자들. ⓒ연합뉴스

Q. 현행 도서 정가제의 문제점이 어떤 식으로 표출되었나요?

A. 말한 대로 지금까지 '신간 10퍼센트 할인'의 영역을 피해갈 수 있는 온갖 '꼼수'가 존재했다. 출판 관계자 A는 마일리지 등의 편법을 통해 결과적으로 신간도 19퍼센트까지 할인될 수 있었던 현실과 함께, '추첨 제도'라는 또 다른 편법이 존재했음을 지적했다.

"현행 제도에서 추첨을 통해 책값을 더 할인할 수 있었다. 어떤 서점에서 '이 책을 구입하시는 500분에게 할인권을 증정한다'는 이벤트를 내건다면, 그건 문제가 없었다. 겉으로는 모든 독자에게 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법망을 피해갈 수 있었다."

그는 이런 식의 빠져나갈 구멍들이 있었기 때문에 신간 할인율이 원칙적으로는 10퍼센트로 정해진 규제가 유명무실해진 측면이 있었고, 완전한 도서 정가제가 도입됐을 때에도 분명 빈틈을 찾아내서 악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도서 정가제의 도입과 함께 중간에 발생할 부작용들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터인데, 과연 입법하는 측에서 그것까지 전부 이해하여 새로운 완충 제도를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이러한 문제점들이 출판계 내부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지적되어 왔고, 지난 9일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이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오랜만에 '수면 위'로 올라왔다. 위에서 말한 구멍을 메우는 데 목적이 있다. 개정안 내용을 보면 현행 신간 도서 할인율 상한선을 19퍼센트에서 10퍼센트로 높였고(즉 마일리지 등 경제적 이익을 모두 포함한 '총 할인율'이 10퍼센트가 되는 것이다), 구간에 대한 적용 제외를 없앴다. 또 도서관 판매 간행물과 실용도서·학습참고서에도 정가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모든 서점에서 대부분의 도서를 정가 혹은 10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팔게 된다.

Q. 그렇다면 아예 '도서 정가' 자체가 뭔지 궁금해집니다. 책에 매겨지는 값은 어떻게 산정되는 거죠?

A. 장담한다. 서점 갈 때마다 "아휴, 요즘 책값 너무 비싸네"라고 한 마디씩 해보지 않은 사람 없다. 1만 원 이하로는 어지간한 책 한 권 사기도 힘드니까, 당연한 투정이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책이라는 한 권의 물리적인 '상품'을 만들어내는 데 들어가는 제작비는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다. 책의 부수마다 혹은 각 출판사의 내부 방침마다 제작비의 세부적인 디테일은 달라지겠지만, 인쇄 부수를 최소 3000부에서 5000부라고 잡았다고 가정하면

• 저자 인세 (혹은 번역서일 경우 저작권 계약+번역료): 책값의 10퍼센트 내외
• 제작비 : 책값의 20퍼센트 내외
• 물류(창고비, 유통비 등) : 책값의 10퍼센트 내외
• 마케팅비 : 책값의 10퍼센트 내외

에다가 출판사의 손익분기점 등을 고려함으로써 전체적인 책값이 도출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을 서점에 넘길 때의 공급률을 60퍼센트에서 70퍼센트로 잡는다면, 1만 원짜리 책을 만든 출판사에 돌아오는 현금은 한 권 당 6000~7000원이다. (공급률은 생산자가 정한 정가를 유통업체에 넘기는 비율이다. 이 숫자에 따라 생산자가 가질 몫과 유통업체가 가지는 몫이 결정된다. 책의 분야, 판매 예상 부수, 거래처의 특성별로 다르게 책정된다.) 위의 계산에서 산출된 5000원을 제하고 나면 출판사에 남는 이익금은 1000원~2000원이다. 그리고 이 이익금에서 출판사 내부의 경상비까지 또 제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책은 "한 권을 개발하고 만들어내기까지 사람의 공력이 끊임없이 들어가야" 하는 상품이며, 대량 복제가 불가능한 유일무이한 한 권을 만들어야 하되 거기서 나오는 "마진 자체는 높지 않다는 게 치명적인" 상품이다. 게다가 요즘은 신간을 5000부 기준으로 찍는 것이 아주 드문 사건이 되어버렸다. 독서 인구가 계속적으로 줄어들면서 인문서 뿐 아니라 소설도 1000부, 2000부 기준으로 초판을 찍는 경우가 많다.

위의 계산법을 통해 출판사가 굴러갈 수 있는 적절한 이익금이 도출될 수 있었다면, 인쇄 부수가 줄어들면서 출판사에 남는 이익금의 규모도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출판 산업에 양극화가 정착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사실상 이 구조를 버틸 수 있는 동력이 비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었다는 건 모두 동의하는 바다. 여기서부터 도서 정가제가 필요한 지점과 도서 정가제만으로는 놓치기 쉬운 함정 모두가 하나씩 불거져 나온다.

Q. 도서 정가제가 강화되면 온라인 서점에서의 할인 혜택이 없어지면서 책값이 비싸지는 거 아닌가요?

A. 2012년 11월 15일 최재천 의원이 주최했던 '도서 정가제 확립을 위한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개정(안) 공청회' 자료집을 살펴보았다. 그 자료집에서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신간의 평균 정가는 16.3퍼센트 올라 2011년에는 1만 3000원에 이르고 있다. 같은 기간 제작비 인상률이 14퍼센트인 것과 단순 비교해도 할인 판매에 따른 수익률 저하가 책값 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정가 책정 시부터 할인가격을 염두에 둔 명목상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완전한 도서 정가제가 실현될 경우 책값이 기존보다 하락할 것이라 예상했다.

출판 관계자들에게 실제로 그동안 '(원칙상의)10퍼센트 할인가'를 고려해서 책의 가격을 책정하는지의 여부를 물었을 때에는 답변이 엇갈렸다. 관계자 B의 경우, 손익분기점을 따져보고 물리적인 실제 제작비용과 독자 입장에서의 가격 저항선을 고민한 다음 10퍼센트 할인된 가격을 실구입가라고 생각하고 최종 가격을 도출했다고 조심스럽게 인정했다.

도서 정가제가 실현될 경우 책의 가격이 과연 기존의 '할인 거품'이 빠진 원래 가격으로 바로 인하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뒤이어 던졌을 때, B는 그 질문의 초점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물어보면 당연히 책값은 안 내려간다고 할 수밖에 없다. 출판 산업은 기본적으로 규모가 너무 작다. 마진율은 높지 않은데 돈의 가치는 점점 올라가고, 경제가 전반적으로 불안하니까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서 사람들의 도서 구매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들어서 제 살 깎아먹기라는 걸 알면서도 가격을 통한 경쟁이 심해졌다."

그는 "건강하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시장"이라면 이런 식의 가격 경쟁 얘기 자체가 나왔겠냐고 반문했다.

"2003년에 법제화된 10퍼센트 할인 제도의 원래 취지는 이런 것이었을 거라 추측한다. 이전의 무차별적인 도서 할인 제도 때문에 문제들이 발생하니까 어딘가에서부터는 막아야 했고, 그 상한선으로 10퍼센트라는 기준선을 두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10퍼센트 할인'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었다. 책값 경쟁의 다양성과 마케팅의 다양성을 보장하자는 차원에서 최소한의 장치였던 것 같은데, 사회 전체가 전반적인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도서 생태계가 움츠러들자 모든 원흉이 10퍼센트 할인 때문에 기인한 것처럼 지목된 측면이 없지 않다."

Q. 도서 정가제보다 '공급률'이 문제라는 말이 있던데 이건 또 뭔가요?

A. 당신이 1인 출판사의 대표고, 심혈을 기울여 첫 책을 만들었다고 생각해 보자. 원고의 저자는 출판계에서 그럭저럭 알려져는 있지만 일반 독자들에게 유명한 정도는 아니다.

신문 귀퉁이에 기사가 실릴 가능성도 있지만 일단 독자를 만나려면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눈에 잘 띄는 자리에 노출되어야 한다. 광고비를 집행할 여력은 없지만 저자의 신간이 오랜만이라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업계 최고 서점에 이런 의사를 피력하자 '공급률 다운'을 제안 받았다. 이럴 경우 서점의 제안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취재원들의 공통 대답이었다.

공급률은 앞서 말한 대로 생산자가 정한 정가를 유통업체에 넘기는 비율이다. 온라인 서점의 경우, 반품 없는 대량 주문일 경우 60퍼센트 이하로도 내려가지만 위탁 방식의 경우 "칠공육오(70~65퍼센트)"가 기본이라고 한다. 거기에 분야별로, 거래처별로, 이벤트별로 천차만별의 옵션이 붙어 낮아지거나 높아진다. 신규·소규모 출판사의 경우 50퍼센트 대의 낮은 공급률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 '반값 할인'의 경우 40퍼센트로 공급하는데, 이런 경우 출판사는 물론 온라인 서점에도 남는 게 없다.

이렇게 보면 '공급률 인하' 카드가 대형 서점의 권력인 듯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온라인 서점 광고가 효과가 없는 것을 알면서도 관계를 생각해 배너, 매대, 벽 광고 등을 해왔는데, 불황이 지속되자 광고비 집행이 줄 수밖에 없고, 서점은 광고 수입 감소분을 보전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공급률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편집자 C)

도서 정가제가 문제시되면 항상 '공급률 정상화'라는 요구도 따라 부상한다. 어떻게 맞물려 있는 문제일까? 일부는 공급률 정상화가 먼저라고 주장한다. 서점 관계자 D는 "출판사들이 온라인·오프라인 서점 가릴 것 없이 공급률을 일정하게 정해놓고 그대로 지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 있는 학술출판사 B와 신생 교양인문출판사 C 등은 서점 차등 없이 공급률 85퍼센트를 고집하고 있으며, 그래서 결국 조건이 안 맞으면 출고를 안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서점으로서는 정가의 85퍼센트에 매입할 경우, 10퍼센트를 할인하면 5퍼센트만을 가져가기 때문에 책을 할인할 수 없는 것이다. 출판사가 가격 마케팅을 아예 고려하지 않는 경우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서점에 비교적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매출 실적 상위 50개 출판사가 단결해서 공급률을 정상화하면 된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출판사들은 공급률이 회사별로, 분야별로 다양해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법안이나 규제를 통해 강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한 신생 출판사의 대표 E는 "모든 공급률을 똑같이 적용할 수도 없고, '너희는 몇 퍼센트로, 저쪽은 몇 퍼센트로' 이렇게 정해놓기도 어렵다"고 말한다. 편집자 C는 "사실 공급률은 '부수에 따른 추가 할인 개념'이라 많이 팔아주는 곳에 싸게 넘길 수밖에 없다"는 문제를 지적한다.

E씨는 결국 도서 정가제가 첫 단추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공적인 영역에서 논의 가능하고 바로 법률적인 '제한'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도서 정가제가 강화되면 시장에서 '가격 마케팅'이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그러면 공급률 변동 폭을 줄이기 위한 출판계 내부 목소리를 모으기 더 쉬워진다."

또 다른 관계자 F 역시 도서 정가제가 만능 해결책은 될 수 없겠으나, 복잡한 사안을 푸는 출발선이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을 표했다. 도서 정가제가 확립되고 나면, "(서점 측의 낮은 공급률 요구에) 항의할 수 있는 명분은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는 도서 정가제 강화와 함께 공급률의 '최저 하한선' 기준도 확립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공급률을 몇 퍼센트 이하로는 요구하지 않을 수 있는" 정률제가 도입된다면, 출판사에 남는 이윤이 늘어나면서 출판사 자체적으로 책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특히 작은 출판사의 책 거래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온라인 서점과의 공급률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기타 도매상들과의 관계도 좀 더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도서 유통도 다른 산업 유통과 크게 다를 바 없이 난맥상이다. 기본적으로 유통망을 통해 오프라인 서점에 책을 위탁하여 판매하는 구조기 때문에, 유통사에서 책이 안 팔렸다고 몇 달 뒤에 반품하면 우리는 그 재고를 100퍼센트 받아줄 수밖에 없다. 그나마 그 위탁 판매 방식은 현금이 아니라 몇 달 치 어음으로 결제된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우리 책이 지역 어느 서점에 들어갔는지, 몇 권이나 팔렸는지 확실히 알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의 유통망이 몇 달 뒤에 넘겨주는 돈을 받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 서점과의 거래가 좀 더 확실해지면, 이 같은 오프라인 도매상들과의 관계도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겠나."

Q. 도서 정가제가 지켜지면 동네 서점이 살아난다는 말, 정말인가요?

A. 한국서점조합연합회(//www.kfoba.or.kr/)는 도서 정가제 확립을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연합회 측은 어느 서점을 가든 동일한 가격으로 책을 살 수 있다면 중소 서점의 생존이 보장될 수 있다고 단언했다. "할인 제도의 경우, 일반 독자는 할인율이 높은 서점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중소서점은 경영의 악화가 초래될 우려가 있고, 문을 닫는 서점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대형 할인매장만이 이득을 보게 된다. 이로 말미암아 독자들은 대형 할인매장까지 가야 하는 간접비용을 더 물게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할인 폭이 더 크고 마케팅의 여지가 더 풍부한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으로 구매 패턴이 집중화되면서, 동네 서점이나 중형 도시의 거점 역할을 하던 서점들이 맥없이 스러져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출판인회의에 따르면 최근 8년 간 동네 서점 수는 29.3퍼센트가 줄었다. 더 구체적으로 대한출판문화협회 자료를 보자면, 1994년에서는 전국 서점 개수가 5683개, 2007년에는 2042개, 2011년에는 1752개로 줄어든 상황이다. 출판관계자 G는 "어떤 대학교 앞의 서점은 3월과 9월 딱 2달 장사하고 1년 중 나머지는 문 닫은 채 다른 생업에 종사한다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도서 가격 할인 경쟁이 심화됐던 시기 동안 동네 서점에 어떤 실질적인 영향이 미쳤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 답을 1985년 성균관대 앞에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꾸준하게 자리를 지켜온 인문사회과학 서점 '풀무질'의 은종복 대표에게 들어보았다. 그는 동네 책방이 살아나기 위해 도서 정가제가 필요하다는 전제에 동의하며, 대신 그에 앞서는 조건이 있다고 했다. "첫째, 동네에 작은 도서관들이 많아져야 한다. 걸어서 5분, 10분 거리에 도서관이 위치해야 한다." 의외였다. 서점이 살아야 하는데 도서관이 많아져야 한다고? 그는 1월 21일자 경향신문에 난 기사를 예로 들었다.

"지난 5년간 서울 내 22개 시립도서관들이 공간 부족을 이유로 100만권 이상의 기존 도서를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은 지난 5년간 22개 서울시립도서관(평생학습관 포함)에 투입된 도서구입비 141억 원으로 모두 154만 8313권의 장서를 구입했지만 이 기간 동안 절대적으로 증가한 장서 수는 고작 43만 9350권에 불과하다고 21일 밝혔다. 김 의원은 "서울시립도서관이 지난해 25만 3819권을 포함해 지난 5년간 115만 4755권의 책을 처분했다"며 "결국 구입 장서의 약 28퍼센트만이 실제 증가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은종복 대표는 왜 도서관이 책을 버려야만 하는가, 왜 서고가 부족한가라는 이 질문 앞에 "도서관을 공부하는 곳으로만 보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아이들이 놀이터 가듯 도서관에 놀러가 책을 읽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맘에 드는 책이 생기면, 가까운 동네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는 문화가 살아나야 한다. 결과적으로 동네 서점이 동네 도서관에 책을 정가로 납품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도서관에 있는 책이 서점에도 있다는 게 독자들의 마음에 스며들어야 한다. 도서관과 서점은 함께 많아져야 한다."

그는 동네 도서관과 동네 서점의 공존이 가능해진 다음, 도서 정가제 확립이라는 조건까지 충족될 경우 동네 책방이 살아날 수 있는 실질적인 구조가 완성될 것이라고 했다.

"13년 전에는 서점들이 출판사에 책값으로 어음을 주는 게 관행이었다. 그런데 온라인 서점이 생기면서 출판사에 책값을 현금으로 지불하는 대신 좀 더 싸게 달라고 주문했다. 출판사 입장에선 당장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 서점 측의 공급률 조건을 받아들여야 했다. 동네 서점은 그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앞서 말했던 도서관의 활성화와 함께 도서 정가제가 실시된다면, 온라인 서점에 눌려있던 작은 출판사와 작은 책방이 함께 생존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도서 정가제에 얽혀있는 도서관의 문제는 앞서 공청회에서 한국출판연구소의 백원근 책임연구원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공청회 발제에서 "일반 국민은 정가에 구매하도록 하고 공공기관은 예외적으로 할인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발상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도서관법 및 독서문화진흥법과 관련 진흥정책에 의해 지역, 직장, 학교, 공공도서관, 병영도서관, 교도소도서관 등이 제 역할을 하도록 도서구입비 예산 확충이 필요"하며 공공기관들이 도서 정가제 규정을 앞장서 지키도록 법 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도서관에 할인판매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 정가제 구매가 아닌 할인구매를 법적으로 강제함으로써 대부분의 공공도서관이 최저가 낙찰제 방식의 경쟁 입찰을 통해 신간을 구매하느라 신간 서비스가 장기간 지체되는 현상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도서관의 도서 구매에도 도서 정가제가 적용되도록 하면 도서관 서비스 향상에 의한 이용자 만족도 제고는 물론이고 출판사 및 지역 서점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Q. 도서 정가제가 강화되면 작은 출판사들에 불이익이 있다는 얘기도 있던데 사실인가요?

A. 이에 관해선 두 가지 상이한 관점이 존재했다. 하나는 "별다른 마케팅 수단이 없는 작은 출판사들한테는 가격 경쟁력이라도 갖추게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과 할인 경쟁 역시 높은 할인율을 견뎌낼 수 있는 대형 출판사들에게 유리하므로 '독'이 될 거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이루어진 두 건의 인터뷰에서 상이한 관점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두 인터뷰어는 모두 도서 정가제 지지자다.)

"오히려 영세한 출판사일수록 할인 판매 규제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완전 도서 정가제가 큰 출판사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보는 거다. 작은 회사는 마케팅 비용을 크게 못 잡으니까 할 수 있는 게 할인 이벤트밖에 없는데 그 기회를 빼앗는다는 거다." (출판평론가 변정수)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책을 혐오하는 대한민국! 희망은 대통령 아니라 편집자!")

"책에 할인 제도가 적용되면 높은 할인율을 견뎌낼 수 있는 대형 출판사나 대형 서점, 온라인 서점에 유리하다. 의미 있는 책들을 출간하는 소규모 출판사나 동네 서점 등은 문을 닫게 되고 출판의 다양성은 사라진다." (사계절출판사 사장 강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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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맞을까? 직원 5명 미만의 '작은 출판사'들에 물어봤다. 대답을 종합하면 "사실 득도 실도 될 게 없다"는 게 중론이다. 먼저 반값 행사 등의 파격 할인이 작은 출판사의 재고를 털어주는 통로가 되기는 하지만, 이는 큰 출판사들에게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다만 큰 출판사들은 재고 보관에 드는 비용에 비교적 여유가 있고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북 카페 등 또 다른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출판사의 '규모'에 따라 도서 정가제 강화에 따른 이해가 엇갈릴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가정에는 모두 고개를 내저었다.

편집자 C는 출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갈리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1인 출판 창업을 돕기 위한 한 세미나에서 앞서 언급한 '기상천외한 할인 판매'의 A출판사의 대표가 선망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법의 허점을 이용한 가격 마케팅이 모범으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분들은 도서 정가제 강화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출판 산업 전체를 놓고 보면, 한국출판인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출판사들과 입장이 전혀 다른 '출판계'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근본적으로 책은 상품이라기보다는 문화적 산물이자 공공재에 가깝다는 기존의 전통적 입장과 궤를 달리 한다.

1인 출판사 대표 H는 "한 출판사 내에서도 대표, 편집장, 편집자, 마케터의 생각이 엇갈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반값 할인이라는 방법이 사라지면 마케터들에게 또 다른 고민을 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권당 얼마가 남지도 않는데도 일단 반값 할인이라는 옵션이 주어져 있으니까 사장이 시켜서 그냥 해 온 경우가 부지기수다. 공정한 룰을 강제하면 오히려 마케터들은 반가워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는 온라인 서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반값 할인'은 그들에게도 남는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각사가 '가격 마케팅'에 얼마나 의존해 왔는가에 대한 문제로 보인다. 그게 유효한 수단이었던 곳과 그다지 유효하지 않지만 억지로 해 왔던 곳, 하지 않았던 곳이 상존하는 셈이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손해를 보는 출판사들은 있겠지만, "가격 마케팅이라는 수단 자체를 점차 없애나가야 한다"는 큰 목표에는 동의한다. 지금까지 할인 경쟁으로 "싼 맛에 책을 사도록 독자들을 잘못 길들여 왔"기 때문에 독자들 역시 "A서점에서 반값 하는 도서를 B서점에서 제값 주고 사는 등 바보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 결국 독자들로 하여금 책을 사게 만드는 다른 방식을 고민하자는 것이다.

Q. 도서 정가제 문제는 "출판계 대 서점계"의 이익 갈등 문제인가요?

A. 알라딘이 '도서 정가제 강화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김영사·창비 등 유력 출판사들이 알라딘에 출고 정지 선언을 내리면서 문제가 '출판계 대 (온라인) 서점계' 찬반 논쟁으로 비화되고 있지만 다수는 이 구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서점도 회사별로 이해관계와 전망이 다르기 때문이다.

▲ 온라인 서점 알라딘은 '도서 정가제법 강화에 반대합니다'라는 배너를 '도서 정가제 찬반을 묻습니다'라는 내용으로 바꿨다.

현재의 유통 구조는 서점계 내부적으로도 '강자'에 유리하게 짜여 있다며 업계 4위인 알라딘이 칼을 빼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한다고 말하는 출판사 관계자들도 있었다. 홈페이지 메인에 띄웠던 도서 정가제 반대 성명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표시하면서도, "(각종 할인 이벤트가 금지될 경우) 스스로 고사될 거라는 강한 위기감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에 유력 출판사들이 내린 출고 정지 결정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강수라는 전망이 많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업계 1,2위 서점이었다면 그 출판사들도 출고 정지 조치까지는 못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I 역시 "책을 안 읽거나 구입하지 않는 현실이 실질적인 과제인데 마치 도서 정가제를 통해 출판사에 조금 더 유리하냐, 서점에 조금 더 유리하냐의 논란으로만 번져가는 게 지극히 소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출판사로 대표되는 제작사와 서점으로 대표되는 유통업자 양쪽 모두 공동운명체적인 성격"이 있고, 함께 힘을 합쳐 위축된 독서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데 현재의 논란이 마치 출판사와 유통업자들이 반목하는 갈등으로만 비치는 게 불만이라고 했다.

'출판계' 역시 한목소리로 여겨지지만 그 안에서도 누군가는 관심이 없고, 누군가는 일시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소 출판사 종사자들은 "그렇다고 도서 정가제를 강화해서 어떤 회사가 가시적인 '이득'을 보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피곤하고 힘든 과정이 산적해 있지만 자사의 이득보다는 '대의'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출판인회의에 이름을 올린 한 중견 출판사의 편집자는 "오히려 가만히 있어도 잘 굴러갈 출판사들이 왜 굳이 총대를 메겠는가"라고 말했다.

Q. 지금까지 들어보니 도서 정가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요술 방망이'는 아닌 것 같은데, 어떤 보완책이 필요할까요?

A. 질문에 답변해 준 많은 출판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그 점을 지적했다. 도서 정가제는 일종의 출발선이라고 말이다. 관계자 H는 '가격 경쟁력'의 입지를 조금씩 줄여서 시장의 유통 질서를 건전하게 만든 다음, 도서관 진흥 등 공공성을 위한 '시장을 넘어선' 질서를 만드는 게 순서라고 강조한다.

"지금 출판계가 말하는 것은 '너는 좀 뒤로 오고 너는 좀 앞으로 나와' 이런 식으로 출발선을 고르게 하는 '제한·억제' 정책이다. 그런데 여기에 학술 분야 저서에 대한 인센티브 같은 '진흥' 정책이 더해져야 그림이 완성된다."

또 다른 관계자 I는 "질적인 변화"가 선행되어야만 "낮은 가격이라는 마케팅 수단도 내세울 수 있"는데, 둘이 함께 가지 않는 한 "도서 정가제의 실시 전후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다른 나라 선례를 봐도 작은 출판사가 자기 전문성을 높이고 소수 충성 고급 독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식을 더 치열하게 모색할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시간과 지원이 많이 필요한데, 그걸 버텨낼 수 있는 출판사들이 얼마나 되겠나 하는 게 진짜 문제다."

그래서 그는 도서 정가제만큼이나 출판 지원 자금에 대한 출판계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동안 출판계가 제작, 유통, 독서진흥사업 등 사업과 출판사, 서점 등 출판관련 기업을 위한 정책자금 융자사업 등을 위한 출판 진흥 기금 5000억 원이 2012년 국회 본회의에서 확정된 예산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는데, 그 기금이 예결위원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전액 삭감되어버린 것에 다 같이 목소리를 높여 항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선 1년에 신간 단행본이 4만 종이 발간된다. 중국에선 25만 종이 발간된다. 중국은 한국보다 6배 많은 새로운 지식을 매년 풀어놓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한국에선 별 근거 없이 중국보다 한국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10년만 지나면 역전될 것이다. 지식 산업의 근원은 출판이다. 그런데 그 근원에 보탬이 될 수 있는 5000억 원조차 삭제되었다는 것에 공분을 느끼지 않는 한, 어떤 지원을 얘기해도 소용없지 않겠나."

결국 도서 정가제 강화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이후의 길이 더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알라딘에 '(도서 정가제 강화) 반대 의견 란'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지금 책값에도 부담을 느낀다', '경쟁을 일부러 막겠다는 발상은 인위적이다' 등의 의견을 '출판 문화엔 돈으로만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는 논리로 매도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실 이번에 도서 정가제 강화 깃발을 내건 출판계에서 가장 우려했던 반발도 이 부분이다. 그러나 그들이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의외로 정서적 반발이 적다는 게 중론이다. 한 출판인은 그 이유에 대해 "영화, 음원 시장 등에서 자유로운 경쟁이 오히려 대기업의 시장 독점을 이끈 지난 10년간의 경험 때문에 '소비자'들의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소비자'적 감수성을 어떻게 '독자'의 감수성으로 바꿔나가느냐다. 아직 출판계 바깥에서는 '당위'의 수준에 이르지 못한, '출판 문화는 한 나라의 지적 수준, 나아가 미래 세대의 행복을 좌우할 소중한 가치'라는 전제를 어떻게 설득해 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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