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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라떼'의 저주…이쪽에선 패고, 저쪽에선 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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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라떼'의 저주…이쪽에선 패고, 저쪽에선 썩고! [지율 스님의 긴급 호소] 내성천에서 본 'MB 대운하' ③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낙동강 상류 지천 내성천 인근에 텐트를 치고 살며 낙동강의 변화를 수년간 감시해온 지율 스님이 <프레시안>에 연속 기고를 보내 왔다. 지율 스님은 "상류 지천을 살리지 않으면 낙동강 보를 허물어도 강이 예전처럼 돌아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편집자>

(☞관련 기사 : 내성천에서 본 'MB 대운하' ①
"박근혜 대통령, 낙동강은 더 이상 시간이 없습니다!""이명박 망가뜨린 낙동강, 보 허물어도 글렀다")

지난번 <프레시안>에 실린 기고의 제목을 보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4대강 사업이 사실상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전 단계라는 사실이 밝혀진 지금, 그 책임 소재를 묻는 일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파괴된 4대강의 책임을 모조리 이명박 한 사람이 감당할 일인지는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우선 내가 이렇게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의 아픔을 전달하는 까닭은 이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가 아니다. 부모가 아픈 아이를 업고 이 병원 저 병원 찾는 까닭은 한 가지 이유 밖에 없다. 내가 추위와 더위를 피하지 못하고 강가에 머물며 변화를 기록하는 이유 역시 단 하나뿐이다.

지금 우리의 산하는 깊은 상처를 입었고 곳곳에 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내 눈이 보았던 이 기록이 강의 아픔을 치료하는 일에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 그 외에는 모두 부질없다.

한 가지 더. 지난 5년 동안 강가에 머물면서 내가 지켜본 4대강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과 그 주변 한두 사람이 만든 사업이 아니었다. 대운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고 우리는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촛불 집회로 그가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머리 숙였지만 그 때 그 말을 믿었던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공사를 시작했지만 한 번이라도 강가에 가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위장된 대운하 사업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최근 감사원 발표는 전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더구나 4대강 사업은 지난 십 수년간 진행되어 온 토건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었다.

천성산에서 나는 정치와 대기업의 이해관계가 결합하면 (천성산 터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면 백지화를 공약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아니었던가!) 언론을 비롯한 시스템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음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그러니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 계속된다면, 제2, 제3의 4대강 사업이 추진된다 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

환경 문제가 정치의 외피를 입게 될 때, 정작 우리의 시선은 환경 문제가 발생하는 현장에서 멀어지게 된다. 혹시 지금 우리는 그런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역행 침식이 진행되는 병성천 합수부. ⓒ지율스님

역행 침식

4대강 사업 이후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지천과 지류이다. 지천의 변화가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은 그 규모가 비교적 작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천은 인체의 실핏줄처럼 강을 이해하기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4대강 사업 이후 지천에 찾아 온 변화는 지형에 따라서 크게 둘로 구분해서 살펴야 한다.

▲ 감천 합수부에 쌓은 2미터가 넘는 하상 유지공은 2012년 9월 장마에 완전히 유실되어 다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강바닥은 1미터 정도 깊어졌다. ⓒ지율스님
병성천, 감천, 황강의 경우처럼 지천의 합수부가 댐의 바로 아래쪽에 위치하면 지천의 수위가 강의 수위보다 높은 현상이 발생합니다. 반면에 위천, 경호천, 신천의 경우처럼 보 바로 위쪽에 합수부가 위치하면 강물이 지천으로 역류할 수 있다. 이렇게 둘로 구분해서 살펴야 하는 까닭은 그 피해가 전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선 병성천, 감천, 황강의 경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곳은 지천의 합수부 바로 위에 댐이 있어서 지천의 수위가 본류보다 높은 대표적인 지역입니다. 지천으로 흐르던 물이 본류를 만나 갑자기 수위가 낮아지면 유속이 빨라집니다. 그럼, 지천과 본류가 만나는 지점부터 시작해 지천의 상류로 계속해서 침식이 일어나죠. 이것이 바로 '역행 침식'입니다.

이렇게 강바닥이 낮아지는 역행 침식은 주변 지역의 지하수를 낮춘다. 그러나 지하수 문제는 땅 속의 수리 체계이기에 전문가의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아직 4대강 문제로 강 주변의 지하수 하강 문제가 크게 제기 된 바 없었지만 '4대강 사업 조사위원회'가 구성되면 반드시 이 문제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지천의 역류

앞에서 언급했듯이 위천, 경호천, 신천의 경우처럼 보 바로 위쪽에 합수부가 위치하면 밑으로 흐르지 못한 강물이 지천으로 역류할 수 있다.

본류의 강물이 지천으로 역류해 들어가는 경우에는 역류하는 강물과 상류에서 내려오는 강이 만나 체류하면서 물 벽이 생기는데, 역류하는 지천의 협곡점까지 올라가 보면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 영강 합수부. ⓒ지율스님

더구나 역류하여 체류하는 지천의 수위는 항상 그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댐에서 물을 방류해도 거의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낙동강 상류의 녹조는 강이 역류하는 곳에서 창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낙동보 상류에 위치한 위천의 경우, 낙동강의 역류는 6킬로미터에 이르고 체류지 역시 2킬로미터 이상 진행된다.

▲ 위천 합수부에서 6킬로미터 지점인 팔등교까지 강이 역류하고 있는 현장. ⓒ지율스님

▲ 지천의 물과 역류하는 본류의 물이 만나서 더 이상 흐르지 않는 합수부 상류 7킬리미터 지점의 모습. ⓒ지율스님

▲ 위천의 역류 지점. ⓒ지율스님

▲ 경상북도 상주시 중동면 우물리 소하천 합수부. ⓒ지율스님

▲ 신천배수장 체류지. ⓒ지율스님

위와 같은 현상은 보를 만들고 모래를 파내면서 가중된 일이다. 그러하기에 보 철거를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보 철거는 보를 세우는 것보다 더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할 사안이다. 7년 묵은 병에 3년 묵은 약쑥을 구해다 쓴다 하지 않았던가.

현재 4억 톤의 모래를 파낸 강의 무너진 생태계 회복을 위한 가장 안전하고 시급한 일은 지천을 보호하고 지천으로 관심을 돌리는 일이다. 지금처럼 지천에 구조물을 계속 세우면서 강의 회복을 바라는 일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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