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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황당한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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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황당한 저주 [한윤수의 '오랑캐꽃']<696>
여름 산행 내내 모기에 시달렸는데
처서 날 새벽
장대비가 쏟아진다.
옳다 됐다 하고 산에 갔다.
모기 입이 비뚤어지는 날인데다
날개까지 젖었으니
좀비가 되었겠지!
모처럼 상쾌한 산행을 즐겨 보자.

그러나 웬걸?
그 폭우를 뚫고
모기 수천마리가
산 속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물체인 나를 향해 달려든다.
마치 연료 떨어진 제로기가 미 항모에 돌진하듯
굶주린 메뚜기 떼가 마지막 남은 배추밭에 달려들듯
필사적이다.

아!
내가 너무 내 입장만 생각하고
상대방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 거다.
모기는 나름대로
"내가 알을 낳으려면 짐승의 피를 빨아야 하는데 입이 비뚤어지면 끝장나니 오늘 중으로 쇼부를 봐야 한다. 어떤 놈이든 걸리기만 해봐라. 아주 아작을 내야지."
별렀던 거고
그 어떤 놈이 나였던 거다.

먼저 노출된 부위가 뻘겋게 부어오르고
그 다음 옷을 뚫고 몸통을 깊숙히 찌르는데
수천 방을 쏘이니
정신이 가물가물해지면서
내 생전 남이 안하는 짓만 골라 하니까
새벽에
이런 황당한 꼴을 당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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