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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독립 전쟁' 벌이는 언론… 유료화, 탈출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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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포털 독립 전쟁' 벌이는 언론… 유료화, 탈출구 될까? [네이버 전쟁] "질 좋은 기사 만드는 토양" VS "기존 독자에 대한 직무 유기"
'공짜 뉴스'는 없다?

최근 언론업계의 온라인 뉴스 유료화 논의가 활발하다. 논의의 중심에는 신문업계가 서 있다. 이들은 '위기'를 말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시장 모두 꽉 막혀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한다. 사실 언론의 위기설은 온라인 뉴스 공급이 시작된 이후 늘 존재했다. 족히 10년은 더 된 얘기다. 그리고 위기설이 돌 때마다 단짝처럼 등장하던 게 바로 온라인 뉴스 유료화다. 그럼에도 그간 유료화 논의는 지지부진하게 흘러갔다. 언론사마다 '공짜 뉴스' 덕을 톡톡히 본 탓이다.

언론사들은 이제 '공짜 뉴스로 밥 벌어먹던 시대는 갔다'며 과거와의 이별을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호언과는 달리 눈 앞에 놓인 현실은 걸림돌 투성이다. 과연 '공짜 뉴스'의 시대가 가고 '유료 뉴스'의 시대가 올 수 있을까.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뉴스 유료화만이 언론-포털의 유일한 상생 방안"

지금의 뉴스 유료화 논의는 곧 언론의 온라인 수익 모델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기존의 오프라인 뉴스 소비는 독자가 언론사에 직접 구독료를 지불하는 '직거래'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와 달리 온라인에서는 간접 구매 형태로 이뤄져 왔다. 언론사는 온라인에서 독자들에게 뉴스를 공짜로 제공하는 대신, 광고주에게 비용을 물리는 방식이다. 독자들은 '공짜 점심'을 대접받는 대가로 광고에 노출되는 것으로 간접적인 비용을 치른다. 직접 돈을 내지 않아도 되니, 독자들로선 부담이 적고 편리한 방식이다. 반면 언론사 입장에선 매우 불안정한 수익 모델이다. 트래픽 양에 따라 광고 매출이 크게 출렁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뉴스스탠드' 도입 이후 각 언론사는 이같은 온라인 수익 모델의 불안정성을 뼈저리게 체감하는 중이다. 트래픽이 급감하면서 하루아침에 광고 매출도 뚝 떨어졌다. 혹여 뉴스스탠드 다음 체제에서 이같은 현상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언론사들은 '트래픽이 언제 또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만 한다.

자구책이 필요했다. 다음 뉴스 서비스 체제를 기다리며 포털 사이트 입만 쳐다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포털에 뺏긴 온라인 여론 주도권을 넘겨받고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려면 답은 하나다. 다시 독자들과의 직거래에 나서는 것이다.

현재 여러 언론사가 이같은 직거래 방식의 유료 서비스 도입을 준비 중이고, 일부는 이미 시행 단계에 있다.

▲ 매일경제가 지난 2일 선보인 유료 서비스 '매경e신문' ⓒ프레시안

<매일경제>는 지난 2일부터 '매경e신문'이라는 이름의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면 뉴스와는 별도로 온라인에서만 제공하며, 구독료는 월 1만 5000원이다. 취재 뒷이야기, 심층 보도 등 자체 콘텐츠와 함께 자본시장 지표와 국내 회사연감 등 경제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조선일보>도 <매일경제>와 흡사한 형태의 유료 뉴스를 내보낼 예정이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프리미엄 콘텐츠팀'을 꾸렸으며, 9월 중 출시를 목표로 마무리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도 <중앙일보>, <한국경제> 등이 내부 논의 단계에 있다.

일부 포털 또한 언론사의 유료화 방침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올 초 전담팀을 꾸리고 연내 발표를 목표로 유료 콘텐츠 결제 시스템 구현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영찬 네이버 미디어센터장은 지난 5일 "뉴스 유료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며 "공동결제 솔루션을 만들어 계정 하나로 매체에 관계없이 유료 콘텐츠를 구매하고 읽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온라인 뉴스 유료화를 포털과 언론의 상생 방안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윤 센터장은 "언론과의 상생의 문제는 결국 좋은 기사를 만드는 매체가 어떻게 살 수 있을지가 고민의 핵심으로 모여야 한다"며 유료화 움직임에 적극 협력할 뜻을 밝혔다.

물론 유료화가 마냥 '상생의 길'인 것만은 아니다. <내일신문>은 창립 20주년을 맞이하는 오는 10월 9일부터 온라인에 게재되는 모든 콘텐츠를 유료로 전환하는 동시에, 네이버를 비롯한 모든 포털 사이트에 대한 기사 제공을 중단키로 했다. 다수 언론사가 무료 콘텐츠와 유료 콘텐츠를 구분하는 '단계적 유료화'로 가는 것과 달리, '전면적 유료화' 방침을 내건 것이다.

언론사들은 <내일신문>의 성공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만일 <내일신문>의 모험이 성공한다면, 다른 언론사들도 뒤따라 '네이버 탈퇴'를 선언하려는 계산이다. 언론사의 뉴스 유료화의 최종 목표는 '포털로부터의 독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면적 유료화의 길은 험난하다. 이같은 전략이 성공하기 위한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무엇보다 모든 언론사들이 유료화 흐름에 합류해야 한다. 특히 통신사의 동참이 관건이다. <연합뉴스>의 경우만 하더라도 하루 평균 1200여 건의 기사를 포털에 제공하고 있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 등 대형 언론사가 포털에 '공짜 뉴스' 제공을 중단하더라도 다른 언론사들이 그대로 남아있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조중동매'는 연합뉴스 측에 포털 탈퇴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조중동은 연합뉴스와의 계약을 철회하고, 자체 통신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찬가지 의미에서 각 포털사들의 협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로선 네이버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다음·네이트 등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네이버 첫 화면에 제공되는 뉴스 서비스 '뉴스스탠드' (왼쪽 하단) ⓒ프레시안

"콘텐츠 혁신 없는 유료화, '앵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전문가들은 일부 언론들의 유료화 방침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실익 없는 단순 모험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온라인 세상에서 뉴스는 공짜'라는 게 일반 대중의 상식처럼 굳어진 지 오래다. 지금까지 무료로 제공되던 것들이 유료로 전환될 경우 수용자들의 환영을 받기란 쉽지 않으리라는 지적이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뉴스가 무료이기 때문에 보는 것"이라면서 "뉴스캐스트에서 뉴스스탠드로 전환하면서 접근성이 조금 떨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언론사 홈페이지 접속이 현저히 떨어졌다. 그런데 이보다 나아가 직접 홈페이지에 유료로 접속해서 뉴스를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유료화에 앞장서는 매체는 일부 유력 언론들이다. 비즈니스란 냉혹한 것인데, 힘 있는 매체들이 나선다고 해서 실패할 게 자명한 사업에 다른 언론사들이 선뜻 나서진 않을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애초 콘텐츠 시장이 협소하다는 점도 섣불리 성공을 점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이희욱 블로터닷넷 편집장은 "해외에서도 성공 사례는 극히 드물다"면서 "미국, 영국 등은 그나마 영어권 시장 자체가 넓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필요한 수익을 담보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언어권 자체가 협소하기 때문에 유료화 조건 자체가 열악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유력 신문 <뉴욕타임스>도 지난 2005년 온라인 유료화를 실시했다가 급격한 방문자 수 감소로 2년 만에 포기한 이후 2011년 재도전한 바 있다.

콘텐츠 혁신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당장 2일 출시된 <매일경제> 프리미엄 콘텐츠를 놓고도 호평보단 혹평이 주를 이룬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매경e신문' 서비스에 대해 "콘텐츠 수준은 일반 신문지면의 기사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게 중론"이라면서 "인상적인 이미지나 그래픽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기사량이나 업데이트 횟수도 기존 일반 온라인 뉴스나 신문 지면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매체 소속 기자는 "주로 가십거리 기사가 눈에 띄고, 심층 취재 기사의 경우도 기존 지면에서 다루는 것과 크게 다르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며 "기업 등을 상대로 한 '돈 끌어오기 용' 콘텐츠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이 편집장은 "준비가 돼 있는 상황에서 유료화를 진행하는 건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현재로선 대다수의 언론사들이 콘텐츠든 플랫폼이든 준비가 덜 된 상태"라며 "정치적인 배경으로 유료화를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서비스의 성공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유료화 서비스 자체에 대한 찬반 논란도 존재한다.

이 편집장은 "'프리미엄 콘텐츠로 유료화하겠다'는 말은 그 자체로 자가당착"이라며 "애당초 독자들이 지갑을 기꺼이 열 만큼 괜찮은 콘텐츠를 갖고 있었거나 그럴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면, 왜 진작 이런 훌륭한 콘텐츠를 독자에게 제공하지 않았는가. 이건 기존 독자에 대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료와 무료 콘텐츠를 분리하겠다는 발상은 곧 무료 콘텐츠의 질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독자를 기만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배정근 숙명여대 교수는 "날림으로 쓰는 기사들이 오히려 더 소위 말해 '잘 팔리는', 그럼으로써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현재 많은 언론사들이 굉장히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데, 뉴스 유료화를 통해 기자들이 중요한 가치 있는 정보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중동 등 거대 언론이 유료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이 흐르 속에서 군소매체도 알찬 뉴스를 제공해 수용자들에게 언론사 간 옥석을 가릴 기회를 제공한다면 오히려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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