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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리교육 미래 결판지을 '싸움' 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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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지금은 우리교육 미래 결판지을 '싸움' 전야" [대화]<7>이광호&이현희, '교육의 미래, 미래의 교육'
***이광호 이야기**

2003년 9월 '도시형 대안학교'를 내걸며 개교한 '이우학교'가 1년이 지났다. 이우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이광호 선생은 이우학교가 만들어지기까지 산파 역할을 했던 이들 중 한 사람이다.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이우학교에서 어떤 '다른 교육'을 발견하고 있을까?

놀랍게도 이광호 선생은 1990년대 중반 처음 대안학교를 준비하자는 제안이 왔을 때, 선뜻 나서지 않았다. "그런 흐름이 꼭 필요하지만, 내가 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대안학교라는 게 '먹고 살 만한' 또 교육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가질 수 있는' 중산층 아이들을 위한 학교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비판적인 인식은 이광호 선생의 체험에서 비롯됐다. 1980년대 많은 운동권 대학생들 중에서도 더 무모했던(?) 그는 '노동운동-진보 정치 운동'의 희망을 좇는 길을 향해 몸을 던졌다. 사회의 밑바닥을 향해 있던 그의 시선은 선뜻 다른 방향으로 돌려지지 않았다.

1990년대 초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이 왔다. 그는 포기하는 대신 '희망'을 보이는 다른 길을 모색했다. "처음에는 생태.환경에 관심을 가졌다. 그 부분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심화해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나와 인연이 안 닿았다. 그러다 대안학교를 제안 받았다."

많은 고민 끝에 이광호 선생은 이우학교를 만드는 긴 여정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사회에도 또 스스로에게도 변화가 필요했다.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과정이 결코 행복하지 않은 것을 절감한 상황이었다.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아이들, 또 결코 행복하지 않은 과정에서도 좌절하기보다는 도전하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을 길러내는 교육을 하고 싶었다."

이우학교 1년, 이광호 선생은 "이제야 '실력'을 보여줄 준비가 된 것 같다"고 얘기한다. 그 '실력'은 자아도취용이 아니라 바로 우리 교육의 미래를 결정짓는 '한판 싸움'을 위한 '실력'이다. "'시장이 요구하는 경쟁력 있는 개인'을 추구하는 교육이 강화될지, '사회적 책임과 연대의식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쪽으로 교육의 방향이 바뀔지 조만간 결정이 날 것이다. 이 때야말로 대안 교육을 추구하는 이들이 갖고 있는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는 '이상주의자'이지만 매우 '현실적'이다. "대안적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보다 구조적 모순이 증폭되는 게 더 빠르다. 그래서 세상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그는 '거대한 구조'를 바꾸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안 교육을 지향하는 운동은 그 중 하나이다.

"예전에 노동운동할 때 생면부지더라도 공단에 가서 자리 잡고, 조직 만들 듯 했던 각오로 3년 뒤엔 제2, 3의 이우학교를 만들기 위해 나설 것이다." 그는 이우학교의 실험이 단지 '실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공교육의 '대안'이 되길 꿈꾼다.

***이현희 이야기**

이현희 전국공부방협의회 공동대표는 현재 이루어지는 기존의 공교육에 대해 '대국민 교육사기 사업'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사교육비까지 합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육비 지출은 7%를 넘어 세계 2위, 사교육비만으로는 세계 1위의 '교육 대국'이지만, 이 같은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 교육 과정을 거친 이들이 과연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과 소양을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이 자신의 노동력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다수 국민들은 명문대를 가기 위한 경쟁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저소득층 아이들은 그 시작부터 한참 뒤쳐질 수밖에 없다.

"제발 출발선이라도 같게 해달라", 이것이 이 대표가 공교육에 갖고 있는 가장 큰 바람이다. 공교육이 비효율과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지개벽이 일어나지 않는 한 소위 힘없고 '백(back)' 없는 공부방 아이들에게 '졸업장'은 역설적으로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판이다.

이 대표는 지난 1998년 외환 위기 직후 공부방 교사를 시작했다. 수유리, 신림동 등 공부방에서 교사로 일하다가 서울지역공부방연합회 사무국장을 거쳐 올 2월에 전국공부방협의회 공동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면서 10년간 '종자돈'을 모아 스물여덟살부터 평소 하고 싶었던 공부방 일을 시작했다. '특별히 공부방 교사를 선택한 계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법률사무소에서 일할 때 청소년들을 보면 유전무죄, 무전유죄였다"며 "돈이 없으니까 탈선할 수밖에 없는 그 아이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도우미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렇게 시작한 공부방에서 아이들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 그녀가 이 일을 계속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사실 공부방에 오면 교사들이 별로 갖춰 놓는 것도 없는데, 아이들이 다 알아서 한다. 정말 많은 것이 부족한 가운데서도 아이들은 깜짝 놀랄 정도로 상상력과 자발성을 발휘한다. 공부방에 오는 청소년을 보면, 대개 부모님들의 직업이 한정돼 있다. 공부방 교사들이나 대학생 자원 활동가들을 보면서 이들은 자신의 진로를 재설정하기도 한다. 공부방을 통해 더 넓은 삶의 지평을 알게 되고, 비슷한 환경의 아이들끼리 나름의 네트워크를 만들기도 한다."

더 나아가 이 대표는 공부방 아이들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어, 수학 점수로 환산될 수는 없는 경쟁력이지만. "공동체 문화가 살아있고 공동체로 부대끼면서 사는 게 우리 아이들이다. 예전처럼 공동체를 경험한 이 아이들이 나중에 자기보다 공동체를 위할 줄 아는 '다른 경쟁력'을 가지지 않을까."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보수를 받으면서 이 대표를 포함한 수많은 공부방 교사들이 버틸 수 있는 힘은 이런 작은 변화와 희망 때문이 아닐까.

***이현희-이광호 이야기**

교육의 사전적 정의는 '인간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행위 또는 그 과정'이다. 여기서 '인간의 가치'를 무엇으로 둘 것이냐에 따라 교육이 의미하는 바는 달라진다. 작게는 서울대 폐지론, 고교 평준화, 고교 등급제 등 우리 사회의 교육 현안도 모두 이와 연관된 문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경쟁력 있는 개인'을 길러내는 것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며 교육을 개인의 자산으로 여기는 흐름이 주도적이라는 사실이다. 반면 이 같은 흐름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대안적 가치를 찾고자 하는 이들은 아직 소수다. 공부방과 대안학교 교사인 이현희 대표와 이광호 선생은 주류를 거슬러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이들이 교육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는 우선 '사회적 책임감과 연대의식'이다.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결코 행복하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현실에서, 그 '현실의 벽'을 넘어 대안적인 가치를 구현할 힘을 갖도록 아이들을 길러내는 것이 이들이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다.

학교를 거점으로 한 지역연대, 즉 지역공동체와 함께 하는 학교는 이들이 꿈꾸는 또 하나의 목표다. 이미 지금 이 꿈은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에서 '홈스쿨링'하는 아이들에게 학교를 개방하고, 공부방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골목에서 뛰어 놀면서 주민과 아이들이 같이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가기도 한다.

이런 목표는 궁극적으로 학생 뿐 아니라 교사, 학부모 등 교육 주체를 모두 변화시키는 '다른 교육'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는 단순한 이상만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교육의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의 교육이 어디로 갈 것인가. 이 문제는 단순히 교육에 국한된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가 무엇이냐'는 그 사회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이상의 문제다. 하지만 좀더 가치 있는 교육, 좀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우리가 이들의 고민과 실천에 같이 동참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음은 이현희 대표와 이광호 실장의 대담 전문. 이 대담은 지난 9월2일 서대문 인근 까페에서 있었다.

***"공부방, 빈민운동에서 시작해 지역 교육의 중심으로"**

프레시안 :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 중 하나가 교육문제다. 저마다 원인과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당장 서울대 폐지, 사립학교법 개정, 고교등급제와 같은 여러 가지 현안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저마다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이 심하다. 그 와중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의 방향은 무엇인지, 세워야 할 교육의 원칙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번 대담은 바로 이런 기본적인 원칙을 한번 짚어보고,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같이 생각해보기 위해 마련했다. 특히 학교 안팎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는 분들을 모셨다. 이현희 대표님은 지역에서 공부방을 통해 교육의 미래를 기획하고 있고, 이광호 선생님은 새로운 공교육을 지향하며 대안학교를 1년 동안 운영해왔다. 우선 그 사정을 잘 모르는 공부방의 상황을 점검해보는 것부터 얘기를 시작하자.

이현희 : 공부방은 1980년대 중반부터 생겼고, 2002년에는 전국적으로 1백 개가 넘게 만들어졌다. 공부방 교사들의 전국연대가 만들어진 것은 1995년부터다.

이광호 : 공부방은 처음에는 교육운동보다는 빈민운동에서 먼저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현희 : 그렇다. 공부방은 처음에 빈민운동가들이 철거 지역에 들어가면서 처음 만들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주민들을 조직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면이 강하다. 그 때는 빈집에 들어가서도 했고, 주민들이 공부방을 하라고 장소를 내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빈민운동의 한 방법으로 공부방을 하다보니 철거가 끝나면 해체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활동가들도 다른 철거 지역을 찾아 가는 경우도 있었고.

아이들 교육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데... 철거가 끝나고 지역 주민들이 흩어졌다, 다시 집값이 싼 곳으로 모이면 공부방이 쫓아 내려가기도 했다. 그래서 1989년에 서울 지역 40개 공부방들이 본격적인 교육운동을 하자고 모여서 지역 연합회를 처음 만들었다. 3년 정도 워크숍을 하면서 활동 방향에 대해 합의를 했다.

프레시안 : 상황이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이현희 : 지금은 시민단체나 지역단체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후원금으로 운영을 하게 되는데, 제일 돈이 많이 드는 게 처음 공부방을 낼 때 부담하는 전세와 월세 비용이다. 그 다음은 교사들의 인건비고. 내가 처음에 1998년에 공부방을 시작할 때 35만 원 받았는데 지금은 약 50~70만 원 받는다. 지방은 여전히 30만 원 정도밖에 못 받고. 어려운 건 사실인데, 필요한 것은 또 어떻게든지 구해지는 게 공부방이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면 되고. (웃음)

***"공부방 제도화가 능사는 아니다"**

프레시안 : 최근에 정부가 공부방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현희 : 그렇다. 현재 2003년에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문제 때문에 공부방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다. 현재 제도권으로 편입을 원하는 2백여 개 공부방들이 전국 지역아동센터협의회로 묶여 있는 상태다. 공부방으로 그대로 남고자 하는 공부방들은 70여 개 정도로 공부방협의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지난 7월 공포된 아동복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부방에서 하고 있는 일들에 복지적 요소를 더해, 지역아동센터를 설립하도록 했다. 기존 공부방들이 시설과 인력 기준을 맞추면 신청이 가능하다. 정부는 2006년까지 유예기간을 둬서 기존 공부방들이 모두 아동복지센터로 전환할 것을 바라는 듯하다.

이광호 : 굳이 공부방으로 남는 이유가 있나? 공부방으로 남아 있으면 정부 지원을 받기도 힘들 텐데...

이현희 : 법은 항상 기준을 제시하고 그것에 따르기를 원한다. 지금 보면 기존 공부방보다는 교회, 시민단체 등이 주로 지역아동센터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시설 기준이 25평인데, 시골이나 가야 그런 넓은 평수가 가능하다. 이렇게 기준을 맞추다 보면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 사각지대에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제도권 편입을 거부하는 것이다.

다른 어려움도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 구에서 공부방에 한 사람 몫의 인건비를 지원하면서 요구하는 행정 서류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구청 입장에서는 24시간 감시할 수 없으니까, 서류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부방은 학교와 다르다. 교사들이 교육, 운영, 자원활동가 관리를 모두 다 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행정 서류까지 챙기는 게 쉽지 않다.

행정적인 문제는 단편적인 것이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인가를 받기 위해서 일정 규모의 시설과 교사가 필요하다. 그것을 맞추려면 돈이 필요하고 그러다 보면 자연히 사각지대가 생긴다.

일단 굳이 지역아동센터로 바뀌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무조건 제도로 편입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데 좀 갑갑하다.

프레시안 : 지역아동센터가 되면 정부 지원은 어느 정도 받는가?

이현희 : 올해 2백여 곳이 월 67만2천 원의 운영비를 지원받았다. 앞으로 지원비가 70만 원으로 바뀐다, 2백만 원으로 바뀐다, 말들이 많다. 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좋은 교육은 좋은 대학 보내는 것이란 믿음 깨기 쉽진 않다"**

프레시안 : 이우학교는 개교한 지 1년이 지났다. 내부적으로 어떤 평가가 나오고 있나?

이광호 : 지난 1년간은 레슬링에서 말하는 패시브 즉 버티기 상태였다. 이제 막 실력을 발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나 할까?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인식을 깨는 게 제일 힘들었다.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안학교는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부모에게는 '악'이었다. 한번은 이우학교를 오고 싶어 하는 한 학생의 어머니가 강하게 항의를 해온 적이 있다. "일반 고등학교 가서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를 가야 하는데, 너희가 왜 우리 애를 망치느냐", 좋은 교육은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라는 일반적인 믿음을 깨는 게 여전히 쉽지 않다.

이현희 : 그래도 이우학교는 대안학교 중에서도 꽤 '주류'처럼 보인다. 이우학교를 처음 만들 때 가졌던 이상들이 현실에서 잘 구현되고 있나?

이광호 : 이우학교를 시작하면서 기존의 대안학교와 어떻게 다른 학교가 될 것인지를 제일 많이 고민했다. 기존 대안학교들도 다 한번씩 방문했다. 학교마다 다르긴 했지만 여전히 기존 교육의 획일성, 입시 위주의 '성적 우선주의' 등에 대한 부정과 비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더라.

교육부 통계를 보면 연간 6만 명의 아이들이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를 떠난다. 이중 2천 명 정도만 대안학교를 간다. 이 아이들을 잘 보듬어 주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기존의 대안학교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바로 그런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보다는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것, 거기에 가장 중점을 뒀다.

두 번째는 '경쟁력' 있는 아이들을 만들고 싶었다.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서 자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그런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행복할까? 그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까? 아니다.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과정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힘들고 지루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을 최대한 방임하는 기존의 대안학교의 방침과도 다른 길을 선택했다. 이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와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었다. 또 바로 그런 경쟁력이 앞으로 공교육이 지향해야 할 경쟁력이라고 생각했고.

마지막으로 도시 인근에 학교를 지으면서, 이우학교가 도시의 새로운 공동체 문화운동의 진지가 되길 희망했다. 대략 이 세 가지를 지향했다. 이 세 가지가 잘 구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웃음)

***"지역 공동체와 호흡하는 학교 꿈꾼다"**

프레시안 : 우선 하나씩 짚기로 하자. (웃음) 두 번째 강조한 사회적 책임을 아는 이들을 키우는 교육은 어떻게 보면 엘리트를 양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사실 외국의 영재 교육 기관에서 제일 강조하는 것이 바로 그런 부분이다.

이광호 : 그런 오해가 있을 수도 있다. 꼭 사회를 이끄는 사람을 키우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사회 속에서 고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부모가 다 의사라 이 세상에 직업은 의사밖에 없다고 생각하던 아이가 있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지금은 소방관이 되겠다고 한다. 자기가 운동을 좋아하고 체력이 좋은데, 이것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직업으로 소방관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제까지 늘 자기를 가운데 두고 사고하고, 부자가 되는 것과 같은 통속적인 성공만을 바라다 1년 동안 아이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프레시안 : 도시 인근의 문화 공동체로 이우학교를 자리매김하려는 목표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이광호 : 일단 작은 실천부터 진행하고 있다. 우선 지역에서 '홈스쿨링'하는 친구들에게 학교를 개방했다. 아이들이 청강도 하고, 도서관도 이용한다. 또 성남에 있는 공부방이나 비인가 대안학교들의 교과 지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아직은 구상 수준이지만 이우학교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각자 가진 지식과 재능을 서로 교환할 수 있는 '교육통화'도 시도해볼 생각이다.

***"지금 공교육, 출발선부터 다르다"**

프레시안 : 공부방은 대안적인 교육 공간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도 대안학교와는 그 상이 다르다.

이현희 : 어떻게 보면 대안학교는 기존의 공교육과 완전히 선을 긋고 있다. 공부방은 오히려 아이들이 공교육에 붙어있게 하려고 한다. 아이들이 계속 적응을 못하면 대안학교도 있으니까 편하게 생각하라고 충고하지만... 그래도 내심 "제발 학교에 붙어 있어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는 어쨌든 학력 사회고, 적어도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사람 취급을 받으니까. 백(back)도 없고 돈도 없는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는 상황은 막아야 하니까... 가서 잠을 자더라도 꼭 학교는 졸업해야 한다, 이렇게 얘기하곤 하니까.

프레시안 : 공교육에 아이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는 지적인데, 공부방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 지금 현재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공교육 간에는 그 목표에 있어서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 특히 공부방에서 교육을 받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공교육에서 적응한다는 게 버겁기도 하고.

이현희 : 그게 바로 공교육의 가장 큰 문제다. 출발선부터 다르다. 내가 공교육에 바라는 것은 아주 소박하다. 제발 출발선이라도 같게 해달라. 하다못해 준비물이라도 다 갖춰놓아야 한다. 학습에 필요한 준비물을 개별적으로 부담하는 게 어떻게 의무 교육이냐. 기본적인 학습 자료를 주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공교육이고, 그게 진짜 의무교육 아닌가.

근본적으로는 방향 자체가 잘못 됐다. 교육을 수단으로 보기보다는 가치를 담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하는데, 우리 공교육에는 그런 게 없다. 산업사회의 기계를 만들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매진한다. 지금 중․고등학교 선생님들 중에는 "학원가서 배워라", 이렇게 말하는 선생님들도 있다고 한다.

프레시안 : 하지만 현실에서는 "학교를 떠나지 말라", 이렇게 아이들에게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이현희 : 솔직히 졸업장 따기 위해 학교를 보내고 싶지 않다. 아까도 지적했지만 우리 사회가 단기간에 엎어지는 게 불가능하지 않느냐. 일종의 궁여지책이겠지. 제일 걱정인 것은 그런 공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이 사회 모습을 닮아가는 것이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다 수업이 끝나면 학원으로 가는데, 자기들은 못 가니까 불안해한다. 공부방 다니는 못 사는 아이들이라고 따돌림을 받기도 하고. 그래서 부모들 중에는 아예 여유가 생기면 공부방에 안 보내고 학원으로 보내는 분들도 있다.

***"아이들, 부모, 교사가 바뀌는 교육 지향해야"**

프레시안 : 부모들과의 관계를 푸는 것도 어려운 문제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이현희 : 맞다. 초등학생의 경우에는 그냥 노는 게 최고라고 얘기하곤 하는데, 부모들이 많이 불안해했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학부모회의에 와서 부모들이 불안감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들이 설득하다. 아이들이 잘 해낼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리고 부모님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그런 설득이 통했는지 최근에는 변화도 엿보인다. 보통 생산직 노동자들이 많아서 아버지, 어머니 할 것 없이 바쁜데도 요즘엔 토요일마다 4시간씩 돌아가며 공부방에 있는 책 관리를 해주겠다고 나선다.

프레시안 : 공부방에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들의 소득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구로 같은 지역은 아이들이 공부방에 오는 것을 '낙인'이라고 생각해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현희 : 지역마다 좀 차이가 있다. 부모님들이 대개 생존을 위한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결코 좋은 형편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낙인 효과가 확실히 있다. 그 때는 아이들에게 직접 얘기한다. "그래 너희 가난하다. 그래서 너희들이 공부방에 와야 엄마, 아빠가 안심하고 일한다. 너희들이 공부방에 있는 게 최소한의 효도다", 이렇게. (웃음)

그리고 스스로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데 신경을 쓴다. "가난한 아이들이 공부방에 다닌다. 맞다. 그런데 왜 부끄러워하니. 오히려 정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많이 가진 게 더 부끄러운 것 아니니", 이런 얘기를 아이들에게 직접 하는게 더 낫다. 그 과정에서 부모들을 이해하기도 하니까.

프레시안 : 아까도 언급했지만, 이우학교도 부모와 관계를 맺는 게 어려웠다고 들었다.

이광호 : 교사, 부모, 아이가 함께 배운다는 게 이런 것 같다. 학부모회에서 자체 교육을 많이 한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 학부모회가 진행되는 과정을 취재한 적이 있는데, 1백20여 명이 교사도 없이 자기들끼리 밤새도록 토론한다. 그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PD도 결국 자기 아이를 우리 학교에 보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올바른 교육관을 가지고 있더라도 자기 아이를 그 교육관에 따라 키우는 게 참 어렵다. 당장 이웃에서 영어, 수학 과외를 하는데, '우리 아이가 뒤떨어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이우학교에 보낸 부모들끼리는 서로 의지하려는 게 있다. 그게 부모와 학교 사이의 교류가 많은 이유일 테고.

프레시안 : 이우학교니까 가능한 모습 같기도 한데, 구체적으로 부모와 어떤 교류가 있는가?

이광호 : NGO(비정부기구) 활동 수업에 부모들이 직접 와서 아이들과 수업을 같이 듣기도 한다. 그런 기회를 통해 부모들이 시민단체, 지역단체 활동에 하는 사람도 많다. 이우학교 부모들 중에는 이미 그런 경험이 있는 이들도 꽤 있고.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초기에 이우학교를 준비했던 사람들 외 젊은 교사들은 사회운동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교사들도 이우학교에 와서 아이들과 같이 NGO 활동과 농촌 봉사 활동을 하면서 변하는 모습을 본다. 아이들, 부모, 교사가 모두 바뀌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 : 공부방도 부모들 또 지역 사회와 거리가 가까운 편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나?

이현희 : 아이들이 매개가 되 동네 문화를 새롭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골목에 나와서 아이들이 노는 동네는 처음 봤다고 사람들이 놀랄 정도니까. 아이들이 골목에서 왁자지껄하면 처음에는 "시끄럽다" 불평하던 주민들도 금방 동네의 생기에 반하곤 한다. 나중에는 아이들을 질책하는 주민들을 탓하기도 하고. 그렇게 아이들을 매개로 공부방과 주민들이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은 역동적 변화의 시기다"**

프레시안 : 좀더 본격적으로 교육 얘기를 해보자. 저마다 교육 개혁을 말하지만 큰 방향도 합의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광호 : 온 국민이 우리 교육 현실에 불만을 갖고 있다. 이것은 자본, 기업의 입장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보기에도 우리 교육은 비합리적인 요소가 너무나 많다. 우리 교육이 어떤 식으로든 바뀔 것은 확실하다. 교육 관료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봐도 위기의식이 엿보인다. 기존의 공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앞으로 살기 위해서 그들이 갖고 있던 권한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이미 그런 징후가 보이고 있다. 역동적인 변화의 시기다.

그 변화가 자본의 요구에 따라 '시장이 요구하는 경쟁력 있는 개인을 키우는 방식'으로 갈지, 아니면 '대안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식'으로 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것은 앞으로 현실 역관계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전교조처럼 교육부와 끊임없이 긴장 관계를 유지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위기이자 기회인 이 시기에 어떻게 대안적인 가치를 가지고 변화시킬지, 대안적인 방향의 교육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도덕적 우위만 있다고 해결될 게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반대편에 있는 이들도 뛰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지고 있는 교육에 대한 독점권을 포기하라는 요구에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게 바로 기업이다. 삼성이 기업도시에서 자기들 식으로 교육을 하겠다는 게 그 전형적인 예다.

시간이 별로 없다. 점점 와해되고 있는 국가의 교육에 대한 독점권을 누가 가져갈 것인가. 더 나쁜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프레시안 : 시장이 요구하는 경쟁력 있는 개인을 키우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아주 높다. 반면에 그것의 대안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서는 그 상이 또렷하지 않다. 저마다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이현희 : 우선 '경쟁'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심지어 아이들 놀이 문화도 경쟁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 사람이 10명인데 의자 9개를 가져다 놓고 몇 바퀴 돈 후에 의자에 앉는 놀이가 대표적이다. 계속 추려지고 추려지서 맨 마지막에 한 사람만 남게 된다. 낙오자다.

프레시안 : 우리가 많이 하는 놀이 중에 짝짓기가 있다. 그런데 같은 또래의 외국 아이들에게 그 놀이를 시키면 굉장히 당황스러워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네 명이 있다가 "셋"하고 외치면 한 명을 배제시켜야 하는데, 그 아이들은 왜 한 명을 빼야하는지 낯설어 하면서 놀이를 못한다고 한다. 공동체를 파괴하는 '경쟁'이 알게 모르게 지배적인 가치관이 됐다.

***"공동체를 파괴하는 '경쟁'이 필요한가"**

이현희 : 나는 이제 '경쟁 없는 사회'를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사회는 충분히 발전했다. 식량도 넘쳐나고, 예전처럼 사람을 착취하지 않고도 사회가 유지할 정도의 생산력이 확보돼 있다. 그런데 사회가 점점 공동체를 파괴하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데 근본적인 의문을 품어봐야 한다.

경쟁하는 삶이 문제다. 나도 예전에 직장에 다닐 땐 그런 경쟁적 심리가 있었다. 근데 그걸 어느 순간 놓으니까 굉장히 편하더라. 사실 공부방 교사의 급여 수준은 굉장히 열악하다. 못 견디고 나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10년 넘게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기 삶에 대한 확신만 있으면 견딜 수 있다. 그런데 사회가 그걸 참 힘들게 한다.

프레시안 : 고르게 가난한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그게 방금 말한 것처럼 개인의 삶의 방식일 수 있지만, 사회 전체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도 그 방법 중 하나일 텐데, 아이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면 반응이 어떤가?

이현희 : 물론 아이들은 굉장히 많은 걸 갖고 싶어 한다. 물질 만능 사회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물질로 자기를 평가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계속 "물질이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 안 된다", 이렇게 계속 얘기한다. 스스로 왜 원하는 가 자문하게끔 한다. 그 과정에서 성찰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교사는 우선 스스로의 삶으로 그런 대안적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교사가 우선 많이 안 가지려고 하고, 더 많이 나누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아이들한테도 영향을 준다. 아이들이 1백 원, 2백 원씩 모아서 그 돈으로 북한 어린이들을 돕는 성금을 보낸 적이 있다. 아이들이 너무 기뻐했다. 1~2백 원이지만 훨씬 뿌듯한 경험을 가져다 줬으니까. 그런 것을 통해 결코 돈이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가르치려고 한다.

이렇게 꾸준히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더불어 이롭게 사는 삶이 뭔지 아이들과 함께 공부를 해 나가는 것이다.

이광호 : 개인이 물질의 노예가 되지 않는 삶을 사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남아 있다. 구조적 문제 해결은 내가 그렇게 산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대안적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보다 구조적 모순이 증폭되는 게 더 빠르다. 그래서 세상을 바꾸는 게 쉽지 않고.

이 문제는 교사가 다른 가치를 지향하고 학교를 바꾸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뿐 아니라 다양한 방향에서 구조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대안학교도 그런 노력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대안 교육이 대안적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는 끈기를 가진 사람들을 키우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아이들을 하루 종일 뙤약볕에서 농사일을 시켰다. 아이들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가 중․고등학교 때다. 그 때 대안적인 가치관을 체득한 아이들이 구조에 맞서 그것을 지킬 수 있는 끈기 역시 교육해야 한다.

***"다양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앞서 6만 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두는데 대안학교에서 수용할 수 있는 수가 2천 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탈학교 청소년 중에 상당수는 저소득층이다. 그들은 대안학교에 대한 정보도 없고 이끌어주는 사람도 없다. 대안학교에 접근할 수 있는 학생이 소득차에 따라 좌우되는 것도 비극이다.

이광호 : 시간이 필요한 문제다. 제일 크게 걸리는 것이 비용 문제다. 이우학교만 해도 등록금이 상당히 비싸고, 다른 대안학교도 마찬가지다. 지방에 있는 대안학교의 경우에는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니까 비용이 더 많이 들고. 학교에서 장학금을 주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 문제는 사실 개별 학교가 해결하기 참 어려운 문제다.

이우학교가 많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만들기까지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우리 시민사회에서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가능한 방안은 저소득층 탈학교 아이들을 품을 수 있는 작은 규모의 대안학교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이우학교가 이들 학교들과 교류하면서 지원을 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에는 교사에게 3년 뒤에 하나씩, 제2, 제3의 이우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하곤 한다. 예전에 노동운동할 때 생면부지더라도 공단에 가서 자리 잡고, 조직 만들 듯이 그런 각오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프레시안 ; 가장 이상적인 것은 작은 학교들이 많이 생기고, 지역의 작은 학교들과 공부방들이 서로 연대해 네트워크를 꾸리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현재는 작은 학교들은 없고, 공부방은 공부방대로 기존 가치관에 안주하고 있는 공교육과 부대끼는 상황이다. 지금이야말로 힘을 모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기회에 이우학교와 공부방 선생님들이 상호 교류하면서 대화도 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경험하지 못한 삶과 교육의 경험도 나누었으면 한다. 그러다보면 지금은 한 줌밖에 안 되는 대안 교육 세력도 더 커지지 않겠나. (웃음) 앞으로 계획들을 들어보고 싶다.

이현희 : 공부방 교사들은 보통 2년 정도밖에 활동을 지속하지 못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우학교 선생님들과 서로 교류를 한다면 공부방 교육이나 스스로에 대해서 더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공부방 교사를 교육하는 문제다. 협의회에서 2년 가까이 연구하고 있다. 체계적인 공부방 교사 교육을 통해 전문화된 역량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 장기적인 것은 글쎄... 계속 이렇게 살지 않겠나? (웃음)

이광호 : 최근 연수회에서 그동안 1년을 평가했다. 일단 기존 공교육에 안주하고 있는 학교보다 모든 면에서 더 발전된 학교라는 것을 보여주는 게 단기적인 과제다. 그리고 대안학교 교사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가을부터 새로 시작했다. 공부방 선생님들도 모시고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

장기적으로는 '다른 가치를 지향하는 교육'이 여기저기서 꽃을 피우게 하는 것인데, 결코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웃음)

프레시안 :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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