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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이 왜곡된 역사 배우게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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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이 왜곡된 역사 배우게 할 수 없다" <르포> '도쿄도 우경화'로 후쇼샤 교과서 채택 가능성 높아
일본 우익단체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제작해 역사 왜곡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후쇼샤(扶桑社)판 역사 교과서의 채택 시한이 8월 말로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도쿄도 교육위원회의 우경화로 후쇼샤 교과서 채택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본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도교육위원회는 지난해 8월 하쿠오(白鷗) 중고일관교(중고등학교 통합학교)의 중학과정 역사 교과서로 후쇼샤판을 채택한 '전과'가 있고, 그 배경은 일본 내의 대표적 우익인사인 이시하라 도쿄도지사가 도교육위원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도쿄 하쿠오 중고교 동창생들 "후배들이 왜곡된 역사 배우게 할 수 없다"**

지난 16일 오후 도쿄시 아사쿠사·다이토 구민회관에서는 이미 후쇼샤 교과서가 채택된 하쿠오 학교의 동창생 및 교과서운동 관계자 50여 명이 모여 간담회를 열고 "후배들에게 편견으로 가득 찬 역사를 배우게 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들은 지난해 8월 후쇼샤 교과서 채택 당시에도 동창생들의 서명을 모아 학교측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었다.

<사진1> 간담회 사진

이들은 하쿠오 학교의 후쇼샤 교과서 채택 배경으로 도쿄도 교육위원회의 '우경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한 관계자는 "도교육위원회에는 위원장을 포함해 6명의 위원이 있는데, 도지사가 교육위원 대상자를 선정해 도의회의 승인을 받아 임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도교육위의 인적구성과 의사결정에 도지사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며 "이시하라 도지사에 의해 도교육위가 우익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요코야마 전 도교육위원장이 도쿄도 5명의 부지사 중 한 사람으로 임명된 것도 그 증거라는 것.

도교육위원회의 우경화 증거는 후쇼샤 교과서 채택뿐이 아니다. 도교육위는 2003년 10월 '교사는 학생들이 국기(히노마루)를 향해 일어서서 국가(기미가요)를 부르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지도지침을 제정해 일선 학교에 하달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250여명의 교사를 징계해 논란을 일으켰다.

***"도쿄도 교육위원회가 후쇼샤 교과서 선정하면 일본 내 채택률 높아질 것"**

후쇼샤 교과서는 중학생용만 있기 때문에 그동안 '도립 중학교' 없이 '도립 고등학교'만 운영하던 도쿄도교육위는 이 교과서의 선정에 관여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없었다. 대부분의 중학교는 구립이기 때문에 구교육위에서 교과서를 선정했던 것. 하지만 하쿠오 학교를 포함해 지난해 도쿄도내 4개 도립고등학교에 부설 중학교가 설립되며 도교육위원회가 교과서 선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였다.

현재 도쿄도 교육위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학교는 하쿠오 학교를 비롯해 고이시가와, 도립대부속, 료고쿠 중고일관교 등 4개에 불과지만, 도쿄도가 후쇼샤 교과서를 채택할 경우 구교육위의 교과서 선정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고, 도쿄도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일본 전역에 파급 효과가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교육을 생각하는 스기나미(杉竝)구 시민모임'의 마루하마 에리코씨는 "스기나미구의 야마다 구청장은 우익인사인데다 구교육위원회도 우익인사로 채워져 있다"며 "구교육위는 주민 여론에 민감해 눈치를 보고 있는데, 올해 도교육위원회가 후쇼샤 교과서를 채택할 경우 스기나미구도 도쿄도를 믿고 후쇼샤 교과서를 채택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스기나미구는 4년전 교과서 문제가 불거졌을 때 후쇼샤 교과서 채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지목됐었으나 주민 반대로 후쇼샤 교과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당시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교육을 생각하는 스기나미구 시민모임'은 올해 3월엔 스기나미구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서울 서초구를 방문해 서초구가 직접 스기나미구에 후쇼샤 교과서 채택 반대 압력을 넣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진2> 고바야시 중의원

***"일본 우경화는 전쟁의 참혹함 모르는 '부실한 역사교육' 탓"**

한편 이날 하쿠오 학교 동창생 집회의 강연자로 참석한 분쟁지역 전문 사진작가 이시가와 분요씨는 "지금 일본에서 헌법개정 움직임이나 교과서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일본이 일으킨 비참한 전쟁에서 교훈을 얻기는커녕 전후세대가 전쟁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잊지 않고 가르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일본의 부실한 역사교육을 겨냥했다.

또한 본인이 하쿠오 학교 39회 졸업생인 고바야시 시치요미 중의원(민주당)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후배들이 편견으로 가득 찬 역사를 배워 아시아에서 고립되게 해서는 안 된다"며 "후쇼샤 교과서 선정이 일련의 일본 정치 우경화 흐름의 하나이므로 양심세력의 힘을 모아 국회 내 우익세력들에 대처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반대활동이 힘을 발휘할지는 아직까지는 미지수다. 일본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고 있는 한 재일교포는 "일본의 시민운동은 대부분 자신이 사는 소규모 지역에 국한돼 있고, 단체간의 연대 활동이 활발하지 않아 정치적으로 큰 파급력을 갖거나 여론화되기 힘든 현실"이라며 "도쿄도와 같이 일본에서 상징성과 파급력이 큰 곳이 후쇼사 교과서를 채택할 경우 눈치를 보던 우익 성향 지자체의 후쇼사 교과서 채택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박스 시작>

***새역모, 일본 내 후쇼사 교과서 채택률 10% 기대**

일본은 4년마다 교과서가 개정돼 재선정 작업이 이뤄진다. 올해 7~8월 사이에 결정된 새 교과서는 2006학년도부터 적용된다. 4년 전 후쇼샤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전국에서 19곳(채택률 0.04%)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도쿄 인근 도치기현의 오타와라(大田原)시 교육위원회가 후쇼샤 교과서를 채택키로 최종 확정해 새역모측은 후쇼샤 교과서 채택 목표를 10%까지 기대하고 있다.

오타와라시는 산하에 7개 시립중학교를 두고 있고, 오는 10월 합병 예정인 인근 지역의 5개 학교를 합하면 무려 12개의 학교가 후쇼사 교과서를 사용하게 돼 4년전 19곳의 절반을 벌써 넘어선 셈이다.

일본은 47개 광역자치단체에 모두 583개의 지구별 교육위원회가 있다. 이중 도쿄도 교육위 외에 도쿄지역 8개 지구 교육위를 비롯해 새역모 부회장 출신이 교육위원인 사이타마(埼玉)현, '독도의 날' 조례를 제정한 시마네(島根)현, '일본인 납치사건'으로 반북감정이 강한 니가타(新潟)현과 후쿠이(福井)현, 보수성이 강한 야마구치(山口)현, 구마모토(熊本)현 등에서 후쇼샤 교과서 채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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