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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언 "김현철 아파트 등에서 40억원 직접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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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철언 "김현철 아파트 등에서 40억원 직접 전달" "전두환, 86년 '대청소' 차원에서 친위 쿠테타 구상"
"내가 입을 열면 YS의 정치생명이 끝날 것"이라고 호언하던 박철언 전 의원이 16년 만에 입을 열었다. 11일 발간한 자신의 두 권짜리 회고록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5공.6공.3김시대의 정치비사>를 통해 박 전 의원은 1980-90년대의 정치 비사를 털어놓았다.

노태우 정권의 '제2인자'로 오랫동안 권부의 핵심에 있던 그의 회고록은 "1990년 3당 합당을 전후해 노태우 대통령이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에게 40억원 이상을 전달했다"는 등 폭발적 내용을 담고 있어 최근 국정원 불법도청 정국과 맞물려 파문이 일고 있다.

***"세 차례 걸쳐 40억원 YS에 직접 전달"**

박철언 전 의원은 1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시에 세 차례에 걸쳐서 40억 원이 넘는 돈을 노태우 대통령 지시로 내가 직접 전달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박 전 의원은 "89년 6월에 YS 소련 방문 전에 20억 원과 여비조로 2만 달러를 상도동 김현철 씨 아파트에서 전달했다. 또 89년 연말에 역시 김현철씨 아파트에서 10억 원, 90년 3당합당 직후 설 연휴를 앞두고 상도동 김영삼 총재 자택에서 10억 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돈을 전달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로 "자서전에 구체적인 수표번호와 당시의 내 일지까지 카피해서 첨부했다"며 "진위 여부는 다툴 필요도 없지 않냐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사이가 극도로 나쁘다는 이유로 YS 측에서 박 전 의원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YS와 사이가 나빠진 건 3당합당 후에 YS가 약속을 어기고 내각제를 안 하겠다, 그런 약속 한 일 없다고 거짓말 하고 오히려 공작정치로 역공을 했기 때문에 사이가 나빠졌지 그 전에 한 1년 몇 개월 간은 10여 차례도 넘게 단 둘이 비밀리에 만난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고 말했다.

***"40억, 내각제 개헌 분위기 조성 위한 자금"**

박 전 의원은 또 40억원 이상의 정치자금의 성격에 대해 "3당합당에 대한 대가라는 얘기는 너무 지나치다"고 했으나 "분위기 조성을 위한 자금"이라며 사실상 대가성 자금이라는 점을 시인했다. 그는 "내각제 개헌을 위한 깊이 있는 정계개편 논의를 여러 차례 하다 보니까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는 국민이 대화합하고, 또 통일을 위한 준비 체제를 갖춰야 하니까 보수와 진보의 화해도 필요하고 했다"며 "야당 총재로 있는 김영삼 총재 입장에서는 정치자금도 필요하고 당시는 정치자금이 야당에는 특히 제한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분위기 조성을 위한 자금이었다"고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는 또 당시 내각제 개헌 합의에 대해 "내각제 합의각서도 회고록에 공개했다"며 "앙갚음 차원이라면 1993년에 정치보복으로 구속 얘기가 떠돌던 때나 아니면 1994년 (슬롯머신 사건으로 수감됐다가) 출소한 후에 얘기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일이 있은 지 16년이 지난 지금에 제가 속죄하는 심정으로 공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3당 합당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신격호 회장이 김영삼 전 대통령과 오래 전부터 대단히 친밀한 사이"라며 "노태우 대통령의 지침도 있어 YS에게 보수대연합의 당위성도 설명하고 분위기도 조성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전두환 친위 쿠테타, 고도의 심리전 차원의 통치술"**

민주화시위가 격렬하던 1986년 9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직접 비상계엄 준비를 지시했다는 주장에 대해 박 전 의원은 "당시 86년, 87년 워낙 국내가 소연하고 올림픽도 무사히 치를 수 없는 상황에서 전두환 대통령께서 단임제를 전제로 해서 또 한번 대청소가 필요하지 않느냐 이런 생각에서 구상을 했다. 고도의 심리전으로 야권에도 이런 게 좀 알려지면 자제하지 않겠느냐는 고도의 심리전적 차원의 통치술의 하나로 구체적 계획을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거사를 하려 했던 것 같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러나 당시 김종필.김영삼.김대중 '3김씨'를 모두 연행하려던 당시 '대청소' 계획이 실현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 후에 DJ가 (직선제 개헌이 되면) 대통령 출마 안 하겠다고 선언을 하고, YS도 정치은퇴 선언을 했다"며 "미국 쪽에서도 레이건 대통령이 당선되는 등 국내외 사정이 좀 변했다"고 말했다.

***'6공 황태자' 박철언은?**

박철언 전 의원(64세)은 노태우 정권의 실세로 '6공 황태자'로 불렸던 인물이다. 서울대 법대, 사법고시 8회 출신으로 서울지검 특수부장 등을 거쳐 전두환 정권 시절 대통령 정무비서관과 법률비서관, 안기부장 특별보좌관 등을 지냈다. 또 노태우 정권 때는 청와대 정책보좌관을 거쳐 정무장관, 체육청소년부 장관 등을 지냈다.

13-15대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던 그는 1990년 내각제 개헌 합의 문제로 YS와 사이가 틀어진 뒤 1992년 대선을 앞두고 민자당을 탈당했다. 김영삼 정권 때인 1993년 5월 슬롯머신 업자에게 5억원을 받았다는 '슬롯머신 사건'으로 구속돼 1년6개월 형을 받았다. 그는 만기출소일을 두 달 남겨둔 1994년 9월 가석방 됐다.

출소한 뒤 그는 2년 동안 자유민주연합 부총재를 지냈고 2001년 자민련을 탈당했다. 부인은 14대 국회의원인 현경자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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