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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크래쉬 Crash

감독 폴 해기스 출연 맷 딜런, 탠디 뉴튼, 테렌스 하워드, 브랜단 프레이저, 산드라 불록, 라이언 필립, 돈 치들 수입 타이거픽처스 | 배급 스튜디오2.0, 미디어코프 | 시간 113분 등급 15세 관람가 | 2006년 폴 해기스의 <크래쉬>는 일견 '작은 영화의 기적'이라 불러도 무방한 성취를 이뤘다. 할리우드 평균 영화 제작비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65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만들었으며, 준 메이저에 불과한 라이온스 게이트가 배급을 맡았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미국 1천8백여 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주요 언론과 평단에서 꽤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으며, 각종 시상식 상을 휩쓸었다. 물론 <크래쉬>의 가장 놀라운 성공을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우수 작품상 수상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여파가 워낙 거셌던 탓에, <크래쉬>의 수상을 점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미국 사회의 가장 큰 갈등 요소인 인종 문제를 다룬 이 작품은, 아카데미 역사상 가장 의외의 수상작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크래쉬 ⓒ프레시안무비
알다시피 <크래쉬>는 한 명의 주인공과 단일한 플롯이 이끌어가는 영화는 아니다. L.A. 밤거리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히스패닉계 여성과 한국 여성이 서로 말다툼을 벌이고, 시체를 본 흑인형사 그레이엄(돈 치들)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리고 영화는 36시간 전으로 플래시백 해서 이 사건이 일어나기까지의 여러 과정을 추적한다. 지방검사 릭(브랜든 프레이저)과 그의 아내 진(산드라 불록)은 두 흑인 청년에게 차를 강탈당하고, 흑인 방송국 PD인 카메론(테렌스 하워드)와 그의 아내 크리스틴(탠디 뉴튼)은 백인 경찰 라이언(맷 딜런)에게 검문을 받던 중 성적 모욕을 당한다. 한편 이란인 파라드는 총을 구입하고 가게 열쇠를 고치지만, 가게를 털린 뒤 그것이 멕시칸 열쇠 수리공 대니얼의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크래쉬>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이 영화는 마치 정교한 퍼즐 맞추기 게임처럼 모든 인물들이 촘촘하게 맞물려 있다. 흑인, 백인, 아랍인, 멕시코인, 한국인 등 LA에 존재할 법한 수많은 다양한 인종들이 서로 교차하고 부딪히며 갈등하는 거대한 풍경화를 그려내는 것. <크래쉬>가 인종 문제를 다룬 기존의 영화들과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이 단지 흑인과 백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문화, 다인종의 도시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으며, 그 편견이 우발적인 갈등과 오해와 비극을 불러오기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폴 해기스의 각본은 이 수많은 사람들을 영화의 오선지 위에 자유자재로 배치하면서 전에 듣지 못했던 불협화음을 변주해내는 한편, 의미심장한 반전을 통해 반목하는 인물들에게 화해의 여지를 남겨놓는다. 아카데미 각본상과 편집상은 바로 폴 해기스의 이 영민한 이야기 솜씨에 바쳐진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크래쉬>가 미국 사회 인종 문제의 정수를 파고든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영화는 인종 갈등을 보다 거시적인 차원으로 확장시키는 예민함을 갖췄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을 파헤치고 그 맹점을 폭로할 정도로 예리하지는 못하다. 갈등의 원인은 평면적이고 그 양상은 상당히 노골적이다. 화해의 과정은 과도한 우발성으로 점철돼 있으며, 그 결과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사실 역시 다소 불편하게 느껴진다. <크래쉬>는 감동을 조장하기는 하지만, 그 감동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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