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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규 내정자 "인위적 경기부양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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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권오규 내정자 "인위적 경기부양 안한다" "노 대통령과 철학 공유한 게 발탁 배경"
국회 재정경제위는 12일 권오규 경제부총리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어 경기부양 및 한미 FTA 협상, 양극화 문제 등에 대한 권 내정자의 인식을 검증했다.
  
  전반적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은 '청와대 맨'에 대한 '코드인사'라는 공세를 퍼부으며 경제 정책기조 변화를 요구했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적극적 경기부양책을 강하게 주문했다.
  
  반면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참여정부는 지금까지 왼쪽 깜박이 켜고 오른쪽으로 갔다면 이제는 완전히 오른쪽 고속도로로 가고 있다"며 "이런 정책기조에 변화가 없다고 하니 절망스럽다"고 다른 방향에서 쏘아붙였다.
  
  강봉균 "경기부양 당연하다" vs 권오규 "확장적 시그널 줘선 안돼"
  
  이날 청문회의 하이라이트는 여당 정책사령탑인 강봉균 의원과 권 내정자 사이의 설전. 거시정책기조 선회를 비롯해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주문하는 강 의원과 정책기조 유지 입장을 밝힌 권 내정자의 대립은 당정, 당청 갈등의 축소판처럼 비쳐졌다.
  
  강 의원은 우선 "거시경제정책은 경제가 침체되면 부양하는 것이고 경기부양이라는 것은 정책당국의 인위적인 노력이다"며 "경기가 나쁠 때 경기부양을 의도적으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 내정자는 "거시정책은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요소가 중요하다"면서 "시장에 지나치게 확장적인 시그널을 주는 것은 잘못이다. 잠재성장률을 따라가는 선에서 인위적 경기부양을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맞받았다.
  
  그러나 강 의원은 "인위적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는 표현은 잘못이다. 무리한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며 "참여정부가 말 잘 못해서 점수 까먹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또한 강 의원이 "내년이 선거이기 때문에 거품 경기를 만들려는 의도는 전혀 없지만 체감경기가 너무 어려워서 1~2% 정도 GDP 성장률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권 내정자는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며 "거시 담당자가 잠재성장률 경로에서 벗어나 1~2%를 높이면 그 다음에는 반드시 아래쪽으로 반작용이 생긴다"고 굽히지 않았다.
  
  이어 강 의원이 내년 상반기 경제성장률도 4%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내놨으나, 권 후보자는 내년에도 연간 성장률 5%대가 유지될 것으로 낙관했다. 강 의원은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 게 엄살이 아니고 사실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거듭 몰아붙였다.
  
  양측의 논의는 짧게 일단락 됐지만 권 내정자는 열린우리당 박명광 의원 등의 질의를 받는 도중에도 "단기부양책은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 거시정책은 항상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권 내정자는 또한 여당 정책위 부의장인 채수찬 의원과는 부동산 정책기조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채 의원은 "정부여당이 8.31 부동산 대책의 보완대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국민의 마음을 읽고 챙기지 못했다"고 부동산 세제 완화를 주장했다.
  
  그러나 권 내정자는 "재산세 인하, 거래세 인하까지가 현재까지의 검토사항"이라며 "그 외에 추가적으로 대책을 강구할 경우 그것이 시장에 주는 시그널도 크다. 과세 형평성이나 큰 원칙을 훼손하지 않도록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양도세, 종부세 인하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권오규 "노 대통령과 철학 공유" vs 유승민 "그 철학 때문에 경제가 이 모양"
  
  한편 권 내정자는 '청와대 맨'으로서의 면모도 유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부총리 임명 배경을 묻는 질의에 "참여정부에서 함께 출발한 입장에서 노 대통령과 정책방향에서 인식과 철학을 공유하고 있고 남은 기간동안 잘 마무리해 달라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와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대통령과 철학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참여정부의 비전을 보다 구체화 할 수 있다는 면에서 노 대통령이 좀 더 평가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윤건영 의원은 "4년차가 돼서 경제운용의 비전을 논의하는 게 적절하냐"고 쏘아붙였지만 권 내정자는 "선진복지사회를 위한 기본적 구상 작업을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참여정부의 비전을 분명히 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노 대통령과 공유하고 있다는 그 철학 때문에 경제가 이 모양 이 꼴"이라며 "대통령도 안바꾸고 권 내정자도 바꾸지 않을 것이냐"고 추궁했다. 이에 권 내정자는 "이는 역사적인 흐름이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또한 외환은행 론스타 매각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책임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권 내정자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책임과 권한을 내각에 주고 청와대의 관여를 금지하도록 노 대통령이 엄명했다"며 "외환은행처럼 외자유치를 통해 경영상태를 호전시키고자 하는 내용은 청와대의 관심사항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외은 매각 움직임에 대한 청와대의 인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청와대의 관여는 일체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강원 행장으로부터 매각 보고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받은 적 없다"고 일축했고, 외은 매각 사태를 둘러싸고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며 대응하지 않았다.
  
  "정태인-이정우 FTA 반대 유감"
  
  한미 FTA 문제에 대해 권 내정자는 "무엇보다 교역과 투자가 증가되고 전체적인 제도의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파이를 키우면서 우리 시스템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기회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 과제"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이 "정태인 보좌관, 이정우 교수 등이 한미 FTA 반대를 선동하고 반대론에 서명하는 것은 메시지의 혼동이다"고 주장하자, 권 내정자는 "개인적 의견 개진을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분들의 활동으로는 유감스럽다"고 동조했다.
  
  양극화 문제 대책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김종인 의원은 권 내정자가 여러 차례 강조한 선진복지제도 마련 구상과 관련해 증세 없이 양극화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허구라는 논리로 따졌다. 그는 "노 대통령이 양극화 걱정을 한다면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내야지 선진국과 비슷한 기반만 조성하면 된다는 말로는 안된다. 복지는 재정이 확보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권 내정자는 "이 정부와 다음 정부까지는 세율 인상은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양극화 해소의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고용이다"며 "성장과 복지가 제대로 가도록 하는 것, 인적자원 개발 등을 통해 동반성장을 해나가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으로 피해갔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문제에 대해선 이 문제 논의를 위해 구성된 민간합동 태스크포스의 논의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밝히며 이렇다 할 소신을 밝히지 않았다. 또한 법무부가 추진 중인 사후적 재벌규제인 이중대표소송제 등에 대해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양원가 공개를 노 대통령에게 건의할 생각이 없느냐는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의 질의에는 "민간이 하는 부분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영업 비밀도 관련이 된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외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만나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내년 대선 전에 하자고 했다"며 정치적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권 내정자는 "어느나라 정부가 선거를 위해 서민경제를 방치하겠느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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