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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여대 교수 직위해제 사태…'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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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성신여대 교수 직위해제 사태…'일파만파' 이사회, 교수평의회 회장단 직위해제…학생들 반발
"재단이 내는 돈은 1%, 재단의 간섭은 100%."

27일 오후 성신여대 근처를 지나던 이 학교 학생의 말이다. 이날 이 학교에서는 150여 명의 학생이 참가한 가운데 성신여대 재단의 비민주적 전횡을 성토하는 집회가 열렸다.

"재단은 의무 소홀히 하면서 학내 혼란만 가중시켜"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성명을 통해 "수년째 재단전입금은 전체 대학재정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 대학 재단 측은) 본연의 임무인 재단전입금 확충을 위한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사사건건 학내 분란만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4일 재단 이사회 측이 이 학교 경영학과 정헌석 교수와 컴퓨터공학부 김도형 교수를 직위해제한 조치를 가리키는 것이다.

▲ 두 교수의 직위해제 조치에 항의하는 성신여대 학생들이 9월 27일 이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법인사무실을 찾아가 농성을 벌였다. ⓒ프레시안

학생들은 "이사회가 '품위 훼손'이라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교수를 직위해제한 것은 성신학원(성신여대 재단)의 비민주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사회 측이 직위해제 조치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보다 강도 높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사회의 조치가 있은 지 한 달이 지난 뒤에야 학생들의 반발이 본격화된 것은 2학기 개강 직후 빚어진 혼란 때문이다.

이 대학 총학생회 박송우 집행위원장은 "이번 직위해제 조치로 많은 학생들이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이 수강신청한 과목이 폐강되는 혼란을 겪었다. 학생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혼란에서 비롯된 불만의 목소리가 가득하다"며 "학생의 수업권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야 할 학교 측이 이런 혼란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명예 훼손' 등으로 교수 평의회 회장단에 직위해제 조치

성신여대 이사회는 지난달 24일 이 대학 교수평의회 회장인 정헌석 교수와 부회장인 김도형 교수에 대해 직위해제 조치를 의결했다. 이사회 측은 △이사들에게 예의 없는 발언을 하여 교원으로서의 품위가 손상됐다는 점 △이사들의 업무 집행을 방해했다는 점 △플래카드를 통해 재단법인 이사회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 △재단 직원의 교비 유용 등에 대해 충분한 근거 없이 검찰과 교육부에 무고했다는 점 등을 직위해제 조치의 근거로 제시했다.

성신여대 이사회의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 의결 이후 최대 90일 이내에 징계 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확정하게끔 돼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22일 이전에 두 교수에 대한 징계가 확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성신여대 교수평의회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사회 측이 제시한 직위해제 사유가 터무니없는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만약 정 교수와 김 교수가 이사회의 명예를 부당하게 훼손하고 근거없이 교육부와 검찰에 무고한 게 사실이라면 이들이 대표를 맡고 있는 교수평의회를 사법기관에 고발해 그 결과에 따르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직위해제 조치의 정당성에 대해 이사회 스스로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어 교수평의회 측은 "회장과 부회장에 대한 직위해제 조치는 성신여대 교수 전체에 대한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교수들의 이런 반발에 대해 학교 당국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대학 오세열 교무처장은 "현재 교수들에 대한 인사권을 재단법인이 갖고 있다. 학교 측으로서는 할 수 있는 발언도, 조치도 없다"고 말했다.

재단 이사회 측이 지난해 12월 23일 원래 총장의 권한이던 교원인사권과 보직임면권을 이사회로 넘기도록 정관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성신여대는 심한 내홍을 겪었다. 이상주 당시 총장이 이 사태의 후유증으로 물러났다. 현재 성신여대는 구양근 총장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의 반발…학내 게시물 통제로 맞선 학교

그런데 교수평의회 회장단에 대한 직위해제 조치가 나온 지 34일째를 지나면서 상황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27일 집회를 통해 학생들이 이사회의 조치에 대해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 재단과 학교 측을 성토하는 플래카드와 대자보. 이같은 게시물이 학교 곳곳에 부착되자 학교 측은 게시물 부착을 제한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프레시안

학생들의 반발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학교 측은 학생들의 자치 활동을 규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학교 당국이 학생들의 집회를 이틀 앞둔 지난 25일 발표한 공지사항에 따르면 학생들이 학교에 유인물을 게시하기 위해서는 미리 학생지원팀에서 확인을 받아 지정된 위치에 부착해야 한다. 또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는 프래카드는 2장 이상 설치할 수 없다. 그리고 같은 내용의 게시물을 같은 장소에 새로 붙이는 것은 금지된다. 이밖에 게시물이 교육환경에 적절치 않을 경우 이를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학생들이 학교와 재단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설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에 대해 유안나 총학생회장은 "이상주 전 총장이 물러난 뒤 이사회의 입장을 충실히 따르는 교수들이 총장 직무대리와 보직교수로 들어섰다"며 "새로 구성된 대학 당국의 비민주적인 면모가 (게시물 제한 조치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유 회장은 "27일 열린 집회는 학생들이 재단 및 그와 한 통속인 학교 측에 맞서 본격적인 투쟁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 "학교의 책임도 분명히 해야"

그는 교수 임면권이 이사회에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학교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간단히 일축했다. 교수들의 갑작스런 직위해제로 인해 학생들이 겪은 혼란과 수업권 침해에 대해서는 학교가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섬에 따라 재단법인에 교수평의회가 직접 맞서는 대립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성신여대 교수 직위해제 사태가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다음은 지난달 24일 직위해제된 정헌석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학교 측은 이번 사태가 널리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 해"
▲ ⓒ프레시안

- 이사회가 직위해제 조치의 근거로 제시한 내용 중 '명예 훼손'이 있다. 여기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재단 측의 전횡으로 인해 성신여대는 오랫동안 내부 갈등을 겪어 왔다. 이 과정에서 교수평의회는 재단 이사회의 독선적 행태에 대해 꾸준히 비판해 왔다. 그런데 이사회는 이런 정당한 비판을 '명예 훼손'이라고 받아들인 모양이다.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이사회의 권위적 면모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리고 '명예 훼손'이라는 주장은 논리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 '명예 훼손'은 특정인이나 집단의 명예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내용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사회가 언급한 '명예 훼손' 행위는 이사들을 가리켜 "~씨" 등으로 칭한 것 등을 가리키는데 이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게 아니었다. 이런 발언들을 대중 앞에서 한 것이 아니다. 물론 지면을 통해서 한 적도 없다."

- 학교 측이 갑자기 학내에 게시된 유인물의 수를 제한하고 나서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역시 현 재단과 학교 측의 비민주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는 태도다. 학생들의 언로를 막자는 것 아닌가. 그들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이번 사태에 대한 성명서가 게시되면서부터다. 짧은 문장이 담긴 플래카드와 달리 이런 장문의 게시물은 이번 사태에 대한 자세한 정황을 담고 있다. 그들은 이번 사태의 정황이 많이 알려질수록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여긴 듯하다."

- 이사회는 곧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확정할 방침이다.

"그렇다. 이사회의 의결 이후 최대 90일 이내에 징계위원회가 열리도록 규정돼 있다. 어쩌면 징계위원회는 이사회가 의결한 것보다 수위가 더 높은 파면이나 해임 등을 의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징계의 부당성은 학내 구성원 사이에서는 이미 명백한 사실이다.

징계가 확정될 경우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제소할 계획이다. 이사회 측의 징계 사유가 너무나 터무니 없기 때문에 당연히 승소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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