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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KBS'를 위한 여덟가지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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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공영방송 KBS'를 위한 여덟가지 주문 <김창룡의 미디어비평> 정연주 신임사장에게 바란다
개혁성향으로 알려진 정연주 KBS 신임사장은 취임사에서 '공영방송 다운 방송'을 천명했고, 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그의 취임사에 나타난 '언론인의 윤리성과 인사의 원칙강조' '관료주의적 폐쇄성의 철폐' 등은 조직 내의 활기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다행히 KBS 노동조합에서도 정 사장의 개혁적 조치를 뒷받침할 구체적 방안을 준비중이라고 하는 만큼 그 어느 때 보다 '국민의 방송' KBS의 변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 방송'이라고 하는 KBS가 과거 역사에서 국민을 배신하고 독재자의 나팔수 노릇을 하다 '시청자 거부운동'을 당하는 등 국민에게 진 빚을 이제는 갚아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명색이 공영방송이라고 하면서 상업방송과 같은 수준의 저급한 시청률 경쟁에 나서는 등 공영방송의 공영성과 공공성을 망각한 행태에 대한 반성과 시정도 이번 기회에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공영방송사 기자들이 언론인 타이틀도 떼기 전에 청와대로 달려가는 '권언유착의 고리'도 이번 기회에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와 변화는 고통과 자기반성을 동반하는 만큼 계획대로 잘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사장의 개선의지도 중요하지만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협조와 이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영방송의 개선이 주관적이고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법, 제도적 차원에서 정비와 보완이 필요하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신임사장과 노조가 우선적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KBS가 진정으로 국민의 방송, 신뢰의 방송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전제하에서 제시하는 개선책이다.

첫째 자기비판 감시, 견제기구의 활성화다. 이를 위해 현재 실행하고 있는 옴부즈맨 프로그램의 혁신이 필요하다. 적당히 자체 프로 홍보와 비판흉내내기 차원이 아니라 명실상부하게 시청자의 불만을 수렴하고 자기비판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상업방송 등 타방송사와 차별성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시청자위원회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통합방송법에서 '시청자 주권' 강화를 위해 만든 시청자 위원회의 활동이 과연 시청자들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으며 또한 그런 의견들이 어떻게 반영됐는지에 대한 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 동시에 시청자 위원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기준으로 선발되는지에 대한 원칙과 과정의 투명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방송위원회가 정치권의 이해관계 속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만큼 시청자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은 더욱 강화돼야 하며 그에 걸맞는 인력선발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정정과 해명에 인색한 언론계 관행 타파에 공영방송 KBS가 앞장서는 것이다. 영국의 대표적 공영방송 BBC는 1993년 '프로듀서 가이드라인(Producer's Guidelines)'을 만들어 자발적으로 정정과 해명을 하도록 명시해두고 이를 법처럼 실천하고 있다. 지금까지 KBS는 다른 방송과 똑같이 정정과 해명에 인색했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의 요청이 없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정정 해명할 때 비로소 국민의 방송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넷째 공영방송 전담변호사제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건 보도의 법률적 판단여부 차원에서 사전에 법률검토가 필요하다. 민감하거나 중대한 사안에 한정해야 겠지만 현재처럼 사후 법률문제 처리를 돕는 정도는 시청자들의 권익보호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섯째 '미디어 선거'라고 할 만큼 현대의 각종 투표행위에 미디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선거와 여론조사'에 관한 KBS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들라는 것이다. 특히 여론조사를 발표하면서 오차한계를 무시한 제목 뽑기, 무리한 등수 위주의 방송, 선거여론조사 발표를 가지고 단독프로그램을 이끌어가기 금지 등에 대한 세세한 지침을 만들어 BBC 방송 수준으로 끌어올리라는 것이다.

여섯째 공영방송 KBS 만큼은 속보경쟁에서 탈피하라는 것이다. 신속한 보도는 저널리즘의 생명이지만 신속과 정확은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 빠른 보도는 다른 방송이나 인터넷 등에 맡기고 정확한 방송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높이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쉬운 주문이 아니고 내부적 반발도 예상된다. BBC의 경우 스스로 특종까지 포기하면서 '투소스룰(Two source rule)'의 원칙에 충실하며 보도의 신중을 기했다. 특종을 위한 기자들의 내부적 반발과 불만이 컸음은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그런 고통과 반발을 거치면서도 두 번 확인하는 자세가 오늘날 BBC의 귄위와 신뢰를 가져왔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일곱째 새롭게 선보일 KBS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은 가장 먼저 자기반성과 비판에 철저하라는 주문이다. 이를 위해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인적구성에 입장이 중립적일 수 있는 외부인사의 참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비평의 대상을 신문(약70%)에 주력하는 MBC와는 달리 현안이 많은 방송 쪽도 폭넓게 조명하여 그 대상의 폭을 넓혀달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자윤리강령을 재정비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위원회를 가동해 달라는 것이다. 비리, 부패에 연루된 기자, 간부를 단 한명이라도 해고시키는 전례를 만든다면 이는 큰 발전이다. 여기에는 기자나 앵커가 어느날 갑자기 청와대로 국회로 '줄타기'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강령조항도 필요하다. 청와대로 국회로 가고 싶은 기자나 앵커는 적어도 1-2년 전에 방송계를 떠나야 한다는 내부규정을 만들어둬야 '불공정 방송' '왜곡보도'의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권언유착의 상징적 얼굴들'이 너무 많다.

변화를 시도하는 KBS 새 사령탑의 지도력이 어떻게 프로그램으로 나타날지 국민은 첫 개편 프로그램의 편성과 내용에서 공영방송의 변신을 주시하고 있다. 시청자들도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볼 준비를 하면서 동시에 제도적 개혁을 촉구해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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