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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사상도 '서양 것'을 읽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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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사상도 '서양 것'을 읽어야 하나"

[2006, 우리 시대의 환경 고전(17)]<한살림선언문>(끝)

올해로 다섯 번째로 열린 '환경 책 큰 잔치'의 실행위원회(위원장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가 '올해의 환경 책' 12권과 '2006 우리 시대의 환경 고전' 17권을 선정해 최근 발표했다.

환경정의, 풀꽃평화연구소, 교보문고가 주최한 '2006 환경 책 큰 잔치'는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열렸다. 이 행사는 시민들이 환경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2002년에 시작됐다.

<프레시안>은 '환경 책 큰 잔치' 실행위원회와 공동으로 11월부터 하루에 한 권씩 이번에 선정된 환경 책 29권에 대한 서평을 싣고 있다. <편집자>

<한살림 선언문>, 장일순·박재일·최혜성·김지하 지음, 최혜성 대표 집필, 한살림, 1989년.

우리 현대사에서 최초로, 바깥으로부터 수입·이식된 서구식 발전 모델과 근대적 세계관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산업 문명의 총체적 전환과 새로운 생명 가치에 기초해 문명의 개벽을 선언한 기념비적인 문헌.

이 선언문이 발표된 1989년은 안으로는 87년의 6월 항쟁을 기폭제로 한 도도한 민주화의 물줄기가 뜨겁게 분출하고 있었고, 밖으로는 소련과 동유럽 등 옛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냉전 체제 해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점이었다. 그 소용돌이 치는 역사의 격류 속에서 발표된 이 선언문은 '광야에서 들려오는 감동적인 예언자의 외침'이라 할 만하다.

선언문에 따르면, 인류가 자유·평등·진보의 깃발 아래 이룩해 온 오늘날의 산업 문명은 세계를 황폐화시키고 모든 생명을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산업 문명은 생명을 소외시키는 체제이며 본질적으로 반인간적이고 반생태적이어서, 이로 인해 우리는 여러 가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핵 위협과 공포 △자연 환경의 파괴 △자원 고갈과 인구 폭발 △경제의 구조적 모순과 악순환 △중앙집권화된 거대 기술 관료 체제에 의한 통제와 지배 △낡은 기계론적 세계관의 위기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이 위기는 물질적·제도적인 위기일 뿐만 아니라 지적·윤리적·정신적 위기이며,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와 긴박성을 지닌 위기, 곧 전 인류와 지구상 전 생명의 파멸로 귀결될 수도 있는 위기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선언문은 생명에 대한 새로운 각성만이 역사를 새로운 지평으로 인도할 것이라고 밝힌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은 '자라는 것'이고, 부분의 유기적 '전체'이고, '유연한' 질서이고, '자율적'으로 진화하는 것이고, '개방된' 체계이고, 순환적인 '되먹임고리'에 따라 활동하는 것이다. 곧 생명은 우주적인 관계의 그물 속에서 상호 작용을 하면서 연결되어 있으며,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우주의 궁극적 생명과 합일되어 나아가는 것이다.

선언문은 이 거룩한 생명을 '한울'이라 규정하면서 새로운 희망의 대안으로 우리의 전통 사상인 '동학'을 제시한다. 생태 사상에 있어서도 서양의 '수입품'과 '복제품'이 판치는 우리 현실에서, 이 선언문은 우리의 독자적인 정신과 지적 고투가 도달한 생명 사상의 빛나는 성취이자 생명 운동의 드높은 봉우리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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