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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복면금지 집시법 개정안' 철회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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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복면금지 집시법 개정안' 철회 촉구 "국가가 개인의 복장까지 통제·처벌하겠다니"
집회에서 복면이나 마스크를 쓸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의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인권단체들이 "어처구니 없는 개악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인권운동사랑방, 다산인권센터 등 국내 주요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4일 성명을 내고 "1987년 민중항쟁의 20주년이 되는 해에 민주주의와 인권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어찌 국가가 나서서 개인의 복장까지 통제하고 처벌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들은 "개정안을 발의한 경찰과 국회의원 모두 집회와 시위가 범죄라는 인식을 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러한 개악안을 제출할 수 있는가"라며 개정안의 자진철회를 촉구했다.

"국가가 개인의 복장까지 통제하고 처벌하겠다는 것인가"
▲ 국회에서 '복면 금지' 집시법 개정안의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 프레시안

이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이상열(민주당), 권선택(무소속), 이규택(한나라당) 등 13명의 의원들이 "집회 및 시위 시 참가자가 얼굴에 복면 또는 마스크를 착용하여 신분확인이 어려운 경우 과격한 폭력행위를 하였을 때 검거나 증거수집이 어렵고, 또한 이를 악용하여 시위가 더욱 과격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유로 발의했으며, 현재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인권단체연석회의는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처구니가 없다"며 "개정안에는 '신분확인이 어렵도록 위장하거나 신분확인을 방해하는 기물을 소지하여 참가하거나 참가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제14조 제4항)한다고 돼 있는데, 마스크는 물론 손수건, 모자, 선글라스, 목도리, 피켓 등 얼굴을 가릴 수 있는 것이면 '소지하고만' 있어도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신분확인이 어렵도록 위장하는 것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어떻게 밝힐 수 있겠느냐"며 "황사나 추위를 피해 마스크를 쓰거나 목도리를 두르는 것, 침묵시위를 위해 'X'자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는 것, 얼굴에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여름에 선글래스를 쓰는 것도 위장이며, 성매매 여성이나 동성애자들처럼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집회에서 경찰과 언론에 맨 얼굴을 드러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들은 "경찰과 국회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필요악이 아니라 국가가 최대한 보장해야 할 의무를 지니는 불가침의 인권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며 "자의적이고 모호한 규정에 의해 개인 소지품에 대한 개입과 통제를 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폭력시위, 한 해 7758건의 집회 중 38건에 불과

이들은 또 "경찰 발표에 따르더라도 2006년 한 해에 일어난 7758건의 집회 중 폭력시위로 규정된 시위는 38건에 불과했다"며 "하지만 경찰은 허가된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를 겹겹이 포위하고 수십 대의 채증 카메라를 동원해 시위대를 감시하는 자신들의 불법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미 집시법은 별다른 위법행위가 없다 하더라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 돼 있고, 미신고 집회나 시위에 대하여는 경찰서장이 즉각 해산을 명(제18조)할 수 있게 돼 있는 등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위헌적 법률"이라며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허가제로 운영하고 행정편의적인 절차에 의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집시법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반인권적이고 위헌적인 복면 금지 집시법 개악안을 반대함과 동시에 이번 기회에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집시법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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