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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한미FTA 반대'에서 돌아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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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한미FTA 반대'에서 돌아서나

[한미FTA 뜯어보기 535]대통령 직속 'FTA 대책위원회' 구성 제의…범국본 '곤혹'

한국노총(위원장 이용득)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11일 정부에 "한미 FTA 후속대책을 논의할 범사회적 대화 기구로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가칭 'FTA 대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한국노총은 "범사회적 기구 구성 제의는 결코 한미 FTA 비준 찬성 입장이 아니다"라며 "우리 입장은 변한 것이 없으며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에서 나올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FTA 후속대책을 고민하기 위한 기구 설치 제안은 사실상 FTA 협상 '인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반면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은 "협상 무효화와 비준 저지"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후속대책기구가 구성된다 하더라도 올바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협정 발효를 막는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혀 범국본과의 입장 차이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앞으로 수많은 FTA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후속대책 고민이 절실"
▲ 그간 한미 FTA 반대 투쟁을 범국본과 함께 해 왔던 한국노총이 11일 정부에 "한미 FTA 후속대책을 논의할 범사회적 대화 기구로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가칭 'FTA 대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자"고 제안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프레시안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있었던 산별대표자회의를 통해 한미 FTA 협상 타결과 관련된 한국노총의 입장을 정리했다.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노총은 "한미 FTA를 온전히 국회에 맡겨둘 수 없을 뿐 아니라 이에 대한 찬반 양론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후속대책을 마련할 경우 극심한 사회적 반대를 촉발해 사회통합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며 범사회적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FTA 대책위원회와 관련 한국노총은 정부에 △민간대표는 노동계, 경영계, 농민단체, 시민사회단체, 학계 전문가 등이 망라되도록 구성할 것 △대표자들이 참가하는 본회의 외에 전문가와 실무책임자들이 참가하는 전문(실무)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할 것 △필요한 경우 부문별 분과위원회를 설치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 범사회적 기구의 역할과 관련해 한국노총은 △협정문 및 국회 비준안의 전면 공개 △산업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예상 피해에 대한 객관적 분석 △피해기업 및 노동자 농민 등에 대한 지원정책의 내용과 시행방법 △무역조정지원법 등 무역조정 관련 법령의 재개정 방향 △통상절차법의 제정과 이에 따른 통상관련 제도의 근본적인 정비 등을 논의하고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발표는 이미 지난 1일 노동절날 이용득 위원장의 발언을 통해 사전에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이용득 위원장은 "정부는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FTA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노사와 함께 후속대책을 준비해나가야 한다"며 범사회적 후속대책기구 구성 요구를 처음으로 언급한 바 있다.

"졸속협상에 반대했지, FTA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 아니었다"

한국노총은 대책위원회 구성 제안의 배경에 대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과 '지향해야 하는 미래의 가치'라는 두 가지 고민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은 "앞으로 수많은 FTA 협상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한미 FTA에 대한 대응과 대책마련은 '첫 단추'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의 강익구 홍보선전본부장은 "한국노총이 그간 한미 FTA에 대해 반대했던 것은 △4대 선결조건의 무조건적 수용 △비공개·밀실 협상 △정부의 일방적인 졸속 협상이기 때문"이었을 뿐, 한미 FTA 및 기타 FTA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후발국의 맹렬한 추격과 개방경제의 불가피성, 우리 경제의 성장혁신의 동력 마련을 위한 FTA의 현실적 필요성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라며 반대라는 원칙론보다는 '현실론'에 무게를 싣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런 면에서 그간 범국본과 함께 원정시위 등 반대 투쟁을 벌이긴 했지만 한국노총의 한미 FTA 반대는 범국본 소속의 다른 단체들과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이날 한국노총의 '대책위원회' 구성 제안은 이같은 차이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는 점에서 이후 '한미 FTA 반대 전선'의 변화로까지 이어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대책 운운'은 본질 흐리는 것"

강익구 본부장은 "범국본에서 쫒아내도 나갈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한국노총의 이날 기자회견 소식이 알려지자 범국본은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범국본 관계자들은 "대책을 사회적으로 논의해보자는 한국노총의 제의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세밀한 파악이 필요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히면서도 "범국본의 입장은 한미 FTA 원천 무효화 투쟁과 비준 저지 투쟁"이라고 분명히 강조했다.

박석운 집행위원장도 "지금 시점에서 대책을 얘기하는 것은 (한미 FTA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며 "지금은 무효화 싸움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해 우회적으로 한국노총의 대책위원회 구성 제안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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